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생각에 관한 생각 - 10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추천사

머리말


1부 두 시스템

2부 어림짐작과 편향

3부 과신

4부 선택

5부 두 자아

결론


부록 A: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부록 B: 선택, 가치, 틀짜기

감사의 말

찾아보기




머리말

15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직관 편향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오류에 주목한다고 해서 인간의 지적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의학 교재에서 질병에 주목한다고 해서 건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는 대체로 건강하고, 우리 판단과 행동은 대체로 적절하다. 우리는 삶을 항해하면서, 내가 받은 인상과 느낌에 나를 맡기고, 직관적 느낌과 호불호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정당화한다. 그러나 느낌과 호불호가 늘 옳지는 않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 때도 자신감을 갖는 때가 많아서, 나보다 객관적 관찰자가 내 오류를 더 잘 발견하곤 한다.


따라서 내가 목표로 정한 정수기 앞 잡담은 이렇다. 타인에게 나타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내게 나타나는 판단과 선택의 오류를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로 토론하면서, 그 오류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 키우기. 오류를 정확히 진단하면, 그 상황에 개입해, 판단이나 선택을 잘못해 생기는 손해를 줄일수도 있다.


15 이 책에서 다룰 내용

이 책은 5부로 나뉜다. 1부는 판단과 선택에 관여하는 두 시스템의 기본 요소를 다룬다. 저절로 작동하는 시스템 1과 의식적으로 조정되는 시스템 2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시스템 1의 핵심인 연상기억이 주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일관되고 조리 있게 해석하는지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직관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반사적이고 대개는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소개하고, 이처럼 저절로 일어나는 과정이 어떻게 판단 어림짐작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할 것이다. 1 부의 목표는 정신세계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언어를 소개하는 것이다.


2부는 판단 어림짐작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를 소개하고, '통계적으로 생각하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가?'라는 의문을 탐색한다. 우리는 연상 능력도 좋고, 비유적으로 생각도 잘하고, 인과관계를 생각할 줄도 안다. 하지만 통계적 사고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야 하며 시스템 1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다.


통계적 사고의 어려움은 3부의 핵심 주제로 이어진다. 3부는 정신의 당혹스러운 한계를 다룬다. 우리는 믿음을 과신하고,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어떤 사건에서 우연의 역할을 과소평가한다. 과신은 지나간 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면서 내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사후 판단의 근거 없는 확신 탓이 크다. 이 주제에 관한 내 견해는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내 희망이라면 사람들이 정수기 앞에서 잡담을 나눌 때, 지난 일에서 배울 점을 찾으면서 사후 판단의 유혹과 근거 없는 확신을 거부하는 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4부는 결정의 본질과 관련해, 그리고 경제주체는 합리적이라는 단정과 관련해,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아모스와 내가 1979년에 발표한 선택 모델인 전망 이론의 핵심 개념을 두 시스템 모델에 기초해 지금의 관점으로 소개한다. 그런 다음, 합리성 규칙을 벗어난 인간의 다양한 선택을 다룬다. 여기서는 문제를 하나하나 따로 떼어 생각하는 안타까운 성향, 그리고 선택 문제에 나타나는 하찮은 특징 때문에 결정이 달라지는 틀짜기 효과를 설명한다. 시스템 1의 특징으로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한 이런 현상은 기존 경제학이 두둔하는 합리성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5부는 관심사가 다른 두 지아, 즉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차이를 보여준 최근 연구를 다룬다. 예를 들어 두 가지 고통을 체험한다고 해보자. 둘 중 하나는 고통이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확실히 더 고통스럽다. 그런데 시스템 1의 특징인 자동적 기억 형성에는 그것만의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을 잘 활용하면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두 가지 고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기억하는 자아가 경험하는 자아를 불필요한 고통에 빠뜨리기도 한다. 두 자아의 차이는 행복을 측정할 때도 영향을 미쳐, 경험하는 자아가 행복해하는 것과 기억하는 지아가 만족스러워하는 것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 사람 안에 있는 두 자아가 어떻게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개인에게나, 그리고 모든 사람의 행복을 정책 목표로 삼는 사회에게나 어려운 과제를 남긴다.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징에서는 이 책에서 다룬 세 가지 차이가 암시하는 것을 역순으로 탐색한다. 즉 경험하는 지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차이, 고전경제학에 등장하는 행위자와 행동경제학에 등장하는 행위자의 개념 차이, 저절로 작동하는 시스템 1과 신중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2의 차이다. 그리고 다시 남의 사생활을 지적으로 수군대는 훈련의 필요성으로, 그리고 조직을 위한 판단과 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직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돌아간다.


