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정웅모: Miserere, Georges Rouault ━ 불쌍히 여기소서


Miserere: 불쌍히 여기소서 - 10점
정양모 지음/기쁜소식


메세레레 MISERERE

01. "하느님, 크신 자비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시편 51,3)

02. 조롱당하는 예수...

03. 지금도 채찍을 맞으시는 예수...

04. 불쌍한 노숙자가 당신의 가슴을 파고든다...

05. 계략과 악의가 가득찬 이 세상에서 외톨이로구나

06. 우리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도형수 아닌가?

07. 우리를 왕으로 받든단 말이지.

08. 분장하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09. 때로는 인생길이 아름답기도 하다...

10. 기나긴 고통 속에 파묻힌 낡은 빈민가에서.

11. "내일은 맑을 거야"라고 난파자는 말했다...

12. 인생은 힘겨운 직업...

13. 서로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14. 그 이름은 매춘부.

15. 싱그러웠던 입 안에 쓸개 맛만 남았구나.

16. 부촌의 마님은 천국도 예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17. 자유부인은 오후 2시를 정오라고 우긴다.

18. 선고받은 죄수는 떠나버리고...

19. 변호사는 실없는 장광설로, 의뢰인이 전혀 모르고 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20. 저기 잊혀진, 십자가에 달린 예수 아래서.

21.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사 53,7)

22. 무수한 일 가운데서 가장 좋은 직업은 척박한 땅에 씨 뿌리는 것.

23. 외톨이들의 거리.

24. "겨울은 대지의 문둥병 같은 것".

25. 장 프랑수아는 결코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는다...

26. 목마르고 두려운 이 땅에서.

27. "모든 사물에 눈물이 있다.."

28. "나를 믿는 자는 죽더라도 살 것이다" (요한 11,25)

29. 새벽 기도를 바쳐라, 날이 밝아 온다.

30. "우리는 예수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 (로마 6.3)

31. "여러분은 서로 사랑하시오" (요한 13,34)

32. 주님, 저는 주님을 알아보겠습니다.

33. 베로니카는 부드러운 수건을 들고 여전히 길을 지난다...


전쟁 GUERRE

34. "폐허조차도 사라져 버렸다."

35. "예수는 세상 종말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으신다.."

36. 아버지, 작별 인사 드립니다!

37. "사람 잡는 늑대는 사람".

38. 중국인들이 대포 화약을 발명해서 백인들에게 선사했다고 한다.

39. 우리는 미쳤다.

40. 대면...

41. 점쟁이들...

42. "어머니들은 전쟁을 증오한다."

43. "우리는 죽는다. 우리가 지닌 모든 것도 죽는다."

44. 정든 내 고향아, 어디로 갔느냐?

45. 이제 겨우 살 만하니까 죽었다.

46. "의인은 향나무 같아, 자기를 내리치는 도끼에 향기를 묻힌다."

47. "깊은 구렁에서..."(시편 130.1)

48. 고문당해 죽은 사람.

49. "마음이 고결할수록 목덜미는 덜 뻣뻣하다."

50. "손톱과 주둥이..."

51. 랭스의 미소와는 동떨어졌구나.

52. 악법도 법이다.

53. 성모칠고

54. "죽은 자들아, 일어나라!"

55. 때로는 눈먼 이가 눈 뜬이를 위로했다.

56. 허세와 불신이 가득한 이 암흑시대에 땅 끝의 성모는 우리를 지키신다

57. "죽기까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다" (필리 2,8)

58.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이사 53,5)





해설자들의 서문 

20세기 불신의 시대에 종교화를 그리는 이들이 드물었다. 파리 화단에서 줄기차게 종교화를 그린 사람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년)뿐이었다. 루오는 판화와 유화를 많이 그렸다. 그 대표작이 판화집 《미세레레》 다. 《미세레레》는 이스라엘 선민의 간구요 예수의 간구이며 우리의 간구다. 성경에 서 하느님의 성품을 여러 가지로 언표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비로운 성품을 강조한다."야훼께 감사하라. 어지신 임이시니, 임의 자비는 영원하시다"(시편 107.1), 예수도 자비 로우신 하느님을 본받아 자비심을 가꾸라고 했다. "여러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여러분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시오"(루카 6.36). 대승 불교의 훈계에 빗대어 예수의 가르침을 집약한다면, 위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아래로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세레레》는 총 58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주제는 인간의 참상과 하느님의 자비다. 예수는 고통받는 인간을 대표하면서 아울러 자비로운 하느님의 화신이다. 루오는 온 유럽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으로 전란에 휩싸였을 무렵에 《미세레레》 연작의 주제 대부분을 묵화 데생으로 그렸다. 하지만 앙브루아즈 볼라르의 요청으로 묵화 데생들을 동판 에칭으로 바꾸었다. 어떤 동판은 마음에 들 때까지 열두 번도 만들고 열 다섯 번도 새로 만들었다고한다, 1927년 드디어 동판 인쇄를 끝내고 원판은 없애 버렸다. 그러나 전시와 출판이 지연되었다. 1939년 후원자 앙브루아즈 볼라르가 사고로 죽고나서 루오는 후원자의 상속자들과 작품 소유권 분쟁에 휘말린데다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이 터졌기 때문이다. 1948년에야 파리에서 전시되어 양차 세계 대전으로 전쟁의 참상을 겪은 유럽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아울러 판화집도 유성(Etoile Filante)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하느님, 크신 자비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51.3).

