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관념론 | 12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본 칸트와 헤겔 4


요청과 지양 - 10점
김석수 지음/울력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본 칸트와 헤겔 4

  1. 칸트와 헤겔이 바라본 전통 형이상학
  2. 이념과 실재
  3. 자연과 자유



우리가 만약에 우리의 <비판>을 통해서 필연적으로 행하게 된 경험의 대상으로서의 사물과 물자체 그것으로서의 사물 사이의 구별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인과성이라는 원칙이, 따라서 그것 그것을 규정함에 있어서 자연의 기계성이 모든 사물들 일반에 관해서 작용하는 원인들로서 철저하게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바로 그와 같은 존재, 예를 들면 인간의 영혼과 같은 존재에 관해서 그 존재의 의지가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자연필연적인 것에 예속되어 있다고, 즉 자유롭지 못하다고 내가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런 주장은 명백히 모순에 빠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두 명제에 대해서 동일한 의미로, 즉 사물일반으로서(물자체로서) 취하였기 때문이다.


칸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자체가 완전히 기계적으로 규정된다는 인과성의 법칙에 지배를 받고 있다면 인간의 자유는 불가능하다. 그는 당대의 물리학의 중력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등 필연적인 인과성의 법칙도 거부할 수 없고, 또한 인간의 의지가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할 수 없다고 보았다.


칸트는 이론이성 차원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자유를 실천이성 차원에서는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엄연히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덕법칙이 존재하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유가 전제되어야 하며, 또 이 자유를 도덕법칙을 수행하게 되면 인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자유는 도덕법칙의 존재 근거이며, 도덕법칙의 자유의 인식근거"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칸트는 '선가험적 자유'라는 이념을 근거로 자연법칙의 영역에서 도덕법칙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여기에서 형상의 가능근거, 존재자들의 가능근거를 대상화하여 이론적으로 증명하려고 함으로써 발생한 모든 독단 형이상학의 잘못을 피하는 길이 마련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가 확립하려고 하는 윤리 형이상학의 길이 열려있다. 나아가 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도덕법칙의 전형으로서의 자연법칙을 언급하면서, 이미 '자연의 왕국'을 '목적의 왕국'과 유비시키고 있다.


그의 윤리신학은 인간의 자연의 세계로부터 자유의 세계로, "자연적인 유로서의 인류"로부터 "도덕적인 유로서의 인류"로 이행하도록 한다. 그의 이런 시각은 셸링에게도 일정 정도 빚을 입고 있다. 셸링은 '능상적 자연'과 '소산적 자연'을 구별한 스피노자의 자연관, 즉 자연과 자유를 분리하지 않고 자연의 필연성과 인간의 자유를 통일시키고자 한 자연관을 수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칸트가 주어진 자연과 부과된 자연으로 구분하고, 반성적 판단력에 의해 기계론적 자연과 목적론적 자연을 구별하는 것은 정신과 물체를 이원적으로 바라보는 데카르트의 시각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칸트의 판단력이 지니고 있는 반성성은 추상성과 형식성을 면치 못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헤겔은 실재적인 것을 이념적인 것 아래 놓은 선가험적 철학이나 이념적인 것을 실재적인 것 아래 놓은 자연철학 모두를 하나라고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연은 볼 수 있는 정신이고, 정신은 보이지 않은 자연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칸트의 이율배반의 해결방식은 결코 자연과 자유의 대립을 넘어서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유를 가능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헤겔은 자연은 정신의 외화태 이상이 될 수 없다. 자연은 타재 형식으로 존재하는 이념으로서, 시간적으로 최초의 것이라 할지라도 절대적으로 앞서 있는 것이 아니다.


━ 우리에게는 정신은 자연을 자신의 전제로 가지고 있으며, 자연의 진리로서, 따라서 자연의 절대적 제1자이다.


이처럼 헤겔은 자연이 정신에 대립해 있는 절대 타자로 굳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는 자연이 정신으로 발전 지양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정신의 최고 완성태로서의 신이라고 하는 것도 그것이 무매개적인 직접태로 존재할 때는 자연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신과 추상적으로 대립해 있는 자연도 허락하지 않지만, 무매개적인 직접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는 자연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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