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6 땅과 바다 3


+ 책읽기 20분의 녹음파일과 강의 내용은 이제 라티오출판사에서 배포된다. 


[책읽기 20분] 땅과 바다 – 5

Posted on 2016년 9월 12일

칼 슈미트(지음),  <<땅과 바다>> , 꾸리에, 2016.

원제: Carl Schmitt, Land und Meer: Eine weltgeschichtliche Betrachtung(1942)


§13: nomos — 공간의 배분에 관한 규범

§14: 새롭게 취득한 땅들에 대한 정당화

§15: 17세기 이전 독일의 특수한 상황

§16: 육전과 해전의 규범의 차이

§17: 대영제국 성립의 전제가 되는 해양패권

§18: 대영제국의 해양패권과 산업혁명

§19: 미합중국으로 이전된 대영제국의 해양패권

§20: 공중의 시대



칼 슈미트, 《대지의 노모스》

팀 마샬, 《지리의 힘


책은 얇은데 오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번 얘기했다시피 책은 얇은데 여기에 함축된 내용이 많아서 여러 번 나눠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은 13장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역사적인 사례, 특히 16세기 이후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전 세계적인 공간을 어떻게 취득하였는가, 역사적인 선례들은 무엇이었는가를 다루었다면 지금부터는 공간의 질서 또는 공간의 분배를 규율하는 규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 16, 17세기에서 시작된 세계의 땅 질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관한 얘기. 이 부분이 바로 칼 슈미트의 전문적인 영역. 법학자이기도 하지만 지정학에 관한 뚜렷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 《대지의 노모스》라는 책이 있다. 특정한 공간적 경계와 구획 또는 특정한 척도와 땅의 분배와 같은 것에 대한 질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사실은 국제법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노모스는 희랍어인데 취득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두 번째로는 나누고 분배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방목하고 경작지를 경영하여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 유럽 여러나라들이 전 세계를 식민지로 취득하면서 어떤 명분을 가지고 있었는가. 첫 번째로는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고 두 번째로는 유럽문명을 전파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건 표면적인 것이고, 간단히 말하면 상업적인 이익에 따라 움직여간 것. 앞서 읽었던 《대포, 범선, 제국》의 161~163 페이지를 보면 "유럽의 팽창은 본질적으로 상업적 모험이다. 종교적 동기는 표면적인 수준에서는 두드러진 요인인 반면 근본적으로는 부수적인 것이고, 특히 네덜란드인들이 돈을 벌러 간 것이지 포교를 하러 간 것은 아니다"라고 치폴라가 말하고 있다. 


88 진정한 본래적인 근본 질서는 그 본질에 있어 특정한 공간적 경계와 구획 Abgrenzungen, 특정한 척도와 땅 Erde의 특정한 분배를 전제로 한단다.


91 18세기와 19세기에 오면 기독교 선교라는 명은, 아직 문명화되지 않은 민족들에게 유럽 문명을 전파한다는 명으로 바뀌게 되지. 바로 이러한 정당화 Rechtfertigungen로부터 기독교-유럽적 국제법[대륙법] Volkerrecht, 다시 말해 나머지 세계와는 다른 유럽 기독교 민족들의 공동체 Gemeinschaft의 법이 생겨나게 돼.


전세계 땅을 1493년에 교황의 칙령에 의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부터는 국제법 공동체라는 것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게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만국공법'의 세계로 받아들여진 것. 칼 슈미트는 만국공법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국공법은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동등하고 평등하다는 뜻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유럽의 근대 문명 표준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만국공법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칼 슈미트가 말한 것처럼 기독교 유럽의 국제법일뿐이다. 그리고 그 그 근본질서의 핵심은 새로 발견된 땅의 분배에 있었다.


93 기독교-유럽의 국제법[대륙법], 그 근본 질서의 의미와 핵심은 바로 새로 발견된 땅의 분배에 있었어. 유럽 민족들은 그다지 면밀한 고민 없이 지구상에 있는 비유럽인의 땅들을 식민지 땅으로, 다시 말해 점령과 약탈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의견을 같이 하였지.


