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 | 04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2


오셀로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71223_08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2

그리스 비극에서 셰익스피어로 넘어왔다. 그리스는 신의 운명과 계시, 섭리가 인간을 좌우하는데, 이제는 인간이 인간의 문제를 풀어내는 셰익스피어로 건너와서 지난 번에 총편을 다루었고 오늘은 오셀로를 집중적으로 읽는다.

<오셀로>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있고,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혼란을 일으키는 이아고가 있다.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라반치오가 있다.


일단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오셀로>라는 드라마를 가지고 연극을 한다고 해서 오셀로에 대해서 가르치러 간 적이 있다. 가니까 다들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었다. 나쁜 이아고, 질투에 눈 먼 오셀로, 착한 데스데모나. 그러니까 여성분들은 다 착한 데스데모나를 하고 싶어한다. 이런 것이 사람들의 기본 심리이다. 그런데 이것이 다 통념인데 착한 데스데모나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에밀리아와 브라반치오 밖에 없다. 


과연 데스데모나가 과연 착한 것인가. 이럴 때는 사용해야 하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어떤 짓을 하면 사람들이 착하다고 할까. 조너선 하이트라는 사람이 쓴 <바른 마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을 보면 도덕의 다섯 가지 토대가 있다. 여기에 도덕이라는 의미는 '착하다, 악하다'의 의미이기도 하고, 동시에 사람들이 그것을 쉽게 용인하고 인정하고 쉽게 받아들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고통을 배려하고 약자를 동정하는 것들은 좋은 것으로 대개 인정한다. 그래서 그것은 육아의 경험에서 나온 진화적인 귀결이라고 하고, 또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사람의 본능이 공정하지 못한 것을 못 참는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데스데모나는 약해 보이니까 이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데 집단에 충성심을 보이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데스데모나는 그것은 아니다. 그리고 권위에 대한 복종과 존경을 보이는 사람을 대개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데모데모나는 아버지인 브라반치오에게 저항을 한 것으로 보아 그렇지 않다. 하지만 남편에게 헌신하기 때문에 점수를 반반씩. 그리고 순결하고 고결한 것에 대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 이렇게 다섯 가지인데 그것에 비추어서 본다면 데스데모나는 두 개 정도이다. 일단 약자이기도 하고 순결하고 고결해보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진다 해도 뒷부분에 가서 '손수건' 장면을 전후로 해서 데스데모나와 오셀로의 대화를 보면 멍청해 보이기도 한다. 착하다는 것과 멍청하다는 것과 구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멍청하다는 것은 센스가 없다는 것이고, 상황을 잘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착하다기 보다는 바보스럽다는 쪽에 가깝겠다. 그러니까 데스데모나는 착하다는 것이 뭘까에 대한 의문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데스데모나는 주목해볼만한 점이 있지 않나 한다.


오셀로라는 남자를 죽도록 사랑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데스데모나, 그러나 남편으로부터 오해를 받고 질투를 받아서 결국 남편 손에 죽는다. 착하기만한 데스데모나 그러나 답답한데 멍청한 건 아닌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면 오셀로는 나쁜 인간의 대명사이다.

통념에 따르면 오셀로는 굉장히 나쁜 사람으로 인식된다. 왜 나쁜놈으로 보일까. 셰익스피어 드라마를 읽다보면 셰익스피어가 관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극장 주인이었다. 그러니까 오셀로를 어떻게 쓰면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이 나올지를 생각하면서 썼을 것이다. 드라마 처음을 보면 오드리고와 이아고가 나와서 오셀로에 대해서 험담을 한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보러 온 사람들은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데 오셀로가 1막1장에 등장해서 '나는 굉장히 잘난 사람이야'라고 오버해서 말을 한다. 그러면 그 간격이 머니까 관객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교묘하게 대사를 만들어놨다. 그렇게 보면 일단 오셀로는 나쁜놈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진 상태. 


게다가 결정적으로 순결한 아가씨를 차지해서 더 기분 나쁘다.

관객들에게 얼마나 빡침을 불러일으켰겠는가. 처음 1막1장에서 관객들이 오셀로에 대해서 형성했던 인상은 굉장히 강렬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약해보이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악인으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그럴만한 놈이었다는 느낌마저 주니까 오셀로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관객들에게 증폭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은 약자를 밟아보고 싶다는 쾌감을 누리고 싶어하는 점도 있다. 그런 것을 본다면 우리가 악을 불리우는 것을 보면 남을 지배하는 즐거움도 있다. 오셀로는 이중의 대상이다. 그 사람 자체가 조금 굉장한 열등감의 산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관객들에게 가학적인 것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다.


공정하기 위해서 자기 이익을 포기한다든가 약한 사람들을 보우는 것. 권위에 충성하는 것, 그 다음이 순결과 고결이다.

미셸푸코의 얘기를 보면 근대국가의 핵심 기제가 병원이다. 예전에는 질병을 수도원에서 관리했지만 근대는 국가에서 관리한다. 그게 바로 질병에 대한 통제가 깨끗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 근대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안전 security인데 이 안에는 청결함도 들어있다. 질병으로부터의 청결함. 조류독감이나 메르스에 대해서 국가가 빠른 속도로 대처한다든가 하는 것은 사실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정권의 안위에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국가권력이 착하다고 인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결함에 대한 욕구는 인간에게 말할 수 없는 본능이다.


제일 문제는 이아고이다.

영원한 해답이 없다. 악이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따르면 자신의 편리와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타인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고 파괴하고 위협과 해악을 가하는 행위다. 악의 구체적인 행태로는 첫째가 마키아벨리적 행태가 있다. 굉장히 고도로 지적인 전략과 간계를 사용해서 권력을 획득해서 적을 제압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음모이다. 이아고가 거기에 해당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이아고가 실익을 얻는 것이 없다. 그 다음에 우리가 누구다 다 악으로 인정하는 사이코패스가 있다. 반사회적인 무자비함과 냉담함이 있는데 이아고는 정말 아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못읽는 사람이 그런데 이아고는 누구보다도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다. 그리고 새디즘이 있다.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 다음에 극단적인 자아도취가 있다. 그쪽은 조금 해당된다. 이아고를 굳이 악인이라고 하면 극단적인 자기애에 가깝고, 마키아벨리적인 행태가 조금 있다. 이아고가 했던 말들은 오셀로가 흘려들었으면 사태가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귀담아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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