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8 포크를 생각하다 5


포크를 생각하다 - 10점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까치


책읽기 20분 | 포크를 생각하다 [ 원문보기]

3. 불

불을 다루는 기술과 도구, 불을 둘러싼 생활양식


- 개방형 화덕: 불 하나로 난방, 물 데우기, 요리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도구들과 생활양식


- 불과 기술을 둘러싼 전체 환경: 사람들이 위험을 대하는 태도, 오염, 여성과 하인의 삶, 붉은 고기나 고기 전반에 대한 감정, 사회구조와 가족 구조, 금속학의 발전단계, 불꽃으로 고기를 직접 굽는 기술


- 로스팅(roasting)/베이킹(baking)의 구분: 중동과 동아시아 요리에는 이 구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 폐쇄형 레인지의 등장: 산업혁명의 재료인 석탄과 철, 철물산업, 석탄혁명

- 전자레인지: 불없이 요리한 방법, 사회생활의 구심점이었던 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포크를 생각하다》를 읽고 있다. 포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줄 알았더니 포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오늘은 3장 불을 읽는다. "언어를 제외하고 인간이 이룬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는 발문이 있다. 3장에서는 불을 다루는 기술과 도구, 그리고 불을 다루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어떤 기구들이 생겨났는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생활양식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사실 아주 새로운 것을 책에서 읽어내지는 못한다.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물론 모르는 것들도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불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모른다. 이런 것들을 알면 도움이 되는가. 사실 도움이 안된다. 그런데 무엇을 하나 읽더라도 또는 눈앞에 사태가 펼쳐지더라도 쉽게 만만하게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


여기서 불을 다루는 도구로 가장 마지막으로 설명하는 것이 전자 레인지이다. 148페이지를 보면 "전자 레인지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불을 발견한 일은 없었던 것만 같다. 인류를 역사 내내 불을 가두고 통제하려고 애썼다. 불은 사회적 생활의 구심점이었다. 사람들은 돌멩이 화덕으로 불을 길들였다. 다음에는 불을 둘러싸고 큰 방을 지었고, 쇠살대 속에 가두었고, 무쇠 레인지에 집어넣어 눈에 보이지 않게 했으며, 가스 오븐으로 우리 의지에 종속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 레인지로 불 없이 요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전자 레인지는 불없이 요리하는 도구이다. 오랫동안 불을 가지고 요리하던 사람들에게는 불없이 요리가 될까라는 생각이 있겠다. 예전에는 화덕을 중심으로 가족이 구성되었는데 "전자 레인지가 옛 화덕처럼 가정의 구심점이 될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불가에 모인 수렵채집인처럼 전자 레인지 앞에 웅그린 채 경이로운 표정으로 잠자코 팝콘이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1989년 영국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 레인지의 가장 흔한 용도는 조리가 아니라 '다시 데우기'였다." 사실 편의점에 무언가를 사서 전자 레인지에 데워서 먹는다. 어쩌면 전자 레인지는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흔한 조리기구이다.


147 1989년 영국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 레인지의 가장 흔한 용도는 조리가 아니라 '다시 데우기'였다.


148 전자 레인지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불을 발견한 일은 없었던 것만 같다. 인류를 역사 내내 불을 가두고 통제하려고 애썼다. 불은 사회적 생활의 구심점이었다. 사람들은 돌멩이 화덕으로 불을 길들였다. 다음에는 불을 둘러싸고 큰 방을 지었고, 쇠살대 속에 가두었고, 무쇠 레인지에 집어넣어 눈에 보이지 않게 했으며, 가스 오븐으로 우리 의지에 종속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 레인지로 불 없이 요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148 전자 레인지가 옛 화덕처럼 가정의 구심점이 될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불가에 모인 수렵채집인처럼 전자 레인지 앞에 웅그린 채 경이로운 표정으로 잠자코 팝콘이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불을 다루는 기구들이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있었다. 예전에 어렸을 때 어머니가 곰국을 끓이기 위해서 석유 곤로를 사용했다. 곤로로 빨래도 삼고 곰국도 끓이고 그랬다. 지금은 연료를 사러 간다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전기 레인지가 있어서 그러다 보니 불꽃을 집에서 본지가 꽤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불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을 살고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는 개방형 화덕이 있었다. 불 하나를 가지고 난방도 하고, 물도 데우고, 요리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이 불이라고 하는 위험한 물건을, 물건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을 진리의 상징으로 삼고는 했다. 물건 같은데 물건이 아닌 눈에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아주 미묘한 은유이고 상징이고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다. 불과 기술을 둘러싼 전체 환경, 즉 사람들이 위험을 대하는 태도, 오염, 여성과 하인의 삶, 붉은 고기나 고기 전반에 대한 감정, 사회구조와 가족 구조, 금속학의 발전단계, 불꽃으로 고기를 직접 굽는 기술. 이런 것들이 다 개방형 화덕에 붙어있는 주제들이겠다. 저자에 따르면 109페이지를 보면 "지난 수천 년의 요리는 형태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모두 로스팅이었다." 그리고 불로 굽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약 180-190만 년 전 벌어졌던 최초의 요리 혹은 로스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순간 인류는 직립 유인원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음식을 익히면 대체로 소화가 더 쉬워지고 영양소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익힌 음식을 발견함으로써 뇌 성장에 투입할 영양소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시시한 육체에 뛰어난 머리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음식을 불어 구워서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잘 굽는 것이 어렵다.


