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5 맥베스/오셀로 4

 

오셀로 - 10점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0718 22강 맥베스/오셀로(1)

20130725 23강 맥베스/오셀로(2)

20130801 24강 맥베스/오셀로(3)

20130808 25강 맥베스/오셀로(4)

20130822 26강 맥베스/오셀로(5)

 


20130808 25강 맥베스/오셀로(4)

3막3장부터가 이 드라마의 전환점. 이 드라마는 크게 둘로 나누면 3막 3장 전후로 나눈다. 

다시 말하자면 85페이지를 펴보면 데스데모나는 사태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고 철없이 캐시오를 위해서 자기가 뭘 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캐시오가 퇴장하고 나서 이아고와 오셀로가 주고 받는 이 부분부터가 오셀로의 비극의 출발점이다.

 

3막 3장

85 이아고: 하! 저건 아니지.

 

이아고가 오셀로를 긁기 시작한다.

 

85 오셀로: 무슨 소린가?

85 이아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군님. 아니 혹시, 난 잘 모르겠어요.

85 오셀로: 내 아내와 헤어진 게 캐시오 아닌가?

85 이아고: 캐시오요, 장군님? 아니겠죠, 설마, 그럴 리가,

          죄지운 놈처럼 슬그머니 사라졌잖습니까,

          장군님이 오는 걸 보고요.

85 오셀로: 분명그였어.

 

읽어보면 확연히 느껴지는게 오셀로가 참 답답하다는 것. 정직한 이아고한테 물어본다. 그냥 가서 캐시오와 데스데모나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자격지심이 있어서 그런 것. 그렇게 못하는 것을 이아고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이아고가 나쁜놈이 아니다. 담백하지 못한 것일 뿐. 오셀로에게 의심을 불어넣기 시작한 이아고, 그리고 오셀로가 의심을 시작하는 것. 음모가 만들어지는 시작이 바로 3막 3장이다.

 

1막 1~3장은 말하자면 전체를 깔아주는 내용이다. 오셀로, 이아고, 데스데모나의 모든 암시가 1막에 깔려있다. 그래서 서론으로서의 1막, 그 다음에 굴곡없는 전개 과정으로서의 2막, 그 다음에 방금 전에 읽었던 음모의 시작으로서의 3막 3장, 이렇게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1막 1, 2장에 무엇이 깔려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 촘촘하게 읽어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드라마를 만들 때 1막에서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암시를 강하게 준 상태에서 2,3막으로 간 것. 

 

1막 2장을 보자

 

1막 2장

오셀로와 이아고, 그리고 횃불을 든 시종들 등장

 

지금 앞 부분인 1막 1장에서는 이아고와 로드리고가 브라반치오에게 오셀로에 대한 험담을 했다. 

지금 오셀로가 처음 등장하는 부분. 오셀로가 하는 말을 좀 보자.

 

19 오셀로: 해볼테면 해보라지.

          내가 베니스 공국에 해 준 일이 얼만데

          그의 불평쯤은 파묻힐걸.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

          그걸 자랑하는 게 명예라면,

          공표하도록 하지 - 나는 태생과 핏줄이

          왕족이다, 그리고 받을 만하다.

 

오셀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오셀로나 데스데모나나 남녀 주인공이 가진 기본적인 property 속성이 뭐냐면 세상의 모든 비극은 거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자기애이다.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것을 분석해 보면 오셀로는 데스데모나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데스데모나에게 속은 나 때문에 화가 나는 것.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때 1막에서 오셀로의 자기애와 자부심과 자기가 자기를 핥는 것과 남이 안알아줄까봐 걱정되는 것과 이런 것들이 모두 나온다. 데스데모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대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데스데모나가 귀여운 것. 데스데모나 자체가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데스데모나가 사랑스러운 것.

 

5막 2장

160 오셀로: 대의명분,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내 영혼이여.

 

지금 이 부분을 보면  방금 전에 1막 2장에서 '나는 태생과 핏줄이 왕족이다' 라고 말한 것과 5막 2장에서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것하고는 오셀로는 1막 2장이나 5막 2장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자아가 극도로 분열되어 있는 상태여서 자기가 지금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을 하고 있는 것. 그 점검이 허위의식으로 점검되고 있는 상태. 한번도 오셀로는 데스데모나에게 이것 없는 상태로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161페이지를 보면

 

5막 2장

161 오셀로: 그대가 죽으면, 그리고 난 그대를 죽인 그 후에 그대를 사랑하리라.

