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 2 (11-18)

 

신국론 2 (11-18) - 10점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분도출판사

제11권-18권
제11권 하느님이 시간 속에 창조한 세계와 천사
제12권 천사와 인간 창조
제13권 영원한 생명의 복원인 인간의 구속
제14권 범죄 후 인간의 행태에서 나온 두 도성
제15권 두 도성의 전개: 카인과 아벨부터 대홍수까지
제16권 하느님 도성의 초기사: 노아부터 다윗까지
제17권 예언자 시대의 하느님 도성
제18권 역사 진행 속의 두 도성 비교

 


11.6 세상의 창조와 시간의 창조는 동일한 시점에 이루어졌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선행하지 않는다. 영원과 시간을 올바로 구분한다면, 즉 시간은 운동이나 변화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반면에 영원은 어떤 변화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피조물이 생겨나지 않는 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피조물이란 어떤 운동에 의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것임을 누가 깨닫지 못하겠는가? 그 운동과 변화를 보이는 두 실재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어서 하나가 하나에게 자리를 내주고 하나가 하나를 뒤따르는데, 시간은 이런 과정들 사이에 존재하는 더 길거나 더 짧은 간격 속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원성에서는 일체 어떤 변화도 없으며, 하느님은 시간의 창조자요 수여자다. 그렇다면 시간의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했으리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내가 보기에 이런 말은 세계가 존재하기 전에 벌써 어떤 피조물이 있었고 그 사물의 운동에 의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바로 그래서 거룩하고도 극히 진실한 서책이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만드셨다"고 하여 그 전에 아무 것도 만들지 않았음을 깨우쳐 준다.  만일 하늘과 땅을 만들기 전에 하느님이 무엇을 만들었다면, 바로 그것을 태초에 만들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시간과 더불어 만들어졌다.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어느 시간 후에 만들어지고 어느 시간 전에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과거 후에, 미래 전에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 때는 어떤 것도 과거가 될 수 없으니 그 이유는 가변적 운동을 해서 시간을 유발할 피조물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변화와 운동이 세계가 창조될 때 만들어졌다면, 시간과 더불어 세계가 창조된 것이다. 가변적 운동을 가리켜 최초의 엿새 혹은 이레라는 저 순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날마다 아침과 저녁이 언급된다. 하느님이 이 엿새 동안 만든 모든 것이 엿샛날에 완성되고 이렛날에는 크나큰 신비를 담고 하느님의 휴식이 언급되고 있다. 저 엿새 혹은 이레가 어떤 양상을 갖는지 우리는 생각해내기 참으로 어렵다 못해 차라리 불가능하며 말로 표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12.14.2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 때문에 한 번 죽었고 "죽은 이 가운데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는 죽지 않으시며, 죽음이 더는 구분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부활한 다음에는 "언제나 주심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말은 거룩한 시편에서도 언명하는 말이다: "주님, 당신께서 저희를 지켜주시고 저희를 이 세대로부터 영원히 보호하시리이다." 뒤이어 나오는 "순환의 굴레 속은 불경스런 사람들이나 거닐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그 사람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순환의 바퀴를 통해 그들의 삶이 되돌아오리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지금 현재 그들이 걷는 오류의 길, 즉 거짓 학설이 바퀴처럼 순환논리에 걸린다는 뜻이다. 

 

14.1 세상에는 두 가지 인간 사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으니, 우리 성서에 의하면 이를 두 도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나는 육에 따라 사는 인간들의 도성이고 다른 하나는 영에 따라 사는 인간들의 도성인데, 둘다 그 나름의 평화 속에 살고 싶어하며 기대하던 바를 획득하는 한 그 나름의 평화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성이다. 

 

18.1 두 도성의 역사, 그가운데 하나는 하느님의 도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상의 도성인데, 나는 이 두 도성의 기원과 발전 및 상응하는 종말에 대해 기록하겠노라고 약속한바 있다. 하느님의 도성도 인류에 속하는 한에서는 이 지상의 도성 속에서 나그넷길을 가는 중이며, 하느님 도성의 원수들이 이 도성의 창건자 그리스도보다는 자기네 신들을 앞세우는가 하면, 스스로에게도 해롭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의를 품고 그리스도인들을 간악하게 질시하고 있다. 

 

18.54.2 지금까지 사멸할 인생여정에서는 두 도성, 곧 천상 도성과 지상 도성이 시원부터 종말까지 뒤섞여 전개된다는 사실을 토론하고 충분하다고 여겨질 만큼 증거를 댔다. 그가운데서도 하나, 곧 지상 도성은 어디서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신들을 만들어냈고 심지어는 사람들을 갖고서도 가짜 신들을 만들어냈으며, 그러고서는 그것들에게 희생제사를 바치면서 섬기고 있다. 다른 하나 천상 도성은 지상에서 나그네살이를 하며 가짜 신들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이 도성은 참 하느님으로부터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이 도성 자체가 하느님의 참다운 제사가 되고 있다. 두 도성 다 현세적 선을 이용하고 똑같이 악을 겪는다. 단지 서로 다른 믿음, 서로 다른 희망, 서로 다른 사랑으로 이용하고 겪을 따름이다. 최후의 심판으로 갈라서기까지는 그러하고, 드디어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종말에 이를 텐데 그 종말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14.28 두 사랑이 두 도성을 이루었다. 하느님을 멸시하면서까지 이르는 자기 사랑이 지상 도성을 만들었고, 자기를 멸시하면서까지 이르는 하느님 사랑이 천상 도성을 만들었다. 전자는 스스로 자랑하고 후자는 주님 안에서 자랑한다. 전자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찾고 후자는 양심의 증인인 하느님이 가장 큰 영광이 된다. 전자는 자기 영광에 겨워 자기 머리를 쳐들고, 후자는 자기 하느님께 "당신이 나의 영광이십니다. 내 머리를 쳐들어 주십니다"라고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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