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일본 근현대사 | 05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 7


일본 근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 10점
이와나미 신서 편집부 엮음, 서민교 옮김/어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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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법에서의 전쟁 책임 문제(1) — 국민책임론

– 유럽대전(제1차 세계대전)까지 행해진 방식: 국가=국민 전체가 진다. 상대국에 대한 영토 할양, 배상금 지불

– 청일전쟁: 배상금 지불, 타이완 할양

– 러일전쟁: 동청철도 남지선, 남부 사할린 할양

– 유럽대전 패배 후 독일의 거액 배상금 지불과 식민지 할양


– 국제법에서의 전쟁 책임 문제(2) — 지도자책임론

– Robert Jackson(1892-1954)의 생각

1) 국민책임은 패배국 국민이 노예가 된다는 적국의 프로파간다를 불러 일으키고 절망적인 저항을 초래하므로 국민과 지도자를 분리하여야 한다.

2) 침략전쟁은 ‘국제 공동체에 대한 범죄’이므로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당연하다.


– 국제공동체 개념의 등장 배경, 특히 침략전쟁을 국제공동체에 대한 범죄로 보는 발상이 미국에 필요했던 까닭: 적대국의 전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면 국제법의 제약, 특히 중립국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범죄에 벌을 주는 주체가 됨으로써 전통적인 중립 개념이 요구하는 제약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 전통적으로 중립국은 쌍방 교전국에 대한 ‘공평’의 원칙, 용인, 회피, 방지 의무를 가지고 있었으나 교전국 한 쪽이 전범국가로 규정되면 이 의무를 벗어나 제재를 가할 수가 있다.

– 일본이 ‘중일전쟁’을 ‘지나사변’이라 규정했던 것도 전범국가로 지목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 제10권인 「일본 근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가토 요코 교수가 쓴 제5권인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의 보론인 제5장 1930년대의 전쟁은 무엇을 위한 투쟁이었던가?를 읽겠다. 지금까지 읽었던 것들은 대체로 본론에서 다뤘던 내용에서 크게 어긋나 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 10권 5장은 내용이 복잡하고 많다. 그래서 5권을 다룬만큼이나 10권 5장을 다루어야 할 정도로 분량이 되고, 이론적인 논의들이 굉장히 많다. 10권의 5장은 큰 주제로 묶어보면 국제법 상에서 전쟁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전쟁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국제법에서 많이 거론되는 주제이다. 국제법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와 국가 간의 법이다. 국가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행위 주체로서 상정되는 것이다. 일조으이 법인체이다. 국제법에서는 국가가 법적인 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를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 이때 국가는 근대주권국가들을 말한다.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현실적으로는 강대국의 힘에 따라 모든것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라해도 일단은 국제법상의 행위주체로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주권, 영토, 주민을 완전히 장악하고 지배하고 있는 주권국가가 중요하다.


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무엇으로 규정할 것인가. 유럽대전 이후로 이른바 제1차세계대전 이후로는 누구의 침략, 야욕이라는 말은 무의미한 말이 된다. 국가에게 침략 야욕이 있을 수는 없다. 히틀러의 야욕이 전쟁을 발발시켰다. 말하기는 쉬운데 학문적인 개념은 아니다. 미친 놈 하나가 그랬다고 하면서 나머지 독일 국민들이 묻어갈 수 없다. 일본은 A급 전범인 천황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니 일본은 2차세계대전 이후 아직까지도 정치적인 자립성을 가진 국가로서 인정을 못받는 것이다. 근대 이후로는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의 야욕이 아닌 국가가 저지르는 행위다. 국가의 기본적인 틀인 헌정질서에 대한 공격이 전쟁이다. 이것에 대해서 국제법은 어떤 것이 나쁜 것이고 허용되는 것인지 규정을 한다.


1차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전쟁책임을 국민전체가 진다. 이것을 국민책임론이라고 한다. 국가가 곧 국민이고, 그런 까닭에 국민이 국가와 동일시되는 하나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 그러다 보니 상대국에 대해서 영토를 할양하거나 배상금을 주는 것. 예를 들면 청일전쟁이 끝난 다음에 청나라에서 일본에게 타이완을 할양한다. 그때부터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다. 그 다음에 러일전쟁 이후 러시아는 일본에 동청철도남지선을 할양하고 남부사할린도 할양한다. 이런 방식으로 패전의 책임을 진다. 또 1차세계대전 이후 독일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리고 독일이 가지고 있던 식민지를 할양하라고 했던 것이 전쟁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국민책임론이라는 것이 나중에는 지도자책임론으로 전환된다. 로버트 잭슨이라고 하는 미국사람이 가진 생각이었는데 국민책임론은 패배국 국민이 노예가 된다는 적국의 프로파간다를 불러일으키고 절망적인 저항을 초래하므로 국민과 지도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다음에 침략전쟁은 국제공동체에 대한 범죄이므로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당연하다는 발상으로 이어진다. 국민책임론에서 지도자책임론으로 전환을 하려면 지도자를 전범으로 몰아가려면 당연히 범죄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즉 전범을 찾아내서 국제형사재판에 세우는 것.


