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선: 역사 속의 젊은 그들


역사 속의 젊은 그들 - 10점
하영선 지음/을유문화사



강의를 시작하며: 미래 속의 젊은 우리들 


제1강. 연암 박지원의 중국 바로 보기 

제2강. 다산 정약용의 좌절한 정치 개혁 

제3강. 환재 박규수의 개화파 사랑방 

제4강. 구당 유길준의 삼중 어려움 

제5강. 약영 김양수의 미완성 식민지 국제정치학 

제6강. 민세 안재홍의 실패한 20세기 복합론 

제7강. 동주 이용희와 한국 국제정치학 

제8강. 복합파의 암호 풀기: 21세기 세계정치학 


강의를 마치며: 젊은 세대들의 역사적 대화 


인물 연보 





강의를 시작하며


제목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역사 속의 젊은 그들'이라는 제목은 5년 전에 여덟 명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유길준 강연을 하면서 19세기의 조선의 '386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붙였던 이름입니다. 그러나 386 세대의 역사적 중요성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5년여가 지난 오늘에도 그들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답답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주는 벤쿠버 동계 올림픽의 우리 젊은 이들 덕택에 모두가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사실, '역사 속의 젊은 그들' 이야기는 '미래 속의 늙은 우리들'이라는 문제의 괴로움에서 시작됩니다. 국내에서는 여기 여의도를 중심으로 늙은 우리들의 세종시 논쟁이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모양새의 '미래 속의 늙은 우리들'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젊은 그들의 한자어인 '청년(靑年)'이라는 단어에 대해선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표현해 왔습니다. 근대로 접어드는 시기에 청년이란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도쿠토미 소호는 한국과는 악연이지만 일본 역사에서는 꽤 중요한 인물입니다. 1880년대 중반 도쿠토미 소호는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이 구일본에서 신일본으로 변모하려면 젊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젊은 세대는 청년이 아니라 '장사(壯士)'의 모습으로 정계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장사'는 천하장사처럼 좋은 뜻으로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만, 전통적으로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서, 폭력적이고 문제를 사리에 맞게 처리하지 않는 그룹들을 일컬어 장사라고 불렀습니다. 도쿠토미 소호가 신일본을 위해서는 노인이나 장사 대신 청년이라고 부를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뒤, 1980년대 후반 들어 청년이라는 말이 정치적인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담당해야 하는 세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다음 세대에 대한 꿈과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도 1890년대 독립신문을 보면 청년이라는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합니다만, 대체로 애국 계몽기부터 청년이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1910년에 나라가 없어지는 설움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인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청년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사용됩니다. 중국도 중국 공산당 초기에 천두슈의 잡기가 처음에는 [청년잡지]로, 시간이 지나서는 [신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늙은 우리들이 보다 상상력 있고 역동적인 실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를 대신할 젊은 세대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것을 오늘날에도 이어갈 수 없을까 하는 질문 때문에 저는 역사 속의 젊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1592~1598)과 병자호란(1636~1637)을 치르고 1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8세기 말이 우리에게는 역사적 기회였습니다. 늙은 세대들이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이 기울인 노력을 발견하기 위해 18세기부터 20세기 상반기까지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꿈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던 이들입니다. 제 강의는 그 중 가장 대표적 사례로서, 18세기 후반의 실학에서 두 명, 19세기 개화기에서 두 명, 일제 강점기의 두 명, 다시 20세기와 21세기의 두 명을 뽑아 여덟 개의 이야기를 소개할 것입니다. 그 이야기 속 여덟 명의 주인공들은 과거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여 줄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 속의  늙은 우리' 대신 '미래 속의 젊은 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면, 21세기 한반도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8세기 복합파에서 시작해 21세기 복합파까지 여덟 마당을 얼른 보시면, 제가 시간 순서대로 18세기의 연암과 첫사랑을 시작해 그 다음 다산을 만나고, 19세기의 박규수와 유길준을 거쳐 20세기 식민지 시기의 김양수와 안세홍을 알고, 해방 이후에 이용희를 사귀고, 마지막으로 21세기 복합파와 어울린다고 상상하실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덟 번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서는 이야기 마당을 진행하면서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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