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5 대포 범선 제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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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20분] 대포 범선 제국 – 3

Posted on 2016년 8월 1일

카를로 치폴라(지음),  <<대포, 범선, 제국>> , 미지북스, 2010.

2장 유럽 너머의 대포와 범선

5. 중국은 왜 우수한 대포를 만들지 못했는가

6. 정크선의 탄식

7. 아시아, 기술 혁신에서 길을 잃다


에필로그

1. 대포로 무장한 배와 상업적 모험의 결합

2. 해상의 승리, 지상의 패배

3. 대양에 군림한 유럽

4. 야포의 발전과 불균형의 심화

5. 포탄 너머로 가는 길


중국이 만족스러운 대포를 생산하지 못한 원인: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문화적 자부심, 제도의 문제”

중국의 정크선이 효과적인 전함으로 발전하지 못한 원인: “함포의 전략적 가능성과 잠재력을 깨닫지 못했고 그러한 가능성이 부여하는 새로운 해상 전술도 습득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기술혁신: “사회적 신념체계와 관습의 광범위한 변화”, “새로운 생각, 태도, 행위… 무엇보도 지식”

유럽의 팽창은 본질적으로 상업적 모험이었다. 종교는 명분을 제공하고 금은 동기를 제공하고 기술적 진보는 수단을 제공했다.


콜럼버스: 지중해(제노바)의 자본을 대서양의 선박, 항해술과 연결


대포로 무장한 범선을 도구로 삼아 해양을 점령함으로써 상업자본주의가 발전하였고, 여기서 축적된 자본과 개척된 해외시장은 산업혁명에 의해 시작된 산업자본주의를 촉발하였다.


최종귀결: “기술이 목표가 되고 철학과 사회적·인간적 관계들은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기계는 그의 주인이 된다.” -> “악몽”



다음주부터는 《땅과 바다》에 대해서 한다

《대포, 범선, 제국》을 지난 주에는 2장 4절까지 했고 오늘은 나머지를 마저 읽고 마치겠다. 제기되었던 물음이 이것이다. 중국은 왜 만족스러운 대포를 생산하지 못하였는가.  중국이 화약, 나침반을 발명한 것은 사실인데 왜 그러하였는가.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별로 필요가 없었기 때문. 필요해질만한 상황이란 전쟁이 벌어져야 하는 것이고, 전쟁이 벌어져서 속된 말로 가성비 좋게 상대를 죽여야 하고, 그런 요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치폴라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문화적 자부심, 제도의 문제를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기술을 개발한다 하는 것은 가능했겠지만 중국에서는 제도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것을 세분화해서 보면 숙련된 장인이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에 있는가, 이런 기술을 개발해야할 이유가 있었는가, 그런 것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얼마나 있었는가 이런 것들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여서 중국은 개인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통제를 했다. 통제가 심했다는 것은 유럽하고는 조금 달랐던 상황. 여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가치관, 문화적 자부심, 제도의 문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은 오래된 전통이라고 하는 것들, 제도도 참 중요하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해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기본급이 다르다던가 하는 제도의 문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이런 것들이 적용되지 않는 또는 그러한 그러한 제도가 없는 것 그런 것에서 일종의 사회적 유인이 동기 유발이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만족스런 대포를 생산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그런 것으로 찾는다. 


더 나아가 범선에 해당하는 중국에는 정크선이라는 배가 있었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효과적인 전함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우선 중국사람들은 함포의 전략적 가능성과 잠재력을 깨닫지 못했고 그러한 가능성이 부여하는 새로운 해상 전술도 충분히 습득하지 못했다. 이런 것들을 다 묶어서 보면 물론 일본이 있었기 때문에 예외적인 사례로 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때 아시아에서 기술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신념체계와 관습의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구만으로는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150 중국인은 투르크 인이나 인도인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한참 뒤쳐져 함포의 전략적 가능성과 잠재력을 깨닫지 못했고 그러한 가능성이 부여하는 새로운 해상 전술도 습득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이 시대가 변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153 일부의 국지적인 성취와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도 유럽의 대포 생산과 어렴풋하게나마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서양의 대포는 언제나 다른 비유럽권 지역의 대포보다 더 우수했고 그러한 월등함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인정되었다. 유럽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군비 생산에서 우위를 놓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저자는 마이클 오크숏의 글을 인용해서 요리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가령 어쩌다 외식을 했는데 스파게티를 먹고 왓는데 굉장히 맛있더라. 집에서 해먹고 싶은데 스파게티 요리책만 사다 놓으면 스파게티가 되지 않는다. 요리책이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안된다. 요리기구도 있어야 하고 요리를 만드는데 요구되는 눈에 보이지 않은 지식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스파게티를 좋아해야 한다. 기껏 해놨는데 안먹으면 다음에는 안한다. 이런 것들. 음식에 대한 신념체계와 그동안 먹던 관습이 변화해야 하고 또 새로운 생각과 태도, 행위, 무엇보다도 지식이 성장해야 한다. 가령 집에서 스파게티를 먹어야겠다고 하면 건강이 엄청 좋아진다 해도 그 동안 안해먹던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주일에 이틀은 먹어야 하는 즉 제도화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숙련된 장인을 초청해서 요리 실습을 하고 스파게티에 대한 찬양을 만들어 내고 요리책과 실제 요리의 관계가 중요하다. 혁신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쓸모가 없고 그것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만 쓸모가 있다고 하겠다.


