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4부 009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라스콜니코프는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미심쩍은 눈으로 뜻 밖의 손님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 씨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 마침내 그는 당황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이런 외침을 듣고도 손님은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두 가지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첫째로는 오래전부터 당신에 대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싶었고, 둘째로는 당신의 누이 동생, 아브도티야 로마노브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한 가지 계획을 어쩌면 당신이 도와줄지 모른다는 생..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 - 전8권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외 옮김/열린책들 제1부 009 찌는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 질 무렵, S 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듯한 모습으로 K 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다행히도 계단에서 여주인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의 작은 방은 높은 5층 건물의 지붕 바로 아래에 있었는데, 방이라기보다는 벽장 같은 곳이었다. 여주인은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독립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그는 그녀로부터 식사와 하녀를 제공받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은 거리로 나갈 때마다 항상 계단을 향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여주인의 부엌 옆을 지나야 했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