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수사학(2) / 특강 철학·인문학

 

2024.03.20 🎤 수사학(2) / 특강 철학·인문학

[3강: 3.20(수) 수사학(rhetoric)이란 무엇인가?]

일시: 2024. 3. 20. 19시 30분-21시 30분
장소: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3641
강의 자료: https://buymeacoffee.com/booklistalk/suwon-rhetoric


문화적인 백그라운드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을 학문적인 용어로 사상자원sources of ideas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 인적자원이 풍부한 나라라기보다는 한국은 사상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한국은 하이브리드 컬쳐가 발전한 나라인데, 한국은 고유함을 지키는 것도 있지만 혼성성hybridity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발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상자원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런 사상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스웨덴이라고 하는 나라는 원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이렇게 4개의 나라가 한 스웨덴 전통의 왕조에 의해서 지배되던 곳이었다. 지금 스웨덴도 왕국이고 핀란드는 공화국이고 노르웨이도 왕국이고 덴마크도 왕국이다. 핀란드만 아니고 스웨덴 왕조하고 노르웨이 왕조하고 덴마크 왕조하고 다 친척들이다. 같은 왕조의 귀족들이 오래도록 지배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그 나라가 외부와 교류를 해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그리고 그 나라는 러시아라고 하는 유럽의 아주 오래된 강대국에 항상 침략 위협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다. 그런 폐쇄적인 곳에서 근대국가를 이루어 가지고 근대의 인권 개념이 있어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는데 불 보듯 뻔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혼성성hybridity가 굉장히 강력하고 바로 그것은 사상자원이 풍부하다는 걸 의미한다. 사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바로 그런데에서 문화 콘텐츠가 생겨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 분류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에서 학문은 이론theōria과 실천praxis과 제작poiēsis, 이 셋으로 나눌 수 있다라고 얘기를 했다. theōria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갖다가 형이상학이라고 한다.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는 제가 쓴 《철학 고전 강의》를 읽어보면 된다. 한국인이 쓴 유일한 형이상학 개론서, 원전을 중심으로 쓴 것이다. 형이상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플라톤부터 헤겔에 이르기까지 쭉 읽어서 개론서를 만들어낼 수 있기에는 그렇게 만만치 않은 학문이다. 그게 이제 이론인데 그것은 지금 현재 우리가 수사학을 공부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 두 번째가 실천적 앎. 실제 행위를 통해서 인간이 좋은 영혼,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는 말인데, eudaimonia의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조건을 다루는 것이 실천이다. 거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학문이 윤리학과 정치학이다. 윤리학과 정치학은 딱 맞아떨어지는 지식을 다루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서 그때그때 융통성이 있는 것이다. 윤리학이나 정치학은 항상 상황 속에서 무엇이 타당한가, 무엇이 정당한가를 따진다. precise은 엄밀한, certain는 정확한(확실한)이라는 뜻으로 비슷한 말인 것 같은데 precise는 수학적인 걸 말하는 것이다. certain은 정확한, 정확한 얘기보다는 확실한이다.  윤리학이나 정치학은 certainty, 확실한 것을 얻고자 하는 학문이다. 나의 행동이 이 맥락에서 확실한가, 또는 just 정당한 또는 sound 건전한 이런 것들을 윤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얘기이다. 엄밀함과 관계되는 건 necessary 필연적인, 이것은 그러니까 이론적인 것이고, 여기 certain, just, sound는 윤리적인 것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해결한다 라고 하는 것은 엄밀한 기준을 가지고 이론적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맞춰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니까 이것은 상황 또는 맥락 의존적context dependent이라고 한다.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나쁜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런 편견은 버려야 한다. good하고 bad가 있는데 좋은 하고 나쁜은상대적인 것이다. 절대적으로 악한 것 absolute evil과는 다른 것이다.  즉 '항상 선하게 살 수는 없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윤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항상 그 상황에서 베스트를 추구하는 것이 실천이다. 그걸 하지 못하고 항상 꼿꼿하게 자기의 원칙이 necessary한 것이라고 하고 컨텍스트를 고려하지 않고 항상 그것만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사람을 바보idiot라고 하는 것이다. 수사학이라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철학이라고 하는 학문도 크게 두 가지 분류, 두 가지 경향으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다. 하나는 플라톤적인 의미에서 추상적인 기하학과 초월적 형이상학으로 귀결되는 형이상학, 즉 필연적인 것을 탐구하는 형이상학이 있다. 그것은 상황이라든가 이런 것을 따져 물을 필요가 없다. 

