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일본 근현대사 | 01 막말·유신 3


막말.유신 - 10점
이노우에 가쓰오 지음, 이원우 옮김/어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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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양[尊王攘夷]파와 막부토벌[討幕]파의 대립

– 고메이 천황은 “그야말로 무모하고 현실적인 전쟁을 상정하고 있었다.”

– “전쟁을 하려는 강력한 국가나 대국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국가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일본 열도에는 서양 열강의 균형이 빚어낸 고유의 지정학적 조건이 있으며, 개국에 대응하는 국내의 성숙도 있었다. 조약에 의해 외교를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 막부의 점진적인 개국노선과 천황의 무모함의 대립

– 메이지[明治] 정부 성립에 관련된 유력번[雄藩] 연합세력과 천황의 결합, 비합리적 신국사상

– 일본 근대국가 성립에서 천황의 역할과 천황제의 재정립 과정

– ‘판적봉환'(版籍奉還: 다이묘들이 천황에게 자신의 영지와 영민, 즉 판적을 반환)과 ‘폐번치현'(廃藩置県: 번을 폐지하고 중앙정부가 통치하는 현을 설치) 단행

–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신국사상, 왕토왕민론(王土王民論)”등의 요소를 가진 천황제 이데올로기

– 메이지정부의 기본원리로 등장한 ‘문명과 미개’의 관점







막스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지난 시간에 에도 항의 개항문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했고, 이 책의 2장은 존양(尊攘)•막부 토벌(討幕)의 시대, 즉 천황을 높여 올리는 파와 막부를 토벌해야 한다는 토막파가 대립하는 부분이고, 3장은 개항과 일본사회, 개항 이후나 전후의 일본사회가 어떠하였는가를 다루고 있다. 오늘은 2장과 4장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에도 막부는 굉장한 쇄국 정책을 가지고 있었고,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존왕파 또는 존양파는 개국 정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로 인해서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었다고 흔히 듣고는 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시간에도 얘기했듯이 지나친 단순화이다. 2장의 내용을 보면 외부 서구열강이 밀려오니 일본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활발하게 전개된다. 이점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자국 내 합의를 거쳐야 하고, 자국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전제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막부가 일종의 봉건체제라 한다면 각 번의 번주 중 유력한 세력을 다이묘라 하는데 이 다이묘들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합리적인 또는 합의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전쟁을 하려는 강력한 국가나 대국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국가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일본 열도에는 서양 열강의 균형이 빚어낸 고유의 지정학적 조건이 있으며, 개국에 대응하는 국내의 성숙도 있었다. 조약에 의해 외교를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이 문장을 조금 분석을 해보면 "전쟁을 하려는 강력한 국가나 대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일단 일본이 그 어떤 세력과도 맞서서 군사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국가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그리고 일본 열도라고 하는 지정학적 요건은 서양 열강의 세력균형이 잘 작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을 했고 세 번째로는 "개국에 대응하는 국내의 성숙"이 있었다는 것. 일본사람들이 별단풍설서를 통해 외국의 사저에 아주 무지하지는 않았다는 것. 이 세가지를 바탕으로 해서 조약을 통해 외교를 수립하는 것이 이게 현실적인 선태이라는 것에 합의되어 있었다는 것. 이에 비하면 책에서는 천황의 무능함을 지적한다. 그 당시의 천황이 고메이 천황인데 "천황은 그야말로 무모하고 현실적인 전쟁을 상정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천황은 일시적인 기분에 대응해서 그것에 상응해서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무모하고 현실적인 전쟁을 상정하고 있었다"는 것. 이 상태가 현재 개항 당시 일본 내부에서 대두된 두 가지 세력이다. 


천황가를 보면 그 밑에 공가라고 불리는 귀족들이 있다. 그런데 그 귀족들이 오로지 자기네들끼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력한 무가들과도 혈연관계가 있다. 그런데 그런 집단들이 사실은 현실적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황과 결합하여 오늘날 우리가 일본 천황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비합리적인 신국사상이 이때 생겨난다. 사실 신국사상이 일본에서 굉장히 오래된 것이 아니디. 진무천황 이래 만세일계, 만왕일계를 잇는 신화가 여기에 덧붙여 진다. 여기에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일본의 천황제라는 것이 지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아시아 태평양전쟁 시대에 절정을 이르렀던 천황사상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개항을 전후해서 새롭게 생겨난 것, 이 점에 주의를 해야 천황제를 파악하는데 처음부터 어긋남이 없다. 핵심은 개항을 전후한 시기에 생겨난 일종의 신화이다. 바로 이때 생겨난 신화가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신화들이 일본 근대국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구심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근대화라고 하면 막스베버의 말처럼 탈신화가 아니라 근대국가라고 하는 것을 형성시키기 위해서 온갖 것들이 동원되는데 일본에서는 바로 만세일계를 잇는 천황이라는 신화가 동원된 것이다.


