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1막 5장

42 로미오: 오, 그녀는 정말 횃불에게 찬란히 타오르는 법을 가르치누나!

그녀가 밤의 뺨에 걸려 있는 모양이,

에티오피아 여인 귀에 걸린 화려한 보석 같아 - 

너무 아름다워 착용하지 못하고, 너무 사랑스러워 지상에 맞지 않는 아름다움이로다.

백설의 비둘기가 까마귀 무리 사이에서 그렇듯

저 여인의 외모는 그녀 친구들을 압도하는 군.

춤이 끝나면, 그녀 행방을 살펴봐야지,

그리고, 그녀 두 손을 잡아 내 무례한 손을 축복받게 하리라.

이제껏 내 마음이 사랑을 했던가? 맹세로 부인하라, 시력이여,

오늘 밤까지는 내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본 적이 결코 없나니.


48 줄리엣: 내 유일한 사랑이 내 유일한 미움의 대상의 소생이라니!

모르는 채 너무 일찍 만났고, 알고 나니 너무 늦었어!

기괴한 사랑의 탄생이구나.

내가 혐오하는 적을 사랑해야 하다니.


2막 1장

55 줄리엣: 오 로미오, 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당신 아버님을 부인하고 당신 이름을 거절하세요,

그게 아니면, 내 사랑이라는 서약만 하세요,

그러면 전 더 이상 캐퓰렛이 아니렵니다.


줄리엣: 나의 적은 오로지 당신의 이름뿐이에요.

당신은 당신 자신이죠, 설령 몬테규가 아니더라도.

몬테큐가 뭔가요? 손도 아니고, 발도 아녜요,

팔도, 얼굴도, 사람한테 속해있는

다른 어떤 부분도 아녜요, 오,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에 뭐가 들었나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달콤한 향기가 줄지 않아요.

그렇게 로미오도, 설령 로미오로 불리지 않더라도,

유지할 거예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그 소중한 완벽을,

그 호칭이 없이도, 로미오, 당신 이름을 벗어 버리세요.

그리고 당신 이름 대신 - 그건 당신의 어떤 부분도 아니지만 - 

제 자신 전체를 가지시는 거예요.


60 로미오: 오 축복받은, 축복받은 밤이다! 두렵구나,

밤이니까,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닐까 두려워,

실체가 있기에는 너무도 달콤하게 아첨하는 꿈 아닐까?


2막 5장

83 줄리엣: 상상은, 말보다 내용이 더 풍부하므로,

그 실속을 자랑하지, 수사를 자랑하는 게 아녜요.

자신의 가치를 계산하는 건 거지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죠,

저는, 진정한 사랑이 저를 과도하게 키우는 바람에

제 재산의 반도 헤아릴 수 없게 된걸요.


3막 2장

99 줄리엣:  빨리 달려라, 불타는 발굽의 말들아,

태양의 숙소를 향해. 아폴로의 아들

파에톤이라면 채찍 흩날리며 서쪽으로 너희를 몰아

그 즉시 어둔 밤 내리게 했을 텐데.

네 커튼을 펼쳐 가려 다오, 사랑을 수행하는 밤이여,

호기심 많은 뜨내기 눈초리 감겨, 나의 로미오가

소리 소문 없이 목격자 없이 이 품 안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연인들은 사랑의 의식을 치르지, 서로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서로를 밝히니까. 아니면, 사랑이 눈먼 것이라면,

밤이야말로 사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오라, 숭고한 밤이여,

온통 검은 의상의, 점잖은 부인이여,

와서 가르쳐 다오, 이기는 승부에 항복하는 법을,

그것은 티 없는 처녀와 동정을 위해 벌이는 승부러니.


3막 3장

108 로미오: 베로나 성벽 바깥에 있는 세계란

연옥, 고문, 지옥, 그 자체뿐이에요.

이곳에 추방되면 세계에서 추방되는 거구,

세계에서 추방이 바로 죽음인걸요, 그렇담 '추방됨'은

죽음의 잘못된 호칭이죠, 죽음을 '추방됨'으로 명명하면서

신부님은 제 머리를 황금 도끼로 잘라 내고,

절 살해하는 그 도끼질에 미소 짓는 거라구요.


4막 3장

145 줄리엣: 만일 이 독약을 신부님이

교묘히 날 죽이려 만든 거라면,

그래서 이 결혼으로 신부님이 뒤집어쓸 불명예,

그전에 날 로미오와 결혼시켰었다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거라면?

그런 것 같기도 해 - 그렇지만 그럴리가 없어,

그분은 언제나 성인 소리를 들으신 분이잖아.

이렇게 되면 어쩌지, 내가 무덤에 누워 있는데,

로미오가 날 구하러 오기 전에

내가 깨어난다면? 그거 아주 끔찍한 일이네.

그렇게 되면 내가 그 둥근 묘지에서 질식하는 건 아닐까,

그 더러운 입구로는 상쾌한 공기가 들지 않는다던데,

로미오가 오기 전에 내가 숨 막혀 죽는 게 아닐까?

