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4 군주론 2


군주론 - 10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섭 옮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0620 18강-2 군주론(1)

20130627 19강 군주론(2)

20130704 20강 군주론(3)

20130711 21강 군주론(4)



Harvey Mansfield, 《The Prince》

닐 그레고어, 《HOW TO READ 히틀러

이언 커쇼, 《히틀러》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정치》

오카다 데쓰, 《돈까스의 탄생》

소공권, 《중국정치사상사》



20130627 19강 군주론(2)

《군주론》은 시카고 대학에서 나온 하비 맨스필드Harvey Mansfield의 영역본을 참조하여도 좋다.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 Instruction도 좋고 번역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도 좋다. 다해서 28페이지쯤 되는데 이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고전 텍스트를 번역한 다음에 자기 말을 어떻게 하는가를 볼 수 있다. 


오늘은 헌정사 부분을 다 읽으려고 한다.


《군주론》을 읽으면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특정한 학문분과에서 다루기에는 복합적인 문제인데 '시대와 인간'이라는 주제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군주라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왕이나 황제가 아니라 지도자 일반을 가리키는 말. 그래서 지도자 일반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나오게 되는데 이 '시대' 부분이 빠져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주석한 거의 모든 텍스트들을 읽어봤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마키아벨리의 시대를 르네상스 시대다, 종교적인 권위가 세속적인 권위에 의해서 폐기되어가던 시대다 이런 식으로 서구 지성사의 15-16세기 일반론에 대한 시기를 밑에 깔고 들어간다. 그런데 과연 마키아벨리가 얼마만큼 당대 시대를 자기에게 받아들였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군주론》을 읽어보면 자신의 시대에 대한 얘기가 한 마디도 없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제기된다. 일단 큰 문제로는 시대와 인간이라고 하는 것.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가 지도자 일반이라 할 때 과연 지도자라고 하는 자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의 덕인 비르투만을 갖추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첫번째 문제이다. 여기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열심히 하면 되는가의 문제. 


독일에서는 Staatswissenschaften, 국가학이라고 하는데 이 학문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지리학도 들어가고 지정학, 윤리학,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법학, 법철학도 들어가는 복합적인 학문. 일본은 관방학이라고 부른다. 이 국가학이라는 학문의 내용을 받아들여서 만든 것이 Department of Government 학과이다. 정치학과라고 번역할 수 없고, 하비 맨스필드도 이 학과의 교수이다. 이 제기된 문제가 국가학에서 다룰만한 주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의 미덕을 갖추면 언제 어디서나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왜. 그런가. 과연 정조가 훌륭한 왕이었는가. 세종은 어떠한가. 논쟁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광해군에 대한 찬반논쟁도 계속 있다. 역사학들만 광행군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가. 그들의 논의를 보면 다층적인 규준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 수준이 굉장히 저급하다. 


두 번째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하고 리더/군주/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조선 같은 경우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독자적인 주권공동체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국가와 유사한 점을 띠고 있는데 과연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 시대 정신이라 집약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시대흐름을 파악하는가. 시대정신 안에는 크게 두 가지가 들어가있다. 내부적인 것과 외부적인 것이 있는데 내부적인 것은 멘탈리티. 즉 국민들이 지향하는 바를 적절한 선에서 수긍하면서 일정 부분을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가는 것. 그 다음에 국제정세. 특히 한반도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제일 미덕은 결국 국제정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탁월한 지도자가 김춘추. 신라의 삼국통일을 배우는데 사실 신라사람들 입장에서는 백제·고구려의 정복이다. 국가목표가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의 정복이고 정복하지 않으면 국가로서 위력이 안 나온다. 그렇게 보면 누가 당대의 가장 그 국면에서 시대를 읽었는가. 누가 가장 국제적인 흐름을 잘 읽었는가 보면 김춘추가 최고였다. 게다가 무력을 이끌어내는 힘도 있다. 마키아벨리가 강조하는 것이 무력인데, 내면적으로는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열망을 집약하는 힘, 두 번째로는 집약해서 어떻게 국제정세와 부딪치지 않고 끌고 가는가 이게 군주의 미덕. 그렇게 생각한다면 군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라든가 착했다든가 공부를 잘했다 라든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시대와 인간이라고 하는 특히 시대와 군주. 시대와 지도자라는 주제를 잘 잡아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 또한 인간이 과연 시대 안에 수렴되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리더는 교육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 역시 굉장히 오래된 주제. 플라톤 《국가》에서부터 나온 주제. 플라톤은 민주정을 싫어했는데 첫째는 대중독재로 바로 빠질 수 있기 때문. 두번째로는 교육이 안된다는 것. 플라톤은 고정되어 있고 불변의 사회 상태를 원했고 그래야만 교육이 가능하다. 루소는 '《국가》는 정치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교육에 관한 얘기다'라고 했다.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무엇을 교육시킬 수 있고, 어떠한 것을 가르쳐야 하는가. 시대를 읽을 줄 아는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것도 한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주제. 이런 것들이 《군주론》을 읽으면서 우리에게 제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놓고 보면 의외로 히틀러 같은 사람들이 악의 화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대를 읽는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후각이 아니라 연마한 듯한 그런게 있다.


