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5 파시즘 5


파시즘 - 10점
케빈 패스모어 지음, 이지원 옮김/교유서가


책읽기 20분 | 파시즘  [ 원문보기]

제2장 파시즘 이전의 파시즘?(1)


역사적 파시즘이 등장한 전간기 유럽의 상황

전통적인 왕정과 귀족정이 주권재민을 이념으로 하는 민주정에 의해 도전을 받았다 — 대중의 약진

엘리트 지배의 존속을 목적으로 하는 급진적 우파는 대중을 무조건 억압할 수 없으므로 대중을 무력화하고 엘리트 지배의 수단으로 삼는 전술을 구사한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전술이 ‘혐오’


“사회학자들에게 ‘대중의 약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이 문제는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오늘은 "제2장 파시즘 이전의 파시즘?"을 읽는다. 파시즘에 선행하는 여러가지 조건들 또는 파시즘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학문적인 지적인 시대적인 여건을 다루고 있다. 사실 《파시즘》이라는 이 책을 읽어봐도 한번에 파시즘을 알기 어렵다. 워낙 의미 내용이 복잡하고 다양해서 한 번에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정치사상의 역사 속에서 파시즘을 살펴보면 이게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정치체제라고 하는 것, 이를테면 왕정, 귀족정, 민주정, 전체주의, 이런 체제를 이야기하는데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그 첫째가 그 체제에서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가가 오늘날에는 중요하다. 가령 민주정이라고 하면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고, 그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권리에 따른 의무를 짊어지고 하는 것. 그렇다면 민주정을 지탱하고 있는 핵심적인 사상은 주권재민이다. 예를 들어서 역사비평 편집위원회의 《정조와 정조 이후 - 정조시대와 19세기의 연속과 단절》라는 책이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왕정국가이니 주권이 왕들에게 있다. 왕의 권력, 신분, 권한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많은 이론이 동원된다. 귀족정은 소수의 귀족들이 정치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치체제는 굳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거론하지 않아도 누가 다스리냐에 따라서 나누면 금방 이해가 되는 것이다.


누가 다스리는가를 왜 따지는가 하면 이에 따라서 누가 이익이냐가 저절로 귀결되어 나온다. 왕정에서는 아무리 왕이 백성을 사랑하고 해도 제일 이익이 되는 사람은 왕이다. 왕이 다스리는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사상이 '자연적인 불평등'이다. 마찬가지로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전간기 유럽의 사회적 상황을 이해해야만 파시즘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귀족정은 귀족들이 이익이다. 귀족들이 이익을 얻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아니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귀족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나면서부터 잘난 사람이다라는 것을 동원해 보여야 한다. 신분질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들이 생겨난다. 그러면 민주정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일단 바탕이 된다. 사회적으로 노력을 해서 뭔가를 성취할 수 있지만 그것은 법과 규범에 따라 성취하는 것이고 개인이 나면서부터 잘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사회적으로 부여 받은 지위는 항상 견제를 받아야 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정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민주정에서 민주정을 가장 위협하는 심각한 요소는 간단하게 말하면 왕정의 요소와 귀족정의 요소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정의 가장 큰 적은 특권층이다. 특권층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민주적을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어떠했는가. 68페이지를 보면 "사회학자들에게 '대중의 약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이 문제는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아주 중요한 문장이다. 사실 이 책 전체에서 전간기 유럽의 파시즘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구절은 바로 이 구절이다. 여기서 대중의 약진과 엘리트 지배의 존속은 대립된다. 대중이 약진하고 있다, 즉 서구에서도 파시즘 이전에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민주정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온전한 의미에서의 민주국가는 서구에서도 2차세계대전 이후에야 가능했다. 유럽은 아주 오랫동안 왕정국가였고 귀족국가였다. 그것이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다. 엘리트 지배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세상이 바뀌다 보니 엘리트가 보기에 대중들이 왕창 목소리를 높이며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둘이 충돌하는 것. 그렇다면 대중이 약진해서 엘리트 지배를 끝장내고 완전한 의미에서의 대중지배로 나아가면 될 텐데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트 지배 계급은, 즉 귀족들은 자기들의 지배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대중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전에는 억누르면 되었는데 이제는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역사적 파시즘이라는 말은 전간기 파시즘을 의미하는데, 이 역사적 파시즘이 뭐냐고 묻는다면, 일단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엘리트들이 이익을 얻는 것. 전통적인 용어로 말하면 귀족들이 얻는 정치, 귀족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시도하는 정치인데 예전처럼 안되니까 대중들을 동원해서 자기들의 지배를 옹호하고, 대중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실질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데 이때는 몰개인적인 대중들이 몰려다니게 만들어서 근본적으로는 엘리트 지배계급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 이 역사적 파시즘 시기에 나타난 상황이다. 그래서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급진적 우파는 파시즘의 전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려는 자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중의 약진이라는 과제를 의식하고 대중을 이용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자각했고 그런데 그들을 제한하고자 했다.


68 사회학자들에게 ‘대중의 약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이 문제는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한국의 상황을 놓고 정리해보면, 한국은 조선시대까지는 왕정이었다. 그러다가 일제식민지 일본제국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받는다. 그런데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정치체제가 들어섰다. 그런데 이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항상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가 문제가 되어왔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특권층', 특권층이 지배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이 있다. 물론 그 사이에 민주정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특권층의 지배가 있었다. 그들이 그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서 권력기관들을 손에 쥐고 자기네들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고, 또 가능하면 자기네들의 계층에서 선출되면 좋고, 또 그렇게 하려면 일반적인 대중들이 뭔가를 자세하게 알면 안되니,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 매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사회엘리트가 되는 통로를 굉장히 어렵게, 특권층이 아니면 통로에 접근하기 어럽게 만들어 놓는 것, 이것이 바로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를 성실하게 그들로서는 이행하는 셈. 그런데 현대 한국에서는 대중의 약진이라고 하는 문제가 등장했고, 대중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아가고 주권재민의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려고 하고 있다.


대중의 약진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 다르게 말하면 민주정의 문제이다. 그래서 파시즘은 간단히 말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왕정이나 귀족정의 지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민주정으로 나아갈 것인가 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배계급인 귀족들이 자기네들이 지배를 존속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것이다 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핵심적인 문제가 대중을 동원하는 문제이다. 대중을 잘 동원해서 환상을 잘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을 동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파시즘이나 극우파의 기본적인 정서는 혐오다. 대중들에게 뭔가 적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중들이 지배계급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누군가에게 그들의 분노와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귀족에게 오면 안되니까 그렇다. 그러면 그 혐오의 대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급진적 우파가 가지고 있는 아주 중요한 전술적 목표가 되는 것이다. 엘리트 지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고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라면 그것을 위한 전술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좌파의 정책을 차용하거나 변형하고, 또는 종교도 이용하고,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하는 것.


가장 핵심적으로 대중들을 말하자면 어리석은 대중들을 만들어내고 자기네들끼리 싸우게 하는 핵심적인 전술이 혐오다. 따라서 아주 넓은 의미에서 파시즘을 규정한다면 그것은 현대사회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엘리트 계급의 지배를 존속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이 예전처럼 귀족정의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파시즘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대중들이 그것을 간파하고 아주 강력하게 주권재민을 실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특권층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엘리트 지배계급이 대중들을 조정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가장 핵심적인 무기인 혐오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하는 마음을 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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