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07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5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5. 29.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책세상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505_26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 5
지난 시간에는 루소의 《인간불평등기원론》을 공부하면서 인간의 자연적인 모습은 어디까지일까 등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사슴사냥게임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사슴사냥게임이라는 것이 오늘날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학에서 많이 다뤄지는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흔히 죄수딜레마처럼 사슴사냥게임도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거론이 된다. 얘기는 간단하다. 우리집단이 사슴을 사냥하러 갔다. 각자가 지킬 곳이 있고, 그래서 사슴 한 마리를 잡으면 모두 같이 나눠먹을 거야 라는 것. 나눠먹는 것은 공공선이라는 것. 그런데 사악한 마음이 많은 놈이 있는데 눈 앞에 토끼가 지나가는 것. 토끼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려고 할 때 재수없이 사슴이 내가 구멍을 낸 자리에 도망가면 큰일나는 것. 사슴이 이리로 도망오지는 않을 거야 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그래서 루소는 말한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토끼를 쫓아가 붙잡아버렸다. 그 때문에 자기 동료가 사슴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아랑곳하지 않으리라." 이 문단이 루소의 사슴사냥게임이다. 루소가 사슴사냥게임을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제시했을 때 두 개의 패러다임이 나오는 것. 하나가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도록 개인에게, 또는 국제평화를 위해 나라간 이익을 위해 협력하도록 국가에게 압력을 가하는 사회가 있다. 그게 신뢰를 기반한 협약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한쪽이 깨지면 끝장이 난다. 사실은 인류역사에서 전지구적 규모로 신뢰를 깨서 망가진 것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다. 한번 신뢰를 깨뜨려본 애들은 계속 깨는 것 같다. 또 하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독점가능한 자원을 모두 독점적으로 허용하는 사회가 있다. 그것이 무한경쟁사회이다.
99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상호간의 약속과 그로 인한 이득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현재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그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었다. 당신은 인간들에게 앞일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먼 장래의 일을 걱정하기는커녕 당장 내일의 일도 생각지 않았다. 가령 사슴을 잡으려고 할 경우 각자가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만일 토끼 한 마리가 그들 중 어떤 사람의 손이 미치는 곳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토끼를 쫓아가 붙잡아버렸다. 그 때문에 자기 동료가 사슴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아랑곳하지 않으리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공공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제도를 왜곡시키는 사람, 독점적으로 안락을 유지하는 사람들. 그래서 이런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제2부부터 추적한다. 첫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것. 명예욕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루소가 말하는 불평등을 향한 악덕을 향한 첫걸음이다. 그러다보면 거기에 딸려있는 어두운 뒷면, 허영심, 경멸, 수치심 등이 있다. 존경을 받을 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는 것. 루소가 여기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는데 존경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구조에서 물려받은 것과는 다른 성질이다. 그전에는 노력을 해서 존경을 받았다. 그것은 성취에 기반한 보상을 받는 것. 그런데 이제는 나는 그런 권리가 있어라고 말하면 획득한 지위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 넓은 의미에서 지대추구현상. 지위기반 사회로 전환되는 것. "애초의 구조에서 물려받은 것과는 다른 성질이 요구되었으며 도덕이 인간의 행위 속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구절이 사실은 제일 중요한 것. 훌륭한 사람은 존경해야 한다는 이상한 도덕이라는 것.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정말로 위험한 말은 사실은 이 땅을 말뚝박은 사람들보다 약자를 억압해서 보호해주고 야심가를 제지하며, 소유를 보존해주는 저분들을 위해서 단결합시다 라고 말하는 것.
105 우리는 사회가 형성되고 사람 사이에 여러 가지 인간 관계가 성립되자 이미 그들 사이에는 애초의 구조에서 물려받은 것과는 다른 성질이 요구되었으며 도덕이 인간의 행위 속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복종이라는 것이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알아듣겠지 하면서 보여주는 것. 법과 소유권을 설정하는 것이 1단계. 행정권력을 제도화하는 것이 2단계. 독단적인 권력으로 변화하는 것이 3단계이다.
루소의 결론은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하고 강화되며 소유권과 법률의 제정에 따라 안정되고 합법화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서만 인정되는 도덕적 불평등은 그것이 신체적 불평등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언제나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결론도 나오게 된다." 루소의 결론을 보면 소유권이나 법률을 부정하고 아주 단순한 사회로 돌아가자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어이없는 도덕적 불평등에 대한 정당화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라고 말한 것이 정답이겠다.
140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하고 강화되며 소유권과 법률의 제정에 따라 안정되고 합법화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서만 인정되는 도덕적 불평등은 그것이 신체적 불평등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언제나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결론도 나오게 된다. 이러한 구별은 모든 문명인들에게 널리 유포되어 있는 불평등의 형태를 이 점과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답을 준다. 자연법을 어떻게 규정하든,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는 사치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책이다. 그 원리를 제시한 것이 《사회계약론》이다. 《사회계약론》를 읽기 앞서서 인간이 원래 경쟁하는 존재인지, 사실 그렇다는 말이 이미 신자유주의자에 의해서 진리처럼 유포되어 왔다. 인간은 본래 그런 존재인지 아니면 협력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본래는 경쟁하는 존재였지만 오랫동안 사회 생활을 하면서 협력하는 종으로 바뀌어 줬는지 한번 간단하게라도 살펴보고 사회계약론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그래서 다음에는 새뮤얼 보울스의 《협력하는 종》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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