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클래스 e | 강유원의 책읽기와 글쓰기 04강

 

❝ 다양한 정보기술 매체가 통용됨에 따라 책은 더이상 쓸모있고 의미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매체의 차이에 따른 전달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책은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즐거움과 유용함을 제공해오고 있다. 강유원의 실전지식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에서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으로부터 지식을 얻어내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다양한 기술, 읽기와 쓰기에 수반되는 도구들까지도 살펴보려고 한다. ❞


강의 내용
01강 네 가지 행위에 관한 일반론
02강 책고르기와 구입하기
03강 책읽기의 시작 
04강 서문, 서론 읽기
05강 통독하기, 부분 집중 읽기
06강 글쓰기의 시작
07강 서평의 기본형식 
08강 단권 정리
09강 주제서평
10강 매체들과 자료정리

 

 

04강 서문, 서론 읽기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표지를 분석해보고 차례도 살펴봤습니다. 정 모르겠으면 그 분야에 대해서 뭔가 잘 아시는 분에게 이 책의 차례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이런 것을 질문하면서 공부를 해나가라고 했습니다. 자 그럼 우리가 책을 사서 읽는다 이런 얘기죠.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리는데 책은 그냥 곱게 읽는 게 아닙니다. 책이 있어요. 지금 보여드릴께요. 이렇게 밑줄을 치죠.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밑줄 칩니다. 지금 이렇게 밑줄 치고 예를 들어서 《역사》 이런 책이 있어요. 이런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치면서 읽습니다. 그런데 먼저 중요한 것은 뭐냐면 이 책을 읽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반드시 해야 되는게 뭐냐 서문을 먼저 읽는 것입니다. 자, 서문이 있습니다. 서문을 꼭 읽어야 합니다. 서문은 이 책을 쓴 목적이 들어가 있습니다. 《역사》라는 입문서를 보면요, 이 책은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둘째는 역사학의 이론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셋째는 특정한 접근법을 지지하는 논쟁적인 책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서문에 들어있습니다. 그 다음 두번째, 서문에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목적이 첫번째라면 두번째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그렇게 되어있어요. 그러면 이 《역사》라는 입문서는 첫째 부분인 처음 세 장의 목표는 특정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독자들이 흥미를 끌고 과거의 역사가 어떠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그게 첫째 부분. 그 다음 둘째 부분은 4장과 5장에서는 역사를 탐구하기 시작하는 방법을 보여주려 한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6장과 7장에서 역사와 진실의 위상과 의미, 역사가 중요한 이유에 관한 견해를 몇 가지 제시한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 다음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면서 누구에게 신세를 졌는가, 누구에게 감사하는가 이런 얘기가 서문에 들어있어요. 

