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7 발칸의 역사 5


책읽기 20분 | 발칸의 역사 9 [원문보기]

4. 국가건설(2)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경제적 차이는 크지 않았다. 국가건설 시기 발칸지역에서 진행된 것은 전형적인 근대화 단계이다.

이 상황도 1970년대 이후 세계화된 경제 상황이 되면서 바뀌었다. 이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에 닥친 상황이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정치체제는 독재체제였다.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경제위기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경제적 정치적 위기가 닥치면서 발칸은 다시금 외세 — 이번에는 “국제경제” — 와 민족주의에 의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에필로그 — 폭력에 관해

– 발칸지역의 폭력은 상황에 따른 것이지 “비개인적, 필연적 힘”에 의한 것은 아니다.

– 외부에서 유입된 민족주의와 조직적 폭력


 





팀 마샬, 《지리의 힘》

야콥 부르크하르트, 《세계 역사의 관찰》

엔리코 모레티, 《직업의 지리학》



지난 시간에는 제4장 국가건설 부분을 읽으면서 근대국가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개입된 민족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발칸반도에서 근대국민국가가 성립하는 과정에 개입된 또 다른 요소를 살펴본다면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런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와 경제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여기에 제시되어있다. 오히려 공산주의라는 말은 경제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떤 경우에는 공산주의 체제를 선택한 나라의 정치체제를 가리킬 때도 사용된다. 그런데 양 체제간의 경제적 측면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근대화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공산주의도 분배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근대 사회에서 형성되어 나온 경제체제들은 기본적으로 생산력 중심으로 간다. 그러니까 발칸 전역에서는 도시경제가 농촌경제를 대체했고, 문맹률도 사라졌으며, 도로 신설로 농촌도 더 이상 고립되지 않았고, 시골마을도 자가 번식을 멈추었다.


216 몇 가지 점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는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216 발칸 지역 전역에서는 또 도시경제가 농촌경제를 대체했고, 문맹률도 사라졌으며, 도로 신설로 농촌도 더 이상 고립되지 않았고, 시골마을도 자가 번식을 멈추었다.


경제적 차이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차이가 컸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1970년대 이후에는 세계화된 경제, 글로벌 경제 영향하에 놓이게 된다. 공산주의 체제가 그만큼 폐쇄된 경제였기 때문에 세계화된 경제 시대가 되면서 공산주의 체제의 심각한 위기들이 많이 등장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경제체제로서의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의 경쟁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 책은 이 부분을 분명하게 말하는데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경제위기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부분을 잘 봐야 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1970년대 이후에 글로벌화된 경제가 전세계에 성립되면서부터 공산주의체제의 경제적 측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정치체제의 심각한 균열이 일어났다.


219 그와는 달리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경제위기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독재체제가 붕괴되었다. 독재자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자신이 독재자다 그러면 통치자가 있을 때 그 다음에 어떤 사람이 통치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서 결정되고 그것이 투명하게 공표되어서 누구나 그 절차에 따라서 경쟁을 하게되면 그게 독재가 아닌 것. 안 그러면 싸움이 나서 그 치열한 싸움 속에서 결국에는 폭력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서 1970년대 이후에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는 경제위기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그게 유지된 예가 북한의 경우인데 북한은 명백하게 세계화된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서 북한은 경제위기가 닥쳤다. 그럴 때 흔히 하는 말로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지 않았던 것.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게 되면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자기네들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더 강력한 독재시스템을 강화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핵도 개발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이 모양이 된 것. 이제는 독재가 무너지면 체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이제 나라가 아니라 독재자 한 사람을 위해서 나라 전체가 존립하고 있는 셈. 자기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독재자들은 나라도 말아먹는다. 인류 역사에서 저질스럽고 퇴행적인 체제의 전형을 21세기에까지 보여주고 있다. 


경제위기가 곧 정치체제에 대한 도전이 되면서 공산주의의 정치체제인 독재체제가 붕괴되고 이렇게 붕괴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스며들게 된다. 이 나라들은 민족갈등과 집단학살이 다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을 마크 마조워는 "국가들의 질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라고 말한다.


220 국가들의 질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유고슬라비아가 연방 붕괴 이후에 나타나는 민족갈등과 집단학살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게 되는데 다시 등장하는 것이 세르비아 민족주의이다. "1980년대 중반,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부상과 함께 연방 시스템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라고 하는 희대의 학살범이 나타났다. 각주를 보면 "1989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00년 실각할 때까지 대세르비아주의에 입각한 민족주의로 13년간 유고를 철권통치하며 보스니아 무슬림과 코소보 자치주의 알바니아인들에 대해 이른바 '인종 청소'를 자행한 전 세르비아 대통령으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2006년 3월 11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222 1980년대 중반,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부상과 함께 연방 시스템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222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1989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00년 실각할 때까지 대세르비아주의에 입각한 민족주의로 13년간 유고를 철권통치하며 보스니아 무슬림과 코소보 자치주의 알바니아인들에 대해 이른바 '인종 청소'를 자행한 전 세르비아 대통령으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2006년 3월 11일 옥중에서 사망했다.


유럽에서도 발칸지역도 소수민족, 민족주의 문제들이 국경정책과 도시공존의 문제 등으로 변해 가게되고, 국가 건설 투쟁이 끝나자마자, 국제적 차원에서 정치,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 국가라는 생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1970년 이후의 발칸의 국민국가들도 점차 세계화된 경제에 편입되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 나라의 위협은 세계 경제로부터 오게 되었다는 것. 지난 시간까지 계속해서 얘기했던 것이 발칸 지역은 민족주의와 외부에서 온 외세의 개입이 불안정성의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결국에는 세계 경제로부터 위협이 온다는 것은 곧 외세가 다른 형태로 발칸 지역에 개입하여 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다.


