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현 옮김: 숫타니파타 ━ 불멸의 언어


숫타니파타 - 10점
석지현 옮김/민족사


첫 번째 _ 처음의 장

두 번째 _ 작은 장

세 번째 _ 큰 장

네 번째 _ 시(詩)의 장

다섯 번째 _ 피안(彼岸)의 장


숫타니파타 해설 … 221





숫타니파타해설

1. 숫타니파타는 어떤 경전인가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불교경전이다. 아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하나의 경전으로 체계화되기 그 이전의 거의 원형에 가까운 부처님의 육성이다. 그러므로 이 《숫타니파타》에는 난해한 불교 전문용어나 철학적인 딱딱한 개념이 전혀 없다. 그 대신 때로는 지리하기조차 할 정도로 순박한 구절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반복된 구절을 통해서 우리는 저 맑고 청정한 새벽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숫타니파타》를 읽을 때는 눈으로만 읽지 말고 가능하면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그러면 눈으로 읽는 것보다 몇 배나 더한 감동이 올 것이다. 


《숫타니파타》는 《담마파다》(Dhammapada)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부처님의 시 모음집이다. 그리고 연대적으로 본다면 《담마파다》보다 《숫타니파타》 쪽이 훨씬 앞선다. 《숫타니파타》의 편찬 연대는 대략 A.D. 3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처님은 그 자신을 결코 어느 특정한 종교의 교주라고 자처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깨닫도록 해 주기 위하여 그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추위(인도의 겨울밤은 상상외로 춥다)를 가릴 옷 한 벌과 밥그릇(바리때) 한 개만을 든 채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사라져 간 이, 그가 바로 저 영원한 구도자의 상징인 부처님이다. 


그는 무우수 나무 밑에서 태어나 보리수 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다음 그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하여 45 년 간을 바람처럼 살다가 그의 나이 80세에 사라수 나무 밑에서 조용히 열반(임종)에 들었다. 


그런 그의 가르침이, 아니, 길에서 태어나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사라진 이의 말씀이 뒷사람들에 의해서 하나의 묶음으로 모아졌으니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 모음집인 《숫타니파타》인 것이다. 


'숫타(Sutta)'는 말의 묶음(經)을, 그리고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라는 뜻으로서 이 두 단어가 합하여 '말의 모음집 (Sutta-Nipata, 經集)'이 된 것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든 후 그의 제자들은 그의 말을 좀 더 외우기 쉽게 운문시의 형식으로 간추렸다. 이런 식으로 초기의 불교경전은 문자의 기록이 없이 구전에 의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갔다. 그러므로 구전 속에는 부처님의 음성 속에 담겨져 있던 영적인 파장도 그대로 전해져 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전에 의한 운문시 형식의 전승이 A.D. 3세기경 《숫타니파타》라는 이름으로 한 군데로 모아지게 되었다. 《숫타니파타》의 시구들 가운데 비슷한 구절이 많고 반복 글귀가 잦은 것은 구전되어 오던 것이 그대로 문자화되었기 때문이다. 구전의 경우 동일한 구절의 일정한 간격을 둔 반복은 중요한 내용의 강조에 아주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가능하면 눈으로 읽지 말고 소리내어 읽으라고 한 것은 다름 아닌 《숫타니파타》가 원래 구전이었기 때문이다.


2. 숫타니파타의 구성

《숫타니파타》는 5 장 72묶음 1,149편의 시로 짜여져 있다. 그러나 각 장을 이루고 있는 72개의 묶음들을 보면 내용의 일관성이 전혀 없고 묻는 상대에 따라, 또는 그때그때의 상황과 사정에 알맞게 즉흥적으로 읊어진 시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여타의 불경들처럼 그 내용에 알맞은 어떤 특정한 제목을 붙이지 않고 그저 막연하게 '말(Sutta)의 모음 (Nipata)'이라고 일컫게 된 것이다.




첫 번째 _ 처음의 장

3_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

살아 있는 것들을 괴롭히지 말라.

너무 많은 자녀와 친구를 갖고자 하지도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사귐이 깊어지면 애정이 싹트고

사랑이 있으면 거기 고통의 그림자가 따르나니

사랑으로부터 불행이 시작되는 것을 깊이 관찰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친구나 주위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여

마음이 그들에게 얽히게 되면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친함에는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자녀나 아내(남편)에 대하여 애착하는 것은

큰 대나무 가지들이 서로 뒤얽혀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죽순은 다른 가지에 달라붙지 않듯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숲속에서 자유로운 사슴이 먹이를 구하러 가듯

지혜로운 이는 그 자신의 길만을 생각하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동료들 속에 있으면

앉을 때나 설 때나 걸을 때나 여행할 때조차

항상 지나치게 간섭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그 자신의 뜻을 따라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동료들 속에 있으면 거기 유희와 환락이 있다.

