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일본 근현대사 | 02 민권과 헌법 5


민권과 헌법 - 10점
마키하라 노리오 지음, 박지영 옮김/어문학사


Reading_20min_20140602_5

야스마루 요시오(安丸 良夫), 근대천황상의 형성(近代天皇像の形成) 읽기

– 천황을 파악하는 두 가지 방법: 연속설(고대부터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 단절설(“우리가 천황제라고 할 때 흔히 통념적으로 연상하는 것들도 실은 메이지 유신을 경계로 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

– 근대 천황제의 기본관념들이 명확하게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정리되는 것은 근대 후기 이후의 일본 사회 전체가 전환하는 과정에서였다.

– 근대 천황제의 네 가지 기본 특징

1) 萬世一系의 皇統: 現人神 천황과 여기에 집약되는 계통적 질서의 절대성과 불변성 — 전통성과 정통성

2) 祭政一致라는 神政旳 理念 — 초월적 권위성

3) 천황과 일본국에 의한 세계 지배 사명 — 세계 속에서 일본을 규정하는 원칙

4) 문명개화를 선두에서 추진하는 카리스마적 정치지도자로서의 천황 — 문명인으로서의 일본인

– ‘天皇制’라는 용어의 기원: 일본 공산당이 지도한 정치운동 과정에서 1928년부터 사용되었으며 ’31년 테제’와 ’32년 테제’를 거쳐 “근대 일본의 국가 권력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성립

– 마루야마 마사오(丸山 眞男) 학파의 주장: 위로부터의 근대화(절대주의 권력)가 봉건제의 잔재와 결합된 형태, 권력과 권위의 일체화를 통해 ‘國體’가 성립하고 이것이 일본인의 정신적 내면으로 침투

– 천황제 성립 과정

1) 18세기 말 이후 근대 전환기의 일본,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내적인 질서의 동요에 따른 일본 사회 전체가 붕괴되리라는 강렬한 불안과 공포

2) 막번제 국가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과 ‘상징적 전체성’에 대한 요구

– “계통적 질서의 절대성·불변성을 확보함으로써 내외로부터 밀려오는 체제적인 위기에 대응하여 문명화의 과정을 서두르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서의 천황제






《민권과 헌법》이라고 하는 일본 근현대사 시리즈 2번째 권을 읽고 있다. 그것을 지난 주까지 읽었다. 《민권과 헌법》의 제6장이 근대 천황제의 성립이라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확장해서 읽기 위해서 또는 더 잘 이해하기 이해서 야스마루 요시오의 《근대 천황상의 형성》을 통해서 보충설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근대 천황상의 형성》이 어떤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가, 즉 근대국민국가의 편성원리라는 측면에서 천황제를 논한 책이라는 데까지 이야기했다. 갑자기 민권이나 헌법과는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우리의 상식과는 무관해 보이는 천황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메이지국가가 천황을 필요로 했다는 것도 속된 말로 일본사람들은 좀 변태스럽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천황제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제도를 끌어당겨서 근대국민국가의 편성원리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일본근대국가의 변태성을 드러내 보이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근대국민국가와 천황제가 서로 부딪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유럽의 여러나라들 중에서도 이를테면 영국만 해도 입헌군주제를 취하고 있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벨기에도 왕이 있다. 그 왕이 있다고 하는 것이 근대화와 충돌하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공화국 같은 것을 생각해서 그런데 근대국민국가를 편성하는데 있어서 무엇을 중심으로 만들어 지는가는 다르게 이것저것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이 많다.


어쨌든 1장 과제와 방법, 2장 근세 사회와 조정.천황, 6장 권위와 문명의 심벌, 8장 근대 천황제의 수용기반을 중점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1장이 과제와 방법을 다루고 있는데 대체 일본에서 천황제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을 문제 삼아야 하고 왜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리고 그런 것을 문제 삼을 때에는 어떤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는가. 이게 천황제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미리 한번쯤은 따져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해서 1장에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1장에서 천황제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크게 나누면 연속설과 단절설이 있다. 연속설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것에 비해서 단절설은 "우리가 천황제라고 할 때 흔히 통념적으로 연상하는 것들도 실은 메이지 유신을 경계로 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 즉 천황제는 원래부터 있던 것이기는 한데 사람들이 천황제라고 연상하는 것들은 사실상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해서 근대국민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가지 관행들이다 하는 것이 단절설이다. 그러니까 메이지유신의 이전의 천황제와 이후의 천황제는 말만 천황제이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천황제의 기본관념들이 명확하게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정리되는 것은 근대 후기 이후의 일본 사회 전체가 전환하는 과정에서였다."는 것이 단절성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지는 않지만 고대에는 천황제는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가를 논의하고 있기는 하다. 이 책의 좋은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때는 빼놓고 갈 것이다. 


