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포메란츠: 대분기 ━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

 

대분기 - 10점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 외 옮김, 김형종 감수/에코리브르

《대분기》를 소개하면서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글

서론: 유럽 경제 발전의 비교, 연계 및 서술
1부 사람을 놀라게 하는 무수한 닮은 점
2부 새로운 흐름에서 새로운 경제로: 소비, 투자와 자본주의
3부 스미스와 맬서스를 넘어서: 생태적 제약에서 지속적 공업 발전으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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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유럽 경제 발전의 비교, 연계 및 서술

35 근대 사회과학은 대부분 19세기 후반과 20세기의 유럽인이 서유럽 경제의 발전 과정을 독특하게 만든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학자들 간에 일치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문헌은 유럽에 초점을 맞춰 초기의 기계화한 대규모 공업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세계 다른 지역과의 비교는 '유럽'—명확히 표현하자면 서유럽, 신교도 유럽, 혹은 단지 영국―경계 내에 공업이 성공할 만한 독특한 요소가 자생적으로 존재했는지, 혹은 특이한 장애물은 없었는지 보여주는 데 이용되어 왔다. 

또한 유럽과 세계 다른 지역 간의 관계—특히 다양한 형태의 식민지 약탈—를 강조한 또 다른 설명은 대다수 서구 학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런 주장은 마르크스가 "원시적 축적"이라고 부른 것, 이를테면 아메리카 인디언과 노예로 전락한 아프리카인(그리고 유럽의 대다수 하층민)으로부터 강제로 몰수한 자본을 강조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마르크스의 주장은 이 과정에서 저지른 야만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또한 대규모 지본 축적의 시작 단계였다는 의미에서 '원시적'이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유럽의 농장, 작업장 및 회계 사무소에서 생계 수준 이상의 이익 잉여금이 생기면서 투자 가능한 흑자가 느리지만 뚜렷하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학문적 성과 때문에 이런 입장은 더 이상 견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비유럽인들에 대한 착취―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해외자원에 대한 접근―를 강조하지만, 그것이 유럽의 발전에서 유일한 동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유럽의 내적 성장을 주도했던 그 중대한 역할은 인정하되 1800 년 무렵까지 유럽의 발전 과정이 다른 지역, 특히 동아시아의 발전 과정과 얼마나 유사했는지 강조한다.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존재하긴 했지만, 이 책에서는 해외 자본에 대한 특권적 접근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19세기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유럽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를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위해서라면 비교적 긴 시간이라도 기꺼이 기다릴 수 있었다―하지만 19세기까지 무력을 통한 원거리 무역과 식민지화를 겨냥했던 것 외에 법인 형태를 통한 거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장기적인 신디케이트론은 전쟁 지금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 내에서 우선적으로 사용되었다 더 중요한 사실은 18세기경에는 서유럽이 다양한 노동 절약 기술을 활용해 세계 다른 지역보다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토지 절약 기술에서는 지속적으로 뒤떨어졌기 때문에 급속한 인구 증가 및 자원 수요 그리고 해외 자원의 부재 상황이 한층 더 노동 집약적 성장을 강화하는 길로 서유럽을 내몰았다. 이런 상황은 중국과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해외 수탈이 가져온 장점이 유럽의 발전과 유라시아 대륙의 다른 몇몇 지역(주로 중국과 일본)에서 보이는 현상 사이의 차별을 해석하는 데 도움을 출 것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유럽 발전의 전부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또한 유럽과 구세계 다른 모든 지역 사이의 차별을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석탄 광산의 위치처럼 앞서 언급한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소 역시 일정한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 띠라서 이 책에서는 비교 분석과 특정 지역의 우발적 사건 그리고 통합적 및 전 세계적 접근방법을 결합했다. 

