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길찾기 아버지는 2001년 5월 4일에 자살했다. 그 후로 그분은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지옥 같은 날들이 시작됐다. 사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옥에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15년 전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을 앓아본 사람이나 가족들만이 그 병이 마음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 알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토록 고대했던 죽음을 맞자, 또 다른 것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망령처럼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앙심의 가책을 느끼게 했다. 마치 고아가 된 것 같은 공허함과 커다란 죄의식이 나를 덮쳤다. 나는 아버지께 더 많은 것을 해드려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