닐 그레고어, 《HOW TO READ 히틀러》나 이언 커쇼, 《히틀러》,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를 봐도 '시대와 인간'이라는 주제가 잘 나온다. 어떻게 해서 그들이 그들의 스텝을 부리고 배치하는가. 우리는 군주학이라고 하는게 별로 발전되어 있지 않다. 역사적인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최근에 나온 모리 가즈코, 《현대 중국정치》 이런 것들을 읽어야 한다. 모리 가즈코는 외교학의 대가. 중국정치를 보면 등소평 이후에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면서 단순히 권력투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원대한 국가개조계획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이 책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민주정치가 되었건 입헌군주정이 되었건 시대적 인간과 정치적 인간을 재생산하는 구조가 없다는 것.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오늘은 헌정사를 집중적으로 보도록 하겠다.


146페이지를 보면 해설이 있다.


146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469년 5월 3일 베르나르도 마키아벨리와 바르톨로 메아 데 넬리 사이의 첫 아들로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번역한 마키아벨리 해설의 첫 문장으로는 참으로 부족하다. 이런 것은 그냥 위키피디아를 참조하세요 하면 되는 것.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 마키아벨리의 인생살이가 궁금하기는 한데 앞서 말했던 맨스필드 첫 문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156 우리가 고전으로 꼽고 있는 동서고금의 정치학 문헌들은 당연히 그것들이 갖고 있는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 때문에 고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누가 몰라? 이렇게 써놓을 것.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써놓고 그 다음 문단이


156 마키아베릴의 《군주론》도 이러한 점에서 전혀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쓰면 안된다. 평생 마키아벨리를 연구한 사람이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런 것을 보고 감각을 익혀야 한다. 연구의 순서와 서술의 순서는 다르다. 이런 것들을 주의하라고 말하는 것.

인신공격과 비판은 다르다.


176 그의 정치학은 polis의 문제를 다루는 politica가 아니라 stato의 문제를 다루는 arte dello stato(경세지술=국가 건설과 경영의 기술)이었다. 즉 정치문제는 더 이상 윤리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조직, 유지 및 확장의 문제였다.


정치학이 아니라 정치술이라는 것. 이게 지금 마키아벨리에 대한 기존의 나와있는 모든 해설가들의 공통적인 의견. 그런데 지금 적극적으로 이것에 대해서 대응을 하지는 못하지만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정치라는 것이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서 stato와 그 안에 살고있는 인간, 그리고 시대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라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는가. 이것에 대해서 한번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런 거대담론을 제시한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 요즘의 생각이다. 확고하게 arte dello stato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유가사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춘추전국시대 제자백자의 법가사상하고 연결시켜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에서 그칠 것인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이 최근에 생겼다. 마키아벨리를 그 동안 유심히 읽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기존의 거의 모든 주석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마키아벨리는 윤리·도덕의 문제, 국가 전체, 정치학 일반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하나의 통치기술을 다룬 하나의 기술자일 뿐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과연 그것이 아무런 뭔가가 없이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강의하면서는 다루지 않는다. positive하게 내놓을만한 테제를 만들지 못하였기 때문.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17 주요 용어의 번역과 관련한 주의사항

1. principe.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principe(영어로는 prince)는 관행상 '군주'로 번역되고 있는데 이 관행이 너무 강하게 굳어 있어 다른 말로 바꾸기가 매우 어렵고 사실상 마땅한 대안도 없는 형편이다.


