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목로주점(상)


목로주점 - 상 - 10점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열린책들



312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세탁물 더미가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현기증에 얼이 빠진 채 쿠포의 술 냄새 나는 숨결조차 싫어하지 않으며 몸을 맡기고 있었다. 불결한 가게 한복판에서 그들이 한입 가득 교환한 이 진한 키스야말로 서서히 무너져 가는 그들의 삶이 보여 준 최초의 전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86 그녀는 전혀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남자라면 질색이었다. 하지만 열네 살에 랑티에의 여자가 되었을 때 그를 무척 다정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왜냐하면 그가 남편을 자처한 데다 그녀 자신도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단언에 따르면 그녀의 유일한 단점은 정에 너무 약하고, 사람을 무턱대고 좋아하고, 나중에 숱한 고통을 안겨 줄 사람에게도 쉽게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그녀는 불행한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와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 꿈만을 꾼다는 것이었다. 쿠포가 베개 밑에서 알을 품듯 두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녀를 비웃었을 때, 그녀는 손으로 그의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물론 자신도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지만 여자들이 언제나 그런 짓에만 몰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여자들은 살림을 걱정하고, 몸이 으스러지도록 집안일을 하고, 밤이면 녹초가 되어서 잠에 곯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억척스러운 일꾼인 어머니를 닮았는데, 어머니는 20년이 넘도록 마카르 영감을 위해서 마소처럼 일하다가 고생 끝에 죽었다. 그녀는 체형이 가늘지만, 어머니는 문에 부딪치면 문짝이 부서져 나갈 정도로 어깨가 튼튼했다. 하지만 그럼 뭐해,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는 성격은 엄마를 빼닮았는데, 뭐. 심지어 그녀가 다리를 약간 저는 것도 마카르 영감에게 두들겨 맞곤 하던 불쌍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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