 

더이상 자기의 명분이 부서지지 않는 상황에서야 자기의 사랑이 성립되어 가는 것. 오셀로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이는 부분이다.

1막 2장으로 다시 와서 

 

1막 2장

19 오셀로: 다른 장식이 없이도, 내가 얻게 된

          이 자랑스러운 행운을, 

 

그리고 나서

 

19 오셀로: 나의 자질, 나의 직책, 그리고 나의 깨끗한 양심이

          나를 옳게 천명할 것이야.

 

오셀로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 남이 이렇게 말해도 쑥쓰러운 것을 스스로 말한다. <오셀로>라는 드라마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바로 자기 핥기. 

 

21 브라반치오: 오 이런 더러운 도둑놈, 내 딸을 어디 잡아 두었느냐?

          저주받은 자 네놈이, 그 애에게 마법을 걸었도다.

 

브라반치오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는 마법이다.

 

         스스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거라.

         그애가 마법의 사슬에 묶인 게 아니라면,

         그렇게 상냔하고, 아름답고, 또 행복했던 처녀로

         결혼은 끔찍이 싫어하여

         이 공국의 부유한 곱슬머리 귀공자도 물리쳤던 그애가,

         어찌 이러겠느냐,

 

브라반치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식적인 사람. 앞에서 브라반치오는 '여긴 베니스다' 라고 했다. 브라반치오의 입에서 베니스다라는 말이 나왔는데 브라반치오는 베니스 귀족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 다시 말해서 베니스 사람 다움 이것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베니스 사람다운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그게 상식이고 브라반치오가 그것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생각하여 넘겨보면

 

22 브라반치오: 세상 사람들한테 물어보거라, 너무도 명백하다 할 것이다,

         네놈이 그 애에게 더러운 주문을 건 것이,

         그 애의 섬세한 젊음을 약이나 광물질로 현혹,

         동작을 마비시켰으렸다, 전문가를 시켜 조사할 것이다.

 

자기의 판단기준을 세상 사람들에게도 적용한다. 

여기서 사실 이 드라마 전체를 자세히 보면 제정신인 사람은 브라반치오 밖에 없다.

 

         불법적인 술법을 행한자로 말이다.

 

상식과 세상사람과 전문가 이 세가지 요건이 불법을 밝혀 내는 것. 법적 타당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브라반치오가 말한다.

그런 다음에 

 

22 브라반치오: 감옥으로 가야지, 거기서 대기하다

         적당한 법 절차를 밟아 심문 재판을 열 것이니

         그때 답하라.

 

브라반치오야 말로 베니스 사람 다운 것.베니스 사람들은 이렇게 움직였던 것. 

 

23 브라반치오: 뭐라, 공작이 회의를?

          이 야심한 시각에 말인가? 

 

브라반치오는 회의를 소집했다고 하니 공작에게 말을 하면 공공의 의제가 되어서 오셀로가 적당한 절차를 밟아 신분 재판을 받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23 브라반치오: 이런 짓거리가 멋대로 횡행한다면,

          노예와 이교들이 우리 공국을 다스리게 될테니까.

 

브라반치오는 지금 이 지점에서 자기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 보였다. 너 따위가.. 오셀로를 굉장히 무시하면서 베니스 사람다운 자부심을 드러내보였다.

1막 2장은 브라반치오와 오셀로의 자부심이 대결되는 지점.

 

이제 1막 3장을 보면 장소가 베니스 공국 회의실이다.

브라반치오와 오셀로는 처음 사적인 영역에서 만났는데 이제 공적인 영역이다. 장소가 중요하다.

1막 2장은 베니스의 또 다른 거리, 오셀로 숙소 앞이었는데 1막 3장은 베니스 공국 회의실이다. 공공영역으로 들어왔다.

 

 

1막 3장

브라반치오, 오셀로, 로드리고, 이아고, 캐시오, 그리고 관리들 등장

 

26 첫 번째 상원의원: 브라반치오와 용감한 무어 인께서 이리로 오십니다.

 

오셀로를 가리키는 '용감한 무어인'이라는 단어가 심상치 않다.