79 전쟁을 하려는 강력한 국가나 대국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국가의 자립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일본 열도에는 서양 열강의 균형이 빚어낸 고유의 지정학적 조건이 있으며, 개국에 대응하는 국내의 성숙도 있었다. 조약에 의해 외교를 수립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79 그러나 고메이 천황은 훗타가 돌아간 후에는 통상조약을 거절한 다음에 미국과 동맹을 맺은 여러 오랑캐가 함께 내습할지 모른다며 공가들에게 각오를 촉구하고 조정의 경비절감과 기도를 명령했다. 천황은 그야말로 무모하고 현실적인 전쟁을 상정하고 있었다.


막부를 토벌하는 토막파와. 존양파의 대립으로 다시 돌아오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짐작해봐도 다이묘들이 합의에 이르러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또 조약에 의해서 외교를 수립하는 것도 타당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에 비하면 새로운 신국사상으로 무장하는 존양파와 대립이 있었다는 것은 저자가 "온당하고 개명적이며, 현실적인 막부의 개혁파 세력이 진무제로부터 황통연면 신화에 근거한 대국주의 사상에 의한 천황 때문에 크게 좌절했던 것이다." 


81 천황과 귀족 공동의 '운상'이라는 전통적인 신국사상에 비교해서 천황(고메이)야말로 귀족(다카쓰카사와 구조)과는 달리 진무 천황 이래의 '만왕일계'를 잇는 귀종이라는 신화는 이때 탄생한 새로운 신국사상이다. 이러한 막말 정쟁의 전사(前史) 위에 메이지 헌법에서 '만세일계'라는 천황주의 사상이 창안된 것이다. 


81 온당하고 개명적이며, 현실적인 막부의 개혁파 세력이 진무제로부터 황통연면 신화에 근거한 대국주의 사상에 의한 천황 때문에 크게 좌절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하나로 정리하자면 막부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개국정책이 하나 있고, 이것이 무모하고 실제의 전쟁을 상정하고 있던 천황의 무모함과 대립하고 있었다는 것이 도출되어 나온다. 그런데 막부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유력한 번들이 있었다. 조슈번이나 사초번. 조슈번은 이토 히로부미가 조슈번 출신이다. 일본은 하나의 나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정치가들도 출신이 어디인가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아베 수상도 조슈번 세력. 일본사람 모두에게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조슈번 세력에게 안중근은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그런 조슈나 사쓰마 세력들이 막부에 대항해서 천황과 결속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막부의 통제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조슈번과 사쓰마 번을 중심으로 하는 웅번연합이 천황과 결합한다. 그리고 그들은 비합리적인 신국사상을 일종의 자신의 프로파간다로 들고 나오게 된다. 이들이 바로 고메이 천황의 아들인 메이지 천황을 옹립하게 된다. 


우리는 근대화라는 말을 대체로 산업화 일치시켜 얘기하거나 모든 것이 개명된 시대다 라고 이해하기 쉬운데 일본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뚜렷하게 알 수가 있다. 이 책의 4장을 보면 근대국가의 탄생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살펴보면 정말로 근대화가 되었구나 라는 부분도 있고, 이게 도대체 왜 근대화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그런 부분이 있다. 


먼저 첫 부분은 근대국가라고 하는 것은 막스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특정한 영토 안에서 그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하여 물리적 폭력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기구이다. 중앙집권하고 대개 비슷한 말로 같은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에도 막부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판적봉환(版籍奉還)이라는 것이 메이지유신이 되고 나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에도 막부 체제를 폐기해가는 첫 번째 순서이고, 두 번째로 폐번치현(廃藩置県)인데 조슈, 사쓰마 번을 해체하고 거기에 천황이 직접 통치한다는 의미의 현을 설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독특한 오늘날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천황 이데올로기가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만세일계의 신국사상과 왕토왕민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봉건적 생각인데 이런 이데올로기가 여기서 생겨났다. 왜 그런가. 근대국가가 성립하려면 나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한데 일본의 근대개화파론자들은 그 상징적인 구심점으로 천황을 옹립했던 것.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신국사상이 다시 세워지고 굉장히 번혁된 요소로 들어간다. 그리고 천황이라는 존재가 재정립된다. 이부분은 다음에 제2권을 읽고 나서 한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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