226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발칸도 이제는 민족주의와 소수민족 권리의 문제가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서 국경정책과 도시공존의 문제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26 재미있는 것은 국가 건설 투쟁이 끝나자마자, 국제적 차원에서 정치,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 국가라는 생각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227 정통적인 발칸 국가들은 이제 더 이상 옛 제국들의 도전을 받지 않았다. 인근 경쟁국들이나 적개심의 도전도 받지 않았다. 발칸의 가장 큰 위협은 국제 경제로부터 왔다.


지금까지 발칸의 역사 본문을 다 읽었다. 복잡한 여러 가지 사태들을 살펴보면서 역사를 공부하는 또는 역사책을 읽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쉽게 단순하게 설명하려는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과연 무엇이 여기에 개입되어 있는 것인가를 낱낱이 살펴보려는 시도, 인내력을 기르는데 역사 공부의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역사는 원인을 찾아가는 과목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는 제목이 폭력에 관해 라고 되어있다. 발칸지역 역사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띠게 나온게 폭력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장기간에 걸쳐서 이 지역에 일어난 폭력이 문화적 요인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마크 마조워는 이런데 책임을 돌리는 것을 명백하게 반대한다. 230페이지를 보면 ─ 1993년 존 메이저 영국수상은 "보스니아 분쟁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비개인적, 필연적 힘의 소산이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말이었다. ─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버리면 사실상 문제해결을 포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밝힐 수도 없고 인간의 힘을 넘어선 것이라 생각해서 원래 그렇다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 이에 대해서 저자는 반론을 바로 제기한다. 원래 "이 발칸의 삶은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폭력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오스만제국은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을 조절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인용하여 "분쟁의 원인을 그 지역 외곽에 있"다고 설명한다.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에 원인을 돌리기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민족주의, 조직적 폭력 이런 것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진단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상황들이 그런 폭력성을 만들어낸다. 항상 주의해야 하는 부분. 그렇다면 외부에서 유입된 민족주의와 조직적 폭력의 원인이 있다 할 때 두 번째로 해야하는 것은 폭력의 양상이다. 다시 말해서 심적 통제력을 잃은 자들의 잔인한 행동이나 사디스트적 행동과, '필요에 의한' 비개인적 폭력을 확연히 구별해야 한다. 231페이지를 보면 '과도한 잔인성', '사디즘', '악랄한 무자비함'과 질서 있고 품위있는 살해를 구별하고, 문명화된 전쟁 규칙을 정하기 위한 서구의 더 장기적인 노력을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전쟁을 할 때 적군을 살해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적개심이나 잔혹한 살해방법을 줄일 수 있다는 태도가 등장하기도 한 것이 문명화된 인간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230 1993년 존 메이저 영국수상은 "보스니아 분쟁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비개인적, 필연적 힘의 소산이었다."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말이었다.


230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 수세기에 걸친 발칸의 삶은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폭력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오스만제국은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을 조절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오스만제국 말기를 목격한 아놀드 토인비도, 분쟁의 원인을 그 지역 외곽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231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나치 이데올로기도 심적 통제력을 잃은 자들의 잔인한 행동이나 사디스트적 행동과, '필요에 의한' 비개인적 폭력을 확연히 구분 짓고 있었다. 1943년 뮌헨의 나치친위대 법정도 한 장교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의 '과도한 잔인성', '사디즘', '악랄한 무자비함'과 질서 있고 품위있는 살해를 분명히 구분 짓고 있었다.


232 문명화된 전쟁 규칙을 정하기 위한 서구의 더 장기적인 노력의 일환이 되었다.


폭력에 대한 새로운 규범들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그래서 235페이지를 보면 "현대의 정치인들은 폭력을 집단적, 가족적, 대중적인 것이 아닌 개별적, 사적, 비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폭력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적용했다. 현대 국가의 건설은 곧, 임의적 기관들에 분산돼 있던 폭력, 징벌, 입법의 행위를 그들에게서 빼앗아, 공권력의 손에 집중시켜주는 것을 의미했다." 발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발칸의 폭력성에 대한 다양한 편견들이 있는데 그러한 편견들은 여기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또는 문제를 서술하는데 전혀 도움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235 현대의 정치인들은 폭력을 집단적, 가족적, 대중적인 것이 아닌 개별적, 사적, 비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폭력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적용했다. 현대 국가의 건설은 곧, 임의적 기관들에 분산돼 있던 폭력, 징벌, 입법의 행위를 그들에게서 빼앗아, 공권력의 손에 집중시켜주는 것을 의미했다.


마지막으로 냉전이 종식된 이후 그리고 경제가 글로벌화된 이후 발칸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심각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 《발칸의 역사》를 다 읽은 후 어떤 생각. 세계에서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찾아야 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적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그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서 발칸이고, 이렇게 발칸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탐구능력을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라고 하겠다.


다음 주부터는 팀 마샬이 쓴 《지리의 힘》을 읽는다. 이 책은 두껍지만 복잡하거나 행간을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라서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에는 고전에 해당하는 야콥 부르크하르트의 《세계 역사의 관찰》을 읽으려고 한다. 엔리코 모레티의 《직업의 지리학》도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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