 

26 공작: 용감한 오셀로, 곧장 장군을 보내야겠소,

          공통의 적인 오토만을 막기 위해서 말이오.

 

공작이 말하는 것은 오셀로의 평판, 오셀로는 요감한 사람이라는 것. 과연 용감한 놈인지는 5막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적인 평판과 자기가 자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과, 자기의 진실, 이 세가지가 항상 어긋나는 것.

 

그런데 그 아래를 보면

 

        [브라반치오에게] 어르신을 못 봤군요. 오서 오시오, 고매한 어르신.

 

용감한 오셀로와 어르신을 못봤다는 공작의 말.

브라반치오는 먕연자실했을 것이다. 

 

26 브라반치오: 나도 당신이 필요했소, 훌륭하신 공작, 용서하시오.

          내 지위가, 혹은 사태에 대한 소문이,

          나를 잠에서 깨운 게 아니라오, 일반적인 근심이

          나를 사로잡은 것도 아니구요, 나의 특수한 슬픔이

          너무나도 물밀듯 압도적이라

          다른 슬픔들을 포식하듯 집어삼키고도

          여전히 그대로거든요.

 

지금 공작은 브라반치오가 나라가 위태로운 줄 알고 여기에 온 줄 알았는데 브라반치오는 굉장히 챙피한 상황.

 

27 공작: 왜요, 무슨 일입니까?

27 브라반치오: 내 딸, 오 내 딸아이!

27 상원의원들: 죽었나요?

27 브라반치오: 그래요, 나한테는

 

브라반치오는 국가의 공적 상황과는 어긋나버렸다. 

 

27 공작: (오셀로에게) 장군 쪽에서는 하실 말이 없으시오?

 

이제 공작이 거론함으로써 이 문제가 공공의 의제가 되었다. 

공공의 의제가 되어 버리니까 오셀로가 뽀내나게 말을 길게 하기 시작한다.

 

28 오셀로: 내가 이 노인장의 따님을 데려간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정말 나는 그녀와 결혼하였소.

          내 잘못의 높이와 너비는 

          그 정도입니다.

          [...]

          내가 나를 변호하는 일은, 하지만, 인내의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면,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려 드리리다.

          내 사랑의 전체 경로에 대해

 

이미 오셀로는 용감한 오셀로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승인을 이미 얻은 상태. 

셰익스피어는 일부러 이 대사를 멋지게 만들어 놓은 것. 싸움도 잘하는 놈이 말도 잘하네..

반면 브라반치오의 대사를 보면 쪼잔하기 그지 없다.

 

28 브라반치오: 한 번도 당돌했던 적이 없는 처녀였어,

          영혼이 너무도 고요하고 조용해서 동작이

          스스로 낯을 붉혔단 말이다. - 그런 애가 본성을,

          나이를, 조국을, 명성을, 모든 것을 저버리고

          사랑에 빠지다니

 

지금 나이, 조국, 명성 이 세가지가 베니스의 결혼 조건. 브라반치오는 계속 베니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에 입각해서 얘기하고 있다.

 

29 공작: 이렇게 단언하는 것으로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보다 폭넓고 보다 명백한 증언이 있어야지요,

          지금 시중에 떠도는 그에 대한 험담에 바탕한

          단순한 겉모양이나 빈약한 추정보다는.

 

브라반치오가 이 말 한마디로 완전히 무시되고 오셀로의 가치가 급 상승하면서 한 상원의원이 묻는다.

 

29 한 상원의원: 아름다운 대화와 요청으로 애정을 얻었나요?

 

여기서부터 브라반치오는 끝난 것.

그리고 넘겨보면 공작이 데스데모나를 데려오라고 한다.

 

30 오셀로: 깃발 장교, 그분들을 인도하게, 자네가 장소를 잘 알테니

 

공적인 영역에서도 오셀로는 이아고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 보인다.

그러나고 나서 오셀로가 하는 말, 오셀로는 이미 사태를 읽었다.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하늘에 고백하듯 정직하게

          고백하리다, 내 열정이 저지른 죄를,

          의원님들의 엄숙한 귀에 사실대로 밝히리다.

 

오셀로의 자기애가 공공영역에서 승인되면서 절정에 이르는 것. 

 

          어떻게 내가 그 아름다운 숙녀의 사랑을 누렸는지,

          그리고 그녀가 나의 사랑을 누렸는지.