대항해 시대 또는 발견의 시대라고도 하는데 슈미트는 유럽이 땅을 취득한 시대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 땅을 어느 정도 취득했는데 그것에 대한 법적 정당화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국제법 세계를 만들어내었다는 것. 이렇게 하다보니 새로 취득 땅들에 대한 정당화 문제가 부상된 것이다. 13장에서는 그것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14장은 외교적인 상법적인 다툼에 대해서 얘기한다. 


1493년 신대륙 발견 이후 교황의 칙령을 요청해서 아조레스 제도와 카보베르데로부터 서쪽 100마일에 대서양을 관통하는 선을 규정했다. 토르데시야스에서 조약을 맺었다. 이를 토르데시야스 조약이라 하는데 이 선이 바로 새로운 근본질서, 새로운 세계의 노모스를 향한 싸움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선은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칙령에 의해, 즉 가톨릭에 의해서 인정된 것. 그런데 이것을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은 교황의 칙령을 인정하지 않고 그 땅의 소유권을 둘러싼 또는 소유권의 정당화를 둘러싼 싸움이 계속 벌어지게 되는데 땅 싸움이면서 동시에 종교개혁, 대응종교개혁, 세계 가톨릭와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싸움으로 된 것. 


95 1493년, 그러니까 아메리카가 발견되고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스페인인들은 당시 교황이었던 알렉산더 6세로 하여금 칙령 Edikt을 내리게 했지.


96 그 칙령에는 아조레스 Azoren 제도와 카보베르데 Cape Verde로부터 서쪽 100마일에 대서양을 관통하는 선이 규정되어 있었지. 이 선 서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은 교황의 봉토로 스페인이 받도록 되어 있었어. 몇 년 후 토르데시야스 Tordesillas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그 선 동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들은 포르투갈이 갖는다는 조약을 맺었지.


96 1493년에 교황이 마련한 분할선이 새로운 근본 질서, 새로운 세계의 노모스를 향한 싸움의 시작이 된 셈이지.


96 새로운 땅의 소유권을 둘러싼 싸움은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스페인의 세계 가톨릭주의와 위그노, 네덜란드, 영국인들의 세계 프로테스탄티즘 사이의 싸움이 되었지.


그 다음 15장에서는 독일이 갖는 특수성에 대해서 얘기한다. 독일은 30년전쟁의 전장이기도 했다. 독일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싸움이 벌어지면서도 그 안에서는 종교와는 관계없이, 즉 자신의 종교와 다른 종파와도 동맹을 맺는 일이 자주 벌어졌고 종파에 따라서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편이냐 아니냐의 구별이 있었다. 즉, 독일이라고 불리게 될 땅에서는 종파에 관계없이 동맹을 맺는 사태가 벌어졌다. "동지와 적의 구분이 세계 정치의 축 역할"을 하게 되었다. 


칼뱅파와 루터파는 같은 프로테스탄트이면서도 굉장히 증오하는 사이. 프로테스탄트 사이라고 해서 사이가 좋고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 칼빈파은 특히 예정조화설을 주장했는데 자신만이 구원받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구원이라는 것은 모든 개념에 대항해 결단하는 세계 역사의 전체의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 칼 슈미트는 가톨릭주의 사상가이면서도 칼빈주의 결단 개념을 꽤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00 예수회와 칼비니즘의 대립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독일의 내적 문제들은 떨어져 나간 거야. 그때부터는 동지와 적의 구분이 세계 정치의 축 역할을 하게 되었어.


101 칼빈파에 대한 루터파의 증오는 교황주의자에 대한 증오에 못지 않았지만, 가톨릭파가 칼빈파에 대해 갖는 증오 역시 만만치 않았어.


