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슬픈 불멸주의자 - 10점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흐름출판


1부 공포 관리

1장 죽음의 공포 관리하기

2장 사물 체계

3장 자존감, 굽히지 않는 용기의 토대


2부 세월을 관통하는 죽음

4장 호모 모르탈리스

5장 실제 불멸성

6장 상징적 불멸성


3부 현대의 죽음

7장 인간 파괴 해부

8장 육체와 영혼의 불편한 동맹?

9장 가깝고도 먼 죽음

10장 방패의 틈

11장 죽음과 함께 살아가기




서문

8 한 세기 전 윌리엄 제임스가 시사한 바와 같이, 죽음은 진실로 인간 조건의 핵심에 존재하는 크나큰 고뇌이다. '언젠가 죽는다'는 인식은 우리가 의식하든 아니든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생각, 감정, 행동에 심오하고 폭넓은 영향을 끼친다.


8 죽음은 육체에 불쾌감을 느끼게 하 고 섹스에 양면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은 언젠가 우리 스스로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죽음의 찾아야 한다.


9 한마디로, 죽음의 공포는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이다. 이 책은 죽음의 공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 행동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실제로 '인간 행동의 원인'을 논하면서 '죽음에 대한 인식'을 거론하지 않는다면 인간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9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어떻게 가장 고귀한 인간 행동이나 가장 비도덕적인 인간 행동 양쪽 모두의 기저를 이루는지를 밝히고, 이러한 통찰이 어떻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찰하는 것이다.


1부 공포 관리

21 이처럼 죽음을 인식하는 현상은 인간이 지성을 갖추면서 등장한 부정적 측면이다. 죽음 인식은 인간이 처한 소름끼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거창한 농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은 여느 생물과 마찬가지로 영속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품은 한편. 이 탐색이 궁극적으로는 쓸데없다는 사실 또한 인지할 수 있다. 우리는 자기 존재를 의식하는 대가로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25 인생이라는 개념을 막연히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실제 불멸성 및 상징적 불멸성에 이르려면 스스로가 문화 안에서 꼭 필요한 일원이라고 느껴야 한다. 따라서 공포에 대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두 번째 자원은 자존감이다. 이는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감정이다.


30 이 실험을 설계할 때 우리는 판시들이 옳고 그름에 확고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 판사의 민감한 도덕의식을 고려할 때 데니스의 행동이 불쾌감을 유발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죽음에 관해 생각했던 판사들은 자기가 속한 문화가 규정하는 올바른 일에 따르고자 했고, 죽음을 떠올리지 않았던 동료 판사들에 비해 더 엄격한 법률을 적용했다. 다시 말해, 성매매 여성에게 극도로 높은 보석금을 부과함으로써 판시들은 그녀가 법정에 출두하여 그저 가벼운 경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도덕 위반에 대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52 이처럼 주의를 돌리는 아이들의 전략은 성인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 보이는 행동 양상과 매우 유사하다 성인들은 보통 죽음에 관한 생각을 멈추고 일상적인 걱정거리로 주의를 돌린다. 연구에 따르면, 죽음을 떠올린 뒤에는 성인들 역시 '걱정은 그만하고 행복하자'는 생각에 집중하려고 한다. 음식이나 사치품에 관심을 돌리는 것은 죽음에 관한 생각에 대응하는 매우 흔한 방법이다. "점심 먹고 쇼핑하러 가자!"


67 문화적 제약을 모두 제거하면 우리는 그저 감각, 감정, 사건의 연속 상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실존적 공포의 물결에 흔들리다가 갑작스럽게 그런 경험을 끝내는 생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의미가 스며든 세계에서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이다. 물론 사물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이 세계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안심한다.


70 자존감은 당신이 속한문화의 사물 체계가 규정하는 역할과 가치를 반영한 모습을 띠기 마련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옳은 행동, 가치 있는 사회적 역할, 자기 소임을 다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당신이 지닌 세계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자존감이란 자신이 의미 있는 세계에 기여하고 있는 가치 있는 참여자라는 느낌을 말한다. '나는 소중하다'는 이러한 느낌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극심한 공포를 다스린다.


78 선천적으로 자존감이 높거나 자존감을 북돋우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존감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와 충돌하는 사람 및 사상을 접했을 때 보이는 적대적인 반응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잔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기분이 팍 상했을 상황에서 훨씬 더 침착하게 대응한다.


78 나아가 자존감이 떨어지면 죽음과 관련된 생각이 더 쉽게 떠오른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와 대면했을 때 자신을 떠받치던 종교적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죽음 관련 단어를 더 많이 생성해냈다.


2부 세월을 관통하는 죽음

111 자신을 더 알게 될수록 언어 개발 또한 탄력을 받았다. 이른바 언어와 자의식의 역동적인 순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동과 인지 능력의 변화는 거의 200만 년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 일어났고 약 50 만년 전에 다시 한번 뇌 크기가 증가했다. 이후 10만 년에서 25만 년 전에 우리 인류의 조상이 현대의 사피엔스로 기적 같은 도약을 이뤘다. 호모 사피엔스는 수준 높은 개념을 고안하고 전달하며 복잡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된 언어 능력을 갖춘 새로운 종이었다.


134 인지 능력은 인간의 대규모 집단 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정교한 도구를 발명하게 했으며 복잡한 사냥과 수렵채집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자의식을 갖도록 이끌었다. 그러나 이 인지 능력 탓에 인간은 죽음의 인식에도 눈을 떴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멸망으로 가는 무력감을 낳기 마련이지만 인류는 다행히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초기 인류는 실존적 절망에 굴복하는 대신 특별하고 초월적이며 영원한 우주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139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불멸의 존재가 되고자 했다. 첫 번째 방법은 실제 불멸성 literal immortality을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 불멸성이란 사람이 결코 육체적으로 죽지 않는다거나 자아의 어떤 핵심적인 부분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다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후 세계와 영혼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거나 고대 연금술로 시작해서 노화 역전 및 냉동보존과 같은 사후 소생 기법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수단을 통해 실제 불멸성을 추구해 왔다.