사유의 방식
연역적 논증, 원인과 결과의 필연성, 자연과학적 탐구방식, 이것을 apodeixis라고 부른다. 그다음에 dialektikē, 일반으로 승인된 의견으로부터의 추론, 개연성을 찾아내는 탐구방식. 그러니까 개연성에 근거해서 얻어내게 되는 합의에 의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것, 그것도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그것이 진리이겠다.  굉장히 중요한 건데 플라톤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민주정 국가에서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어떤 의견의 일치에 이르렀다 하면 그것을 진리가 아닌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고루한 귀족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수학이 아닌 한은 항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certain, just, sound,context dependent한 진리를 그때그때 옳은 것이라고 여기면서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쳐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수사학이라고 하는 학문은 이제 우리가 앞서서 검토한 것에 따르면 그냥 말을 꾸미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사실은 여기 나온 것처럼 이소크라테스라고 하는 사람으로부터 학문적인 규모를 갖춰서 지금까지 전수되어 온 것이다. 즉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가지고 그 의견들을 가지고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그런 탐구활동, 그것을 수사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현재 민주정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말도 잘해야 되지만 그 말을 이런 합의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필연적 진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영역에서는 이런 수사학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종류의 필로소피아philosophia(철학적 앎)
삶의 구체적 상황에서 적절한 것을 찾아내는 실천적 지혜와 기술을 중시(humanist tradition), 의견에서 시작하여 합의에 이르는 것이 합당한 탐구활동이다. 옛날에는 말 꾸미기만 수사학이었는데 오늘날에는 바로 이러한 정치적인 또는 공공윤리적인 그런 맥락 속에서 수학을 사용한다.  지난달에 강의했던 게 정치이다. 정치가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겠는가. 수사학적 능력이다. 다시 말해서 삶의 상황에서의 적실성이 호소하는 실천적 지혜와 그런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사람들하고 적절한 언어로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다. 그런 것들이 정치가가 갖춰야 될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비대면 강의는 강의의 최저 요건만을 갖추고 있는, 말 그대로 지식 전달에 불과하다. 대면 강의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이 있는데, 이 긴장감 때문에 대면 강의가 강의 효과가 큰 것이다.  이 강의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들은 이 상황 속에서 뭔가를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의 수사학에 포함된다. 수사학이라고 얘기해서 그냥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상황에 대한 앎, 상황지라고 부른다.  상황에 대한 앎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해서 그 상황에 걸맞은 최선의 해결책을 궁리해 보는 것이 수사학적 지혜, 삶의 지혜가 될 수 있겠다. 

이소크라테스가 한 연설문에서 시민 대축전에 붙여와 소피스테스에 대하여에 나온 얘기를 보자. “그들은 오히려 이들에 대해 더 먼저 마음을 썼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맞는 일입니다… 한 사람이 현명한 생각을 잘 한다면 그의 생각을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적 진리는 우리의 정서에 전혀 호소하지 않는다. 그래서 첫 시간에 야우기북夜雨寄北부터 읽은 것이다. 야우기북夜雨寄北을 읽을 때는 첫 행을 읽고 두 번째 행을 읽을 때 그 사이에 스며들어가 있는 pathos, 수사학적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갖춰야 될 가장 중요한 능력은 pathos, 격음이다. 상황에 대한 앎을 갖는다는 것은 그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사람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이다. 격음과 되짚어 보기라고 하는 것이 있을 때 이 사이가 긴장도 있고 이완되기도 한다. 이것들 사이에서 뭔가가 흘러나오면 그 그것이 표현이다. 그게 문학이고 철학이고 음악이고 미술이고 하는 것이다. 다시 야우기북을 보면 파산처럼 먼 곳을 떠났다. 떠난 남자나 보내는 여자나 모두 다 지금 겪음이다. 떠나보내니 거기 가 있는 남자는 "파산의 밤비가 가을 연못에 넘쳐 흐르는구나", 마음이 허전하다. 세 번째 행은 서쪽 창이니까 본가에 있는 여성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본가에 있는 여성이 "언제쯤에나 함께 서창의 촛심을 자를 것인가", 혼자서 방 안에서 침실에서 자고 있는데 남성은 저쪽에 파산에 있고, “돌이켜보며 파산에 밤 비 내리던 때를 말할 수 있겠는가"느 남자나 여자나 모두 다 함께 하고 있는 생각일 수 있다. 지금 현재 파산에 있는 남자나 서창에 있는 여자나 둘 다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1번은 두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2번은 떠나간 남성, 3번은 지금 집에 있는 여성, 4번은 남성과 여성 둘 다가 지금 이걸 겪으면서 머릿속에서 reflection하고 있는 것이다. pathos와 reflection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잘 맞는 일, 그들에게 마음을 쓰는 것 그다음에 현명한 생각,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이용하고 그것들에 관하여 적절한 것을 궁리하고 이름을 이용하여 잘 배치하는 것 이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의 모든 걸 다 겪어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책을 읽어야 된다. 수사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역사를 읽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야 되는 것이다. 견문이 넓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해외 여행을 많이 해서 견문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적인 그런 지식들을 알고 있다는 걸 말한다. 