20 주지하는 바와 같이 천황제를 고대부터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는 견해가 있다. 황위의 만세일계를 강조하거나, 다이조사이를 오랜 전통을 지키는 의례로 보고 황위계승 의례의 핵심에 두는 입장이 그 전형이다.


21 이러한 역사학자의 입장을 단절설이라고 한다면 나는 단절설의 입장에선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며, 우리가 천황제라고 할 때 흔히 통념적으로 연상하는 것들도 실은 메이지유신을 경계로 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물론 천황제와 관련되는 제도나 관념에는 오랜 유래를 가지는 것도 적지 않지만,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근대 천황제를 구성하는 소재로서 이용되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천황제 대한 성격이 있는데 다섯 가지 정도 된다. 첫째, 만세일계의 황통을 가진 것이다. 사람이면서 신인 현인신, 천황과 여기에 집약되는 계통적 질서의 절대성과 불변성이라고 하는 것을 정립하게 된다. 전통성과 정통성 이 두가지를 만세일계의 황통으로 정립한다. 두번재로 천황은 제정일치라는 신정적(神政旳) 이념을 가지고 있다. 초월적 권위성을 띠는 것. 현인신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두가지가 전통성, 정통성, 초월적 권위성을 말하고 있다면 세번째가 천황과 일본국에 의한 세계 지배 사명이다. 세계 속에서 일본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 천황과 일본국에 의해서 세계가 지배되어야 하고 또 일본인들은 세계를 지배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문명개화를 선두에서 추진하는 카리스마적 정치지도자로서의 천황이 된다. 또한 천황의 신민인 일본인들은 당연히 문명인이다 라는 오늘날 보면 얼토당토않은 얘기이다. 


22 근대 천황제에 관한 기본 관념을 우선

1) 만세일계의 황통: 현신인(現人神) 천황과 여기에 집약되는 계통적 질서의 절대성과 불변성성

2) 제정일치라는 신정적(神政旳) 이념

3) 천황과 일본국에 의한 세계 지배 사명

4) 문명개화를 선두에서 추진하는 카리스마적 정치지도자로서의 천황

으로 요약해 보자


이게 메이지유신 당시의 천황에게 부여되었던 개념이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곧이곧대로 믿었는가. 처음에는 안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하면 믿는다. 그것은 나중에 청일, 러일 전쟁, 만주사변과 같은 전쟁을 시작하기 일본에서 어떤 논리를 가지고 일본사람들을 세뇌하고 설득하고 동기부여하고 밀고 나아가게 했는가를 따져묻는 책들을 읽으면 얼토당토않은 것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휘몰려가는 것 같다. 21세기 2014년의 한국에서 봐도 그런 것을 명료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이 단절설 위에 새롭게 정립시킨 천황의 기본개념이다. 오늘날 우리가 천황이라는 호칭도 새롭게 기본 용어로 정착된다. 본래는 천황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만 해도 천황이 아닌 조정, 천자, 주상이라는 말을 썼다. 또 메이지천황이 등장했던 무렵 전반기에는 황제라는 말을 쓰거나 국제, 천자 이런 말들이 쓰이다가 천황이라는 말을 기본용어로 정착시켰다. 천황이라는 용어 자체가 메이지 전반기에도 안 쓰였다는 것. 단절설을 확증한다기 보다는 단절설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 


이런 천황제에 대해서 어떤 연구가 있었는가. 첫번째가 "천황제라는 용어는 일본공산당이 지도한 정치운동 과정에서 192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천황제라는 말은 31년 테제와 32년 테제를 거쳐 근대 일본의 국가권력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사용된 것이다. 천황이라는 말 자체는 메이지국가체제가 정비되면서부터 기본용어로 정착된 것. 그리고 천황이라고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진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들을 지칭하는 말로 천황제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이 말도 사실은 천황제를 비판하는 일본공산당에서 1931년 1932년 테제를 거치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천황제라는 말의 기원이 된다.