1부 두 시스템

39 • 시스템 1은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른다.

   •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한다.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한다.


우리는 자신을 시스템 2와 동일시한다. 의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이며, 믿음이 있고, 선택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자아다. 시스템 2는 스스로를 사고와 활동의 주인공이라고 믿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저절로 작동하는 시스템 1이다. 


75 대학생 수천 명이 이 문제에 답을 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다. 하버드, MIT, 프린스턴대학 학생의 50퍼센트 이상이 직관적 오답을 말했다. 그 외 대학생들의 오답률은 80퍼센트가 넘었다. 방망이와 공 문제는 앞으로 이 책에서 반복될 이야기인 많은 사람이 직관을 지나치게 확신하고 신뢰한다는 사실과 관련해 우리가 처음 마주한 실험 결과다. 사람들은 머리 쓰는 일을 썩 달가워하지 않아 가급적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139 • 과신: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원리가 말해주듯, 증거의 양이나 질은 주관적 확신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 믿음에 대한 확신은 대개 눈에 보이는 정보가 아주 적을지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우리는 종종 판단에 핵심이 되는 증거가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 연상 체계는 일관된 연상 유형에 안주한 채 의심과 모호성을 억누르는 성향이 있다.

   • 틀짜기 효과: 똑같은 정보라도 제시하는 방식이 다르면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쉬운데, 이를 '틀짜기 효과'라 한다. 

   • 기저율base rate(어떤 집단 또는 현상에서 해당 요소가 차지하는 자연 발생적 또는 애초의 비율) 무시: 앞에 나왔던 스티브를 기억해보라. 사람들이 흔히 사서라고 생각하는 온순하고 찬찬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성격묘사는 구체적이고 생생해서, 남자 사서보다 남자 농부가 많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문제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 통계적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2부 어림짐작과 편향

184 이런 현상이 일상에서 워낙 흔하고 중요하니, 이 현상의 이름을 알아두는게 좋겠다. 바로 '기준점 효과'다. 이 현상은 모르는 수량을 추정하기 전에 특정 값이 머릿 속에 떠오를 때 나타난다. 실험심리학에서 나타나는 매우 신뢰할 만하고 막강한 현상인데, 이때 사람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값을 기준점 삼아 그와 가까운 숫자를 추정치로 내놓는다. 


184 어떤 집이 얼마면 사겠는지 생각할 때도 질문에서 제시한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집이라도 표시 가격이 낮을 때보다 높을 때 더 가치 있어 보인다. 그런 숫자에 영향을 받지 않기로 결심해도 소용없다. 기준점 효과 사례는 끝이 없다. 숫자를 예측하는 질문을 받고 답을 생각할 때면 여지없이 이 현상이 나타난다.


201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은 다른 판단 어림짐작과 마찬가지로 어떤 문제를 다른 문제로 바꿔치기 한다. 그러니까 어떤 범주의 크기나 어떤 사건의 발생 빈도를 추정해야 할 때 해당 사례가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에 대한 느낌으로 그 추정을 대신한다. 문제 바꿔치기에는 체계적 오류가 따르게 마련이다.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이 어떻게 편향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볼 간단한 방법이 있다. 관련 사례를 금방 떠오르게 하는, 빈도 외의 요소를 적어보라. 그 요소가 편향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215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는 흔한 판단에 나타나는 편향으로도 일부 설명되지만, 슬로빅은 그 차이가 순전히 가치 상충에서 오는 경우에 주목한다. 그가 지적한 바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보통 사망자 수(또는 줄어든 수명)로 잠재적 위험을 측정하는 반면 일반 사람들은 좋은 죽음 그리고 나쁜 죽음, 또는 무작위 사고사 그리고 스키 같은 자발적 활동 중의 사망처럼 더 섬세한 차이에 주목한다. 이런 타당한 구분은 사례수에만 주목하는 통계에서는 쉽게 무시된다. 슬로빅은 이런 관찰을 토대로, 일반인이 전문가보다 위험성을 바라보는개념이 더 풍부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결정은 전문가가 내려야 한다거나, 일반인의 견해나 소망이 전문가와 상충할 때 당연히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전문가와 일반인의 우선순위가 다를 때 "양측은 상대의 혜안과 지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220 오늘날 회상 용이성 폭포 유도 기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자는 테러범들이다, 9/11 같은 소수의 끔찍한 사건을 제외하면 테러 희생자 수는 다른 사망 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이를테면 이스라엘처럼 빈번히 테러의 표적이 되는 나라에서도 매주 테러희생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수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위험의 회상 용이성이 다르고, 위험이 머릿속에 쉽게, 빈번히 떠오르는 정도도 다르다. 언론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끔찍한 장면들은 사람을 초조하게 한다. 내 경험상 그럴 때는 침착하게 생각하기가 어렵다. 테러는 곧장 시스템 1에 대고 말을 하는 셈이다.


