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역사주의의 빈곤(2) ─ 역자해설

 

2024.01.04 📖 역사주의의 빈곤(2) 

📖 역사주의의 빈곤

칼 포퍼Karl Raimund Popper(1902-1994), ⟪역사주의의 빈곤⟫(The Poverty of Historicism, 1969) 

❧ 역자 해설

    • 과학철학적 문제: 이론의 과학적 자격의 기준 
      “이론은 어떤 때에 과학적인 것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When should a theory be ranked as scientific?), “이론의 과학적성격이나 자격의 기준이란 있는 것인?”(Is there a criterion for the scientific character or status of a theory?) — “이론의 과학적 자격의 기준은 그 이론의 반증가능성, 반박가능성 또는 테스트가능성이다.”(the criterion of the scientific status of a theory is its falsifiability, or refutability, or testability.)  
    • 문제 제기의 배경.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이론,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 아들러Adler의 개성심리학 등이 가진 경험에 의한 반증불가능성이라는 공통적 특징
    • 아인슈타인Einstein 이론에서 얻은 통찰. 그 이론에 반하는 관찰이 가능하다든가, 생각할 수 있다(conceivable)고 하는 점, 다시 말하면 그 이론이 언제나 경험에 의해서 반증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반증가능성의 기준은 모든 언명의 과학성의 기준, 경험과학적 언명의 성격규정, 경험과학적 이론과 유사과학적 이론의 ‘구획의 기준’(criterion of demarcation) 
    • Wien 학단學團의 논리적 실증주의가 주창하는 ‘의미의 검증가능성의 이론’, ‘유의미성의 기준’(criterion of meaningfulness)과의 차이점. 논리실증주의자들이 이 원리를 채택한 근본 의도는 과학적 명제와 형이상학적 명제와의 구획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의해서 일체의 형이상학적 명제를 무의미한 유사명제로 몰아붙임으로써 형이상학을 절멸하려는 데에 있었다.  
    • 포퍼의 반증가능성이 반드시 무의미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형이상학적 명제는 모두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포퍼는 실증주의자들의 기준이 가진 ‘반형이상학적 책략’(anti-metaphysical stratagems)을 비판. “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절멸하려고 열망하지만, 그와 함께 자연과학도 절멸하게 된다. 왜냐하면 과학적 법칙도 경험의 기초적 언명에로 논리적으로 환원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Wittgenstein의 유의미성의 기준은, 만일 그것을 철저히 적용하면, 자연법칙들도 무의미한 것으로 배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법칙의 탐구야말로 Einstein이 말하는 물리학자의 지고한 직책인 것이다.” 

 

 

칼 포퍼 《역사주의의 빈곤》을 두 번째로 읽겠다. 오늘은 본격적인 역사 해설 부분을 들어가고자 한다. 역자 해설은 칼 포퍼의 책이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니까 저작의 출간 이력과 생애가 간략하게 소개가 되고, 1975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까 그때까지 칼 포퍼가 그동안 해온 작업들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서 역자 해설에 논의하고 있다. 하나가 과학철학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가 지금 《역사주의의 빈곤》이라고 하는 책으로 나온 역사주의에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포퍼는 과학 철학적인 업적이 하나 있고 그다음에 《역사주의의 빈곤》과 《개방된 사회와 그 적》(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나온 점진적 또는 점차적 사회공학에 관한 그 두 가지가 있다. 대체로 봐서 후자인 점차적 점진적 사회공학에 관한 논의들은 오늘날에는 거의 유의미한 것들은 아니다. 역사주의에 대한 포퍼의 비판은 상당히 적확하고 또 그것이 여전히 공부해 볼 만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것에 의해서 도출된 포퍼의 점차적 점진적 사회공학은 사실 거의 폐기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그 둘을 연결해 주는 게 이른바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포퍼에서 비판적 합리주의다라고 하는 것은 과학철학 이론이기도 하고 동시에 포퍼에서 사회철학 이론이기도 하다. 포퍼의 학문영역이 크게 과학철학과 사회철학이 있다라고 하면 그 두 영역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은 바로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비판적 합리주의는 포퍼의 과학철학적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어서 그 문제의식의 최종 귀결이 비판적 합리주의가 되는데 그 비판적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해서 포퍼가 사회 철학을 전개한다. 다시 말해서 포퍼 사회철학의 방법론 역시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마르크스와 헤겔의 변증법을 논박해 가는 포퍼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 바로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따라서 조금 단순화해서 얘기를 해보자면 칼 포퍼 그러면 한마디로 말해서 비판적 합리주의다. 그리고 비판적 합리주의라고 하는 것은 과학철학적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과학철학의 방법론으로서 귀결된 것이고, 그렇게 귀결된 과학철학의 방법론으로서의 비판적 합리주의를 가지고 포퍼는 사회 철학을 시도한다고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다. 단순한 것 같아도 이렇게 단순하게 일단 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를 해둔 다음에 이제 좀 상세하게 좀 들어간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한 정리는 어떻게 나오는가. 상세하게 공부하다 보면 나온다. 이게 일종의 해석학적 순환의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비판적 합리주의로 귀결되는 과학철학적 문제라고 하는 것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떤 것이 과학적 이론일 수 있는가,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과학적 이론일 수 있는가, 여기서 이제 포퍼가 문제가 시작이 된다. 그렇다면 과학의 방법론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영역이 있는데 과학철학적 문제에서 첫 번째 이론의 과학적 자격의 기준을 오늘은 설명을 하겠다. 이는 역자 해설에 바탕을 두고 여러분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포퍼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잘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퍼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이론은 어떤 때에 과학적인 것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이론의 과학적 성격이나 자격의 기준이란 있는 것인가 라고 물었을 때 어떤 것을 우리는 과학이론이라고 하고 어떤 것을 비과학이론이라고 하는가. 그러니까 과학이론과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이론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criteria는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반증 가능성이라고 포퍼는 대답한다. 반증가능성, 반박가능성 또는 테스트가능성 falsifiability, or refutability, or testability. 테스트 가능성은 실험해 볼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해설 166 Popper의 철학적 입장은 한마디로 말해서 과학철학이다. 그의 철학적 사색의 출발점부터가 우선 과학철학적 문제에 있었던 것이다. 1953년의 논문 「과학: 추측과 반박」(Science: Conjectures and Refutations)에서 그는 자신의 사색의 행정을 회고하고 있거니와, 이 회고에 의하면 그는 1919년 가을 약관 17세에 이미 ‘이론은 어떤 때에 과학적인 것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When should a theory be ranked as scientific?), 또는 ‘이론의 과학적 성격이나 자격의 기준이란 있는 것인가?' (Is there a criterion for the scientific character or status of a theory?) 하는 문제의 해결에 고하였고, 그해 겨울에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론의 과학적 결론의 기준은 그 이론의 반증가능성, 반박가능성, 또는 테스트가능성이다' (the criterion of the scientific status of a theory is its falsifiability, or refutability, or testability) 타고 하는 것이었다. 


