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문학동네 1부 … 72부 … 533부 … 1494부 … 2095부 … 269 감사의 말 … 365옮긴이의 말 … 367 359 그렇게 또 존엄함의 유예기간 같은 몇 주가 흘렀고, 그동안 기온이 점차 온화해지더니 파리 전역에 완연한 봄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르디제에게 전화를 할 터였다. 그는 조금 과장되게 기쁨을 표하겠지만 특히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내게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테니까. 그는 나의 수락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고 나도 그것을 알았지만 실은 이미 내가 수락할 것을 그는 알고 있었으리라. 틀림없이 벌써 오래 전부터, 어쩌면 내가 아렌 가에 위치한 그의 집을 방문한 그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