 

32 오셀로: 그녀는 내가 겪어 온 위험들 때문에 나를 사랑했소,

          그리고 나는 그녀가 이것들을 측은해하므로 그녀를 사랑했지요.

          이것이 내가 사용한 유일한 마법이요.

 

이게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의 본질. 사랑이 성립하는 출발점이 판타지. 두 사람의 사랑이 성립하는 조건이 판타지이다. 가상위에 성립한 사랑. 그것이 얼마나 허약하고 깨지기 쉬운 것인지, 오셀로는 이것이 굉장히 단단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굉장히 허약한 것. 그녀는 오셀로 자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위험들 때문에 그 위험이 멋져보여서 사랑한 것. 그 위험이라고 하는 것은 오셀로의 본질적 계기들이 아니고, 오셀로 자체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또한 오셀로는 데스데모나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측은해 하니까 사랑한다고 한다.

 

판타지 위에 세워지는 사랑. 물론 판타지 위에서 시작한다 할지라도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계속 진전해 나아가야면 단단해 지는 것인데 그게 안되면 파멸하는 거시. 적어도 손해와 이익 위에서 성립하는 것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이 것이다.

 

그런데 공작이 이렇게 말한다. 

 

32 공작: 이런 이야기라면 내 딸이라도 넘어갈 것 같구려.

 

공작이 이런 말을 한 이유가 첫 째로는 이것이 판타지 위에 성립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고, 둘 째로는 공공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인것.

 

32 공작: 좋게 생각토록 하시지요.

 

이제 오셀로와 브라반치오의 얘기를 들었고, 이제 데스데모나의 얘기를 들어보자.

데스데모나가 최초로 등장해서 하는 이야기이다.

 

32 데스데모나데모나: 고결한 저의 아버님,

          저는 지금 의무가 둘로 나뉜 것을 압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생명과 교육을 빚졌지요.

 

데스데모나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고 있다.

그래서 브라반치오는 

 

33 브라반치오: 신의 가호를, 난 다했도다.

 

이 상황에서 데스데모나가 입에 발린 발, 즉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데스데모나에게 그 무슨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 결국 자기 자신의 파토스를 겪어야만 돌이킬 수 있는 상황으로 가겠구나. 브라반치오가 얼마나 냉적하고 침착하고 그리고 제정신인지를 알 수 있다.

 

브라반치오는 이것으로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넘겨보면

 

34 브라반치오: 나는 아직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소,

          상처 난 가슴이 귀를 통해 봉합되었다는 얘기를, 겸손히

          청컨대 공작께서는 국사 의논으로 넘어가시죠.

 

브라반치오는 자기가 더 이상 특수한 슬픔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34 공작: 터키 인들이 아주 강력한 전투 함대를 몰고 키프로스로 향하고 있소, 오셀로 장군, 그곳의 견고함은 장군이 제일 잘 아실 것이오.

 

공작이 말하고 있는 대사를 보면 지금까지는 주목해서 안봤는데 공작의 대사는 산문이며, 양쪽 정렬이 되어있다. 그 아래 오셀로 대사는 안되어 있다. 공작에 대해서는 산문, 오셀로는 운문 그것도 유념해야 봐야한다. 다른데는 두르러져보이지 않는데 여기서는 두르러져 보인다. 왜냐 공작이 길게 상황 설명을 하니까 이제 오셀로를 거슬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보다 더 기고만장할 수는 없는 산황. 오셀로는 운문으로 대답한다. 거만함이 확 드러나는 부분

 

34 오셀로: 참으로 근엄하신 상원의원님들, 습관이라는 폭군이,

          전쟁의 냉혹한 강철 소파를

          세 번이나 체질한 깃털 침대로 만들었습니다. 진실로 인정컨대

          당연히 긴급한 민첩성의 필요를

          저는 역경에서 느낍니다, 그리고 맡을 것입니다.

          지금 이 오토만의 전쟁을.

 

자기 과시의 절정. 그리고 

 

          그러므로 공작님의 권위에 겸손히 몸을 낮추며

          청하옵나니, 내 아내를 걸맞게 대우해 주십시오,

 

오셀로 이놈은 영악한 놈. 떡고물 챙길줄 아는 놈. 그리고 폼 잡을 줄 아는자.