295 극단에 치우친 예측, 그리고 빈약한 증거를 기반으로 드문 사건을 흔쾌히 예측하는 성향은 모두 시스템 1이 작동한 결과다. 연상 체계가 예측의 극단성과 그 예측의 바탕이 되는 증거에서 인지되는 극단성을 짝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바꿔치기가 작동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스템 1이 판단에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자신감은 눈앞에 있는 증거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이야기에 나타나는 논리적 일관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관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측을 할 것이고, 우리는 그 예측을 과신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하라.


295 회귀는 시스템 2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균 회귀는 대화 소재로 삼기에도 이해하기에도 생소하고 어려운 개념이다. 골턴은 이 개념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많은 통계 교사들도 회귀가 나오는 수업이 두렵고, 학생들도 이 중요한 개념을 모호하게 이해할 뿐이다. 시스템 2의 특별한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다. 예측을 증거와 짝짓는 것은 우리가 직관으로 하는 일일뿐 아니라 타당해 보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경험으로 회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앞의 비행 교관 사례처럼, 회귀가 드러났을 때조차도 엉터리 인과관계 해석을 붙이기 일쑤다.


3부 과신

304 인간의 정신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지식이나 바뀐 신념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불완전하다는 한계가 있다. 일단 세계를 (또는 세계의 일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그 전에는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많은 심리학자가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실험 진행자는 사형제도처럼 사람들이 입장을 완전히 정하지 않은 주제를 골라 그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의 깊게 측정한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찬성 또는 반대의 설득력 있는 주장을 들려주거나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알아본다. 그러면 대개는 자기가 듣거나 본 설득력 있는 주장에 가까운 입장을 내놓는다. 마지막으로 참가지들에게 앞서 자신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었는지 묻는다.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과거 생각을 재구성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현재의 입장을 회고하면서(바꿔치기), 다수가 그 전에는 다르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305 사후 판단 편향은 의사 결정지들을 평가할 때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관찰자들은 결정의 질을 평가할 때 결정 과정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따진다. 위험이 낮은 외과 처치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보자. 사건이 일어난 뒤에 배심원들은 그 처치가 사실은 위험성이 높았고, 처치를 지시한 의사는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믿기 쉽다. 이런 결과 편향 탓에, 처음에는 타당하다고 믿었던 결정을 사후에 제대로 평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325 주식시장의 핵심 질문은 그 회사에 대한 정보가 그 곳 주가에 반영되었느냐다.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이 중요한 질문에 대답할 능력이 안 되는 게 분명한데도, 자신의 무지에 무지한 듯하다. 내가 장애물 시험을 지켜보며 깨달았듯이,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확신은 느낌일 뿐 판단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지적 편안함과 연상적 일관성에 비춰볼 때, 주관적 확신은 시스템 1의 영역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타당성 착각과 능력 착각은 막강한 전문가 사회의 지지를 받는다. 사람들은 아무리 터무니없는 제안도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제안이라면 확고한 믿음을 갖는다. 


330 월스트리트에서 시장보다 더 정확하게 미래의 주가를 예상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주식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장기 예상을 내놓는 전문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들이 비록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는 값진 혜안을 가졌을지라도 마찬가지다. 예상 가능한 미래와 예상 불가능한 먼 미래는 여전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4부 선택

416 • 평가는 '적응 수준'이라고도 불리는 중립적 준거점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 원칙을 잘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릇 세 개에 물을 담아보자. 왼쪽 그릇에는 얼음물을 담고 오른쪽 그릇에 따뜻한 물을 담는다. 가운데 그릇에는 실온의 물을 담는다. 양손을 찬물과 더운물에 1분 정도 동시에 담갔다가 다시 동시에 가운데 그릇에 담가보자. 똑같은 실온의 물인데도 한쪽 손은 따뜻하게, 다른 손은 차갑게 느낄 것이다. 금전적 결과에서 보면, 준거점은 평상시에는 현재 상태지만, 때로는 기대하는 결과일 수도 있고, 동료들의 임금 인상이나 보너스처럼 나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결과일 수도 있다. 준거점부다 높은 결과는 이익이고, 낮은 결과는 손실이다.