고 되어있는데 리날도 리날디(Rinaldo Rinaldi) 전집에 따르면 《군주론》이 principatibus, 즉 군주국론으로 되어있다. 고민이 생긴다. 《군주론》으로 할 것인가 《군주국론》으로 할 것인가. 


18 그러나 군주라는 말을 사용할 때 일상적으로 뜻하는 왕(king)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글에서 군주는 왕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지배자 또는 통치자에 대한 일반적 통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분은 꼭 유념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뿐만 아니라 마키아벨리 이후로 나와있는 정치철학 저서들에서 킹, 주권자, 프린스 이런 말이 나오면 우리는 꼭 개인의 인격과 연관시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마키아벨리 때부터 서양에서는 왕이라고 하는 개인과 왕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지위와 권력 묶어서 Gewalt 위력이라 할 수 있는 데 왕이라고 하는 자연인하고 딱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조금씩 있었다.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이해해야만 한국정치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근대라고 하면 박정희식 근대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박정희식 근대개념이기도 하고 동시에 1960년대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근대개념. 좀더 소급해서 들어가면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근대개념이다. 고기를 먹어야 한다더라하는 《돈까스의 탄생》. 한번 읽어보면 좋다. 일본적 세계질서의 기원. 제식훈련. 앞으로 나란히. 모두 일본식이다. 친일잔재를 걷어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런 것들이 근대개념. 그런데 서양사람들은 그런 근대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공권의 《중국정치사상사》를 보면 1945년에 나왔는데 거기 봐도 이제 중국은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근대가 동아시아 사회에서 지향해야 할 하나의 목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근대목적론이라 말하는데 박정희나 김일성이나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물질문명으로서의 근대주의자. 그건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고, 서양사람들은 이러한 개념이 사실 없다. 대포가 있으면 근대냐. 그게 아니다라는 것. 서양 사람들에게 근대라는 것은 여러가지가 의미가 있는데 마키아벨리를 읽으면서 온전하게 잘 나와있지는 않지만 근대라고 하는 것을 정치사상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왕이라고 할 때도 왕이라는 개인이 있고 그 개인이 가진 지위와 권력, Gewalt, 영어에는 이를 묶어서 사용하는 단어가 없다,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왕하고 합치되어 있으면 근대적인 것이 아니다. 분리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근대다. 얼마 전 국사편찬 위원장인 이태진 위원장이 고종이 근대화 노력을 했다. 전차도 들여오고 커피도 마시고 자동차도 탔다고 말했다. 이게 근대화라는 거. 참 어이없다. 킹쉽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혈통에 있다. 지위와 권력이 헌법에 의해 나오면 법치국가가 된다. 헌정주의가 발전하면 법치국가가 생겨나는 것. 이것들이 다 정리가 된 게 19세기 독일. 베를린 대학 법대이다.