어떤 책을 샀어요. 그 다음에 표지에 대해서 체크했어요. 그 다음에 차례를 분석했어요. 그 다음에 뭘 해야 하느냐. 서문을 본다 이거죠. 그런데 서문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째가 이 책을 쓴 목적, 그 다음에 이 책은 어떤 순서로 서술이 되어 있는가. 그 다음 세 번째가 이 책을 쓰면서 고마웠던 사람들이 이야기. 자 그러면 서문을 대개 보면요. 어떤 책이든 이 서문을 보면 이 정도쯤에 여백이 이렇게 남습니다. 이 여백에 본문으로 들어가기 앞서서 서문을 여러 번 읽어서 반드시 서문을 요약해서 정리해 두셔야 된다 그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기다가 "이 책의 목적"하고 한 문장으로 쓰고 그 다음에 서술 순서가 방금 우리 3개였죠. 3개면 문장 3개로 여기다가 반드시 정래해서 적어두셔야 해요. 그런데 그러면 사람들이 너는 왜 거기다 안 적었냐. 제가 지난 번에 말씀드린 거처럼 저는 독서 카드에 따로 정리했기 때문에 안 적었어요. 어떤 책을 읽고 이것을 독서 카드에 정리해야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런 여백에다가 메모하고 치울 것인지 아니면 이런 면지에다가 대강의 내용을 적어 둘 것인지 이것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처음부터 알 수는 없어요. 해보면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알게 됩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이 책 같은 경우는 제가 면지에 아무것도 안적었습니다. 왜냐 이 책은 얇아도 독서 카드에 정리를 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은 얇은 책인데 제가 이 책에는 메모도 많이 했고 그런데 왜 독서 카드에 이렇게 따로 적었느냐. 제가 역사에 관해서 뭔가를 강의할 때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 다음에 이 독서 카드를 가지고 강의를 하려고 따로 정리를 했어요. 저는 독서 카드를 만드는 것이 강의용 자료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정리를 따로 했습니다. 같은 입문서인데 《철학》이라는 이 책은요 이렇게 메모를 하기도 했지만 따로 독서 카드를 안만들었어요. 왜냐 제가 그래도 명색이 철학 선생인데 철학 입문서를 가지고 독서 카드를 만들면 그동안 공부 헛했다는 거 아니에요. 철학 입문서 이 정도는 쓸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이런 책은 독서 카드를 만들 것 없이 이 정도는 머리속에서 정리해서 얘기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읽는데 이 책 앞에 있는 면지에 대강 내용을 정리해둘 것인가. 아니면 독서 카드를 만들 것인가. 이것은 각자 읽은 다음에 그때 그때 경우에 따라서 정리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독서 초보자다, 내가 책읽고 정리하는 것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다 그런 분들이 연습 삼아서 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출발점이 어디냐 서문 읽고 정리하기입니다. 서문을 읽으면 반드시 서문 아래 여백이 이만큼씩 있어요. 어떤 책이든지 보면. 책 좀 읽어보신 분들은 알거에요. 이 책을 쓴 목적, 그 다음에 이 책을 서술하는 순서를 정리해 두시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서문을 요약 정리하려고 하는데 그게 요약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서문이 길어봐야 3페이지거든요. 그게 요약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둘 중에 하나입니다. 첫째, 서문이 엉망으로 쓰여서 요약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럼 그 책은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어요. 아니, 서문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쓴 책을 읽을 필요가 있겠어요? 왜냐하면요, 저도 책을 쓰지만, 서문은요 본문을 다 쓴 다음에 쓰는 겁니다. 원래. 처음부터 서문을 쓰지는 않아요. 본문을 다 쓴 다음에 제가 책을 낼 때도 그러거든요. 본문을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내요. 그러면 출판사 편집자가 어느 정도 정리해 보고, 본문의 이 부분은 이런 식으로 좀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은 분량이 좀 적은데요. 조정을 해요. 에디팅을 하죠. 그 다음에 어느 정도 에디팅이 끝나지 않습니까. 그러면 편집자가 저에게 얘기하거든요. "선생님, 서문 좀 써주세요"라고 말을 합니다. 책 내용이 확정이 되어야 그것을 정리정돈한 서문을 쓰거든요. 근데 그 서문이 요약 정리가 안될 정도로 엉망이다. 그러면 그 책의 본문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에디팅이 안된거요. 그런 책은 읽을 필요가 없어요.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이냐, 그 다음에 이 책의 서술 순서 두 가지를 요약 정리를 한다. 그 다음에 한 가지 이건 일종의 꿀팁인데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과 감사의 말이 서문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서 존 아널드가 쓴 이 《역사》라고 하는 책에는 보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출간에 앞서 많은 이들이 원고를 읽어주고 다양한 논지와 관련해 오류를 바로잡아 주었다. 나에게 조지 버뎃의 자취를 쫓는 연구를 처음 제안한 바버라 매캘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녀의 한없는 아량이 없었다면 제4장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워드워드 액턴, 캐서린 벤슨, 피터 빌러, 스티븐 처치, 셰리 콕스, 사이번 크래브트리, 리처드 크로킷, 뭐 이런 사람들. 옥스퍼드 대학의 익명의 독자들은 책임은 없지만 감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 다음. 내게 역사를 가르쳐준 요크 대학의 역사학부와 중세연구소, 이스트앵글리어 대학의 역사학과와 영미연구학과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죠. 다 역사 관련자들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언제든 역사에 관해 기꺼이 논쟁하고 내가 틀렸다고 말해주신 아버지에게 가장 오랫동안 빚을 졌다. 여기까지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이 다음에 제가 이렇게 읽어 보면요. 장인에게 감사한다 이런 분들도 있어요. 이런 것은 좀 사적으로 굉장히 고마웠을지는 몰라도 그런 정도로까지 감사할 인물 또는 뭐 출판사 사장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쓰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책들은 좀 곤란하지 않나. 즉 감사의 말이 지나치고 학문 외적인 것, 아들, 딸에게 감사한다는 것도 제가 좀 고지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곤란하다고 봐요. 애들이 해준게 뭐있어. 아빠 책 대신 써줬나. 엄마 책 써줬나?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 처음에 책을 쓰면서 감사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잖아요. 나중에 책을 좀 많이 쓰다보면 이제 거칠 것이 없어져요. 감사가 지나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학문적인 엄격함이 없다. 물론 저처럼 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은 사람의 책도 좀 곤란하긴 해요. 저는 누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쓴 적이 없기 때문에. 

