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ㅣ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0

 

한여름 밤의 꿈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A Midsummer Night's Dream 

1막 1장

리산더: 아니면 선택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전쟁, 죽음, 혹은 질병이 엄습을 해서,
그것을 소리처럼 한순간이게,
그림자처럼 휙 지나가게, 꿈처럼 짧게,
차갑고 깜깜한 밤에 치는 번개처럼 간명하게 만들어 버리지,
일순의 충동으로 하늘과 땅을 드러내고는
사람들이 ‘저것 봐'하고 말할 겨를도 없이
어둠의 아가리가 그걸 집어삼키게 하는 거요.
찬란한 것들이 그리도 빠르게 혼돈을 맞더란 말이오.

헤르미아: 진정한 연인들이 언제나 역경을 맞았다면
그건 운명의 칙령이군요.
그렇다면 우리 인내를 갖고 이 시련을 견디기로 해요,
늘 있어 온 역경이라니까요,
사념과 꿈, 그리고 한숨과 소망,
그리고 눈물 등, 불쌍한 사랑의 추종자들과 매한가지죠.

 

2막 1장

데메트리우스: 난 당신 사랑 안 해. 그러니 날 쫓아다니지 말라구.
리산더는 어렸지, 그리고 아름다운 헤르미아는?
내 그자를 죽일 참인데, 그녀가 날 죽이는군.
그 둘이 이 숲으로 숨어들었다고 당신이 그랬잖아.
그래서 이곳엘 왔건만, 이 숲 속에 갇혀 미칠 지경이야,
나의 헤르미아를 만날 수 없으니.
꺼져, 가라구, 그리고 더 이상 날따라오지 마.

헬레나: 당신이 절 집아당기는 거예요, 매정한 지남철 같으니.
하지만 당신이 끌어당기는 것은 그냥 쇠가 아녜요, 내 마음은
단련된 강철이니까. 끌어당기는 당신의 힘을 당신이 버리면
제가 당신을 따라 갈 힘도 사라지겠죠.

 

3막 2장

리산더: 왜 내가 당신을 조롱하려고 당신한테 구애한다고 생각하죠?
조롱과 경멸을 눈물로 할 수는 없는 거예요.
맹세하며, 우는 내 표정을 보세요, 그리고 눈물로 태어난 맹세는
태생부터 온갖 진심을 나타내는 법.
어떻게 내 맹세가 당신한테 조롱으로 보일 수가 있소,
충성 휘장이 그 진실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헬레나: 갈수록 간교함이 늘어만가는군요,
한 맹세가 다른 맹세를 죽이는 판이니—오 악마의 거룩한 난투가 이럴까!
이 맹세는 헤르미아 것이죠. 그녀를 버리겠다구?
맹세로 맹세의 무게를 달아 봐, 당신 무게는 꽝일 테니까.
그녀와 내게 한 맹세는
저울 팽팽하고, 두 맹세 모두 거짓말처럼 가벼울 테니까.

 

4막 1장

테세우스: 모두들 일어들 서시게.
(연인들이 일어선다)
(데메트리우스와 리산더에게) 자네들은 경쟁자이자 원수 사인걸로 아는데.
이 부드러운 화합은 대체 어찌된 일인가,
증오가 전혀 의심도 없이
증오 옆에서 잠들고, 적대감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다니?

리산더: 공작님, 저도 어리둥절합니다.
비몽사몽이 따로 없네요. 아직까지는, 분명.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리 오게 되었는지.
하지만 제 생각에 — 저도 정말 말씀을 드리고 싶거든요.
그리고, 이제 생각을 정리해 보건대. 이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헤르미아와 함께 이리로 왔고요. 계획은
아테네를 떠나 아무 데든,
아테네 법률의 위협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서—.

 

5막 1장

히폴리타: 이상하군군요, 나의 테세우스, 이 연인들이 하는 얘기는.

테세우스: 진실보다 더 이상하오. 난 결코 믿을 수가 없소,
이 괴상한 얘기들을, 동화 나부랭이도 그렇고.
연인과 광인은 머리가 펄펄 끓는 데다,
상상력이 마구 모양을 꾸며 내는지라, 그 공상을
차가운 이성은 결코 이해할 수 없지.
광인, 연인, 그리고 시인은
모두 상상력이 조밀하단 말야.
광활한 지옥도 감당 못할 만큼 많은 악마들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광인이지. 연인은, 못지않게 온통 넋이 나가서,
집시 여인 이마에서 트로이 헬렌의 아름다움을 보는거고.
시인의 눈은 엄청난 열광에 들떠서 구르며
하늘에서 대지를, 대지에서 하늘을 살피고,
상상력이 육화하는
미지의 사물 형태를, 시인의 붓이
모양 짓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구석구석 거처와 주소를 부여해 주는 것이오.
강력한 상상력은 술책에 아주 능하여
어떤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면
그 즐거움의 어떤 원천을 떠올리지,
혹은 밤에 어떤 두려운 대상을 상상하면,
작은 숲도 아주 쉽사리 곰으로 보이고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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