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오: 자본론을 읽다 ━ 마르크스와 자본을 공부하는 이유


자본론을 읽다 - 10점
양자오 지음, 김태성 옮김/유유



저자 서문 오랜 세월 무시된 정의로운 사유


1. 형식과 내용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진실’을 추구하다

2. ‘실낙원’의 속죄의 길을 다시 걷다

3. 왜곡과 소외를 지적한 ‘과학적 유물론’

4. 계급 의식의 확립과 착취로부터의 탈피

5. ‘상부 구조’의 구속을 부수다


역자 후기 지금 이 땅에서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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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생애 연표





1. 형식과 내용이 완전하게 일치하는 ‘진실’을 추구하다

43 마르크스는 국경 개념에 입각한 시각으로 자본을 대하면 하나의 국가에 있는 자본과 자본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며, 이러한 노동 운동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자본은 국경을 초월하고 자본가는 자본의 본질에 기초한 연맹을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자본가에게 대항하려면 노동자와 노동운동도 반드시 국경을 초월하는 연합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라는 말은 현실의 묘사가 아니라 당위 명제이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원래의 의도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그의 착오를 증명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나 반대로 그가 100여 년 전에 세운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라는 당위 명제와 그 이론이 20세기 절대 다수의 경제학자가 제시한 그림보다 오늘날 세계의 현실에 훨씬 가깝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65 마르크스는 헤겔 이론의 시작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정신'이 있다고 할 때, 이 '정신'은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현실로 전개되며 이로 인해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것이 신화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마르크스는 순수한 인간의 시각에서 역사의 변화란 추상적이고 논리로만 가정 할 수 있을 뿐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정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얻은 진실성의 충동이 전개된 시험이자 투쟁이라고 간주했다. 


69 우리는 철학의 각도에서 마르크스의 철학적 관심과 입장으로 돌아가 마르크스와 헤겔의 관계를 살펴야만 마르크스의 기본 신념을 파악할 수 있다. 그의 기본 신념이란 인간의 진실성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이며, 이는 그의 사회분석 및 역사해석의 판단 기준이었다.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인가? 사람이 소외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 '진실한' 삶을 추구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일 것이다. 역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각 역사 단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진실'했는지, 얼마나 '소외'의 역량에 견제 당했는지 유익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관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73 마르크스가 관심을 갖는 것은 군중이 조직한 사회가 어떻게 사람들을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 때문에 그는 어떤 사회 요소 혹은 힘이 사람의 '진실한' 삶을 저해하는지를 가장 열심히 분석했다. 그는 왜 자본주의를 죽도록 미워했던 것일까? 왜 그토록 비판적인 필치로 그 두꺼 운 『자본론』을 썼던 것일까? 그의 철학적 시각에서는 자본과 자본주의가 인간과 '진실' 사이에 가로놓인 가장 커다란 장애였기 때문이다.


2. ‘실낙원’의 속죄의 길을 다시 걷다

118 서양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그 자체에 일정한 원리가 있고 객관적인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을 거친 결과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는 처음부터 가격을 '자연'으로 간주하지 않고 '소외'에서 발생한 상품 환경이라고 규정한다. 서양 경제학은 현실 가격의 법칙을 해석하려 하지만 마르크스 경제학은 우리에게 현실 세계의 논리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지적하려 한다. 다시 말해서 마르크스 『자본론』의 의도는 해석이 아니라 비판에 있다. 해석의 목적은 우리에게 현실 문제를 확실히 알게 하는 것뿐이다. 방식을 바꿔 말하자면  『자본론』은 현실을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이 왜 인류에게 이처럼 거대하고 보편적인 왜곡과 고통을 가져다 주는지를 비판하려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본론』은 정치경제학서인 동시에 정치경제학 비판서라고 할 수 있다.


3. 왜곡과 소외를 지적한 ‘과학적 유물론’

129 『자본론』의 근본 문제는 자본을 운용하여 생산을 진행하는 시대에 창출된 재부와 인간의 자원을 누가 누려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누릴 자격을 분배해야 공평한가, 누가 좀 더 갖고 누가 좀 덜 갖는 것을 어떤 이유로 판단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히 우리가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기존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 수도 없으며, 부와 자원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을 분배할 때 이처럼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나는 현실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172 화폐는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지만 '자본'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다. 새로운 사회 관계 속에서 전통적인 금전은 '자본'으로 변했다. G-W-G의 과정에서 자본가는 돈을 내고 노동력을 사고 다시 노동력의 성과를 팔아 그 속에 담긴 '잉여 가치'를 취한다. 그러나 노동력이 창출하는 상품 가치는 결국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돈을 낸 사람이 가져간다. 이리하여이 돈은 '자본'이 된다.


