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성 -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하얀 성 『하얀 성』에 관하여 작품 해설 작가 연보 157 우리는 거의 매일밤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바람이나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늦은 시간 보자장수가 마지막으로 지나가기를, 난로에 장작을 넣기 위해 불꽃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렸다. 할리치 만 맞은편 해아네서 마지막으로 흔들리는 등불이 꺼지기를, 도무지 오지 않는 잠이 오기를, 사원에서 아침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를 기다렸다. 서로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상상 속으로 빠져들곤 하던 겨울밤 중 어느 날이었다. 호자는 갑자기 내가 아주 변했으며,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나는 갑자기 배가 따끔거렸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반박하고 싶었다. 그의 말은 틀렸ㄱ, 나는 옛날과 같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