킹쉽은 어디서 얻는가. 그 원천이 생물학적 태생이냐 constitution이냐. constitution에서 원천을 얻어오면 법 위에 서 있는 인간. 법인이 된다. 법인이라는 개념이 발명된 것이 근대이다. 법인이 단순히 상법에만 나온게 아니라 사실은 13세기 교회법부터 시작이 된다. 그게 바로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것. 법적 인격이 왜 교회법에서 생겨났는가. 교황을 생각해보자. 아들이 없다. 교황의 지위와 권력은 교회법에 근거하는데 그 원천은 하느님. 그런데 법인이라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시가 이것의 궁극적인 법의 원천이다. 그런데 이 계시도 결국에는 교황이 정당화해야 하는 문제. 그런 것이 심각하니까 해결하기 위한 것이 스콜라 철학이다. 탁월한 능력자 집단이다. 이 사람들이 법인 개념을 원천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정치사상의 측면에서는 헌정주의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그 길목에 마키아벨리가 있다. 그러니까 지금 마키아벨리 텍스트 안에서 과연 '시대'라고 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가. 군주의 비르투만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시대와 군주'라고 하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는가. 그래서 단순한 국가기술이 아니라 폴리티카에 접근하고 있는 가를 생각해 보려면 마키아벨리 텍스트 안에 헌정주의 요소들이 나와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18 이 책의 제목은 앞서 말한 바대로 Il Principe로 통용되고 있지만 마키아벨리 생전에 출판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저자 자신이 붙인 제목은 아니다. 다만 이 《군주론》에 대한 저자의 첫 번째 언급은 그가 1513년 12월 10일자로 친구 프란체스코 베토리(Francesco Vettori)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루어 지고 있다. 이 편지에서 그는 "작은 책자인 군주 국론"(uno opusculo De principatibus)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은 《군주론》으로 알려져 있는 소책자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principatibus 라는 것이 리날도 리날디(Rinaldo Rinaldi) 판에 붙어 있는 제목이다. 근데 이 편지가 뒤에 부록으로 붙어잇다. 143페이지를 보면 편지가 실려있다.


143 한 번에 네 시간 가량 지속되는 이러한 대화에 아무런 권태도 느끼지 않고 그동안 저의 모든 시름을 잊고 가난을 겁내지 않고 죽음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는 그 [대화] 속에 완전히 몰입합니다. 그리고 단테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공부한 바를 잡아두지 않으면 아무런 지식도 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들[=숭엄한 고대인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바를 기록해서 《군주국에 관해서》 (De principatibus)라는 제명의 작은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군주론》 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거의 확실하다.


143 여기에서 저는 이 주제에 관한 생각에 가능한 한 깊이 탐구하여 군주국의 정의, 군주국의 종류. 군주국의 획득과 유지 방법및 상실 이유 등의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만일 저의 기발한 [과거의] 연동이 대사님께 재미를 주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면 이 소책자도 당신을 불쾌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자는 군주 특히 신생군주에게는 환영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면 군주국의 정의, 종류, 방법 등 마키아벨리 자신이 말하는 이른바 《군주론》의 내용이 있다.

그리고 이 책자는 특히 신생 군주에게는 환영받을 거라 말한다. 이 부분이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책에 대해 코멘트를 한 부분


18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로마사 논고》 에서 이 《군주론》을 두번 언급하고 있는데 제3권 42장에서는 라틴어로 De Principe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2권 1장에서는 이탈리아어로 Principati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로마사 논고에서 코멘트 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유념할 것. 그런 다음에 목차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설명하기로 하겠다.

이 《군주론》의 헌정사와 목차 각각의 제목은 라틴어로 쓰여있다. 얼핏 보면 겉모습은 학술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실제로 헌정사는 로렌초 메디치에게 헌정되있기 때문에 실제 군주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면 이 책은 실제로 통치를 하고 있는 저자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겠다. 저자는 군주의 입장을 취했다. 조금 더 과잉해석을 해보면 저자가 군주인양 쓴 것. 마키아벨리가 노예적 심성으로 쓴 게 아니라 고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군주라면 이렇게 하겠다로 써서 헌정한 것. 그런데 그 앞에 나오는 《로마사 논고》는 잠재적인 군주들을 대상으로 썼다. 그러면 지금까지 《로마사 논고》와 《군주론》을 놓고보면 《로마사 논고》는 말그대로 로마공화정 포에니 전쟁시기 전까지를 다룬다. 공화정이 절정에 이른 시기까지 다뤄서 사실은 공화정을 찬양하는 책이고, 《군주론》은 군주제를 찬양한 책이다. 과연 마키아벨리는 공화정주의자냐 군주정주의자냐. 사실 이건 무의미한 논쟁. 《로마사 논고》 1장 9절을 보면 "단 한사람의 개인에 의해서 수행되지 않는 한 공화국이든 군주국이든 제대로 설립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이것은 또 낡은 제도를 개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공화정을 찬양했는가 안했는가는 완전히 허수아비 문제. 논의할 필요가 없는데 설정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나라의 정치제제가 공화국이냐 군주정이냐가 아니라 과연 어떻게 하면 이 국가가 단단하게 정초되어 갈 것인가였다. 이 《군주론》은 분량도 짧고 군주의 관점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핵심 다이제스트라면 《로마사 논고》는 역사사례에서 추려낸 사례집이라고 할 수 있다. 《군주론》이 성문 핵심영어라면 《로마사 논고》는 성문 종합영어와 같은 것이다.