102 모든 비-칼빈파가 칼빈주의 신앙에 경악했는데, 인간이 영원 가운데에서 선택되었다는 강한 믿음, 즉 "예정론 Pradestination" 때문이었어. 현세적으로 말해 예정론의 교리란, 자기 자신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몰락하도록 저주받은 타락한 세계의 일원이라는 의식을 극단적으로 고양시킨 것에 다름 아니야. 


102 간단히 말해, 그것은 구원받았다는 확실성으로, 이때 구원이란 모든 개념에 대항해 결단하는 세계 역사 전체의 의미 gegen jeden Begriff entscheidende Sinn aller Weltgeschichte를 갖는 거야.


그 다음 16장에서는 13,14,15장에서 개괄해서 설명했던 국제법에 관한 논의들이 본격적으로 18세기 이후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보여준다. 18세기 이후에는 바다에서의 유럽의 약진이 영국의 대양취득으로 귀결되었다. 전 지구적 공간질서의 근본 노선이 여기서 결정되었다. 육지는 20여 개의 주권 국가에 귀속하게 된 반면, 바다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는데, 실제로는 결국 단 한 국가인 영국에 속했다.


105 영국의 대양 취득은 바다의 측면에서 이 세기에 이루어진 유럽 전체의 약진 Aufbruch의 결과야. 그를 통해 첫 번 째 전 지구적 공간질서의 근본 노선이 결정되었는데, 그 본질은 땅과 바다를 분리하는 데 있어.


106 육지는 20여 개의 주권 국가에 귀속하게 되었어. 반면, 바다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거나 모두의 것으로 여겨졌는데, 실제로는 결국 단 한 국가에 속했지. 바로 영국이야.


이 부분이 중요하다. 육상 전투에서는 일정한 규칙이 있지만 바다의 전투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칼 슈미트가 잘 집어낸 것이 바다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데 실제로는 대양을 지배하는 실질적 권력이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오늘날에도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는 해상 주권들에 관한 문제들이 된다. 


최근에 팀 마샬, 《지리의 힘》을 읽었는데 중국과 미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이때부터 사실 시작된 것. 사실상 오늘날은 미합중국에 의한 해상지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상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읽을 수 있었다. 


106 육지의 질서는 그 땅이 각 국가의 영토로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생겨나. 그에 반해 공해 hohe See는 자유로워. 다시 말해 국가로부터 자유롭고, 어떤 국가의 영토 주권 Gebietshoneit에도 종속되어 있지 않지. 이것이 공간과 결부된 raumhaft 근본 사실이고, 그로부터 지난 3백 년 동안의 기독교-유럽의 국제법이 발전되어 나왔어. 이것이 이 시대의 근본법칙이었고, 땅의 노모스였어.


어쨌든 16세기 이래 유럽의 육지전은 전쟁이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국가가 조직한 군사력 그리고 비전투력은 절대 바깥에 있었다는 규칙. 그런데 해전에서는 적국의 무역과 경제도 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경제봉쇄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오늘날 세계 정세를 이해하는데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부분이 16장이라 본다. 이 부분을 잘 봐야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일본제국과 미합중국 사이의 싸움도 이해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섹션 하나하나가 파생되는 주제가 많아서 처음에는 역사철학 입문서로 적당하다 말했지만 뒤로 갈수록 국제법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굉장히 함축이 많은 책이라도 할 수 있다.


107 유럽 대륙의 국가들은 16세기 이래 육지전의 특정한 형태들을 생각해 냈는데, 그 근저에는 전쟁이란 한 국가의 다른 국가에 대한 관계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어. 전쟁의 쌍방에게는 국가가 조직한 군사력이 있고, 군대는 열린 전장에 서 서로 대치하며 격돌하지. 전장에 있는 군대만이 적대에 참여할 수 있어. 비-전투원인 민간인들은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적대의 바깥에 남아 있는 거야.


