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치사상사 선진편 - 상 - 유택화 지음, 장현근 옮김/동과서 |
Reading_20min_20150202: 중국정치사상사 선진편(上)-4
서주(西周) 정치사상의 핵심은 경천보민(敬天保民)과 천하왕유(天下王有)이다.
- 보민이 강조된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는 천명(天命)을 바꾼다는 생각을 내놓은 시대이기도 하다. 이것은 정치적 권위의 정당화 근거에 대한 고민이 생겨난 시대임을 의미한다.
- 이러한 요청에 대해 주공 단(周公 旦)은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여 중국정치사상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천명의 변화에 대한 생각: 명은 일정치 않아서 덕있는 자만이 받을 수 있다.
- 상나라는 성탕(成湯)에서 제을(帝乙)까지는 유덕했으나 제신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에 이르러 은나라를 극복하라는 명을 받은 것이다. 故我至于今(고아지우금) 克受殷之命(극수은지명)”
- 천명이 바뀌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는 백성들의 정서, 즉 민정(民情)을 통해 알 수 있다. “백성은 가깝고 하늘은 멀다.”
- 맹자,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의 귀를 통해서 듣는다. 天視自我民視(천시자아민시), 天聽自我民聽(천청자아민청)”(萬章 上)(만장 상)
- 명덕에 기초를 두고 보민이라는 적극적 측면과 신벌이라는 소극적 측면을 주장.
지난 주까지는 상나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번주부터는 서주의 정치사상을 읽는다. 주나라하면, 공자가 꿈에 주공을 뵈었다 이럴 때 그때의 주공이 주나라 정치사상을 정초한 사람이다. 사실상 중국정치사상이라고 하는 것은 연 사람이 바로 주공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자신이 주공의 정치사상을 이어받았다고 말한다. 공자는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옛사람의 권위를 빌려오는데 그 권위의 원천이 주공이다. 그처럼 서주 사상에서 주공이라는 사람의 위치는 굉장히 확고하다. 오늘은 주공이 제창한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읽도록 하겠다.
서주(西周) 정치사상의 핵심은 경천보민(敬天保民)과 천하왕유(天下王有)이다. '경천'에는 하늘을 두려워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여기서 천은 신적인 개념, 인격적인 개념을 말한다. '보민'은 기본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천하'는 직역하면 하늘 아래이다. 하늘은 상제가 다스리는 영역이고, 하늘 아래는 그것에 대응하는 것.
오늘은 경천보인에 해당하는 부분을 보겠다. 그 전에 주나라 정치제도는 어떤 부분에 주요한 특징을 갖고 있는가. 분봉제과 종법제의 유기적 결합이다. 분봉제는 영토를 나눠준다는 것인데 왕의 가문에서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것. 사실 그것은 정치제도라기 보다는 하나의 가족제도이고, 윤리적인 것인데 이것이 땅과 결합된 것. 그래서 분봉제는 정치적인 제도라고 본다면 종법제는 윤리적인 하나의 덕목을 제도화한 것인데 정치와 윤리가 결합한 것이다.
그 다음에 경천보민을 얘기할 때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왜 새삼드럽게 주나라에 와서 보민이 강조었는가. 이것이 주나라 정치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주는 기본적으로, 주나라가 성립한 것은 선행하는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가 세워졌다. 주는 은의 종속국이었다. 그런데 은 주왕을 죽이고 곧바로 은나라 전체를 지배렸던 것도 아니고, 주왕의 동생인 무경에서 예전에 상나라 땅을 다스리도록 했다. 그러니 주는 명을 바꾼다는 것은 사후에 들어간 논리이고, 상을 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네 나라 건군의 정당성을 계속해서 주장해야 했다. 여기서 보민 사상이 강조된 것. 이것을 집약해서 말해보면 주나라는 혁명을 했다. 그런데 이 것을 왜 바꾸었는가. 하늘의 명이 나쁜 왕들에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에, 명이 바꾼다는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 백성들이 살기가 힘들면 명이 바뀐다는 생각을 내놓게 된다. 그래서 그들이 행한 것이 권력욕이 되었건 간에 정치적 권위의 정당화 근거로 내놓은 것이 민정의 동요이고, 그것이 명의 변화, 혁명의 근거로 등장한다.
주공이라고 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들을 가지고 정치사상을 이야기하는 출발점에 서있던 사람이다. 상제라고 하는 것이 은나라의 수호신이고, 상제가 왕과 합하여 황제가 상제의 아들처럼, 지상대리인처럼 된다. 그런데 상나라의 보호신인데 이를 어떻게 하면 자기네 것으로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서 천명이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원래 은나라에는 천과 상제가 구별이 되고, 천에는 신비적인 개념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주시대에 오면 상제라는 말이 강조되지 않고, 천이 명을 하사한다는 천명 개념이 나온다. 이 명은 일정치 않아서 덕있는 자만이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상나라는 성탕(成湯)에서 제을(帝乙)까지는 유덕했으나 제신은 그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에 이르러 은나라를 극복하라는 명을 받은 것이다." 혁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주공의 중요한 업적이다.
그러면 천명이 바뀌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백성들의 정서, 즉 민정(民情)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백성은 가깝고 하늘은 멀다."라는 말이다. 물리적인 공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명은 알기 어려운데 백성의 정서는 알기 쉽다. 그러니 멀리있는 하늘의 명을 읽어내려고 할 것 없이 백성의 정서를 읽으면 그것이 곧 하늘의 명이다 라는 뜻이다. 이런 생각들이 맹자에게까지 간다. 그래서 맹자의 만장(萬章) 上편을 보면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의 귀를 통해서 듣는다."는 말도 하고 있는 것이다.
천명사상이 기본뼈대라면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명덕, 밝은 덕을 사상의 기초로 삼는다. 여기서 덕이라고 하는 것은 신앙, 도덕, 정책, 행동이 녹아 일체가 된 개념이고 이를 정치에 적용을 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보민과 신벌('신중한 형벌')이 나오는 것.
역사적인 변동 상황에서 왕조의 성립근거와 주나라의 건국근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경천이라면, 그 경천 안에 천명의 중요성과 백성들을 정서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 나온다. 여기서 정서를 살피는 구체적인 방식이 보민과 신벌이다. 두가지 측면이다. 보민은 포지티브 측면일테고, 신벌은 네거티브측면이다. 보민을 강조하면 공자님 말씀이 되는 것이고, 신벌을 강조하면 순자나 법가의 말이 되는 것. 천명이 하늘 쪽 얘기라면 지상의 얘기는 덕의 관한 것이고, 덕의 두 측면이 보민과 신벌이다.
신벌은 형벌을 신중하게 한다는 것. 마땅하고 의롭게 해야 하는 것인데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가 법전에 의한다. 그리고 범죄자의 태도를 주의하고, 급하게 서둘지 말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주공은 역사적인 변천과정 속에서 정치사상을 생각해냈다고 봐야한다. 그런 점에서 주공은 시대적인 변화를 잘 읽어낸 사람이다. 아직까지는 민이 핵심적인 정치적 주체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도 민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황들을 내세웠다는 것이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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