그래서 지금 오셀로의 자기과시가 절정에 이르렀는데 이때 데스데모나 역시 판타지가 절정에 달하는 부분이다.

 

35 데스데모나: 제가 저 무어 분을 사랑하여 함께 살기를 바란다는 것은,

          저의 당돌하고 파격적인 행동이

          세상 만방에 널리 고한 바입니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제 주인의 본성 바로 그것이었죠.

 

거짓말이다. 오셀로가 이미 앞에서 아니라고 말했는데. 데스데모나는 자기가 자기한테 거짓말 하고 있는 것.

 

          저는 그분의 심성에서 오셀로라는 형용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명예와 그분의 용감한 자질에

          제 영혼과 운명을 바쳤던 것입니다.

 

지금 데스데모나가 오셀로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심성과 형용의 일치를 보았다는 것. 그런데 앞에서 오셀로는 내가 겪어온 위험들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 둘은 서로 어긋나 있는 것. 이 지점에서 1막 3장에서 데스데모나가 업되어있을 때 그리고 오셀로가 업되어 있을대 그들이 진단한 그들의 사랑이 서로 어긋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누군가가 살짝한 건드려도 깨지는 것.

 

          그러므로, 의원님들, 만일 제가 후방에 남는다면,

          평화나 좀먹는다면, 그분은 전쟁터로 나간다면,

          제가 그분을 사랑하는 까닭의 예의를 전 빼앗기게 되죠,

         

그리고 나서 오셀로가 딱 못을 박아 말한다.

 

36 오셀로: 그녀 말대로 해 주시오.

          하늘에 맹세코, 내가 간청을 드리는 것은

          내 입맛을 채우거나,

          성욕을 달래거나 - 젊은 욕정은

          내게 없어졌소 - 적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없이 한없이 그녀 마음을 따르고 싶기 때문이오.

 

여기서 성욕이라는 말과 마음이라는 말이 서로 충돌이 난다. 

그리고 그 밑에

 

          여러분들 혹시 걱정하실 줄 모르지만

          [...]

          아낙네들이 내 투구를 냄비로 쓰게 할 것이오.

 

오셀로 자신이 자기 사랑의 비 육체성을 말하는 부분. 

이보다 더 고귀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데 브라반치오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을 보자.

 

37 브라반치오: 그애를 잘 살피게, 무어 인, 보는 눈이 있다면,

          자기 아버지를 배반한 애야, 그리고 자네도 그럴 수 있어.

 

1막 3장하고 3막 3장하고 상관관계가 있다. 93페이지를 보자.

 

3막 3장

93 이아고: 그녀는 자기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장군님과 결혼하면서요,

          그리고 장군님 얼굴을 두려워하며 몸을 떠는 듯했을 때

          그때가 그녀 사랑이 최고였을 땝니다.

 

93 오셀로: 그래, 그녀는 그랬지.

 

93 이아고: 맞아, 바로 그거예요, 그렇다면.

          그토록 어린데 그런 시늉을 지을 수 있는 그녀,

          자기 아버지 눈을 오크 나무처럼 촘촘하게 가린 그녀 아닙니까,

          그가 마법이라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것이 지금 앞에서 브라반치오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면 이아고가 나쁜 놈이 되는데 이아고는 자기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텍스트를 꼼꼼하게 안읽으면 어거지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브라반치오가 오셀로에게 1막 3장에서 했던 말을 그때는 얼핏 들었고 귀담아 듣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데 지금은 이아고가 지금 들쑤시는 것.

 

95 오셀로: 왜 결혼이란 걸 했지 나는? 이 정직한 자는 분명

          보고 아는게 많아, 훨씬 많지, 그가 털어놓은 것보다.

 

지금 여기서 정직한 자는 이아고다. 오셀로가 이아고에게 속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이아고가 앞에서 그런 말을 했을때 브라반치오의 말을 떠올렸기 때문에 이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아마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읽을 때는 이아고에 대한 오셀로의 신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촘촘하게 들여다 보면 이아고가 신뢰를 받을 짓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다시 1막 3장 브라반치오의 말을 유심히 봐도야 한다.

그런데 오셀로는 

 

1막 3장

37 오셀로: 그녀의 맹세에 목숨을 걸었소.

 

거짓말 하는 이들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이다. 오셀로는 한입가지고 두말하는 것.  

