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미: 모두를 위한 서양음악사 1


모두를 위한 서양음악사 - 10점
박을미 지음/가람기획


머리말 


제1부 고대음악 

제2부 중세(450~1450) 음악 

제3부 르네상스(1450~1600) 음악 

제4부 바로크(1600~2750) 음악 


참고문헌 

찾아보기





31 보에티우스는 <음악의 원리>의 서장 부분에서 여러 그리스 철학자들, 특히 피타고라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유래된 음악musica의 개념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무지카 문다나Musica Mundana, 무지카 후마나Musica Humana, 그리고 무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Musica Instrumentalis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보에티우스의 이 같은 음악 분류법은 중세 음악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 이론가들처럼 음악의 수학적인 면과, 우주와 음악 사이의 대우주적-소우주적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중세인들은 현상으로서의 음악의 배후에는 천체나 인간, 즉 대우주나 소우주의 질서가 상징되고 있으며, 결국 음악은 실제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초월하여 우주와 인륜의 근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세 가지 유형의 음악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음악은 무지카 문다나이며, 이는 '천체의 음악' 또는 '우주의 음악'을 뜻한다. 이것은 천체나 지구, 즉 대우주가 만들어내는 음악으로, 별과 행성의 움직임, 계절의 교체, 그리고 불・흙・공기・물과 같은 네 가지 원소들의 혼합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정연한 수적 관계로서, 대우주의 조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무지카 문다나는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그 다음 단계인 무지카 후마나는 '인간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정신과 육체, 즉 소우주를 다루는 음악으로, 우주의 질서에 의해서 영향받는 육체와 영혼 및 그들 각 부분들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이다. 무지카 후마나 역시 인간의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악이다.

이 세 유형들 가장 낮은 단계는 무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로, '악기의 음악' 또는 '도구의 음악'을 의미한다. 이는 음향학적 원칙들의 질서 있는 적용에 의해서 사람의 목소리를 포함한 모든 악기가 만들어내는, 즉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무지카 인트스루멘탈리스는 음악적 음정의 숫자 비율로 질서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음악 예술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이 무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를 세 번째 범주인 가장 낮은 범주에 넣는 것은, 당시 중세인들이 음악을 감정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지식의 대상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92 바로크 음악은 작곡법 측면에서 볼 때,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르네상스 음악과는 명백하게 구분된다. 즉, 모노디monody(단음악)와 통주저음(throughbass 또는 basso continuo)의 발생인데, 이것이 바로크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대양식을 결정짓는 조건이 된다. 어떠한 형태였든지 간에 넓은 의미에서 다성음악polyphony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행해져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양음악에서 의식적인 다성음악은 대략 9세기에 발생된 것으로, 16세기 말까지 현저한 발전을 했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노디의 발생과 통주저음의 사용에 의해 호모포니homophony라는 새로운 양식의 장을 열게 된다. 이 새로운 양식의 성립과 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카마라타camerata의 멤버들로, 당시의 통념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호모포닉 음악의 창조에 대한 시도가 이 카메라타라고 불리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도가 결국 레치타티보recitativo와 모노디라는 새로운 양식을 창안해내기에 이르렀으며, 급기야는 선율 위주의 음악에서 가사 위주의 음악이 나타났고, 마침내 오페라의 탄생을 보게 했던 것이다.


252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기악음악 형식에는 푸가나 소나타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리체르카레나 칸초나로부터 발전된 형식도 있고, 새로운 바로크 양식적 특징들을 취했음에도 토카타・판타지아・코랄 프렐류드처럼 르네상스 시대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즉흥곡 형식의 기악음악들도 있다.

즉흥곡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기악곡 형식이었던 변주곡 또한 바로크 시대에는 주제와 변주, 파사칼리아, 샤콘 같은 변주의 원칙에 기초한 여러가지 기악형식으로 정착했다. 모음곡suite은 둘 또는 세 개씩 한 번을 이루던 르네상스 시대의 춤곡으로부터 발전된 것으로, 감상용의 양식화된 춤 모음곡이었다. 또한 콘체르토라는 새로운 형식의 기악음악도 탄생했다.

소나타는 '노래되는 곡'을 의미하는 칸타타에 대비되는 용어로, 바로크 초기에는 특정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단수히 '연주되는 곡'(이탈리아어로 sonare는 '연주하다'라는 의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