이 헌정사와 꼭 대조해서 읽어봐야하는 것이  《로마사 논고》의 헌정사이다. 처음부터 보자.


@ 군주로부터 은혜 입기를 바라는 사람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귀중한 것이나 자신이 보기에 그 군주가 제일 기뻐할 물건을 갖고 배알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따라서 많은 경우 군주들에게

이 두 문장을 볼 때 두드러지는 차이가 무엇인가. 고전 텍스트를 읽을 때 제일 주의해 할 점이 몇가지 있다. 한국어와 서양어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단수와 복수다. 한국 사람은 이 개념이 없다. 다시 보자. 첫 문장은 시작의 군주는 단수. 두 번째 문장은 군주들은 복수이다. 군주가 단수인 것은 로렌초 메디치 전하를 가리키는 것이고, 자신은 마키아벨리아벨리를 가리킨다. 즉, 첫 문장에서 마키아벨리는 이 군주론 텍스트가 "가장 귀중한 것이거나 제일 기뻐할 물건"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따라서 많은 경우 군주들에게" 여기서 자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 그들의 위대함에 합당한 마필, 갑옷, 금실로 수놓은 천, 보석이나 그와 유사한 장신구 등이 헌상되는 것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 다른 군주들은 그런 것이 없다. 로렌초 메디치에게 자신이 주는 것과 다른 군주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주는 것과 구별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그래서 전하에 대한 헌신의 징표를 보이면서 전하의 위대함에 저 자신을 바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제가 갖고 있는 것 중에 귀중하거나 가치 있는 것은 오로지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오랜 경험과 고대 역사를 꾸준히 공부하여 얻게된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지식뿐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귀중하거나 가치 있는 것은 오로지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오랜 경험", 오랜 경험이 하나 있고, "고대 역사를 꾸준히 공부하여 얻은 지식", 즉 경험과 지식이 마키아벨리가 가진 두 가지이다.  《로마사 논고》에서는 "세상에 대한 오랜 경험과 착실한 독서를 통해 제가 알고 얻게 된 모든 것을 이 책 속에 담았다"는 말이 있다. 《로마사 논고》에서 "세상사"라고 말한 것을 여기서는 "최근의 정세"라고 말하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가진 경험과 지식은 인간사, 세상사에 관한 것이다. 인간사에 대한 학문적 탐구를 인문학humanities이라한다.


그 다음에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오랜 경험" 최근이라는 말과 오랜 경험 말이 형용모순처럼 보인다. 《로마사 논고》에서는 "세상에 대한 오랜 경험" 이라 했는데 여기서 "오랜"이라는 단어는 일상어가 아니다. 마키아벨리가 가지고 있는 인생에서 축적한 경험이라고 하면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랜경험"은 곧 역사적인 통찰 / 역사적인 사례를 통한 해석을 말한다. 경험이라는 말을 마키아벨리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직접적으로 자기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가져와서 체득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다시 해석을 해보면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역사적 사례를 통한 통찰이라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그러면 최근의 정세들과 유사한 사건들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 일어났고 그런 사건들에 대해서 내가 역사적인 패러다임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러므로 그런 역사적 통찰이 귀중하다고 말하는 것. 인간사,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작금의 피렌체 정세와 관련된 역사적 통찰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지식" 여기서 '시대와 인간'이라는 주제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파악된 오늘의 시대와 인물이라는 주제다. "지식뿐이고 다른 것은 없습니다" 굉장히 겸손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마키아벨리 시대를 생각해보면 이만한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는 것. 왜 그런가. 역사적인 통찰과 자신의 시대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어느 시대인가를 통찰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 시대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해 야할 것인가. 특히 리더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탁월함이 요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놀라운 부분. 이 헌정사에 나오는 서너줄 이 문장이 마키아벨리가 가지고 있는 무엇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오로지 마키아벨리의 문장이 된다. 이로써 자신의 시대를 꽉 쥔 것.


