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 | 07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2


인간 불평등 기원론 - 10점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책세상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407_23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2

지난주부터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는다.

이 논문이 굉장히 짧은데 한국어판으로 번역된 것도 문고판으로 되어 있어서 얼핏보면 대체로 1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나 읽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사회계약론》도 읽어야 한다. 일단 이 논문은 앞에 도입부가 있고,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도입부는 말 그대로 도입에 관한 얘기이다. 의외로 보통 책을 읽는 분들이 도입부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도입부를 촘촘히 잘 읽으면 대부분의 저자들은 도입부에 결론을 써놨기 때문에 도입부만 잘 읽으면 된다.


그리고 1부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간의 자연상태에 대한 설명, 이것이 흔히 말하는 홉스의 자연상태론, 로크의 자연상태론, 루소의 자연상태론을 말할 때 그 자연상태론에 대한 설명, 그리고 1부 마지막에 언어의 기원에 관한 설명이 있다. 그런데 언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왜이렇게 길게 들어있는지는 모르겠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루소가 자의식이 과잉된 인간인데, 다른데서 말해야 할 것들이 '이번 기회에 해봐야지'라고 하고 끼워넣은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1부 마지막에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살짝 나오고, 그것을 이어받아서 2부가 본격적으로 불평등에 대해서 논의한다. 땅에 말뚝을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95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 사회의 실질적인 창시자이다. 말뚝을 뽑아버리고 토지의 경계로 파놓은 도랑을 메우면서 동류의 인간들을 향해 "저런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마시오. 과일은 모두의 소유이고 땅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당신들은 파멸할 것이오"라고 외친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죄악과 싸움과 살인, 얼마나 많은 비참과 공포에서 인류를 구제해주었을 것인가?


오늘은 짧은 도입부를 상세하게 읽어보고 다음 주에 1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우선 디종 아카데미의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자.

질문이 아주 간단한데 1753년 디종 아카데미에서 논문을 공모했는데, 제목이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서 허용되는가?"이다. 물음이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여기서 자연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사람들마다 자연법에 대해서 생각하는게 다르다. 자연법이라는 단어가 사실 17, 18세기에 널리 번성했는데 사람들마다 동의하는 바가 달랐다. 심지어 자연상태에서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육을 벌이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것이 자연법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루소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루소가 논문을 내놓았을 때 이 질문이 좀 그렇다.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이 있는가를 물었을 때 일단 있다,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다음에 있다면 자연법에 의해서 허용되는 불평등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가령 아버지가 부자인데 내가 부자인 것이 자연스러운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할 때 그것을 불평등으로 본다, 아니면 평등으로 간주한다고 하면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있을 것이다. 그 논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나오게 된다. 루소는 소유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루소는 사람들마다 노력을 해서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가져가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불평등기원론》을 읽고 루소를 대개 마르크스의 원조쯤 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면, 소유권을 없애고 평균화를 요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어떤 것들을 사람들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인데 자연스럽다고 하는가, 그런 것을 자연법으로 머릿속에 심어주는 정당화 매커니즘은 무엇인가. 정당화 논리들은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언론이 많이 한다. 


불평등의 종류를 분석했다면 그 다음에는 불평등을 제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불평등을 제거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자연스럽지 않은데 자연스럽다고 간주되고 있는 불평등, 이른바 자연법에 의해서 허용될 수 있다고 하는 불평등을 정당화한 논리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는 불평등을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사회계약론》이라는 저작이 있고, 그리고 자연스럽지 않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드는 인간을 없애버리는 또는 착한 인간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에밀》이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지금 현재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헌법개정 문제인데, 헌법과도 관련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은 어디서 왔을까, 그것을 또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하는 여러가지 장치들은 누가 만들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러면 불평등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 불평등을 계속 유지시키는 제도들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이것은 이번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이다.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사회계약론》을 읽기 위해서이다. 87년 헌법 이후로 30년만에 헌법 개정문제가 나왔다. 심각한 문제인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이제 《인간불평등기원론》의 도입부를 보자.

도입부에서 루소가 말하는 불평등에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자연적·신체적 불평등. 루소는 신체적 불평등과 자연에 의해서 정해지는 나이, 건강, 체력의 차이를 말한다. 루소는 이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두번째가 도덕적·정치적 불평등이다. 도덕적이라고 하는 말이 프랑스어 원문을 보면 모랄인데, 이 도덕적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그것이 올바른거야 라고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또는 '사람들 사이에 관습으로 굳어진'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된다. 그러니까 관습적·정치적 불평등이라고 말할 수 있다. 


45 나는 인류에게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연적 또는 신체적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 나이·건강·체력의 차이와 정신이나 영혼의 자질 차이로 성립된다.


루소의 말을 보면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게 중요한 말. 약속에 좌우된다는 것은 원래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약속이니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어찌 보면 힘의 불평등에 의해서 누가 더 우위에서 유리하게 계약을 이끌 수 있으니 불평등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동의했다고 하지만 동의 안하면 짤리게 생겼으니 그럴 수 있다. 적어도 명시적으로 동의하거나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지만 넘어가는 것도 용납하는 것이다. 루소의 말을 보면 약속, 동의, 용납 이렇게 되어있는데 이 세 개가 강도가 높은 것부터 나와있는 것이다.


45 또 다른 불평등은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것으로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루소는 한마디로 특권이라고 말한다. 특권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 가지인데 열줄도 안되는 글에서 루소의 탁월함을 볼 수 잇는데, 첫째가 부유함, 둘째가 존경을 받는 것, 그리고 이 둘이 묶이면 권력이 된다.  


45 후자는 일부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쳐 누리를 갖가지 특권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다거나 더 존경을 받는다거나 권력을 더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타인을 복종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특권들에 의해 성립된다.


자연상태에서는 별 차이도 없고 불평등하지 않았는데, 문명화되면서 불평등이 생긴다. 그래서 루소는 자연이 법에 굴복한 시기를 지적해야 하만 불평등의 제도적 기원을 알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교육과 습관에 의한 타락이라고 얘기한다. 정당화 기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과 습관에 의한 타락이다. 


46 사물이 진보하는 가운데 폭력에 이어 권리가 생기고 자연이 법에 굴복한 시기를 지적하는 일이다.


여기까지가 도입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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