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풀처: 자본주의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5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0. 9. 28.
자본주의 - 제임스 풀처 지음, 이재만 옮김/교유서가 |
1.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2. 자본주의는 어디서 기원했는가?
3. 어떻게 지금 여기에 이르렀는가?
4. 자본주의는 어디서나 똑같은가?
5. 자본주의는 지구화되었는가?
6. 위기? 무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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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19 휴일이든 주말이든 아니면 저녁이든 뚜렷한 비노동 시간으로서의 '여가'가 생긴 것은 지본주의적 생산의 규율되고 한정된 노동시간 때문이었다. 그후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여가를 원했으며, 노동조합 캠페인을 통해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여가 확대 노력은 면공업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나, 결국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노동지에게 유급휴가 일수를 주는 새로운 법률들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19 여가는 또다른 의미에서도 자본주의의 산물, 즉 여가 상업화의 결과였다. 이제 여가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소일거리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자본주의 기업이 계획하는 여가 활동에 노동자가 돈을 쓰기 시작했다.
26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의 동인이 자본을 투자해 이윤을 얻을 기회라는 것이다.
26 자본이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돈이다. 더 나아가 자본은 투자 가능한 돈. 또는 투자하기 위해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자산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가령 누군가의 주택을 흔히 그의 자본이라고 하는 것은 주택을 팔거나 담보로 잡히고 대출을 받아서 자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규모 사업은 으레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재산을 자본으로 바꾸려면 그 재산의 소유권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재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산을 거래할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은 모든 종류의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2. 자본주의는 어디서 기원했는가?
63 다른 선진 문명들이 결국 자본주의를 낳았을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여하튼 유럽 밖 문명들에는 자본주의를 낳지 못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다수 선진 문명들을 지배한 단일한 통치 집단은 농작물과 상품 생산자들로부터 잉여물을 얻어내기 위해 경제적 강압책보다는 군사적 또는 종교적 강압책을 사용했다. 이 잉여물은 영토 확장, 군사력 유지, 위신을 높여주는 기획과 과시적 행사에 쓰였다. 그리고 일종의 관료기구가 구성되어 세금을 부과하고 주민들을 규제하고 복종시켰다. 이런 사회에서도 일부 개인들은 분명 유달리 많은 부와 재산을 축적했지만, 순전한 경제 활동보다는 국가와의 연계를 통해 축적했다. 바꾸어 말하면, 자본을 축적하고 노동을 관리하는 길보다 더 쉽게 부자와 권력자가 되는 길이 있었다.
70 경쟁하는 소규모 제조업, 약한 노동조직, 경제 규제 완화, 강한 국가, 최소한의 국가복지는 자본주의 발전의 이 단계에서 서로를 강화한 특징들이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자유주의적 신념은 특히 이 시기의 특색이었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의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는 강력한 이념 집합으로서 존속했고, 훗날 '신자유주의적' 신념과 정책으로 외양을 바꾸어 자본주의 발전의 최근 단계 동안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3. 어떻게 지금 여기에 이르렀는가?
77 분명한 결점과 격렬한 갈등을 내포한 무정부적 자본주의는 이와 대조적으로 일관된 성격을 가진 '관리자본주의'의 조직과 제도, 이데올로기를 낳았다. 이 둘째 단계를 형성한 대기업의 성장, 계급 조직화의 발전, 국가와 계급 조직들 간 합의주의적 관계, 국가의 개입과 규제, 국가 복지, 공적 소유의 확대 같은 과정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서로를 강화했다. 이 모든 과정의 공통점은 사람들의 삶에서 시장의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자본주의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갈수록 비인간화했던 시장의 힘에 반발하는 일반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의 역학 하나만으로는 관리자본주의의 발전을 설명할 수 없다. 관리자본주의는 당시 유리한 국가적 ·국제적 맥락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 단계 동안 자본주의는 민족적 제국들 안에서 조직되었다.