더구나 비교 분석과 통합적 접근 방법은 서로를 교정해주는 구실을 한다. 만약 서유럽과―이를테면―동유럽이나 인도를 구분해주는 요소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면, 이러한 단순한 대조만으로는 유럽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끝에서 공유하는 패턴들 역시 유럽 문화나 역사의 독특한 산물로 해석할 수 없다. (물론 어떤 사회와 다른 사회를 구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세계적 추세의 파생물이라고 해석할 수도 없다.) 서유럽과 기타 지역의 유사점은 일종의 단순한 비교 방법—이러한 방법은 실질적으로는 각기 서로 분리되어 있는 사회를 비교 단위로 삼는다—에서 전 세계적 연관성 역시 또 다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는 방법으로 전환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그것은 만약 우리가 유럽을 세계 체제의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1800년 이전의 전 세계적 연관성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중심이 여럿 있는 동시에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는 중심이 없는 세계를 갖고 있다. 전 세계적 연관성온 통상적으로 서유럽에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유럽인이 그러한 연관성을 창조했거나 또는 거기에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5세기에 중국이 은 경제로 전환한 것━유럽인이 아메리카에 도착해 그곳의 은을 수출한 것보다 앞선 과정━은 에스파냐의 광범위한 신세계 제국을 재정적으로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끔찍한 전염병의 창궐은 무엇보다 제국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울러 19세기 이후 공업화의 상당한 진전이야말로 유럽 패권주의의 유일한 '핵심'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68 이와 같이 1부에서 기본적인 비교를 통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자본 축적, 인구적 형태, 특정한 종류의 시장 존재가 결합해 경제적 가능성에서 극적인 변화를 위한 기장 적합한 환경으로 몇몇 지역一서유럽, 중국, 일본 등―을 구분해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서유럽에서 그 같은 변화가 왜 처음 발생했는지, 아니면 왜 유럽과 동아시아 모두에서 경제 발전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기술적 차이도 19세기(유럽이 토지 운용 기술의 격차를 줄이고 대다수 다른 지역을 폭넓게 주도했던 때) 이전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 심지어 당시는 유럽이 빈번하게 무력을 앞세워 세계 다른 지역과 복잡한 대외 관계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2부에서는 대륙 간 비교를 계속하는데, 맥락상 대륙 간 연관성 또한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물질적 필요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제 활동으로 그리고 소수의 인구만이 공유했던 것과 관련해―논지를 옮겨보면, 다른 '핵심' 지역들과 비교해봐도 문화와 제도에서 어쩌면 중요했을지도 모르는 서유럽의 차이점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정도의 차이이지 성질의 차이는 아니었고, 그 강도와 범위도 제한적이었다. 아울러 이러한 차이점은 분명 서유럽이━오직 서유럽만이―'생산의 자본주의적 형태' 또는 '소비 사회'를 구가했다는 주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또 극적인 분기는 19세기에 나타났을 것이라는 설명도 하지 못한다. 더구나 중대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에서 그것들은 단순한 스미스적 시장 역학으로부터의 일탈, 특히 국가에서 허가 받은 독점과 특권 그리고 무력을 앞세운 교역 및 식민지화로 획득한 성과와 일관되게 연결되어 있다. 

3부는 다시 비교를 시작해 유럽이 지닌 이점이 무엇이든―그것이 좀 더 발전한 '자본주의'와 '소비지상주의'인지, 좀더 집약적인 토지 사용을 막는 제도적 장벽이 남긴 침체인지, 아니면 기술 혁신인지에 상관없이 —구세계 여러 '핵심' 지역이 공유한 근본적으로 내재된 생태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경로에 접근한 곳은 전혀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더구나 인구가 밀집하지 않은 구세계 지역과의 합의된 무역━종종 1800년 이전에 유럽이 운용한 것보다 대규모로 이뤄진, 유라시아 모든 핵심 지역이 추구한 전략―은 이러한 자원 병목 현상 완화에 잠재적인 제약을 가져왔다. 그러나 신세계는 전 세계적 국면의 영향으로 인해 상당 부분 커다란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첫째, 전염병이 유럽인의 신세계 토지 전용에 대한 저항을 크게 약화시켰다. 둘째, 정복과 인구 감소에 따른 대서양 연안 국가들과의 관계━중상주의와 특히 아프리카의 노예무역━는 필요한 자원이 유럽으로 유입되도록 자동적으로 촉진했는데 이는 쌍방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구대륙의 무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산업화 이전에도 근대 세계의 1차 생산품 수출업자와 제조업 지역 간에 자체적으로 영속 가능한 노동 분배가 이뤄졌다. 이와 같이 세계 최초의 '근대적' 핵심 지역과 최초의 '근대적' 주변부 지역이 동시에 나란히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세계적 국면이 별로 두드러진 주요 특징이 없던 서유럽에 발전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그럴듯하게 독특한 뭔가를 구축하도록 했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 이어서 우리는 비교만으로 밝힐 수 없는 것을 각 지역 간의 연관성과 상호 작용으로 설명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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