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1 고전읽기


오뒷세이아 - 10점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0207 01강 고전읽기 

20130214 02강 오뒷세이아(1)

20130221 03강 오뒷세이아(2)

20130228 04강 오뒷세이아(3)

20130307 05강 오뒷세이아(4) 

20130314 06강 오뒷세이아(5)










20130207 01강 고전읽기 

우리가 탁월한 고전중에 하나로 말하고 있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있다. 괴테의 작품 중에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있는데 원어로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여기서 leiden은 감뇌하다, 고뇌하다 정도로 풀이된다. 명사형은 leidenschaft라고 하는데 영어로 옮기면 passion = 열정, 수난이라고 번역된다. passion of christ = 그리스도의 수난

passion은 희랍어로 pathos . 첫번째 뜻은 겪다 두번째는 짊어진다는 뜻이 된다.


유한자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 무한자에 닿고 싶은데 그 사이에는 도저히 건너갈 수 있는 거대한 협곡이  있다. 거기를 채워야 넘어갈 수 있다. 어떻게? 연습(melete)? 베토벤은 음악으로 넘어서려고 했다. 합창교향곡은 베토벤이 신에 이르기 위해서 자신이 동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협곡 사이에 집어넣어 매꾸어서 넘어가려는 것.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분투한 기록들을 담고 있는 책을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일리아스]를 보자.


624 서사시적 문체의 여러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엄숙한 옛 것과 발랄한 새 것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혼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일리아스] 1권에서 아폴론이 그리스인들을 응징하는 것과 같은 어둡고 무거운 장면에서는 엄숙한 옛말이 사용되고, 같은 [일리아스] 1권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장면에서는 구어에 가까운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사시는 위엄과 생동감을 두루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일리아스] 와 같은 서사시만이 아니라 문장을  잘쓰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624 서사시적 문체의 두 번째 특징은 상투문구와 형용사구가 빈번히 사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행의 첫 부분이나 끝 부분에서 그런 상투 문구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음식을 나눠 먹는 절차라든가 제물을 바치는 순서, 무장을 갖추는 장면 등에서는 시행 전체 때로는 여러 행의 시구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복하여 사용된다.

암송의 편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꼭 상투문구는 아니다. 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많이 읽어보면 본다.


625 서사시적 문체의 세 번째 특징은 추상적인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모든 표현이 생생한 감각적 인상을 반영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시각 행위에 대해 아홉 가지의 동사를 갖고 있는데 거기에는 거리낌 없이 보는 것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까지 온갖 뉘앙스가 다 내포되어 있다. 또한 바다에 대해서도 '추수할 수 없는 바다', '습한 바닷길', '짠 바닷물' 등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들은 사물을 그것이 활동하는 모든 국면에서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의식 세계를 확대하고 심화해준다.


호메로스 당시에는 추상어휘들이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고 그에 따라 당연하게도  생생한 감각적 인상들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희랍어가 가진 특징 중에 하나가 보는 것에 가리키는 동사가 아주 많았다는 점. 중요한 포인트이다. '본다'라는 말은 희랍어에서는 굉장한 것이었다. 플라톤의 이데아도  원래 보다라는 뜻. 뚫어지게 본다. 제대로 본다. 진리를 본다. 


625 다음으로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은 진부하고 저속한 것을 되도록 피하고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행위를 의도적으로 이상화하고 있다는 특징이다. 특히 [일리아스]에서 두드러진데, 먼 옛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일리아스]에서는 작가와 대상 간에 거리를 유지하기가 한결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으로 만들어 썼다기보다는 미화하고 있다는 점. 당시 희랍의 젊은이들에게 장래희망은 아킬레우스였다는 점을 기억할 것.


629 [일리아스]에는 분노의 모티프 하나밖에 없는 데 비해 [오뒷세이아]의 모티프는 여러 가지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두가지가 두드러진다. 그중 하나는 귀향자 모티프다. 어떤 사내가 젊어서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객지에서 떠돌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와서 아내의 구혼자들을 죽이고 다시 옛 권리를 회복한다는 모티프가 그것이다.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일리아스]의 주제 한 가지라면 [오뒷세이아]에는 여러가지 모티브가 있다.  귀향자, 선원 모티브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서양에서 나온 떠돌이 문학은 모두 [오뒷세이아]에서 나온 것. 귀향은 귀향인데 자기의 진정한 면모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고향으로 가는 것이 오뒷세이아의 귀향이다.


