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04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4

오셀로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106_10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4

우리가 읽고 있는 오셀로의 줄거리를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은 오셀로이고, 오셀로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였다. 1막3장에서는 대회의실에서 공인인증까지 받았고, 아버지는 따돌림을 받았다. 그래서 둘이 잘 사랑할 것 같았는데 카시오가 등장한다.

먼저 2막1장의 첫 대사를 보면 여러 시종들 앞에서 내 사랑하는 오셀로라고 말을 하니 오셀로가 얼마나 좋았겠는가.

53 데스데모나: 내 사랑하는 오셀로.

53 오셀로: 흡족한 것만큼이나 오 내 영혼의 기쁨,

  폭풍이 끝날 때마다 이런 고요가 온다면,

  바람은 죽음을 깨울 때까지 불 일이로다,

그런데 시종들 앞에서 서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파토를 잉태하고 있지 않았나 한다. 그 다음에 캐시오가 등장한다. 캐이오는 본래 오셀로의 부관이다. 그런데 술을 엄청 먹고 실수를 하고 파면을 당한다. 물론 술을 먹인 것은 이아고이다. 그러면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아고는 이 모든 사건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아고의 말을 기울이지 않고 자기자신의 판단을 믿고 간다면 이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겠다. 여기서 이아고가 얻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이아고는 존재하고 있는 자이면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이중적인 제3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아고는 어쩐일인지 캐시오가 됐건 오셀로가 됐건 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희안한 일이다. 그 친구의 부족한 부분과 약한 점과 듣고 싶은 얘기를 그때 그때 찔러 주는 것 같다. 오셀로로 계속해서 이아고에게 물어보고, 이아고가 말을 하지 않으면 계속 얘기하라고 다그친다. 멕베스가 마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것과 같다.

이아고의 역할이라고 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이아고는 사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기 스스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허약한 측면에 교묘하게 자기 얘기를 함으로써 묘한 신뢰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을 움직여 간다.

이아고는 인간의 욕망과 허상과 허위의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거울 같은 면이 있다.

그렇다. 그래서 사실은 사람들이 이아고를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아고는 악마는 아니다. 그러나 악마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 이아고 같은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를 생각해보면 또 자기가 이아고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를 생각해보면 이아고는 나쁜 놈이 아니라 대다수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결함 때문에 생겨난 것. 인간이 결함이 없다면 이런 인간도 있을 수 없겠다. 이아고의 전형적인 대사를 보면 "내 겉보기 행동이   내 마음의 본질적인 행동과 모양을 정말 외양으로 드러낸다" 나는 그렇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한다.

10 이아고: 내 겉보기 행동이

  내 마음의 본질적인 행동과 모양을

  정말 외양으로 드러낸단들, 오래잖아

  나는 심장을 내 옷소매에 입고

  갈까마귀한테 쪼아 먹게 할 걸세. 나는 지금 내가 아니야.

이아고는 자기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빈그릇 같은 존재.

캐시오와 데스데모나 사이를 의심하는 오셀로를 이야기해보자.

캐시오는 지금 명성을 잃어버렸고, 이것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할 때 이아고에게 요청을 한다. 이아고는 장군의 아내에게 얘기를 하라고 한다. 이때의 대사가 재미있다. "장군님의 아내께서 장군이세요" 

캐시오는 명성에 목숨을 걸고 있고, 명성을 얻고자 하니 이아고가 조언을 해준다. 이때 캐시오가 말을 한다. "충실한 이아고." 그러니까 이아고는 "이러니 누가 날더러 악역이라고 하겠는가"라고 말을 한다. 이아고가 없으면 안된다.

71 캐시오: 명성, 명성, 명성 - 오, 나의 명성을 잃어버렸어, 내 자신의 불멸의 일부를 잃어버렸어,

71 이아고: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전 무슨 육체적 상처를 입으셨나 했네요. 명성보다야 그게 더 말이 되지요.

  명성이란 게으르고 아주 인위적인 개념이죠. 종종 자격도 없이 얻어지고 억울하게 박탈되는, 스스로 잃었다고 평하지 않는 한 명성을 잃는 게 전혀 아녜요.

73 이아고: 장군님의 아내께서 장군이세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분은 그녀의 몸매와 미덕을 응시하고, 주목하고, 또 관찰하느라 얼이 빠져 버렸다니까요, 그녀한테 툭 터놓고 말씀을 드려 보세요,

74 캐시오: 충고 잘 받아들이겠네.

