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북리스트 | 몽유병자들(1) ─ 첫시간

 

2022.06.07 몽유병자들(1)

오늘부터 《몽유병자들》을 읽는다. 지난 주까지 《옥스퍼드 세계사》를 제법 오랜 기간에 걸쳐서 읽었다. 《옥스퍼드 세계사》보다는 판형 자체가 작고 굉장히 짧은 기간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14년이라고 하는, 물론 그 이전에 벌어진 일들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1914년 한 해에 해당하는 것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옥스퍼드 세계사》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짧은 기간이겠다. 이 책은 제1차세계대전이 어떻게 발발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책이다. 흔히 제1차세계대전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를 만들어 낸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러니 제1차세계대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영역의 지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최소한 일주일, 이주일 또는 일년, 이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궁리해보려면, 물론 오늘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는게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만 닥친 일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분석해 볼 필요도 있는데 그렇게 분석을 하려면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분석하는 힘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훈련의 하나로서 역사책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주 긴 시간을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제1차세계대전 발발이라고 하는 하나의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여기 나와있는 내용을 설명해 나간다기보다는 앞뒤의 연결고리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읽기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전체의 구도를 설명해 나가면서 각각의 챕터들에 대해서 중요한 부분, 옆줄, 또는 밑줄을 쳐야 하는 부분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을 한번쯤 돌이켜 봐야 하는데, 대개 역사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historical event라고 한다, 그 사건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벌어졌고 그 결과 이런 것이 나왔다라고 하는 원인과 결과를 추적해서 살펴보는 것이 역사의 과제다 라고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여기에 그런 것에 대해서 하나를 덧붙일 필요가 있는데, 역사의 원인과 결과의 추적은, 왜라는 물음, 왜 이 사건이 벌어졌는가, 그것이 역사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벌어졌는가, 어떤 것들이 여기에 끼어들어오고 어떤 식으로 사태가 전개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옮긴이의 말을 본다. 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지난 2014년 서구에서는 1차 세계대전 개전 100주년을 앞두고 전전 유럽을 새롭게 조명한 저작들이 앞다투어 출간되었다. 마거릿 맥릴런의 《평화를 끝낸 전쟁》, 션 맥미킨의 《1914년 7월》, 맥스헤이스팅스의 《1914년의 파국》 등 굵직한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터라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등 주요 얼론에서는 몇 종을 추려 비교하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1914년 7월'을 잘 기억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른바 7월 위기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경쟁장에서 《몽유병자들》은 이언 커쇼와 니얼 퍼거슨 등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표준저작이자 일급 서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 이제는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의 뒤를 잇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이언 커쇼는 《히틀러》를 쓴 사람. 적어도 다른 역사학자들로부터 일급이다 표준저작이다 얘기를 들었으면, 학술장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굳이 이언 커쇼나 니얼 퍼거슨의 평가를 받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엄청난 역사학자이다. 우선 2006에 나온 《강철왕국 프로이센》은 필독서이다. 독일사에 관한 한 《강철왕국 프로이센》은 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 책이다. 