Miserere mei, Deus. Miserere mei, 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


《미세레레》 판화 연작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그림 1-33은 전반부 '미세레레 '부분이고 그림 34-58은 후반부 '전쟁' 부분이다.

그림 1의 구도는 묘지석처럼 되어 있다. 상단에는 전반부의 전체 주제인 '미세레레'라는 글이 라틴어로 적혀있다. 글자 아래에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간구하는 천사의 얼굴이 태양처럼 표현되었다. 천사는 눈을 감았지만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선과 악을 바라 보는 듯하다. 


아래쪽 반원형 안에는 죄 많은 세상을 향해 고개 숙인 예수의 모습이 있다. 하느님의 화신인 자비로운 예수는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구세주로서의 상징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상반신을 감싼 반원형이 후광처럼 예수의 신성을 간접적으로 알려줄 뿐이다. 


천사와 예수 사이에는 구원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 가지가 엑스자 모양으로 묘사되었다. 십자가의 또 다른 형태인 이 모양은 예수의 십자가 희생을 상징한다. 죄악의 고통 속에 있는 이 세상에 구원과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 인류를 사랑한 예수의 삶 안에서 발견 할 수 있다.




우리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도형수(徒刑囚) 아닌가? 

Ne sommes-nous pas forcats?


예수처럼 벌거 벗은 가장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고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옆에는 정든 마을과 그가 부양해야 할 사랑스런 가족이 작게 묘사되어 있다. 그는 절망 가득한 땅에 서서 간신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만 얼굴에는 수심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절망적 상황에서 그는 천근만근 같은 발걸음을 옮긴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는 죄수처럼 보인다. 


세상의 죄악이 가득 담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예수가 골고다 언덕을 올랐듯이 그도 그렇게 길을 간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인간의 구원은 땅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온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그의 검은 눈에는 눈물이 그렁 그렁 고인듯 하다.


아담 신화에서는 인간의 고된 삶을 이렇게 기술한다. "아담, 너는 아내의 말에 넘어가 따 먹지 말라고 내가 일찍이 일러 둔 나무열매를 따 먹었으니, 땅 또한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 살리라. 들에서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할 터인데,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리라.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7-19 참조).




"깊은 구렁에서 ..."(시편 130.1).

"De Profundis"


철모를 쓴 죽은 병사가 누워 있고 벽에 걸린 예수 성면이 내려다본다. 이 그림은 앞의 그림 46과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 46에 있던 어머니와 아들, 천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인다. 그들은 병사의 죽음에 더 이상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이다. 이제 무덤 속에는 죽은 자와 그를 바라보는 예수만 있을 뿐이다. 


죽은 자가 누워있는 벽의 윗부분은 어둡지만 아래쪽으로 은은하게 비치는 엷은 빛이 시신 주변을 감싸준다. 이 은은한 빛은 참혹한 전쟁터의 분위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며 전쟁이 끝나감을 암시하는 듯하다. 어둠 속에서도 예수의 얼굴에서 빛이 사방으로 발산되고, 그 빛이 죽은 자의 얼굴을 밝게 비춘다. 그림 46의 예수 얼굴보다도 이 그림에서 그분의 얼굴은 더욱 빛나는 모습이다. 죽음이 결코 인생의 마지막이 아니라 그 죽음을 통하여 구원자 예수와 직접 마주하게 됨을 알려 준다. 


라틴어로 쓴 화제는 라틴어역 시편 130장 1절에서 따온 것이다. 시편 130장 1-2 절의 내용은 이렇다.

"하느님, 깊은 구렁에서 주님을 부르오니, 

주님, 이 부르는 소리를 들어 주소서. 

애원하는 이 소리, 귀 기울여 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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