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 상 -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열린책들 312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세탁물 더미가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현기증에 얼이 빠진 채 쿠포의 술 냄새 나는 숨결조차 싫어하지 않으며 몸을 맡기고 있었다. 불결한 가게 한복판에서 그들이 한입 가득 교환한 이 진한 키스야말로 서서히 무너져 가는 그들의 삶이 보여 준 최초의 전락과도 같은 것이었다. 86 그녀는 전혀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남자라면 질색이었다. 하지만 열네 살에 랑티에의 여자가 되었을 때 그를 무척 다정한 사람으로 여겼는데, 왜냐하면 그가 남편을 자처한 데다 그녀 자신도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단언에 따르면 그녀의 유일한 단점은 정에 너무 약하고, 사람을 무턱대고 좋아하고, 나중에 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