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2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2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 10점
마르퀴 드 콩도르세 지음, 장세룡 옮김/책세상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721_37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2


서양 사람들에게 신분질서라는 것은 너무나 강고해서 평등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토크빌은 평등의 이념을 갖게 된 것은 신의 섭리라고 말한다. 그러면 평등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득해내고 전파할 것인가. 민주적인 또는 공화국의 가치를 말할 때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우리가 콩도르세의 공교육을 읽을 때 당연한 얘기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하면 안된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사람들의 생각이다. 한국사람들은 교육의 불평등을 굉장히 참지 못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는 획기적인 생각이었을지는 몰라도 사실 한국사람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콩도르세는 지식이라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영역이고 지식에 접근하는 권리를 사유재산과 같은 권리로 간주했기 때문에 기본권, 근본 권리이다. 사실 이것은 미국헌법을 다 읽어도 이런 얘기는 없다. 미국은 평등하게 교육에 접근하는 권리를 근본 권리로 하고 있지는 않다. 


교육에 관해서는 프랑스 혁명에서는 공교육에 접근하는 것을 콩도르세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교육이 시민의 개인적 자유를 이끌어 내는 힘이고, 권리의 평등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프랑스가 유럽에서는 드물게 공교육 제도를 마련했고 그것이 후일에는 왜곡되어서 엘리트 교육 중심으로 가게 된 측면도 있다.


콩도르세가 말하는 공교육의 발상이라고 하는 것, 프랑스 혁명 때부터 나온 국가에 의한 공교육이라는 발상이 서구에서는 꽤나 선구적인 것이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공교육에 관한 시론》, 공교육 제5론이다. 기본 목적이 개인이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탁월한 가치를 성취하는 지식을 획득하여야 한다. 그 다음에 평등한 교육 없이는 시민의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수 없다. 그런데 교육이라는 것이 평등해지면 산업과 재산에서도 평등이 있게 될 것이고, 그래서 지금 오늘날에도 불평등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결국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아주 주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대개 능력주의라는 말을 쓰는데, 이 능력이라는 것이 교육에 의해서 말들어지는 것이다. 능력준의, meritocracy라는 말인데 마이클 영이라고 하는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소설가인데 《능력주의의 등장》이라는 소설에서 처음으로 쓴 말이다. 원래는 지적인 능력이나 교육, 성취 등에 의해서 지위가 결정되고 바로 그것 때문에 있는 집 자식들이 계속 전문직을 대물림하는 것을 비꼬기 위해서 쓴 말이다. 지적수준과 교육만 작용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부모의 배경이 거의 다 비슷했기 때문에 60-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지적 수준과 교육이 능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의 계급이나 소득과 같은 가족 배경이 사실은 중요한 능력의 하나가 되었다. 80년 중반 이후에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지적인 배경과 소득이 달라지면서 나온 말이 돈도 능력이고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이다. 


실력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부모의 배경을 소거한 상태에서 가능한데 90년대 이후부터는 그것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공교육이라고 하는 것을 좀더 강화해야 하는데 가족적 배경이 단단한 사람이 사회적 여론을 이끌면서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사회적인 교육제도를 재생산 낸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족 배경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공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인위적으로 결과의 평등을 가져오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온전한 의미에서 공정이 불가능한데 그렇게 되면 평등의 공화국은 굉장히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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