154 적당한 식 재료와 요리책, 요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만나면 요리라고 부르는 활동이 생겨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진실과 거리가 먼 추측도 없을 것이다. 요리책은 독자적으로 생겨난 시초가 아니고 그로부터 요리가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요리책은 요리하는 방법에 대한 누군가의 지식을 추상화한 산물이다. 요리 행위의 산물이지 발달이 아닌 것이다. 한편으로 요리책은 저녁 식사를 차리려는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리책만이 그의 유일한 안내인이라면 사실 그는 상을 차리는 일을 시작하지도 못할 것이다. 요리책은 그런 종류의 작업을 아는 사람, 책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를 기대하고 또 그에 따라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이게 《대포, 범선, 제국》에만 나와있는 것 같지만 이런 것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한국 체제가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민주주의가 잘되려면 투표만 하면 되는가. 그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형성되는 대의 민주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신념체계와 사회적인 관습과 태도와 행위가 있어야 하는지 사람들이 반드시 민주주의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되는 것. 오래 걸리는 것이다. 어떤 국가에서는 기술도입이나 민주주의나 마찬가지 유리한 초기조건이 있었을 것. 그것이 지속적으로 작용해서 이어지는 발전을 추동하고 그러다보면 지식이 축적된다. 세월이 오래 걸린다. 지식의 축적이라 했는데 쌓아야 된다는 것. 


사회적인 관습을 깨뜨려가면서 지식을 축적하려면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추상적 원리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거기서 새로운 조건이 창출되면서 새로운 도구가 생성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을 좀 다시 재정리를 해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은 명제적 지식과 처방적 지식이라는 것이 있다. 명제적 지식은 참과 거짓을 기준으로 하는 지식. 이런 것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맞아야 하는 것. 원리적인 지식이라고 할 수 있고 처방적 지식은 쓸모를 기준으로 하는 것. 속된 말로 약빨이 먹히느냐 인 것.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내려면 명제적 지식만 있어서는 안되고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처방적 지식도 있어야 한다. 또한 처방적 지식만 있어서는 새로운 조건을 창출해낼 수 없고 원리화하는 명제적 지식도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그때서야 비로소 새로운 도구도 생산되고 지식을 축적하는 새로운 조건도 창출된다 하겠다. 치폴라는 이런 명제적 지식과 처방적 지식을 얘기하고 있지 않지만 그와 마찬가지 얘기들을 에필로그에서 정리해서 말하고 있다.


에필로그를 정리하자면 유럽이 범선에 대포를 실어서 해양제국을 건설하게 된 과정. 이 과정을 178페이지까지 써놨는데 증거를 쌓아 올려서 결론을 한마디로 한다. 증거를 50개 쌓아 올려서 결론은 한 마디 이게 논증이다. 참 좋은 책. 이런 논증들을 잘 펼쳐 보이는 게 참 중요하다. 치폴라는 1,2장에서 그런 것을 얘기했다. 에필로그에서는 바스쿠 다 가마의 시대가 열리면서 유럽은 해양을 지배하게 되었고 팽창되었는데 이러한 유럽의 팽창에 대해서 전체적인 조망을 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상업적 모험이었다. 어떤 이들은 선교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종교는 명분을 제공하고, 금은 동기를 제공하고, 기술적 진보는 수단을 제공했다. 명분과 구체적으로 움직이는 행동동기,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단. 이를테면 철학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면 겉으로 드러내는 명분도 뚜렷하지 않고, 수단도 마땅치 않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잘 안 한다. 보통 명분도 동기도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162 유럽의 팽창은 본질적으로 상업적 모험이었고, 유럽 강대국들의 식민지 정책이 확연히 중상주의적 경향을 보인 것은 그러한 팽창 정책 뒤의 기본 동기들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164 종교는 명분을 제공하고 금은 동기를 제공한다. 14~15세기에 대서양 연얀 유럽 국가들이 성취한 기술적 진보는 수단을 제공했다. 프롤로그에서 제시되었듯이, 적극적인 "동기"는 13세기부터 지중해 유럽에서 이미 존재했다.