pathos와 reflection이라고 하는 걸 바탕으로 해서 context dependent한 콘텐츠들, 맥락을 굉장히 파고들어야만 이해될 수 있는 콘텐츠들, 그런 콘텐츠들을 정리하고 읽어낼 수 있는 것들까지 다 포함해서 그것이 수사학적인 힘rhetoric power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수사학이라고 하는 것은 앞에서 시를 읽을 때도 얘기했듯이 지금 이소크라테스가 얘기한 마음을 쓰는 것에 대해서, 맞는 일, 현명한 생각, 적절한 때 적절하게 이용하고 적절한 것을 궁리하고 잘 배치하고 이런 것들, 특정 시점을 찾아서 적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궁리하는 것, 이것은 정치학적인 것, 윤리적인 것 그다음에 문화적인 것 일반, 이런 것들이 다 적용되는 것이고 그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사실상은 교양이다. 그런 능력을 기르는 것이 교양이고 수사학적 능력이다. 지나치게 테크닉적인 것들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어떤 그런 것이기 때문에 rhetoric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정치적인 지식도 포함된다.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ingenium(창의), inventio(발견), usus(사용), res(사물)
키케로 얘기는 그런 것들을 잘 하는 사람들이 위대하고도 지혜로운 사람이다 라고 얘기를 했다. 사물이 가진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발견하고 사용하는 것을 키케로는 인간의 노동이라고 얘기한다. usus, 라틴어로 res인데 사물이 가진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발견하고 사용하는 되면 바로 공동의 사물res publica이 된다. res publica라는 말로부터 공화국republic이라고 하는 말이 나왔다. 공화국에 사는 사람들은 사물이 가진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발견하고 잘 사용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사람이 위대하고도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상투적으로 가는 곳이 있고 한국의 정치가들이 상투적으로 가는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그 시대의 말하자면 시험장인 것이다. 

잠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 ’헤라클레스의 노동’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보면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있다. "네메아 숲을 불태운 사자를 죽이고 그 가죽으로 몸을 치장하여 별자리에 오른 헤라클레스의 최대의 노고를 고찰하고 있기도 하다” 자기가 쓴 책은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사자는 대지에 있던 태고의 거대한 삼림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헤라클레스에 의해 불태워져 경작지가 된 것인데, 헤라클레스는 전쟁의 영웅에 앞서 나타났던 정치적 영웅의 인격체"라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일반적으로 싸움 잘하는 전쟁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헤라클레스의 한쪽 측면만을 얘기하는 것이고, 사실 헤라클레스가 경작지를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거기서 농사를 짓게 한 시초를 연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의외로 헤라클레스가 농사를 시작하게 했다 해서 그 문명의 시작을 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헤라클레스의 노동'이라고 하면 문명을 시작한다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1/4분기에 3번에 걸친 특강을 오늘 수사학까지 해서 마쳤다. 이번 세 번에 걸친 특강은 사회적인·윤리적인 맥락 속에서 우리가 적절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한 기초적인 것들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다. 탐구하고 궁리하고 융통성 있는 지식을 갖고 그리고 정치에 대해서 지난번 얘기했다. 이것을 조금 더 심화를 하면 2/4분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할 때 얘기를 하게 되겠다. 그리고 3/4분기 4/4분기에는 사회지리학개론과 공공역사를 한다. 

심화 학습을 하고 싶은 사람은 《레토릭의 역사와 이론》이라는 책을 사서 올해 1년 내내 한번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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