81 시장의 힘을 되살릴 방법은 '국가 거꾸로 돌리기'였다. 정부는 수당 지급, 특히 실업 수당 지급을 제한하고, 보조금을 대출금으로 변경하고, 요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복지 지출을 삭감했다. 그럼에도 국가 지출은 전반적으로 줄지 않았다. 실업자가 증가해 사회보장비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세도 전반적으로 줄지 않았고 대신에 소득세가 간접세로 바뀌었다. 정부측 주장대로라면 이는 적어도 선택지를 늘려주는 조치였다. 간집세가 붙는 상품을 꼭 구입해야 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91 재시장화된 자본주의의 새로운 세계는 개인에게 더 많은 선택지와 자유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삶의 안정성을 낮추고 노동 압박을 높이고 불평등을 심화한다. 소비재, 미디어 채널, 휴가지, 학교 등을 고려하면 개인의 선택지가 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특히 고용과 주거, 연금 같은 삶의 중요한 영역들에서 미래의 안정성은 낮아져왔다.
4. 자본주의는 어디서나 똑같은가?
96 스웨덴의 계급협력은 계급투쟁의 소산이었다. 노동자조직과 고용주 조직이 모두 강하게 성장한 까닭에 관리자본주의가 확고부동한 합의주의 형태로, 즉 자본주의 관리를 양편의 중앙 조직들에 상당 부분 위임하는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112 이렇게 해서 미국 역시 관리자본주의에서 재시장화된 자본주의로 이행했다. 미국의 관리자본주의는 중요한 측면에서 영국과 스웨덴의 관리자본주의와 달랐다. 집단 조직화의 범위가 더 좁았고, 국가복지가 덜 보편적이었으며, 반트러스트 법률이 더 강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단계를 통과했다. 재시장화된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분명 생산 영역에서 일어났지만, 가장 두각을 나타낸 영역은 틀림없이 금융 활동에 자본이 투입됨에 따라 규모를 키워간 금융 영역이었다.
5. 자본주의는 지구화되었는가?
137 이것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나라들보다 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원격근무를 해온 바베이도스와 자메이카는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 및 중앙 아메리카와의 점점 심해지는 경쟁에 부딪혔다. 또 카리브해 일대는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에서 구할 수 있는 더욱 값싼 노동력과의 경쟁에 직면했다. 원격근무 시설을 쉽게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더 반복적인 저숙련 형태의 원격 근무가 거의 제약없이 퍼져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152 국가사회주의가 붕괴해 주요 대안 모델이 사라지는 동안, 개발도상 사회들은 국제 금융기구들의 압력 탓에 지배적인 미국 자본주의 모델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 기구는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이었다.
156 전 지구적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강력하고 실상을 호도하는 신화들을 낳기도 했다. 첫째 신화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근래에 생겨났다는 것으로, 사실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다. 둘째 신화는 자본이 전 지구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으로, 사실 대부분의 자본은 소수의 부유한 나라들 사이를 오간다. 셋째 신화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국가차원에서 조직되기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조직된다는 것으로, 실은 국가 간 차이가 여전히 중요하거니와 초국적 기업의 활동에서 민족국가가 계속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신화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세계를 통합한다는 것으로, 실은 자본주의가 지구화될수록 세계는 부의 불평등 때문에 더 분열되어 왔다.
6. 위기? 무슨 위기?
187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역사는 위기로 점철되어 왔다. 안정된 경제성장 기간은 표준이 아닌 예외였다. 1945년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진 25년간 한 세대는 그것이 자본주의의 정상 상태이기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전형이 아니었다. 위기는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특징 중 하나다. 내부에서 작동하는 역동적이고 누적적인 메커니즘이 너무 많은 탓에 자본주의는 장기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분리, 생산자들간 경쟁, 자본과 노동의 갈등, 투기 버블을 부풀리다가 터뜨리는 금융 메커니즘, 자산 갈아타기 등은 모두 애초부터 자본주의의 특징이었던 불안정성의 원천이며 앞으로도 의심할 바 없이 그러할 것이다.
192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자본주의의 실행 가능한 대안을 포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가 전복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기업들의 막대한 재원과 국가에 대한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대안들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들이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닌 자본주의 내부의 대안이라는 뜻이다. 자본주의는 서로 다른 다수의 형태로 나타나며 여러 차례 변형을 겪어왔다. 앞으로 자본주의 사회들은 분명 늘어나는 문제들에 대처해야 할테지만, 그들의 다양성과 가변 능력은 개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지만 개혁을 하려면 자본주의에 참여해야 하며, 자본주의 밖에 머무르거나 그저 반대 시위를 하는 운동들은 개혁을 이루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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