    • 민감성 감소 원칙은 감각에도, 부의 변화 평가에도 모두 적용된다. 어두운 방에서는 불을 약하게 켜도 큰 효과를 낸다. 그러나 조명이 강한 방에서 약한 불빛은 아예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 세 번째는 손실 회피다. 직접 비교하든 상대적으로 비교하든 손실은 이익보다 더 커 보인다. 플러스 기대치 또는 경험치와 마이너스 기대치 또는 경험치 사이의 이 같은 비대칭성에는 진화의 역사가 담겨 있다. 위협을 기회보다 더 절박하다고 보는 생물은 생존과 번식 가능성이 더 높다.


433 전망 이론에 따르면, 와인을 흔쾌히 사거나 팔 의향은 준거점, 즉 교수가 와인을 지금 소유했느냐 소유하지 않았느냐에 달렸다. 와인을 소유했다면, 와인을 '포기하는' 고통을 고려한다. 와인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와인을 '얻는' 기쁨을 고려한다. 두 가지 가치는 손실 회피 때문에 동일하지 않았다. 좋은 와인을 포기할 때의 고통은 같은 정도로 좋은 와인을 얻을 때의 기쁨보다 더 크다.


474 시스템 2는 사건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불안이나 그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다. 시스템 1은 차단이 안 된다. 감정은 확률과 따로 놀 뿐 아니라 정확한 확률에도 둔감하다. 두 도

시가 자살 폭탄 테러 경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한 도시에는 폭탄 두 개가 터질 것이라고 했고, 다른 도시에는 하나가 터질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도시의 위험률은 절반인데, 과연 그곳 주민은 첫 번째 도시 주민보다 안전하다고 느낄까?


505 이 문제를 자신이 기뻐할 선택과 고통스러워 할 선택 중에 고르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당연히 불루베리 타일스를 팔아 자신의 투자 능력에 뿌듯해 할 것이다. 조사 결과, 예상대로 절대 다수가 주가가 떨어진 주식보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팔겠다고 했다. '성향 효과'라는 애매한 이름이 붙은 편향이다. 성향 효과는 좁은 틀짜기의 한 예다. 투자자는 사들인 주식마다 계좌를 따로 개설해놓고, 계좌를 해지할 때마다 모두 이익을 내고 싶어 한다. 합리적 행위자라면 금융자산 구성을 포괄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현재 주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는 제쳐두고 앞으로 가장 안 오를 것 같은 주식을 판다. 


506 매수 가격은 중요하고 심지어 이콘도 매수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팔지, 내린 주식을 팔지는 분명한 답이 있는 문제이며, 어느 것을 파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성향 효과는 비싼 대가를 치르는 편향이다.


507 합리적인 결정자는 현재의 투자가 미래에 가져올 결과에만 관심을 둔다. 앞선 실수를 정당화하는 것은 이콘의 관심사가 아니다. 더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는데도 구태여 손해 보는 계좌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매몰비용 오류'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결정에서 나타나는 값비싼 실수다. 돈을 주고 표를 샀다는 이유로 눈보라를 뚫고 차를 모는 것은 매몰비용 오류다.


511 두 사람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똑같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둘 다 현재 A 주식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B 주식을 가졌더라면 똑같은 액수의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조지는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현재 상황에 놓였고, 폴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같은 상황에 놓였다. 이 짧은 사례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똑같은 결과를 두고도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그 결과가 생겼을 때보다 행동함으로써 그 결과가 생겼을 때 (후회를 비롯해)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도박에서도 증명되었다. 사람들은 대개 도박을 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이익을 봤을 때보다 도박을 해서 그만큼의 돈을 땄을 때 더 기뻐한다. 이런 비대칭은 손실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후회뿐 아니라 비난에도 해당한다.


547 이제까지 거듭 살펴보았듯이 중요한 선택은 해당 상황의 하찮은 특징에 좌우된다. 중요한 결정을 그런 식으로 내리고 싶지 않건만, 정말 당혹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 생각이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고 느끼지 않지만, 인지 착각의 증거를 부정할 수는 없다.


548 장기 기증 사례는 인간의 합리성을 둘러싼 논란이 실제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에서 선택을 어떤 식으로 제시하느냐는 당연히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이 합리적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의 중대한 차이다. 합리적 모델 신봉지들은 틀짜기에는 관심도 두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더 안 좋은 결과를 심심찮게 떠 안는다.


