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록 - 이태준 지음/범우사 璧(벽)15 뉘 집에 가든지 좋은 벽면을 가진 방처럼 탐나는 것은 없다. 넓고 멀찍하고 광선이 간접으로 어리는 물 속처럼 고요한 벽면, 그런 벽면에 낡은 그림이나 한 폭 걸어 놓고 혼자 바라보고 앉았는 맛, 더러는 좋은 친구와 함께 바라보며 화제 없는 이야기로 날 어둡는 줄 모르는 맛, 그리고 가끔 다른 그림으로 갈아 걸어보는 맛, 좋은 벽은 얼마나 생활이, 인생이 의지 할 수 있는 것일까! 16 벽이 그립다. 멀찍하고 은은한 벽면에 장정 낡은 옛 그림이나 한 폭 걸어 놓고 그 아래 고요히 앉아보고 싶다. 배광이 없는 생활일수록 벽이 그리운가 보다. 早熟(조숙)20 어떤 이는 천재들이 일찍 죽는 것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했다. 천재는 더 오래 산다고 더 나올 것이 없게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