아니면, 설령 살더라도, 정말 미쳐 버리는 거 아닐까?

소름 끼치는 밤과 죽음의 상상이,

장소의 공포와 힘을 합쳐 - 

둥근 천장, 오래된 저장소,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파묻힌

온갖 조상들의 뼈가 담긴 곳이니까,

피비린 티볼트, 죽은지 얼마 되지 도 않은 그의 

시체가 수의 속에서 곪고 있는 곳이니까, 사람들 말이,

일정한 밤 시간이면 유령들이 모여든다는 곳이니까 -

아아, 아뿔사, 그렇게 되지 않을까,

너무 일찍 일어나면 - 역겨운 냄새에,

그리고 대지에서 찢겨 나오는 맨드레이크 같은 비명,

살아 있는 인간이, 그 소리를 들으면, 미쳐 버린다는 그 소리에 -

오, 내가 깨어나면, 혼비백산하는 거 아닐까,

이 모든 섬뜩한 공포에 휩싸였으니,

광란에 빠져 조상 뼈를 갖고 놀고,

난도질당한 티볼트의 수의를 찢어발기고,

또, 이렇게 미쳐서는 어떤 위대한 조상의 뼈를

몽둥이 삼아 부셔버리는 거 아닐까, 내 절망적인 두개골을?


5막 1장

158 로미오: 잠이 부추기는 내용을 믿어도 된다면,

내가 꾼 꿈은 뭔가 기쁜 소식을 예언해 주고 있어.

내 가슴의 주인인 심장도 가볍게 뛰고,

오늘 하루 온종일 전에 없던 기운이

유쾌한 생각으로 날 지상에 들뜨게 만든다.

나의 여인이 와서는 죽은 날 발견하는 꿈이었는데 - 

이상한 꿈이지, 죽은 사람한테 생각을 허락하다니! 

그녀가 내 입에 입 맞추며 불어넣은 생명으로

난 다시 살아나 황제가 되더군.

아 슬프다, 얼마나 달콤할까, 실제로 누리는 사랑은,

사랑의 그림자만으로 이리 기쁨이 충만할진대!


5막 3장

169 로미오: 죽음이여, 거기 누워 있으라, 죽은 자에 의해 매장된 채.

그런 일이 아주 다반사라지, 사람들이 임종을 맞으면,

유쾌해진다는 거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걸

죽음 전 번쩍임이라 부른다네! 오, 어떻게 내가

이것을 번쩍임이라 하겠는가? 오 내 사랑, 나의 아내여!

죽음은, 그대 숨결의 꿀을 빨아 먹었지만,

아직 당신의 아름다움은 범접하지 못했구려.

당신은 아직 죽음한테 처녀요, 아름다움의 깃발이 아직

주홍빛이오, 당신의 입술에 당신 두 뺨에,

죽음의 창백한 깃발은 아직 그곳에 진격하지 못했소.

티볼트, 자네도 거기 피 붙은 수의 속에 누워 있는가?

[...]

왜 당신은 아직도 그리 아름다운 거요? 날더러 믿으라는 거요,

물질도 아닌 죽음이 사랑에 빠진 거라고,

그래서 그 결핍의 혐오스런 괴물이

당신을 여기 어둠 속에 가두고 정부로 삼으려 한다고?

그게 두려워 난 항상 당신 곁에 있으려오.

그리고 이 어두운 밤의 침상을

결코 다시 떠나지 않겠소. 여기, 이곳에 머물겠소,

당신의 침실 담당 시녀인 구더기들과 함께. 오, 여기가

나의 마지막 목적지로다,

여기서 불기한 별들의 멍에를 떨쳐 내리라,

세상사에 지친 이 살덩이로부터, 눈이여, 보아라 너의 최후를,

팔이여, 껴안으라 너의 마지막 포옹을, 그리고, 입술, 오 너희 

숨결의 출입구여, 봉인하라, 거짓 없는 한 번의 입맞춤으로 

매점 매석꾼 죽음과의 영원한 계약을.

오라, 쓰디 쓴 길동무, 오라, 냄새 고약한 안내인,

너 절망적인 키잡이, 이제 즉시 산산조각 내라,

파도에 지친 너의 배를 달겨드는 바위한테 팽개치라구!

이 잔은 사랑을 위해.

오 정직한 약종상,

그대의 약은 효과가 빠르구나, 이렇게 입맞춤으로 나는 죽나니.


176 군주: 잠시 절규의 입을 봉하라,

짐이 미심쩍은 점들을 풀 때까지.

그리고 그것들의 원인, 그것들의 발생, 그것들의 근원, 그것

들의 진정한 지류를 알게 될 때까지.

그리고 나면 내가 그대들의 비탄을 총지휘하리라.

죽을 때까지 슬퍼하더라도 그리하리라, 그동안은, 삼가라.

그리고 불행이 인내의 노예 노릇을 하게 두거라.

의심 가는 자들을 대령시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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