옮긴이의 말 10 지난 2014년 서구에서는 1차 세계대전 개전 100주년을 앞두고 전전 유럽을 새롭게 조명한 저작들이 앞다투어 출간되었다. 마거릿 맥릴런의 《평화를 끝낸 전쟁》, 션 맥미킨의 《1914년 7월》, 맥스헤이스팅스의 《1914년의 파국》 등 굵직한 책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터라 《뉴욕 리뷰 오브 북스》 등 주요 얼론에서는 몇 종을 추려 비교하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이 경쟁장에서 《몽유병자들》은 이언 커쇼와 니얼 퍼거슨 등 저명한 학자들로부터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표준저작이자 일급 서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 이제는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의 뒤를 잇는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의 주제가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직전의 '7월 위기', 이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라예보 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1914년 7월 그것이다. 1차 세계대전의 기원,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저작들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그것보다는 "전쟁을 불러온 핵심 행위자들의 결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는 접근법을 택한다. 다시 말해 그들 간 상호작용의 연쇄를 면밀히 추적한다." 그러다보니 "전쟁이 '왜' 일어났느냐는 물음보다는 '어떻게' 일어났느냐는 물음에 주목한다." 물론 왜 일어났느냐고 하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서 일어났는가로 설명하는 것이 사실 왜 일어났는가의 설명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건들을 하나하나 캐물어 가는 것,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옮긴이도 말하고 있듯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느냐는 책임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이런 것들이 집약된 것이 바로 독일역사가 프리츠 피셔의 '피셔 테제'라고 하는 것이다. '피셔 테제'는 1960년대에 프리츠 피셔와 이마누엘 기이스가 주장한 것이다. 이것은 전쟁 발발의 주된 책임이 독일에 있다는 것이다. 1914년의 전쟁에 대해서 책임을 독일에게 지워야 한다고 했던 것. 옮긴이가 말하고 있듯이 "독일 카이저 빌헬름2세와 그의 각료들이 독일의 고립을 타파하고, 국내 불만 세력을 억누르고, 무엇보다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전에 전쟁을 계획하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는 관점"이다. 그런데 책임이 독일에게 있다고 하면 다른 나라들은 속편하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이런 나라들은 독일에 떠넘겨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누가 잘못했는가라고 하는 책임지우기에 중점을 둔 서술을 해버리면 어떤 오류가 생겨나기 쉽나면, 첫째는 한 쪽은 무조건 옳고 다른 쪽은 무조건 잘못했다라고 판단하기 쉽다. 심지어 도덕적 책임론까지 지우게 되기 쉽다. 그 다음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국가의 정치적인 기질이나 구상에만 초점을 맞춰서 사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시야를 좁힌다. 반드시 국가라는 행위자의 상대자가 있는데 그 문제를 지나치게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왜곡된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일관된 의도를 가지고 일관된 의도에 따라 계획한 대로 행위하지 않는다. 서로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돌발변수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돌발변수 때문에 최초의 의도가 어긋나기 쉽다. 따라서 여기에 나온 것처럼 "1914년 전쟁은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던 정치 문화의 소산, 특정 국가의 범죄가 아닌 공동의 비극이었다." 이렇게 보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을 돌아볼 때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 대해서 가능하면 자주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한 개인의 삶을 돌아볼 때도 그렇다. 그냥 애초에 자기가 마음 먹은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내가 본래 어떤 일을 행하는데 있어서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어떤 일처리 방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고, 또 일처리를 하는데 오로지 나 혼자 계획하고 나 혼자 실천하면 종료되고 완성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라는 것에서 자기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후회하는 반성이든 또는 재검토가 되었건 간에 그런 것을 할 때는 항상 거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될 사항들을 가능하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11 저자는 특정한 개전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또 하나의 가설 또는 관점을 내놓기 보다는 전쟁을 불러온 핵심 행위자들의 결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따라가는 접근법을 택한다. 다시 말해 그들 간 상호작용의 연쇄를 면밀히 추적한다.

옮긴이의 말 11 전쟁이 '왜' 일어났느냐는 물음보다는 '어떻게' 일어났느냐는 물음에 주목한다. 저자의 지적대로 전쟁이 '왜' 발발했느냐는 물음은 무려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누구' 때문에 일어났느냐는 책임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옮긴이의 말 12 독일 역사가 프리츠 피셔의 '피셔 테제'(독일 카이저 빌헬름2세와 그의 각료들이 독일의 고립을 타파하고, 국내 불만 세력을 억누르고, 무엇보다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전에 전쟁을 계획하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는 관점)를 거쳐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옮긴이의 말 12 1914년 전쟁은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던 정치 문화의 소산, 특정 국가의 범죄가 아닌 공동의 비극이었다.


"'왜'가 아닌,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는 저자는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았는지, 정책을 세우면서 어떤 계산을 했는지, 그들의 결정 이면에 어떤 이유나 감정이 있었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이게 중요하다.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았는가. 똑같은 사태를 각국의 의사결정자들마다 다르게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서 세웠던 계획이나 계산이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이유나 감정이 있었는지"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13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믿음과 신뢰의 수준은 낮고(심지어 동맹들끼리도) 적대감과 피해망상의 수준은 높은 집행부들이 서로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속사포처럼 상호작용한 결과, 사상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진짜 무서운 일이다. 그 당시 핵심적인 의사결정자들이 이랬다는 것이다. 그러니 적대감과 피해망상에 근거해서 의사결정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 전쟁 속으로 걸어들어 갔던 것이다. 그런 것들을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 옮긴이의 말이다. 

옮긴이의 말 12 '왜'가 아닌,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는 저자는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보았는지, 정책을 세우면서 어떤 계산을 했는지, 그들의 결정 이면에 어떤 이유나 감정이 있었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옮긴이의 말 13 믿음과 신뢰의 수준은 낮고(심지어 동맹들끼리도) 적대감과 피해망상의 수준은 높은 집행부들이 서로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속사포처럼 상호작용한 결과, 사상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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