74 캐시오: 잘지내게, 충실한 이아고.

74 이아고: 이러니 누가 날더러 악역이라고 하겠는가,

그래서 데스데모나를 찾아갔고, 캐시오에게 데스데모나는 이렇게 말을 한다. "그런 걱정 마세요. 여기 있는 에밀리아를 두고 제가 보장하겠어요." 

84 데스데모나: 그런 걱정 마세요. 여기 있는 에밀리아를 두고

  제가 보장하겠어요, 딩신의 자리를, 안심하세요,

  전 우정을 맹세하면 꼭 실천을 하죠,

  마지막 항목까지, 제 주인님은 쉬지를 못하실걸요,

  말을 들으실 때까지 잠 못 자게 하고, 못 견딜 정도로 계속 졸라 댈테니까요.

파면당한 자기 남편의 부하가 와서 개인적인 민원을 넣는데 "걱정마세요"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캐시오가 사라지고 있는 장면에서 오셀로가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오셀로가 "내 아내와 헤어진 게 캐시오 아닌가?"가 물었는데 이아고는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 슬그머니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셀로에게 무한한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하! 저건 아니지." 굉장히 중요한 단어다. 이렇게 말했을 때 캐시오가 사실은 전적으로 공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적인 일로 찾아왔는데 이것을 은밀하고도 아주 사적인 일로 만들어 버린다.

85 이아고: 하! 저건 아니지.

85 오셀로: 무슨 소린가?

85 이아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군님. 아니 혹시, 난 잘 모르겠어요.

85 오셀로: 내 아내와 헤어진 게 캐시오 아닌가?

85 이아고: 캐시오요, 장군님? 아니겠죠, 설마, 그럴 리가,

  죄지운 놈처럼 슬그머니 사라졌잖습니까,

  장군님이 오는 걸 보고요.

이아고는 오셀로의 마음 속에 있는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질투라기 보다는 오셀로의 걱정, '내가 데스데모나에게 버림받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지금부터 3막3장 이 부분이 드라마에서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 캐시오, 이아고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의심을 키우고 조직하고 굳건하게 만드는 증거로 사용하고, 그것을 이아고는 더욱 증폭시키려고 노력한다.

'손수건'이라고 하는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손수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쌓여온 여러가지가 있겠다. 그런데 이제 이 상황에서 데스데모나와 이아고가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셰익스피어의 드라마들은 대개 장중한 맛을 내기 위해서 운문으로 하는데 여기서는 단문으로 주고 받는다. 예를 들어서 3막 3장에서 데스데모나가 "오늘 밤 저녁 식사 때?"라고 말을 하려고 하면 오셀로는 "아니, 오늘밤은 안되오", 그러면 곧바로 "그럼 내일 저녁 때요?", 다시 오셀로는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을 거요"라고 대답한다. 이쯤되면 데스데모나가 눈치를 채야한다.

86 데스데모나: 오늘 밤 저녁 식사 때?

86 오셀로: 아니, 오늘밤은 안되오.

86 데스데모나: 그럼 내일 저녁 때요?

86 오셀로: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을 거요,

  성채에서 선장들을 만나기로 했소.

86 오셀로: 제발, 그만. 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 하시오.

87 데스데모나: 그게 무엇이든, 전 따르겠어요.

그런데 데모데모나는 "그렇다면, 내일 밤, 아니면 화요일 아침, 화요일 점심, 아니면 밤, 수요일 아침 ━ 날짜를 정해주셔야죠, 하지만 사흘을 넘기진 마셔요, 정말, 그는 뉘우치고 있다구요" 이렇게 말을 해버리면 오셀로는 " 제발, 그만. 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 하시오."라고 말을 한다. 이게 정말 오라는 말은 아니다. 이 대사를 했을 때 사태의 감을 잡았어야 했다. 거기다가 오셀로는 "난 당신한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는다니까, 다만 이것만은 허락해 주시오. 아주 잠시만 나 혼자 있고 싶소."라고 말한다. 

87 데스데모나: 그렇다면, 내일 밤, 아니면 화요일 아침, 

  화요일 점심, 아니면 밤, 수요일 아침 ━

  날짜를 정해주셔야죠, 하지만

  사흘을 넘기진 마셔요, 정말, 그는 뉘우치고 있다구요,

86 오셀로: 제발, 그만. 오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 하시오.

87 오셀로: 난 당신한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는다니까,

  다만 이것만은 허락해 주시오.