앞에서 나는 그녀가 이것들을 측은해하므로 그녀를 사랑했지요라고 했으면서 지금은 그녀의 맹세에 목숨을 걸었다고 한다. 자기기만이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한 나는 그녀의 맹세에 목숨을 걸겠다는 듯. 언제 어디까지나 계속 어떤 경우에도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나중에 3막을 읽을때보면 오셀로는 자기의 생각이 없다. 계속 이아이고의 생각을 묻는다. 처음부터 데스데모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 없었다. 지금 상황이 이런 역할을 해야하는 구나, 이런 말을 해야하는 구나. 계속된 자기기만이 누적되어 가는 것.

 

그래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퇴장하고 나니까 이아고와 로드리고가 대화를 시작한다.

 

모순이나 반대를 혼동하면 안된다. 모순은 이것이 성립하면 절대적으로 그 반대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즉 죽는거 아니면 사는 것. 흑과 백은 그 사이에 회색도 있다. 모순이 아니라 반대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모순 개념.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에 반대 개념을 모순개념으로 이해한다. 이것을 우리는 거짓 딜레마의 오류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아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선과 악이라고 하는 거짓 딜레마의 오류에 빠져서 드라마를 보면 안되나. 선악은 이분법이 아니다. 대다수가 악하고 약간 선한구석이 있거나 그런 것.

 

38 이아고: 타고난 능력? 좆겉은 소리! 이렇게 되건 저렇게 되건 다 우리 하기 탓이야. 우리 몸은 정원이고, 의지가 정원사라고. 그래서 쐐기풀을 심든 양상추 씨를 뿌리든, 박하풀을 놓고 백리향을 제초하고, 한 가지 풀만 놓든 수많은 풀로 어지럽히든,

 

이아고의 이 말이 인생의 진리. 이아고라는 현실주의적인 판단력을 가진 자의 눈에는 보이는 것.

그래서 이아고가 하는 말이 이 둘의 사랑을 깽판 놓겠다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이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예언으로 읽을 수도 있다. 그래서 39페이지를 보면

 

39 이아고: 데스데모나가 그 무어 놈을 오래 사랑할 리가 없어

39 이아고: 무어 놈들은 대개 변덕이 심하거든          

 

이아고가 어찌보면 셰익스피어 드라마 암시를 깔아주는 것.

그래서 작전을 짜는게 나타난다. 그래서 이아고의 마지막 대사가 

 

41 이아고: 내 목표가 그놈에게 먹혀들겠군.

          캐시오는 멀쩡하지, 어디 보자,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그리고 내 의지를 만족시키는

          이중의 악행을 치르려면

          [...]

          캐시오가 그의 아내와 너무 친하다고 말야.

          [...]

          무어 놈이야 만만하고 소탈한 성격이라,

          겉만 그런 자도 정직하다고 생각하는 위인이야,

 

텍스트를 자꾸 선악의 이분법으로 읽으면 답이 안나온다는 것을 이 지점에서 유념해야 한다.

 

 

2막 1장

키프로스의 한 항구

 

여기서부터 데스데모나와 오셀로 둘이 객지에 와서 사랑 코스프레를 시작한다.

서로 주고 받는 대사가 역겨움의 절정.

 

53 데스데모나: 내 사랑하는 오셀로.

 

53 오셀로: 흡족한 것만큼이나 오 내 영혼의 기쁨,

          폭풍이 끝날 때마다 이런 고요가 온다면,

          바람은 죽음을 깨울 때까지 불 일이로다,

          [...]

          내 영혼이 그녀를 이리 절대적으로 흡족해하므로

          이것에 비견될 또 다른 위안이

          죽음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저어하나니.

 

그런데 이 남녀가 이러고 있을 때 이아고의 말을 들어보면

 

54 이아고: 그녀가 처음에 얼마나 격하게 사랑했나, 하지만 허풍 떠는 환상적인 거짓말 때문이었거든.

 

그러니까 이아고는 오셀로의 이야기를 허풍떠는 거짓말로 보는 것. 이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환상성의 대한 암시로 읽는다. 이아고는 여기서 말하는 사랑의 요건을 보면 역겹긴 한데 말이 된다.

 

55 이아고: 용모가 사랑스럽거나, 연륜으로 정이 들었거나, 매너, 아름다움 그런게 필요한데, 이 모든 게 무어놈한테는 없으니.