165 14,15세기에 대서양 유럽이 개발한, 대포로 무장한 배는 유럽의 영웅담을 가능케 한 발명품이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선원이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물리적 에너지를 이동과 파괴를 위해 제어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경제적인 고안물이었다. 어느 순간 유럽이 극적으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은 모두 거기에 있었다.


콜럼버스는 제노바 출신의 이탈리아 사람. 항해술이 뛰어나거나 천문학지식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포르투갈에서 떠났다. 지중해의 상업자본을 대서양 중심의 선박과 항해술을 연결시킨 사람이 콜럼버스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지중해가 대서양으로 넘어가는 이행지점에 콜럼버스가 있었던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콜럼버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 물론 아메리카를 발견해서 아메리카가 괴로워진 것도 사실. 그것도 의미 있고 연구해야 하지만 콜럼버스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이런 것들 그러니까 어떤 자본과 기술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 그래서 중요한 사람. 상징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대포로 무장한 범선이라고 하는 도구를 이용하야 해양을 점령함으로써 상업자본이 발전하였고, 여기서 축적된 자본과 개척된 해외시장은 산업혁명에 의해 시작된 산업자본주의를 촉발하게 되었다. 상업자본주의는 만들어서 파는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원거리 물물교환. 산업자본주의는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 


176 유럽 인들이 인도의 광대한 내륙을 정복하거나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은 이후 산업 혁명의 부산물로 따라온 것이다. 유럽의 해상 확장은 산업 혁명으로 가는 길을 닦은 여러 주변 여건 가운데 하나이다.


이 모든 것을 논의하기 위해서 어떻게 논의를 해왔는가. 178페이지에서 자신의 지금까지 탐구한 방식을 얘기하고 있다. 포탄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기계적 발명에 다다르게 되고 발명은 다시 정치 개혁으로 이어진다. 정치 개혁으로부터 우리는 정치 이론들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정치 이론들은 다시 우리를 서양의 철학으로 이끌었다. 다른 한편으로 기계적 방법을 통해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게 되고 그로부터 과학적 방법론과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 걸음씩 우리는 포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지만 동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기술이 목표가 되고 철학과 사회적 인간적 관계들은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한편,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기계는 그의 주인이 된다. "바스 쿠 다 가마의 시대"는 악몽으로 끝난다. 인간 ━ 서양인과 비서양인 모두 ━ 이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당혹스러운 마법사의 조수라는 오래된 상상은 비극적이게도 현실이 된다.


치폴라의 마지막 말 기술의 찬양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78 포탄을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기계적 발명에 다다르게 되고 발명은 다시 정치 개혁으로 이어진다. 정치 개혁으로부터 우리는 정치 이론들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정치 이론들은 다시 우리를 서양의 철학으로 이끌었다. 다른 한편으로 기계적 방법을 통해 우리는 과학을 이해하게 되고 그로부터 과학적 방법론과 과학적 사고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 걸음씩 우리는 포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졌지만 동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기술이 목표가 되고 철학과 사회적 인간적 관계들은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한편,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기계는 그의 주인이 된다. "바스 쿠 다 가마의 시대"는 악몽으로 끝난다. 인간 ━ 서양인과 비서양인 모두 ━ 이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당혹스러운 마법사의 조수라는 오래된 상상은 비극적이게도 현실이 된다.



지금까지 《대포, 범선, 제국》을 읽었다. 유라시아 대륙에 대해서 읽다가 《대포, 범선, 제국》으로 넘어왔는데 16세기 이래 벌어진 사건들을 경제사회측면에서 다룬 책. 이제는 그런 사건들에 대해서 세계사적 조망을 해보겠다고 나선 것이 《땅과 바다》이다. 이제 그 책을 다음주부터 천천히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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