107 그에 반해 해전에서는 적의 무역과 경제도 적으로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 따라서 적은 더 이상 무장을 하고 있는 상대뿐 아니라 적국의 모든 거주민들, 나아가 그 적과 무역을 하고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중립국들 모두야. 


17장은 영국의 해군이 세계 지배의 관점으로 전환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산업혁명 이후의 기계화된 시대. 17장과 18장은 묶어서 읽을 수 있겠다. 영국이 바다로 진출하면서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거기에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바다라는 권역에서 태어난 대양의 자식들, 그 대표주자가 영국인데. 그들을 기계 제작자와 기계 조작자로 변신시켰다. 이 바다라는 권역과 산업혁명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치밀한 논증이 요구되기는 한다. 이것에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치폴라의 《대포, 범선, 제국》이다. 18장은 치폴라의 책 마지막 부분과 연결해서 읽으면 적절할 것이다. 


118 리바이어던의 본질을 건드린 전화는 바로 산업혁명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었어.


119 위대한 대양 권력이 동시에 위대한 기계권력이 된 거지.


120 산업혁명은 바다의 원소에서 태어난 대양의 자식들을 이렇게 기계 제작자와 기계 조작자로 변신시켰어.


그리고 영국의 패권은 미합중국으로 이전된다. 미합중국은 영국이 쇠망하던 무렵에 영국이 해외에 건설해두었던 해군기지들을 인수하기 시작한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은 유리한 지역에 있다. 《지리의 힘》 책을 보면 영국의 해양패권을 미국이 인수해가는 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해서 영국의 해양패권을 인계 받았는가 하는 72페이지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과 긴밀한 관계에 놓여있는 점도 오늘날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장이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하늘. 하늘이 공간으로 등장한 것이 1914년의 유럽 대전이다. 1차 세계대전이라 부르는. 19세기의 전쟁처럼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기본적으로는 물량전이었고 그런데 비행기의 등장으로 인해서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열리게 된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노모스가 출현하는 시점이 되었던 것. 그리고 지리의 힘도 맨 맺음말에서 우주공간에서의 집단적 협력적 미래와 노력에 대해서 얘기한다. 단순한 지구의 하늘이 아니라. 그렇게 되면 낡은 노모스는 떨어져 나가고 그와 더불어 모든 전승된 척도, 규범과 관계들의 체계 전체도 사라질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칼 슈미트는 보지 못했던 공간을 하나 더 생각해보고 싶은데 그게 사이버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것. 물론 사이버스페이스의 지배자는 미국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뭔가를 한다는 어렵다. 낡은 힘과 새로운 힘들의 치열한 격투로부터 의미심장한 새로운 비율이 형성된다. 


127 여기에 비행기가 등장하자 땅과 바다에 이어 세 번째 새로운 차원이 점령되었지.


130 당연하게도, 낡은 노모스는 떨어져 나가고 그와 더불어 모든 전승된 척도, 규범과 관계들의 체계 전체도 사라질 거야.


130 낡은 힘과 새로운 힘들이 가장 격렬한 씨름을 벌이는 곳으로부터 정당한 grerchte 척도가 생겨나고 의미심장한 새로운 비율 Proportionen이 형성되기 마련이니까.


즉, 합법적인 척도라는 것은 자연법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산물이고, 역사적인 힘, 권력의 대립, 의미 있는 대립은 그에 따라 현실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우주공간과 사이버스페이스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오늘 읽은 부분은 13장부터 공간 질서 배분에 관한 요구가 18세기 이래로 생겨났다는 것, 그리고 13,14장이 그것에 관련된 것이고 15장은 독일의 특수성에 관한 얘기, 16,17장은 18세기 이후의 국제관계론과 그것이 대영제국의 성립과 관계되었다는 것, 18장은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 19장은 미합중국으로 이전된 영국의 해양 패권에 관한 얘기, 20장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야 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오늘은 본문은 다 읽었고, 후기는 헤겔 법철학 247절에서 인용된 부분 하나하고, 그에 대한 칼 슈미트의 대한 짤막한 코멘트가 붙어있는데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얘기는 다음 시간에 하겠다.