또 자녀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싫거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 대로 가라.

해치려는 마음은 갖지 말고

무엇을 얻든 그것으로 만족하라.

이 모든 고난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잎이 다져 버린 저 나무와 같이

세속의 속박을 미련 없이 잘라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현명하고 올바른 벗들을 만난다면

이 모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편안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과 무리지어 함께 가라.

그러나 현명하고 올바른 벗들을 만나지 못하면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돌아가듯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친구를 얻는 것은 기쁜 일이니

나보다 나은 이나 나와 동등한 벗을 가까이하라.

그러나 이런 벗을 만나지 못했다면

차라리 제 분수나 지키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잘 빛어낸 두 개의 황금팔찌를

한팔에 끼게 되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낸다.

서로부딪치는이 황금 팔찌를 보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이같이 두 사람이 같이 있게 되면

자연히 거기 말싸움과 다툼이 있게 된다.

장래에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감각적인 기쁨이란 실로 다양하며

감미롭고 매혹적이다.

그러나 이 기쁨은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나니

욕망의 대상에는

이런 불행이 있음을 잘 관찰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 재앙이며, 불행이며,

병이며, 극심한 고통이며, 하나의 위험이다.

이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이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

그리고 바람과 태양의 열기, 모기떼와 독사들,

이런 것들을 능히 참고 견디며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힘이 센 코끼리가

무리를 떠나 숲 속에서 한가로이 노닐듯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모임만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잠시도 영혼의 휴식에 이를 겨를이 없다.

태양의 후예(부처)가 하신 이 말씀을 명심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저 논쟁의 차원인 철학적 견해를 극복하고

나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나는 지혜를 얻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끌려가지 않을 것이다.'

수행자는 이렇게 그 자신을 다지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그런 나쁜 벗과는 아예 가까이 말라.

감각적인 쾌락에만 탐닉해 있는

그런 벗과도 가까이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지성적이며 진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고상한 벗을 가까이하라

이는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나니

모든 의심을 잘라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이 세상 쾌락에만 취하여 안주해 있지 말고

그 마음이 어디에도 붙잡히는 일 없이

지나친 치장은 삼가고 진실만을 말하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아내(또는 남편)와 자식,

그리고 부모도, 친척마저도, 재산마저도

이 모든 것에 대한 집착마저 모두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이것은 집착이다.

여기는 즐거움은 적고 고뇌가 많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싯밥이다.' 

지혜로운 이는 이렇게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뚫고 나오듯

불이 다타버린 재는 다시 불붙지 않듯

이 모든 번뇌의 결박을 끊어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눈은 언제나 밑을 보며

조금도 곁눈질하지 말고

이 모든 감각의 문을 굳게 지켜야 한다.

마음을 잘 보호하여

번뇌의 흙탕물을 일게 하지 말 것이며

욕망의 불이 더 이상 타오르지 못하게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잎이 다져 버린 저 나무처럼

세속의 표지를 모두 떼어 버리고

남루한 구도자의 옷을 입은 채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맛 좋은 음식만을 탐하지 말고

굳이 좋아하는 것만을 골라 취하려 하지도 말라.

다른 사람을 부양할 의무조차도 필요 없으니 

문전마다 밥을 빌며

집에 대한 애착을 끊어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쾌락과 고통을 버려라.

기쁨도 근심도 버려라.

그리고 맑고 편안하고 순수한 마음만으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최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라.

조금도 겁내지 말고 부지런히 나아가라.

체력과 지혜를 두루 갖추며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때때로 홀로 앉아 명상을 하며

이 모든 것을 이치에 맞게 행하라.

생존 속에는 근심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니르바나, 저 언덕을 향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민첩하게 나아가라.

부지런히 배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하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는 연꽃과 같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이빨이 강한 사자가 뭇짐승을 제압하고

능히 정글의 왕으로 군림하듯

궁핍하고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사랑과 연민, 기쁨과 평정과 해탈을

때때로 익히고

이 세상을 아주 등지는 일도 없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

그리고 뒤얽힌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려라.

목숨을 잃더라도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을 사귀며 남을 돕는다.

또 이익관계를 떠나서 친구를 얻기란 참 어렵다.

인간이란 원래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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