24 천황제라는 용어는 일본공산당이 지도한 정치운동 과정에서 192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31년 테제와 32년 테제를 거쳐 근대 일본의 국가권력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 천황제를 어떤 식으로 연구해왔는가. 대표적인 사람들이 일본공산당,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근대일본의 국가권력을 집약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마루아야 마사오의 연구방법론을 이어받은 사람들인 학자들을 가리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 眞男) 학파라고 하는데 이들은 서구 근대사회론과 비교하는 관점에서 천황제를 파악하고 있는데 첫째는 천황제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다, 절대주의 권력이 하나의 요소로 자리잡고 그것을 제도적 근대화 또는 봉건제의 잔재를 이용하는 방식이 결합되면서 하나의 가부장주의적 국가의 측면을 띠면서 동시에 문명개화라는 측면을 또 하나 가지는 방식으로 작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형성된 개념이 國體라는 말이다. 그래서 근대 천황제 국가를 살펴보면 천황에 대한 무한한 헌신을 하면서 동시에 근대문명이라고 하는 것. 새로 전형 동시에 있을 수 없어 보이는 근대문명을 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천황에 대해서는 인격신적인 숭배를 할 수 있겠는가 그게 바로 천황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의 접합이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에서 논의한 것과 마루아야 학파에서 논의한 것을 합하여 보면 공통적으로 밝혀지는 천황제의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근대 일본의 국가권력과 정신구조를 천황제가 집약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천황제를 파악한다고 하는 것이 근대 일본에서 국가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런 작동을 가능케 했던 위정자들 그리고 일본의 신민들의 정신구조가 어떤 식으로 밀고 나아갔는가를 보여주는 집약된 추상 개념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6 그러나 봉건적인 중간 세력의 저항력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중성국가관의 결여, 권력과 권위의 일체화, '국체'의 정신적 내면으로의 침투, 권력의 방자화 등을 강조하는 마루야마 학파의 경우 일본 근대화에서의 전근대적 요소에 대한 파악은 강좌파 마르크스주의와도 크게 다르며, 그 전근대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천황제는 왜 요구되었는가. 메이지유신은 왜 천황제를 필요로 했는가를 물어본다면 일단 18세기말 이후에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의 일본사회가 바탕이 되었는데 그 사회의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있고, 내적인 질서가 동요되고 그리고 일본 사회 전체가 붕괴되리라는 강렬한 불안이 있을 때 사람들은 일본이 망하지 않을까 라고 하면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구심점을 찾게 된다. 도쿠가와 막부의 방식으로는 이 위기를 해결될 수 없었다. 달리 말하면 막부는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지방분권제다. 번이라고 하는 영주들의 지배아래 있었다.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향해서 온다. 그러면 특정한 지역의 어떤 위협이 닥치면 그 지역의 영주 힘만으로는 대처할 수가 없다. 막부에서 전 일본에 동원령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막번제 국가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상징적으로라도 통일해서 집약할 수 있는 이른바 "상징적 전체성"을 요구하게 된다.


34 근대 천황제를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 관념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조망해보면, (…) 18세기 말 이후 근대전환기의 일본사회가 극히 강대한 위력에 의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았으며, 그것이 또한 내적인 질서의 동요와 결합하여 내외의 위기가 상승적으로 항진함으로서 이윽고 일본사회 전체의 질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불안과 공포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34 막번제 국가는 지배의 또 하나의 축으로서 강력하게 외부의 적대적인 세력을 배제하여 국가의 평화영역을 확보해 왔지만, 그 지배축이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으면서 내외의 위기가 결합하여 사회체제 전체가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체제적인 위기의식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본다면 천황제라는 것이 호출된다. 무엇보다도 천황제는 오래되었다. 그러니까 계통적인 질서에 절대적이고 불변성을 확보하고 그 다음에 내외로부터 밀려오는 체제의 위기에 대응해서 그것을 막아낼 수 있는 하나의 상징적 장치로서 등장시킨 것이 바로 천황제이다. 즉 천황제가 요구되는 일종의 현실적 정신적 상황. 이렇게 검토해 보면 일본에서 근대국민국가로 전환하는 시기에서 천황제는 일본인들의 정신적 동태를 해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7 천황제를 논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은 근대전환기에 있어서 천황제를 둘러싼 일본인의 정신적인 동태를 해명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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