109 지난 수천 년의 요리는 형태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모두 로스팅이었다.


112 약 180-190만 년 전 벌어졌던 최초의 요리 혹은 로스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순간 인류는 직립 유인원에서 온전한 인간으로 변모했다. 음식을 익히면 대체로 소화가 더 쉬워지고 영양소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익힌 음식을 발견함으로써 뇌 성장에 투입할 영양소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영국 사람들이 로스트 비프를 먹은 것은 땔나무가 풍성했던 탓도 있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바로 연료의 문제가 있는 것. 반면 "중국의 요리 문화는 연료 부족에서 태어났다. 최소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최대의 맛을 끌어내도록 매 끼니 검약하게 계산해야 했다." 요리문화와 불, 그리고 연료 이런 것들. "영국에서 모든 요리사가 알아야 할 핵심 기술은 큰 불꽃을 통제하는 기술이었다." 


120 중국의 요리 문화는 연료 부족에서 태어났다. 최소의 에너지를 투입하여 최대의 맛을 끌어내도록 매 끼니 검약하게 계산해야 했다.


121 영국에서 모든 요리사가 알아야 할 핵심 기술은 큰 불꽃을 통제하는 기술이었다.


개방형 화덕에서 오랫동안 요리를 해왔는데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 태우기도 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산화탄소이다. "제3세계에서 평균적인 요리용 불꽃은 자동차 한 대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낸다." "세계보건기구는 실내 매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50만 명이라고 추산하는데, 대부분은 요리용 불꽃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연기나는 불꽃에서 요리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안심효과도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뒤에 가스 레인지나 전자 레인지가 나올 때 사람들이 불신을 가지게 된 이유가 과학과는 무관하게 기존의 것에 익숙해진 것 때문에 생겨나는 것. 그에 비하면 동아시아와 중동에서는 로스팅과 베이킹의 구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인도 음식점에 가면 탄두르 같은 것이 베이킹인데 강력하고 건조하여서 빵굽기에 좋은 열을 제공하는 것. 여기에서는 요리에 쓰는 열이 세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복사열'이다. 두번째가 '전도'이다. 금속물질을 이용하는 것. 세번째가 '대류'이다. 전자 레인지가 이런 것. 탄두르라는 것은 이 세가지를 결합시킨 것이다. 서양에서는 로스팅용으로 쓰이는 화로가 있고, 베이킹용으로 쓰는 오븐이 있고, 그리고 화덕이 구분되지만 인도에서는 탄두르로 다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다 묶이면 스토브가 만들어진다. 빅토리아 시대에 스토브가 물을 끊이는 탱크, 열판 이런 것들, 폐쇄형 레인지라는 것이 19세기 중반이면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필수품이 되었다. 135페이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폐쇄형 레인지가 등장한 것은 유행만이 아니라 그 당시 산업혁명의 성과이기도 했다. 석탄과 철 때문이었다. 철물산업과 석탄혁명이 만들어낸 것.


129 제3세계에서 평균적인 요리용 불꽃은 자동차 한 대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낸다.


129 세계보건기구는 실내 매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50만 명이라고 추산하는데, 대부분은 요리용 불꽃 때문이다."


135 19세기 중반이면 영국도 미국도 폐쇄형 레인지, 즉 '키치너'가 중산층 부엌에서 첫손가락에 꼽는 필수품이 되었다.


136 폐쇄형 레인지의 갑작스러운 인기는 단순히 유행에 따른 현상만은 아니었다. 산업혁명의 재료인 석탄과 철이 이끈 현상이기도 했다. 요리용 스토브가 갑자기 유행한 것은 사람들이 럼퍼드의 글을 읽고 개방형 화덕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에 값싼 무쇠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불을 어딘가에 가두는 것, 이제 드디어 개방형 화덕에서 폐쇄형 화덕으로 옮겨가게 된 것.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야외에 나가면 개방형 화덕을 사용한다. 그만큼 개방형 화덕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  


137 석탄으로서 전환이 가져온 또 하나의 결과는 불을 가두게 된 것이었다.


무쇠레인지 이후에 가스 레인지가 나왔는데 저자는 "정말로 혁명적인 도구"라고 칭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의심과 저항을 했다. 필요할 때 불을 사용할 수 있는, 불꽃을 사람이 장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혁명적인 도구이다. 그에 이어서 전기 오븐과 전기 인덕션 레인지. 저자는 전기 인덕션 레인지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전기 인덕션 레인지는 조금전까지 돌처럼 차가왔던 것이 아무런 경고 없이 순간적으로 빨개진다. 가스는 내 지시에 충실히 따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는 요리할 때 가스와 전기를 둘 다 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적인 말은 이것인 것 같다. "나는 가스불로 요리할 때만큼의 애착을 전기 오븐에 느끼지는 않는다."


140 정말로 혁명적인 도구는 참신한 창조물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쉽고, 좋고, 즐겁게 하도록 돕는 것이다.


140 혁신이 으레 그렇듯이, 가스 레인지도 처음에는 의심과 저항을 겪었다.


143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는 요리할 때 가스와 전기를 둘 다 쓴다.


143 나는 가스불로 요리할 때만큼의 애착을 전기 오븐에 느끼지는 않는다.


143 전기 인덕션 레인지는 조금전까지 돌처럼 차가왔던 것이 아무런 경고 없이 순간적으로 빨개진다. 가스는 내 지시에 충실히 따른다.


오늘은 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기까지 하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