포퍼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를 보면 포퍼가 살았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 그러하다. 마르크스의 역사 이론 또는 아들러의 개성심리학, 프로이트 이런 사람들이 이론을 내세우면서 자기네들의 이론이 뭐든지 다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얘기를 한다. 아무리 반대 경험을 갖다 내놔도 그것은 이거다 하고, 그러니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그러면서 이것은 설명을 위한 이론에 불과하다 라고 말하면 좋았을 텐데 그것을 과학적 사회주의다라고 얘기를 하고 프로이트도 그것은 과학이다 라고 얘기를 한다. 저는 칼 포퍼의 이 반증가능성은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 증거를 가져다 놓을 수 있으면 그게 오히려 과학이다라는 말이다. 포퍼는 당시 아인슈타인 이론을 보고 통찰을 얻었다. 아인슈타인이 어떤 이론을 내놓았는데 그 이론을 반박하는, 관찰이 가능하다든가 또는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conceivable고 하면 그 이론은 언제든지 경험 증거에 의해서 그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과학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이론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언제든지 전제하고 있는 이론이 과학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언명이 과학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경험과학적 언명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경험과학적 이론과 유사과학적 이론의 구획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해설 167 Popper가 그처럼 반증가능성이라는 기준에 상도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Marx의 역사이론, Adler의 개성심리학, Freud의 정신분석 등 세 이론 과 Einstein의 상대론적 중력이론과의 대비에서 받은 감동이 크게 작용하였던 것 같다. 1918 년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붕괴, 프롤레타리아 혁명, 마르크스주의의 고양 등 일련의 정치적 격동을 겪으면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매일매일 신문에 보도되는 사건들이-아니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조차도―모두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이론을 확증해주는 것이라고 떠들어 댔다.  이와 유사한 주장은 Freud의 정신분석이나 Adler의 개성심리학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 그들은 그들의 이론이 관계하는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설사 그것이 전혀 상반되는 인간행동이라 할지라도, 무엇이나 설명할 수 있다고 호언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이론에 모순되는 관찰을 생각할 수가 없고, 그것을 경험에 의하여 반증할 수가 없다. 경험에 의한 반증의 불가능성― 이것이 그들의 이론의 공통적 특징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서 모든 인간은 착하다라고 하면 어떤 증거를 가지고도 반박할 수가 없다. 착함이라는 것을 규정하기도 굉장히 어렵고 이런 것들은 유사과학이라는 것이다. 프로이트 이론도 그렇다. 우리 인간은 무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면 무의식이라고 하는 건 의식이 없는 건데 무의식을 갖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아는가. 그러니까 반박도 안 되고 증명도 안 된다. 포퍼가 얘기하는 반증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다음에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지점이 있다. 비엔나 학파라는 것이 있는데 논리적 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를 주장하는 입장들이다. 포퍼도 빈 학단이니까 이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기는 했다. 이 사람들이 주장한 것은 검증가능성이다. logical positivism을 창설한 사람이 슈리크Moritz Schlick, 한Hans Hahn 그다음에 그 멤버들로 곰페르츠라든가 크라프트라든가 노이라트라든가 이런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의 검증가능성 이론, 유의미성의 기준은 포퍼와는 아주 다르다. 의도가 다르다.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이 원리를 채택한 의도는 과학적인 기준은 어떤 경우에 생겨나는가를 따져서 물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형이상학적 명제와 과학적 명제와의 구획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논리적 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적인 명제를 유사 명제라고 몰아붙임으로써 형이상학을 없애려고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니까 과학 명제가 어떤 경우에 과학적인 자격을 갖느냐 이런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하는 것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포퍼는 형이상학적 문제가 모두 무의미하다 이렇게 본 사람은 아니다. 포퍼가 말하기로는 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절멸시키려고 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과학도 절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의 법칙도 아주 세밀하게 따져 들어가게 되면 논리적으로 딱 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이 있다. 가령 논리 실증주의자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그 신에 대해서 어떤 속성을 가져다가 신은 완전하고 영원하고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러면 그 신이 가지고 있는 완전함, 영원함 이런 것들을 우리가 경험적 증거를 가지고 판별해낼 수가 없다. 그러니까 그 신이라고 하는 존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도 가져다줄 수가 없다. 그게 검증가능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형이상학 명제를 무의미한 논센스에 불과한 것이다 라고 논박한다. 그것이 바로 빈학단의 논리적 실증주의가 주창하는 바이다. 그런데 포퍼에 의하면 만약에 그 기준을 철저하게 적용하면 자연법칙들도 그 법칙에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하나하나를 다 따져서 경험적 증거를 뒷받침하려고 한다 하면 그것도 유의미한 것을 다 가져다 쓸 수가 없게 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논리적 실증주의가 얘기하는 검증가능성과 포퍼가 말하는 반증가능성은 애초에 겨냥하는 바와 다르다는 것만 일단 생각해 두면 되겠다.  