  아주 잠시만 나 혼자 있고 싶소.

이제 관객들도 느낌이 왔을 것이다. 지금 사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바로 그 다음에 데스데모나가 자리를 떠난 다으메 오셀로가 말을 한다. "파멸이 내 영혼을 사로잡더라도 난 정말 그대를 사랑해,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시 혼돈이 오리로다." 이렇게 자기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독백으로 크게 말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굉장히 강하게 의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 

87 오셀로: 귀여군 것! 파멸이 내 영혼을 사로잡더라도

  난 정말 그대를 사랑해, 그리고 그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시 혼돈이 오리로다.

그러다가 이제 손수건을 통해서 확실하게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다.

손수건이 확신을 보여주는 증거라기 보다는 이때다 하고 터뜨린 것 같다. 손수건 사건 전에 오셀로가 이아고에게 묻는 장면이 있다. "아냐 뭔가가 더 있어. 자네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고. 곰곰 생각하는 그대로, 그리고 최악의 생각을 최악의 단어로 표현해 보란 말야." 자기 스스로 명분을 쌓는데, 혼자서는 모자르니 아주 책임을 회피하고 명분을 쌓아올리려는 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88 오셀로: '생각이라뇨, 장군님?' 이런, 자네, 내 말을 따라 하는게

  마치 어떤 괴물이 자네 생각 속에 들어 있다는 투로군.

88 오셀로: 자네가 날 사랑한다면, 내게 보여주게, 자네 생각을.

89 오셀로: 아냐 뭔가가 더 있어. 자네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고.

  곰곰 생각하는 그대로, 그리고 최악의 생각을

  최악의 단어로 표현해 보란 말야.

오셀로가 확신을 했다고 하는 것이 어떤 지점이냐하면 3막 3장 손수건 장면에서 이마가 쑤신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이마가 쑤신다, 저 남자가 이마에 뿔났네 라는 말이 오쟁이진 남편을 비웃어서 하는 말이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이마가 쑤신다고 말하는데 데스데모나는 "눈을 통 감지 않으시니 그렇죠." 라고 말한다. 이때 오셀로가 "당신 손수건은 너무 작아"하면서 손수건을 떼어내고, 손수건이 떨어지는데 이때 오셀로가 분명히 말한다. "그냥 두시오." 그래놓고 나중에 손수건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손수건을 계속 얘기한다. 이것은 오셀로가 억지부리는 것. 그렇게 해서 데스데모나를 죽인다.

97 오셀로: 여기 이마가 쑤셔.

97 데스데모나: 쯧쯧, 눈을 통 감지 않으시니 그렇죠. 곧 괜찮으실 거에요.

97 오셀로: 당신 손수건은 너무 작아.

  (그가 손수건을 떼어낸다. 손수건이 떨어진다)

  그냥 두시오. 갑시다. 당신과 함께 가리다.

97 에밀리아: 이건 마님이 무어 분한테서 받은 첫 기념 선물이지.

그런 다음에 5막2장을 보면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그녀는 죽어야 해, 아니면 더 많은 사내를 배반할 테니까." 이게 브란반치오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것. "그대가 죽으면 난 그대를 죽인 그 후에 그대를 사랑하리라." 이렇게 말해놓고 또 자기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한다고 강변을 한다.

160 오셀로: 대의명분,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내 영혼이여.

160 오셀로: 하지만 그녀는 죽어야 해, 아니면 더 많은 사내를 배반할 테니까.

161 오셀로: 그대가 죽으면 난 그대를 죽인

  그 후에 그대를 사랑하리라.

이러한 점에서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사랑했다는 말을 절대로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이런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을 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는 것. 스스로도 아니고 베니스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는 오셀로를 오셀로를 사랑하는 것. 자신이 만들어 놓은 순정한 사랑이라고 하는 이상적인 모형에 자기를 맞춰가려고 하는 것.

이제 오셀로는 자기변명을 계속한다. 마치 맥베스에서 손씻기와 비슷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단단하지 못한 사람은 아주 간단하고도 사소한 의심에 쉽게 무너지고, 또 순정한 사랑은 너무나 나약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사식적인 범위에서 허용되는 사랑은 너무 빤하다. 

그러고 보면 브라반치오는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었는데 그런 사람말은 잘 안듣는다. 나중에라도 아버지가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딸이 뿌리치고 떠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역시 아버지의 선험에 의한 선견지명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오셀로를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한다.

이렇게 오셀로는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