침략전쟁을 국제공동체에 대한 범죄로 보는 발상이 왜 미국에서 필요했는가. 적대국의 전쟁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면 전쟁으로 규정한 다음에 받게 되는 국제법 제재들을 피할 수 있다는 것. 가령 A가 B를 침략했는데 A가 이겼을 때 국제법상 이것이 범죄로 규정되어 버리면 B는 패배했을 경우에도 A라는 국가에게 전쟁범죄의 책임을 국제법에 근거하여 물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일단 규정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전쟁에 대해 벌을 주는 주체가 됨으로써 전통적인 중립 개념이 요구하는 여러 제약을 없애는 계기가 된다.


미국에서는 이때까지만 해도 중립국가를 표방하고 있었다. 중립국의 의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방 교전국에 대한 공평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A가 B를 침략한 것이 범죄로 규정되면 C라는 중립국은 쌍방 교전국에 대한 공평원칙을 벗어나도 된다. 이게 바로 전통적인 중립 개념이 요구하는 여러 제약을 없애고 차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것이 경제재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 그래서 제1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133 전쟁 책임을 지는 방법으로는 상대국에 대한 영토의 할양이나 배상금의 지불이라는 형태로 실태적으로는 패전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것(국민책임론)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청일전쟁에서 청국이 일본에 대해 배상금 지불과 타이완 할양을 이행하고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동청철도남지선이나 남부 사할린의 할양을 일본에 대해 행하고,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거액의 배상금 지불과 식민지의 실질적 할양을 연합국에 행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까지의 전쟁이 국민책임론에 기초하여 전후처리를 해 온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책임론은 배상금의 지불과 토지의 할양이라는 방법으로 실현하므로 경제적인 부담을 패전 국민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에 앞서 런던 회의에서 전쟁책임은 국민전체가 아닌 전쟁 지도자에게만 지운다는 미국 주도의 생각이 연합국의 합의하는 바가 되어 전쟁책임을 둘러싼 국제법은 극적으로 변용되었습니다.


134 오누마의 연구에 의거하여 런던회의를 주도한 잭슨 미국최고재판소 판사의 생각을 두 가지 지적해 보겠습니다. ① 미국이 주장해 온 '무조건 항복'이라는 전쟁 종결 방식을 독일이나 일본에 대해서 취할 경우 국민 책임론만으로는 "전쟁에 패배하면 국민은 노예가 되어 버린다"고 주장하는 적국 프로퍼갠더(propaganda)의 좋은 재료가 되어 버리고, 오히려 절망적인 저항을 초래하므로 국민과 지도자를 명확히 분단시킬 필요가 있었던 점. ② 침략 전쟁은 '국제 공동체에 대한 범죄'라는 생각, 즉 '침략 전쟁은 국제 범죄'라는 견해가 생겨났고, 그리하여 범죄에 대한 형사별을 개인이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발상으로 이어진 점


135 자국의 무력 행사를 '범죄'에 대한 단속 행위 혹은 제재 행위로서 정당화할 수 있을 때, 자국은 범죄에 대해 벌을 주는 주체, 상대는 범죄를 행한 주체라는 대비가 자각될 것 입니다. 게다가 이 같은 대비가 가능해짐으로써 전통적인 중립 개념이 요구하는 여러 제약을 없애는 계기가 생깁니다.


135 17세기 사상가로 국제법의 아버지인 그로티우스 이래로 이어진 고전적인 중립 개념이 요구하는 중립국의 의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방의 교전국에 대한 공평의 원칙이었습니다. 교전국을 차별적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위에 중립국에는 ① 용인 의무, ② 회피 의무, ③ 방지의무 등의 제약이 부과되어 있었습니다.


137 기존의 중립 개념이라면 침략국과 피침략국의 쌍방 교전국에 대하여 중립국은 공평과 회피의 입장을 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138 일종의 국가 행위가 국제 범죄라면, 자국은 중립의 위치에 있으면서 침략국에 대해 공평과 회피의 의무를 질 것은 없다는 사고방식으로 발전합니다. 자국을 중립 위치에 두면서 침략국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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