5부 두 자아

555 검사가 끝나고 모든 참가자에게 그 과정에서 느낀 '고통의 총합'을 물었다. 고통의 총합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들이 이제까지 보고한 고통 전체를 회고하도록 유도해, 쾌락 측정기 총합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환자들은 고통 전체를 회고하지 않았다. 통계분석 결과, 우리가 다른 여러 실험에서 발견한 유형을 설명해주는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 정점과 종점 원칙: 환자들이 회고하는 전체 평가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수치는 최악의 순간에 보고한 고통과 검사가 끝날 때에 보고한 고통의 평균이었다.

   • 지속 시간 무시: 검사가 지속된 시간은 전체 고통 평가에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556 • 환자가 기억하는 고통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고통이 최고조에 이를 때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전 과정의 지속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전 과정이 끝날 때의 고통이 비교적 약할 때 환자가 더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다면 갑작스러운 고통 완화보다 점진적인 완화가 더 나을 수 있다.

    • 실제로 느끼는 고통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정점의 고통이 커서 환자에게 끔찍한 기억을 남기더라도 전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 있다.


557 이 딜레마를 두 지아(시스템 1, 시스템 2와는 다르다)의 이해 충돌로 보면 편하다. "지금 아픈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경험하는 자아와 "전체적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기억하는 자아의 충돌이다. 인생을 살면서 간직하는 것은 기억이 전부이다시피 해서, 우리가 삶을 생각할 때 채택할 수 있는 유일한 관점은 기억하는 자아의 관점이다.


558 경험과 그 기억을 혼동하는 것은 인지 착각의 좋은 예이며, 사람들은 경험을 기억으로 바꿔치기 하는 탓에 과거 경험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경험하는 자아는 발언권이 없다. 기억하는 지어는 더러 엉터리지만, 삶의 점수를 기록하고 삶의 교훈을 지배하는 자아이며, 결정을 내리는 자아다. 우리가 과거에서 배우는 교훈은 미래 기억의 질을 극대화하되, 미래 경험의 질도 극대화한다는 보장은 없다. 한마디로 기억하는 자아의 횡포다.


570 나는 고통스러워 하는 내가 안쓰럽지만 고통받는 낯선 사람보다 더 안쓰러울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곧 기억하는 자아이고, 내 삶을 살고 있는 경험하는 자아는 마치 낯선 사람 같다.


594 경험하는 자아의 삶을 일정한 가치를 지닌 순간의 연속으로 묘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어떤 사건의 가치는 단순히 매 순간 가치의 합(쾌락 측정기 총합)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사건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기억하 자아도 이야기를 하고 선택을 하지만, 그 이야기나 선택은 시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597 기억하는 자이는 시스템 2가 구성한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아가 사건과 삶을 평가하는 방식의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 기억의 특성이다. 지속 시간 무시와 정점과 종점 원칙은 시스템1에서 나오고, 시스템 2의 가치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지속 시간이 중요하다고 믿지만, 우리 기억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과거에 대한 평가를 지배하는 규칙은 시간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결정에 좋은 지침이 못 된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시간은 궁극적으로 유한한 자원이지만, 기억하는 자아는 그 현실을 무시한다. 


597 후회가 예상된다는 것은 기억하는 자아가 내린 판단인데, 우리는 그 판단을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아의 관점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는 자아를 염두에 둔 채 쾌락 측정기를 객관적으로 관찰한 사람이라면 다른 조언을 내놓을 것이다. 기억하는 자아의 지속 시간 무시와 정점과 종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태도, 그리고 사후 판단 성향이 합쳐지면 실제 경험을 왜곡해서 판단한다.


609 시스템 2가 의지할 방법이라고는 천천히 스스로 답을 내보려고 시도하는 것뿐인데, 워낙 게을러 그 일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방망이와 공 문제에서 그랬듯이 시스템 1이 내놓는 많은 제안이 최소의 검토만 거친 채 쉽게 통과된다. 시스템 1이 오류와 편향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얻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원칙, 세기 짝짓기, 연상적 일관성 같은 시스템 1의 특징은 예측 가능한 편향과 인지 착각을 유발하는데, 그 예는 기준점 효과, 비회귀 예측, 과신 등 무수히 많다.


610 행위자보다 관찰자가 인지적으로 덜 바쁘고 정보에 더 개방적이다. 이 책을 쓰면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보다 비판하는 사람이나 남 이야기를 수군대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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