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금각사 - 10점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작품해설-소멸과 생성의 청춘 

연보




7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자주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8 말더듬 증세는 말할 필요도 없이, 나와 외계와의 사이에 하나의 장애로 작용하였다. 첫 발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첫 발음이, 나의 내계와 외계 사이를 가로막는 문의 자물쇠와도 같은 것이었으나, 자물쇠가 순순히 열린 적이 없었다. 일반 사람들은 자유로이 말을 구사함으로써, 내계와 외계 사이에 있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둘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하였다. 자물쇠가 녹슬어 버린 것이다.


36 시체는 다만 보여지고 있었다. 나는 다만 보고 있었다. 본다고 하는 것, 평소에 아무런 의식도 없이 하고 있는 대로, 본다고 하는 것이, 이토록 살아 있는 자의 권리의 증명이며, 잔혹함의 표시일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참신한 체험이었다.


56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은 그 다음이다. 여자는 자세를 바로 한채, 갑자기 옷깃을 풀었다. 내 귓전에는 뻣뻣한 허리띠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비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나는 숨을 죽였다. 여자는 하양고 풍만한 젓가슴의 한쪽을, 그대로 자기 손으로 꺼냈다.

사관은 짙은 색 찻잔을 받쳐들고, 여자 앞에 무릎 꿇은 채로 다가갔다. 여자는 젖가슴을 양 손으로 주물렀다.

나는 그 장면을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짙은 색 찻잔 속에서 거품을 띄우고 있는 연두빛 차에, 희고 따뜻한 젖이 뿜어나와, 방울을 남기며 잔 속에 남기는 모양, 고요한 차의 표면이 하얀 젖으로 흐려져 거품을 일으키는 모양을, 바로 눈앞에 보듯이 역력히 느꼈다.


74 '세상 사람들이 생활과 행동으로 악을 맛본다면, 나는 내계의 악에 가능한 한 깊숙히 가라앉아 버려야지'


94 노사의 무언에 대항하여, 고백도 않고 버터 온 나는, '악이 가능할까?'하는 문제 하나만을 시험해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161 나에게 미는 늦게 온다. 남보다 늦게, 남들이 미와 관능을 동시에 발견하는 것보다도, 훨씬 늦게 온다. 점차로 젖가슴은 전체와의 연관을 되찾아... 살을 넘어... 불감의, 그러나 불후의 물질이 되어, 영원히 이어지게 되었다. 

204 이전에도 노사를 죽이겠다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곧바로 그것이 소용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설령 노사를 죽인다 하더라도, 그 중대가리와 그 무력한 악은, 계속하여 무수히, 어둠의 지평선에서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생명이 있는 것들은, 금각처럼 엄밀한 일회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인간은 자연의 온갖 속성의 일부를 담당하여,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전파하고, 번식시키는 존재에 불과하였다. 살인이 대상의 일회성을 멸망시키기 위한 행위라면, 살인이란 영원한 오산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하여 금각과 인간 존재와는 더욱더 명확한 대비를 보여, 한편으로는 인간의 멸망하기 쉬는 모습에서 오히려 영생의 환상이 떠오르고, 금각의 불괴의 아름다움에서 오히려 멸망의 가능성이 느껴졌다.


272 다른 호주머니의 담배가 손에 닿았다. 나는 담배를 피웠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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