629 다음은 선원 모티프로, 어떤 선원이 바다 위를 항해하던 중 풍랑을 만나 죽을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남아 온갖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모티프는 해양민족에서 흔히 경험할 만한 것이다. 특히 해양민족의 경우 이 두 모티프는 쉽게 하나로 결합된다.


[걸리버 여행기]도 같은 모티브. 특히 구사일생으로 혼자 살아남았다는 모티브가 잘 나타나는 것이 [모비딕]이다.

살아남은 결정적인 이유는 관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관 속에 있었다는 것이 상징적인데 나중에 강의할 때 자세히 설명할 예정.


 [오뒷세이아]나 [일리아스]의 작법은 하나 밖에 없다.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 사건의 한 가운데로. 작 중 사건에 바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항연 처음 시작 부분인 -- 172a 나는 자네들이 묻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꽤 되어 있다고 생각하네 도 같은 방식

[일리아스]에서 다루는 사건은 9년 동안 일어난 것인데 처음부터 끝가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 며칠동안 일어난 일을 가지고 압축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9년동안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차곡차곡 말하면 역사. In medias res로 설명하면 문학. 이 두개를 합해서 뻘소리를 하면 철학.


[오뒷세이아] 차례를 보자. [오뒷세이아]은 총 24권으로 되어 있고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눈다.  1-4 / 5-12 / 13-24

1-4 / 5-12 는 한 개로 묶어 볼 수 있는데 12권까지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10년이고 13-24가 단 며칠동안 일어난 이야기. 굉장히 언발라스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만큼 며칠동안 일어난 일이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텍스트의 분량도 텍스트를 읽는데 체크해봐야 한다. 스토리만을 따라가지 말고  구조를 봐야하는데 구조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분량이다.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 관한 얘기가 1-4이다. 오뒷세우스의 모험은 그에 비해 중요하지 않는 판타스틱한 이야기이며 오히려 중요한 건 아들 이야기이다.

1-4는 텔레마코스가 자신이 과연 오뒷세우스의 아들일까 하는 걱정하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로 오뒷세우스 아들임을 확인하려는 이야기. 그런데 13-24는 오뒷세우스가 이타케 고향에 도착해서 본인이 오뒷세우스 임을 확인받는 이야기이다. 1-4 하고 13-24가 상응된다. 거울이미지 구조이다.


[오뒷세이아] 내용을 보자. 다음 시간부터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125 제5권 215-219 "존경하는 여신이여, 그 때문이라면 회내지 마시오. 사려깊은 페넬로페가 생김새와 키에서 마주보기에 그대만 못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녀는 필멸하는데 그대는 늙지도 죽지도 않으시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아주 중요한 문장이다. 여기서부터 오뒷세우스의 leidenschaft가 시작되는 것. 인간으로 살겠다는 열정이 여기에 나오는데 이때부터 오뒷세이아가 시작된다. 여기가 진정한 출발점이며,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은 결국 '나란 나라는 것'. 


505 23권 248 "여보!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만 하오"

아직 끝난게 아니다, 즉 또 다른 오뒷세이아의 시작.


144 6권 180-185 "신들께서 당신이 마음으로 바라는 바를 다 베풀어주시기를. 남편과 집을 그리고 같은 마음도 함께 있도록 해주시기를. 그 좋은 것, 그것보다 더 강력하고 훌륭한 것은 더 없을 터이니, 남편과 아내 둘이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집을 지킬 때면 적들에게는 큰 괴로움이고 친구들에게는 즐거움이 됩니다. 그때 큰 명성은 오로지 그들 자신이 누리는(ekluon) 법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인문학 공부라는 것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정체성은 인문학이 같은 마음으로 규정지어 진다. 그것을 서로 가지고 있는 한은 그 어떤 명성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결국에는 오뒷세우스처럼 여행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대의 목표,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입니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무엇 입니다라는 것. 그 정체성에 누군가가 동조해서 함께 가지게되면 누가 뭐라한다해도 그것에 대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 된다. 외뒷세우스는 바로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길을 걸어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