[책읽기 20분] 땅과 바다 – 6

Posted on 2016년 9월 19일

칼 슈미트(지음),  <<땅과 바다>> , 꾸리에, 2016.

원제: Carl Schmitt, Land und Meer: Eine weltgeschichtliche Betrachtung(1942)


후기

헤겔, <<법철학>>, §247

“가족의 삶의 원리에 대해서는 땅, 견고한 토대와 지반이 조건이듯이, 산업에 대해서는 산업이 외부로 향하는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권역은 바다이다.”

— 이것은 <<법철학>>, §§243-246에서 전개된 ‘시민사회와 산업’에 관한 논의에서 귀결된 원리


이 원리를 마르크스주의에서 근대 시민사회, 산업사회를 설명하는 관점으로 채택

칼 슈미트는 자신의 이 책에서 헤겔과 마르크스주의가 전개한 관점을 채택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후기


"가족의 삶의 원리에 땅, 곧, 견고한 토대 Grund와 경작지 Boden가 그 조건이라면, 산업에는 그를 외부를 향해 부흥하게 하는 원소인 바다가 그 조건이다."

_헤겔, 『법철학 요강』, 247절


눈 밝은 독자라면 나의 상술 속에서, 243-246절이 맑스주의에 와서 전개되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위 247절을 전개시키려던 시도의 단초를 발견할 것이다.

1981년 4월 10일 칼 슈미트


* 이 책의 초판은 1942년 라이프치히에서, 2판은 1954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출간되었다. 


오늘은 후기를 읽겠다. 후기는 헤겔 『법철학』를 인용한 부분과 그에 대한 칼 슈미트의 코멘트이다. 우선 『법철학』 부분을 원문과 대조해서 다시 있는 그대로 옮겨보면 "가족의 삶의 원리에 대해서는 땅, 견고한 토대와 지반이 조건이듯이, 산업에 대해서는 산업이 외부로 향하는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권역은 바다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에 대한 코멘트로 "눈 밝은 독자라면 나의 상술 속에서, 243-246절이 맑스주의에 와서 전개되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위 247절을 전개시키려던 시도의 단초를 발견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무슨 말인지를 알기 위해 설명을 하겠다.


『법철학』은 1부가 추상적 법이고, 2부가 도덕, 3부가 인륜인데 인륜 안에 가족, 시민사회, 국가가 들어간다. 그리고 247절은 시민사회 부분이다. 247절에서 바로 가족의 삶의 원리가 전개되는 권역이 땅이라면, 시민사회의 삶의 원리가 전개되는 권역은 바다이다 라는 말을 헤겔이 하고 있다. 칼 슈미트의 책 제목이 《땅과 바다》인데 이 책 제목이나 논지 자체가 헤겔 『법철학』에서 얻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헤겔에서 시민사회가 어떤 것인지는 여기서 상세하게 할 수는 없고, 우선 243절부터 246절까지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볼 필요가 있겠다. 


시민사회는 부르주아 사회, 즉 근대 산업사회의 주역인 부르주아가 활동하는 영역을 말한다. 243절을 보면 인간이 가진 욕구를 통해서 자신이 가진 욕구를 보편화하고,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 또한 변화된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편성이다 라고 말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시민사회가 되면서 산업이 진보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발산함으로써 누구나 각각의 개인이 가진 욕구가 드러나면서 공통의 보편적인 욕구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통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 또한 보편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게 바로 헤겔이 규정하는 시민사회 또는 산업사회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의 축적이 일어나고, 부를 축적하는 노동, 즉 이 노동에 결부된 계급인 노동자 계급의 의존성이 등장한다. 하지만 노동자 계끕은 시민사회의 온갖 자유와 정신적 만족을 향유할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 243절은 부르주아 계급의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철학적 성찰이고, 동시에 그 시민사회에서 자유와 정신적 만족을 향유할 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노동계급에 대한 얘기. 그러나 부의 축적이 공정한 분배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 시민사회의 변증법이라는 것이 성립한다고 말을 한다. 