140 불멸에 이르는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 또는 자기 존재를 상징하는 유물이 자기가 죽은 후에도 계속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상징적 불멸성symbolic immortality은 숨을 거둔 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어떤 영원한 존재의 일부로 남을 것이며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적 자취가 영구히 지속되는 것을 보장해준다.


145 영혼은 인류가 매우 초기에 만들어낸 가장 영리한 발명품 중 하나로, 인간은 영혼 덕분에 자신을 단순히 육체적 존재 이상으로 인식하고 죽음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 랭크의 저서들은 이를 "영혼은 저항할 수 없는 심리적 힘, 즉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우리 의지와 죽음이라는 불변의 생물학적 사실이 충돌하는 빅뱅 속에서 탄생했다"라고 표현했다. 유한한 육체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존재는 단순히 상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분명 완전 소멸이라는 가능성과 비교해서는 퍽 반가운 일이었다. 비록 그 구체적인 본질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은 모두 영혼을 지녀왔다.


162 진시황제나 페피1세가 사후 세계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그들의 영혼이 천상의 안개 속을 여전히 배회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 관해 알고 있다는 점은 그들이 적어도 상징적 불멸성을 획득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168 가족은 후손을 남길 뿐만 아니라 나의 존재를 후손의 기억에 남긴다는 점에서 육체가 소멸한 이후에도 영속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들은 자녀가 ‘엄마의 목소리’를 빼닮았다거나 '아빠의 유머 감각'을 물려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흐뭇함을 느낀다. 이런 기쁨은 자신의 일부가 아이에게 계속 남가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긴다. 내 몸은 썩고 한 줌 재로 돌아간다고 해도 외모와 버릇은 혈통을 따라 이어질 것이다.


196 심신 약화와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죽음의 공포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실제 불멸성과 상징적 불멸성을 담보하는 초자연적 현실을 창조할 때 외에는 쉽게 잊히는 하찮은 존재가 됐다. 의식은 눈에 보이는 정신 구조 형태가 되어 상상력과 창조성을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성취한 최상의 발견과 발명을 낳았다. 효과적인 공포 관리, 즉 자신이 의미 있는 우주에 속한 가치 있는 일원이라는 믿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유쾌하고 생산적이며 때때로 숭고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삶을 누리고 있다.


3부 현대의 죽음

201 공포 관리 이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생물이 기본적으로 지니는 자기보호 성향과 정교한 인지 능력이 결합할 때 인간은 자기가 취약한 존재라는 것과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결과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는 공포가 발생한다. 인간은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의 힘을 빌어 스스로를 육체가 사망한 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영속할 영혼과 정체성을 지닌 특별한 존재라고 확신하면서 이런 공포에 대처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적 사물 체계를 신뢰하고 이와 관련된 가치 기준에 부합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치면 우리의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고 필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237 육체와 우리의 동물성은 우리가 언젠가 죽을 육체적 존재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위협적인 요소이다. 이런 죽음의 공포에 대처하려면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적 세계관의 기본적인 기능은 이런 육체가 우리의 의미와 중대성이라는 허세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방지하는 일이다.


260 육체를 입고서 죽음을 인식하는 동물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렵다. 인간은 자신이 개, 고양이, 물고기, 지렁이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은 동물과 다르며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견해를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인간은 육체를 장식하고 변형하여 문화적 상징으로 치장한다.


261 죽음의 공포는 동물적 본능과 거리를 두려는 인간 성향의 중심에 존재하다. 이는 인간을 육체로부터, 각자로부터, 그리고 인간처럼 코, 입술, 눈, 이, 다리를 가진 다른 모든 동물로부터 구분짓는 요인이다.


275 서브리미널 메시지로 죽음이라는 단어에 노출된 경우 친미 성향의 학생에게 더 큰 호의를 나타냈고 반미 성향 학생에 대한 경멸이 심화됐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참여자들이 그 단어를 봤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에도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311 자살은 실제 불멸성을 기원하는 오랜 바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 자실하는 어린이조차 이렇게 느끼는 듯하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지살 충동을 느끼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죽음을 오래된 소원이 이뤄질 수 있는 삶의 연속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죽음 속에서 실제 불멸성이나 상징적 불멸성 혹은 양쪽 모두로 향하는 문을 통해 걸어갈 것’이라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클레오파트라의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도  많다.


322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음의 공포는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화적 시물 체계를 포용하고 자존감을 확보함으로써 실존적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포를 막을 때 사용하는 방패에는 어느 정도 틈이나 패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보완책이 생겨난다. 인간은 제아무리 잘났어도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다. 그러니 죽음과 함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344 소용돌이 세계관은 의미와 가치를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의 하나라고 인정한다. 인간은 각자 경험의 일부로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을 구성하고 그 현실에 대처하면서 맞닥뜨리는 발상 및 진실과 결합한다.


345 우리는 진퇴양난에 놓여있다 절벽 세계관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만 악의 세계를 제거하려는 독선적 개혁 운동의 희생자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힌다.  소용돌이 세계관은 연민이 넘치는 세계관이지만 죽음 불안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절벽 세계관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소용돌이 세계관처럼 관용과 애매모호함의 수용을 장려하는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


345 죽음과 타협하라.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섭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용기, 연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삶을 숭고하게 만든다.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라. 이런 방도를 제공하는 문화적 세계관을 장려하고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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