자, 서론을 읽고 정리하라. 그 다음 읽을 때는 반드시 밑줄을 치면서 읽고 여백에 적어 가면서 읽어라. 그런데 그게 나중에 읽어보면 쓸데없는데 밑줄을 친 것 같고 쓸데없는 말을 여백에 쓴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연필로. 자신 있는 분들은 만년필이나 볼펜을 쓰셔도 되는데 연필로. 그리고 여기서 밑줄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종의 꿀팁이라고 할까요. 그런 건 뭐냐면 3줄 이상 중요하다 여겨지는 부분은, 이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3줄 이상이 넘어간다 그런 경우에는 3줄 이상 밑줄을 치다보면 나중에 읽어보면 주목도가 떨어져요. 그런 경우에는 여기 보시면 네모가 쳐져 있죠. 3줄 이상 밑줄이 넘어갈 것 같으면 네모를 치는게 좋아요. 그래야 나중에 주목할 때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근데 10줄이다 그러면 10줄 메모는 안되고, 10줄이 넘어가는 경우에는 옆줄을 치세요. 여기 보면 이렇게 옆줄이 되어있죠. 옆줄을 치는게 좋습니다. 3줄 이상 5줄까지는 네모, 6줄 이상은 옆줄. 한 페이지 전체 그러면요, 아예 페이지 번호에다가 동그라미를 치세요. 밑줄을 치실 때 중요한 요령이 뭐냐면 어떤 분들은 연필 하나만 가지고 하라고 그러는데 어떤 분들은 아예 밑줄을 칠 때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녹색 이렇게 색연필을 잔뜩 갖다놓고 색연필 별로 밑줄을 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뭐냐면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노란색을 무엇에다가 하기로 했지를 잊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섣불리 분류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연필로 한다. 이게 처음부터 지나치게 꼼꼼하게 분류를 하다보면요. 나중에는 문제가 박쥐 정보라는 것이 생깁니다. 제가 사용하는 용어인데 박쥐 정보가 뭐냐면 육지동물에 속하지도 않고 조류에 속하지도 않는 그런 동물이 박쥐잖아요. 즉 어디에 집어넣으면 좋을지가 어중간한 그런 정보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런 정보들은 대충 뭉뚱그려서 연필로 표시해 두는게 좋잖아요. 지나치게 꼼꼼하게 분류해서 읽으려고 하다보면요 그 경우에는 분류 자체가 일이 되요. 그래서 노트 정리하거나 책을 읽거나 독서 카드를 쓸 때도 제가 항상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가 뭐냐. 지나치게 꼼꼼하게 분류하려고 하지 말아라. 대충 얼기설기 모아놓고 이 근처 어디쯤 언저리라고 대충 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제가 강의할 때 그것을 발견하면 반드시 심하게 혼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책을 밑줄 칠 때 자 대고 밑줄 치지 마세요. 자 대고 밑줄 치는 분들은요, 자 대고 밑줄을 긋는라도 어디에다가 밑줄을 긋는지를 놓치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밑줄을 치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읽고 자기가 뭘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서 밑줄을 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요. 이것을 제가 뭐라하느냐. 도구가 목적을 잡아먹는다. 수단이 목적을 삼킨다.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대강 잘나가는 연필을 하나 가지고 이 연필로 두 줄 정도. 그 다음 3줄이 넘어간다, 네모. 5줄이 넘어간다, 옆줄.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거듭 말씀드리는데 자 대고 밑줄 치시면 안됩니다. 지금 필통에 자를 넣어두신 분은 수학 선생님이 아니면 자를 일단 빼세요. 책상 위에도 자가 있어서는 안되요.  강박관념을 가지시면 안됩니다. 네, 책 읽고 여백에 간단하게 메모하고 서문을 정리하는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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