244절과 245절은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인 부르주아와 노동자 계급, 특히 노동자 계급이 어떻게 해서 빈민으로 전락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있고, 246절은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부가 과잉되어 불가피하게 다른 나라의 진출을 촉발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자신이 가진 물자나 수단을 자신의 뒤떨어진 외부의 다른 나라 속에서 구매자를 찾고 그에 따라 필요한 생계수단을 구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면 다시 243~246절을 정리하면 시민사회에서 산업이 발전한다. 그리고 개인이 특수한 욕구를 내놓고 그것을 보편화하고 또한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도 보편화하면서 산업이 진보한다. 그런데 산업이 진보함과 동시에 그러한 진보의 이로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또한 증가한다. 이러한 부의 축적이 과잉되면 해외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면 그 시민사회 이전의 삶인 가족의 삶 시기에는 자신들이 가진 경작한 땅만이 견고한 삶의 토대였고 권역이었다면 시민사회에 와서는 과잉 생산된 부를 해외로 내보려는 시도가 일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 바다가 시민사회 권역이 된다는 것. 그게 바로 헤겔이 18세기 이전 자신이 살고 있던 유럽사회에서의 산업 진보에 관해 파악한 것이다.


그 얘기가 이를테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에 와서 아주 서사시처럼 설명이 된다. 그래서 헤겔이 243~246절의 내용을 바탕으로 247절로 귀결시킨 것은 마르크스주의에서 특히 《공산당선언》에서 나온 것과 같은 논의의 전개 방식의 선구라고 할 수 있으며, 주의 깊은 독자들은 《땅과 바다》 책 내용 속에서 마르크스의 논증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칼 슈미트가 말하는 것.


다시 말하자면 243~246절에서 시민사회와 산업에 관한 논의에서 축약적으로 전개했다. 그것을 집약해서 247절에서 땅과 바다라는 테마를 끄집어 냈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에 와서는 근대 산업사회와 축적된 부가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일종의 모델로서 작용하는 것이고, 칼 슈미트는 자신이 이 책에서 그러한 관점을 가져다가 썼다는 것.


거듭 정리하면 헤겔 『법철학』 그리고 그것에 근거한 마르크스주의의 설명, 그리고 칼 슈미트의 《땅과 바다》에 관철된 하나의 관점이 일관성 있는 하나의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그래서 이 책은 130페이지 정도 얇은 책이지만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적어 놓았다기보다는 근대 이후의 세계를 파악하는 고도의 추상적인 원리를 제시한 것. 그리고 이 추상적인 원리를 칼 슈미트는 『법철학』에서 취했다고 말한다.


더 살펴보면 땅과 바다라는 구도, 칼 슈미트는 근대 산업과 바다를 결부시켜서 설명했는데 이게 바로 『법철학』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헤겔은 247절에서 이런 관점을 어떻게 설명하는 가를 보면 칼 슈미트가 인용한 부분에서도 잘 나와있지만 헤겔이 보충한 부분을 더 보면 헤겔은 바다가 산업의 결합과 문화의 결합에 있어서 최대의 매개체라고 말한다. 바다를 통해서 거래를 하는 것. 그래서 상업이 자신의 세계사적 의의를 발견하는 것도 이 거래에서이다 라고 말한다. 즉, 상업은 바다를 통한 거래를 통해 세계사적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땅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분리시키지만 강이나 바다는 오히려 인간을 결합시킨다고 말한다. 이 말은 세계사적 연결고리를 바다가 만들어낸다는 것. 《공산당 선언》에 보면 이런 얘기들이 자세히 나와있다. 같이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다음 시간부터는 《발칸의 역사》에 대해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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