          이런 적합성이 없으니, 

 

앞에서 오셀로가 저는 내입맛을 채우거나 하는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기 사랑의 고귀함과 고결함과 정신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자기 사랑의 비육체성을 명시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아고가 말하는 것은 사랑의 육체성으로 말하는 것.

 

데스데모나하고 오셀로는 어떻게 보면 이아고의 눈으로 볼 때는 본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을 사랑으로 이야기하는 셈.

이아고가 말하는 것은 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그 본질적으로 단단한 끈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 2막 1장의 이아고의 대사가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사이에 무엇이 치명적으로 결여되어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막 3장

60 오셀로: 갑시다, 내 소중한 사랑,

          난리를 치렀으니, 열매가 있어야지.

          당신과 나 사이에 좋은 일이 아직 남았소.

 

이아고는 딱 그것을 설명한다.

 

61 이아고: 그분은 아직 그녀와 밤을 놀아 보지 못하셨으니까요,

 

이런 것들을 보면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사랑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비육체성이라고하는 것으로 움직여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캐시오가 등장한다. 캐시오는 이미 우리가 스토리를 알고 있듯이 사고를 쳐서 오셀로가 해고를 했다. 이아고는 캐시오가 무엇을 원하는지 캐치를 해내야 한다. 예리한 칼을 어느 지점에다가 캐시오라고 하는 인간의 심성의 어느지점에다가 단면을 잘라넣을 것인지 알아내어야 한다. 그러면 캐시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와야 한다.

 

71 오셀로: 난 알고 있네, 이아고,

          자네의 진실성을, 그리고 사람이 정말 이 일을 최소화,

          캐시오 건을 가볍게 만드는 군. 캐시오, 난 자네를 사랑하네,

          하지만 더 이상 내 장교는 아냐.

 

          오셀로, 데스데모나, 그리고 시종들 퇴장

 

그런데 오셀로, 데스데모나가 퇴장한 다음에 캐시오와 이아고의 대사를 보자.

 

71 이아고: 저런, 다치셨어요, 부관님?

71 캐시오: 그래, 아무런 치료도 소용없을 정도로.

71 이아고: 쯧, 하나님 맘소사.

71 캐시오: 명성, 명성, 명성 - 오, 나의 명성을 잃어버렸어, 내 자신의 불멸의 일부를 잃어버렸어, 

 

캐시오를 움직이는 건 명성. 즉 관직.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하잖아 보이는 명예다.

진짜 중요하다.

 

71 이아고: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전 무슨 육체적 상처를 입으셨나 했네요. 명성보다야 그게 더 말이 되지요. 

          명성이란 게으르고 아주 인위적인 개념이죠. 종종 자격도 없이 얻어지고 억울하게 박탈되는, 스스로 잃었다고 평하지 않는 한 명성을 잃는 게 전혀 아녜요.

 

캐시오는 이아고에게 잡힌 것.

 

          이런, 진정해요, 장군을 다시 모실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요. 일시적 기분으로 당신을 내치셨을 거예요 - 남의 눈을 생각해서 그런거지, 악의로 그러신 게 아니라구요, 

          으르렁대는 사자를 놀래키려고 죄 없는 개새끼를 줘 패는 것과 같죠, 다시 청을 드려보세요, 그러면 그는 당신 거예요.

 

캐시오에게 무엇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가에 대해서 이아고는 깨닫고 이아고는 캐시오에게 권한다. 

 

73 이아고: 장군님의 아내께서 장군이세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분은 그녀의 몸매와 미덕을 응시하고, 주목하고, 또 관찰하느라 얼이 빠져 버렸다니까요, 그녀한테 툭 터놓고 말씀을 드려 보세요,

 

74 캐시오: 충고 잘 받아들이겠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다음을 보면 '충실한 이아고' 라고 되어있다.

 

74 캐시오: 잘지내게, 충실한 이아고.

 

이아고를 누구다 다 충실하다고 부른다. 정직한 이아고, 충실한 이아고. 교언영색에 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충실한 것처럼 보이는 것.

이아고는 캐시오에게 충실한 이아고라는 말을 들음으로써 이아고는 드디어 모든 준비가 갖춰진 것.

오늘 1막 2막 다 읽어보니 사태가 오셀로에게 살짝 건드리면 모든 게 다 풀려나가리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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