4. 계급 의식의 확립과 착취로부터의 탈피

191 마르크스가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노동의 결과다. 노동자가 생산한 노동의 결과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가 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면 이는 '착취 '다.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는 '착취'를 고려 대상에 두고 노동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보수를 산출하여 이 응당한 보수와 실제 소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따진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 경제학과 시장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다.


210 마르크스 본인은 '투쟁'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서로 다른 계급 사이의 투쟁은 그의 계급 사관에서 역사 변화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는 결코 '투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학을 구성하려 하지 않았다. 『자본론』은 노동자의 경제학이자 노동자의 입장에서 출발한 경제 활동 분석이다. 노동자는 노동자 자신의 경제학을 가져야 한다. 자본가는 일찌감치 자본가만의 경제학을 갖고 있는 데다 이 경제학을 운용하여 노동자를 미혹시키고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의 경제학은 자본가에게만 유리하다. 노동자가 이런 경제학을 받아들여 노동 가치에 대한 자본가의 정의를 순순히 인정한다면 '착취'는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고 결국 노동자는 '피 착취'상태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을 것이다.


5. ‘상부 구조’의 구속을 부수다

226 임금 노동자는 이러한 노동의 감정을 잃는다. 마르크스는 공장 제도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근본적인 변화는 생활의 변질과 축소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원래 자신의 시간 전체를 이용하여 생활했지만 임금 노동자가 된 뒤로는 일이 절반이상의 시간을 점유하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234 마르크스 사상에는 고도로 낭만적인 이상주의 색채와 높은 현실 비판의 힘이 있다. 그가 우리에게 내놓은 것은 철학적 사유의 기반이자 철저하게 급진적인 해결 방안이었다.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내놓지도 않았고 내놓을 수도 없었던 것은 실제 행동 절차다. 다시 말해서 마르크스는 체제 비판에는 능했지만, 정말로 이 체제를 전복하고 더 나아가 대체하고자 한다면 또 다른 체제를 구성해야 했다. 이는 철학자 출신으로 서재와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 마르크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259 자본가는 생산 수단을 통제함으로써 신속하게 노동자의 '잉여 가치'를 빨아들여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생산 관계에서 점한 우세를 이용하여 상부 구조의 다른 비경제 영역에도 자신의 이익을 반영시킨다. 그리하여 전체 사회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조작'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개조된다.


259 '노동력 가치'의 판매자로 전락한 노동자는 지불하는 노동력에 상응하지 않는 빈약한 임금을 받을 뿐 아니라 자본 가치가 조성하는 사회 환경에서 살면서 이런 생활이 합리적이라고, 적어도 필연적이어서 이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착각하게 된다.


276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마르크스의 사상은 오용되고 남용되며 왜곡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지만, 어쨌든 그는 현대에 찾아보기 힘든 보편 가치의 제공자다. 그는 사람들에게 항상 보편적 관점을 제시했고 초월적인 마음 자세로 가장 강하고 거대한 권력에 대항했다. 그가 계급과 계급론을 제시한 것은 강대한 권력의 이익을 대표하는 모든 메커니즘을 넘어서기 위함이며, 그 가운데는 국가도 포함된다.


277 자본가가 아무리 옳고 노동자가 아무리 틀렸다 해도 마르크스는 항상 노동자 편에 서려고 했다. 자본가가 노동자보다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과 노력으로 그렇게 강해졌다. 단지 마르크스는 소설가가 아니라 철학자였으므로, 옳고 그름을 다른 사람에게 결정하도록 맡기지 못하고 결연히 노동자가 옳고 자본가가 그른 이유를 말해야 했다. 『자본론』 전체는 이런 약자들을 위해 쓴 '변론서'이다.


280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세계의 변화 방식은 공산당과 코민테른을 조직하여 기존의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진상을 밝히고 진리를 바로 세움으로써 노동자가 자신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착취당하는 원인이 자본가에게 생산 수단을 장악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현재의 생활이 '소외' 이후의 왜곡된 생활이고, '소외' 이전의 자연스럽고 행복한 삶의 상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289 이것이 마르크스의 심각한 실수다. 사실 그 자신의 노력은 직접적인 이익을 초월하고 계급 신분을 뛰어 넘는 '지식인'이 필요함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론에서 이 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고 '지식인'에게 명확한 지위를 부여하는 데 인색했다. 그 결과 나중에 그의 이름을 걸고 진행된 공산주의 혁명은 철저하게 '지식인'의 개입권을 말살하는 사회를 조성했고, 무수한 공포와 왜곡의 비극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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