해설 168 이렇게 해서 확립된 Popper의 반증가능성, 반박가능성의 기준은 모든 언명의 과학성의 기준이요, 따라서 그것은경험과학적언명의 성격규정일 뿐만 아니라, 경험과학적리론과 의사과목적리론과의 ‘구획의 기준'(criterion of demarcation)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그의 반증가능성의 이론은 이른바 Wien 학단의 논리적실증주의가 주창하는 ‘검증가능성의 원리'와는 다른 것이었다. 1920년대 후반 Schlick나 Hahn에 의해서 Wien 학단이 형성된 이래, Popper는 학생시대에 Schlick의 청강자이었던 인연도 있고 해서 이 두 사람 이외에도 그 주요 멤버들과는 개인적접촉을 가져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학단에 대해서는 언제나 이설을 제기했고, 특히 『탐구의 논리』에 있어서는 이 학단의 기본입장에 비판적으로 대결하였던 것이다. 원래 논리적 실증주의자들이 ‘의미의 검증가능성의 이론’ 또는 ‘유의미성의 이론’(criterion of meaningfulness)을 채택하게 된 근본의도는 과학적명제와 형이상학적 명제와의 구획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의해서 일절의 형이상학적명제를 무의미한 의사명제로 몰아붙임으로써 형이상학을 절멸하려는 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Popper의 문제의식은 애당초 그와 같은 반형이상학적 의도와 결부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험에 의한 반증가능성은 진정한 과학적 명제와 비과학적의 의사과학적 명제를 구획하는 기준이요, 따라서 형이상학의 명제는 경험에 의한 반증이 불가능하므로 비과학적 명제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반증불가능성이 반드시 무의미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형이상학적 명제는 모두 무의미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Popper는 일찌기 실증주의자들의 ‘유의미성의 기준'에는 ‘반형이상학적 책략'(anti-metaphysical stratagems)이 숨어있음을 간파하고, 이 기준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던 것이다: "실증주의자들은 형이상학을 절멸하려고 열망하지만, 그와 함께 자연과학도 절멸하게 된다. 왜냐하면 과학적 법칙도 경험의 기초적 언명에로 논리적으로 환원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Wittgenstein의 유의미성의 기준은, 만일 그것을 철저히 적용하면, 자연법칙들도 무의미한 것으로 배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법칙의 탐구야말로 Einstein이 말하는 물리학자의 지고한 직책인 것이다."

과학철학적 문제의 두 번째는 과학방법론에 관한 견해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비판적 합리주의라고 하는 것을 성과로서 내놓게 되는 포퍼의 과학방법론 연구 부분이 있다. 그것이 곧바로 연결되어서 역사주의 또는 사회과학 방법론으로 연결되니까 다음 번에는 역자 해설의 과학 방법론에 관한 부분과 사회과학 방법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비판적 합리주의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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