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우엘벡: 복종


복종 - 10점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문학동네



1부 … 7

2부 … 53

3부 … 149

4부 … 209

5부 … 269


감사의 말 … 365

옮긴이의 말 … 367





359 그렇게 또 존엄함의 유예기간 같은 몇 주가 흘렀고, 그동안 기온이 점차 온화해지더니 파리 전역에 완연한 봄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르디제에게 전화를 할 터였다. 그는 조금 과장되게 기쁨을 표하겠지만 특히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내게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테니까. 그는 나의 수락을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고 나도 그것을 알았지만 실은 이미 내가 수락할 것을 그는 알고 있었으리라. 틀림없이 벌써 오래 전부터, 어쩌면 내가 아렌 가에 위치한 그의 집을 방문한 그날 오후 이후로. 당시 나는 아이샤의 육체적 이점과 말리카의 따뜻한 작은 파이들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을 전혀 숨기려 들지 않았다.


이슬람 여성들은 헌신적이고 순종적이었으며 나는 그것에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길러졌을 것이나, 사실 내게는 쾌락을 제공하는 것이면 충분했다. 요리는 크게 상관 없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위스망스보다 덜 까다롭다고 할까. 어쨌든 그들은 적절한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적어도 봐줄 만한 수준 이하로 살림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터였다.


개종식 자체는 매우 간단할 것이었다. 아마 파리의 대형 이슬람 사원에서 거행될 터. 그 편이 모두에게 편리하리라. 내가 몸담을 학과의 학장급 인사나 적어도 그의 가장 가까운 협력자 중 하나가 참석할 것이고, 당연히 르디제도 참석할 것이다. 어쨌든 참석자가 많지는 않을 것인데, 아마 이런 종류의 의식에 열성인 일반인들도 참석하리라. 개종식 시에 사원은 폐쇄되지 않는다. 나는 신 앞에서, 나의 동족인 새로운 무슬림 형제들 앞에서 선서를 하게 되리라.


오전에는 하맘이 특별히 나를 위해 문을 열 것이다. 하맘은 평상시에는 남자들에게는 폐쇄된다. 나는 목욕 가운을 걸친 채 평지보다 조금 높은 기나긴 아치형 주랑과 극도로 섬세한 모자이크 타일 벽을 통과하여, 역시나 세밀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작은 욕탕으로 들어갈 것이다. 어슴푸레한 푸른 조명에 잠긴 이곳에서 나는 내 몸이 정화될 때까지 몸 위로 미지근한 물을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흘려 보내고는, 이윽고 나를 위해 준비된 새 옷을 입고서 의식이 거행되는 대강당으로 들어가리라.


침묵이 나를 에워쌀 것이다. 성운과 초신성과 와상성운의 이미지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리라. 샘물과, 광천수가 솟는 아무도 밟지 않은 사막과, 커다란 원시림의 이미지도 떠오를 것이다. 차츰차츰 위대한 우주의 질서 속을 통과한 내가 이윽고, 소리나는 대로 외운 다음의 구절을 경건한 목소리로 읊을 것이다. "아슈하두 안 라 일라하 일라 라후 와 아슈하두 안나 무하마단 라술툴라." 정확히 '오직 알라 외에 신은 없으며, 마호메트는 알라의 예언자이다'라는 뜻이다. 그것으로 끝이리라. 이제부터 나는 무슬림이 될 터였다.


소르본에서 열리는 나를 위한 연회는 더욱 길어질 것이다. 정치적 행보가 점점 두드러지던 로베르 르디제는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터라 대학 총장직에 헌신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나, 그럼에도 나를 위한 환영 연설을 직접 하려 들것이다(그가 틀림없이 훌륭한 연설문을 준비할 것이고 그 연설을 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확신한다). 나의 동료들이 죄다 참석해 있을 터였다. 새로이 출간된 플레이아드 총서가 학계에 퍼졌고 이제 그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나는 분명 소홀히 여길 인맥이 아닐 것이었다. 모두들 기다란 가운을 걸치고 있을 터인데, 사우디아라비아 고위층이 최근에 예복 착용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답변 연설(전통에 따라, 매우 간략할 것이다)을 하기 전에 틀림없이 최종적으로 미리암을 떠올릴 것이다. 그녀가 나보다 훨씬 힘든 조건 속에서 살아가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고, 그녀가 행복하기를(비록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칵테일파티 분위기는 유쾌할 것이며 밤늦은 시각까지 이어지리라.


몇 달 뒤에는 수업이 재개될 터였다. 물론 여학생들은 예쁘고 얌전하며 베일을 두를 것이었다. 교수들의 명성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여학생들 사이를 떠돌게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런 유의 정보는 예전부터 늘 떠돌았고, 그것은 불가피하다. 학교 생활은 예전에 비해 뚜렷한 변화가 없으리라. 하나같이 예쁜 여학생들은 내게 선택받은 것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나와 잠자리를 나눈 것을 영광스러워할 것이었다. 그들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며, 나는 나대로, 그들을 사랑하기에 이르리라.


조금은 이런 식으로 몇 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댓글(0)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