여기서 지식은 cognizione, 경험은 esperienzia 이다. 마키아벨리가 가진건 경험과 지식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이 이나리 역사적 통찰. 다시말하면 다시. cognizione로 환원된다. 마키아벨리가 가진건 cognizione 하나로 집약된다. 


@저는 이 문제들을 오랫동안 부지런히 숙고하고 검토해 왔는데 이제 이것들을 작은 책자로 줄여 전하께 바치고자 합니다. 


그 cognizione를 오랫동안 숙고 검토해서 바치는 것. 작은 책자는 piccolo volume. 그러면 첫 번째 문단을 집약하면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가.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귀중하고 가치 있는 지식을 작은 책자로 줄여 전하려고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 텍스트를 쓴 마키아벨리 자신이 군주 입장이 되어서 쓴다. 이것을 1인칭의 관점에서 문단을 읽으면 군주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군주는 cognizione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지식이 어떤 지식인가. 그것이 없으면 권력도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 마키아벨리 리더십의 출발점은 바로 지식cognizione이다. 


이 첫째 문단 안에 이 책 전체 핵심이 다 나와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핵심단어는 cognizione.


@ 저는 비록 이 책이 전하께 바칠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동안 여러 해에 걸쳐 많은 어려움과 위험을 겪어 가면서 경험하고 깨달은 바들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전하께 드리는 것 이상으로 더 큰 선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전하께서는 자비롭게 이 선물을 받아 들이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기보면 아까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오랜 경험 lunga esperienzia"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축약했다고 한다. 오랜, 작은, 짧은 시간 이런 단어들이 대응해서 쓰이고 있다. 서술방식은 "짧은 시간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쓴 것이라 했다. 실제로 읽는데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라 압축했다는 얘기. 서술 방식은 압축 요약의 방식이라는 뜻이다. 첫 번째 문단이 cognizione를 전하고자 하는데 지금은 그 cognizione의 서술방식을 말하는 것.


@ 저는 이 책을 꾸미지도 않았고 과장된 구절이나 화려하고 격조 높은 말들로 채우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논제를 서술하고 장식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어떤 기교나 피상적인 장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문장은 서술 방식에 따라 들어가는 문장인데 중요한 말이다. 꾸민다, 과장, 격조높은말, 기교나 피상적인 장식, 이건 전통적인 수사학에 사용되는 말들이다. 키케로식의 전통적인 수사학을 거부하는 부분. 이것은 과거의 역사를 꾸준히 공부하여 얻게된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에 대한 지식인데 전통적 수사학을 거부한다. cognizione와 대립되는 것이 전통적인 수사학이다. 그러면 레토릭과 역사적인 cognizione를 대립구도에 넣은 것. 주의해야 하는 것이 수사학이라고 하는 것도 본래적인 의미에서는 마키아벨리의 후학이라 말할 수 있는 비코 같은 사람들은 수사학이 중요하다 말한다. 우리가 흔히 비코를 역사철학의 원조라고 말하는데 비코와 대립되는 사람이 데카르트. 역사적인 맥락을 완전히 제거해버린 수학적 과학적 지식이 참된 지식이다 말하는 사람. 비코는 역사적 매락에서 걷어 올린 지식이야말로 확실하진 않다 해도 인간에게 지혜를 주는 지식이다 라고 말을 한다. 르네상스가 끝나는 시점에서 수사학과 근대과학의 대립 구조로 볼 수 있다. 좀더 넓게 본다면 고대인과 현대인의 대립 구도로 할 수 잇다. 마키아벨리가 전통적인 수사학 거부했다 하면 비코가 말하는 수사학이 아니라 중세 스콜라 철학과는 수사학을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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