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4 군주론 3
- 강의노트/인문고전강의 2013
- 2016. 8. 17.
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박상섭 옮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0620 18강-2 군주론(1)
20130627 19강 군주론(2)
20130704 20강 군주론(3)
20130711 21강 군주론(4)
A. N. 윌슨, 《사랑에 빠진 단테》
아이자크 도이처, 《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아이자크 도이처, 《비무장의 예언자 트로츠키》
아이자크 도이처, 《추방된 예언자 트로츠키》
20130704 20강 군주론(3)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우리가 삼국시대 김유신을 얘기할 때 한국 사람이다라고 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시대는 통일 이탈리아라고 하는 나라가 없었고 이탈리아에 대한 정체성도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에 대해 얘기할 때는 피렌체 사람이다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단테도 역시 마찬가지. 고전 텍스트를 읽을 때 역사적인 맥락을 전혀 알지 못하면 어이없게 읽는 것. 현재의 상황을 고전텍스트에 투사시켜서 읽게 되면 곤란하다. 항상 당대의 상황에 시간과 공간을 집어넣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냥 읽다가 끝나는 것.
헌정사는 문장이 7개로 이어져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읽겠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는 cognizion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서구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식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1400년대 피렌체에서 왜 cognizione가 중요한가. 1400년 대 한국은 왕이 한자 연습을 했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 지식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판타지였고, 중세시대 왕은 칼잡이였다. 지금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은 권력과 지식이 결합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그래서 마키아벨리를 근대 사상가로 집어넣는 것이다. 근대라고 하는 것을 규정할 때 지식이 통치자에게 중요한 무기가 되는 시대가 근대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송나라와 조선이라는 나라 역시 근대화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성리학을 신유가라고 말하는데 본격적으로 지식인들이 국가권력에 개입하고 이것을 통해 지방에서 자기세력을 잡으려고 했던 것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대가 중국 송나라 시대이다. 지방의 세력을 잡고있던 지방귀족세력들이 자기들을 사士라고 했고 이 사가 향리지방에 세력을 잡고 유가의 도덕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군주가 왜 새삼스럽게 cognizione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냐면 피렌체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군주 노릇을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가장 방해가 되는 사람이 교황이었다. 교황은 두 가지 권력을 가지고 있다. 저 세상에 대한 천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사람은 성호금지를 통해서 권력을 지닌다. 교황의 Imperium은 종교적인 것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왕에게도 미친다. 이게 교항이 가진 절대권. 그리고 이 힘은 Imperium의 원천은 신. 그게 하나의 권력이고 두 번째가 중세시대에 있어 공부하는 사람들은 수도원에 있는 사람들. 대표적인 사람이 단테 시대의 보나파키우스 8세. 교황 권력은 쟁취하는 것으로 세습이 안 된다. 교황이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군주가 가진 cognizione와 교황이 가진 cognizione는 그 종류가 다르겠다. 여기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어떤 종류의 cognizione를 가져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의 정세와 관련된 오랜 경험과 고대 역사에 대한 공부', 군주의 cognizione는 역사 공부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군주론》 본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로마사 논고》에 나온다. 그래서 두 개가 보완되는 것. 《군주론》 본문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 것이지만 헌정사에는 cognizione가 나오기 때문에 헌정사와 《로마사 논고》가 연결된다. 헌정사에 숨어있는 아이디어가 있기 때문에 문장이 7개 밖에 되지 않지만 본문하고 1:1 대응되고 있는 것.
@ 또한 저같이 낮고 미천한 사람이 군주들의 통치 문제를 감히 토론하고 평가하는 일이 건방지다고 여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낮고 미천한 사람'이라고 번역할 때 원문에 있는 stato가 번역이 안되어있다. stato라는 말을 뚜렷하게 이해하고 가야한다. stato는 사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 처지와 국가state라는 뜻이다. 마키아벨리 시대는 stato라는 단어가 압도적으로 '처지'를 가리켰다. 《군주론》 1장 첫머리에만 stato가 국가라는 뜻으로 쓰였고, 나머지는 처지/지위 status의 뜻으로 쓰였다. 마키아벨리는 자신과 같이 낮고 미천한 사람이 군주들의 통치 문제를 감히 토론하고 평가하는 일이 건방지다고 여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자신이 군주의 처지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
@ 왜냐하면 경관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사람이 산이나 다른 높은 장소의 성격을 알기 위해 평원으로 내려가고, 낮은 곳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 산으로 높이 올라가는 것처럼,
내가 낮고 비천함에도 군주의 통치 문제를 얘기하는데 왜냐하면. '왜냐하면'이 중요하다. 내가 바로 군주의 통치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통치 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
@ 백성의 성격을 잘 알기 위해서는 군주가 되어 볼 필요가 있고 군주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백성이 되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백성의 성격과 군주의 성격. 여기서 백성의 경은 natura de’ populi인데 populi는 popolo에서 나온 말. popolo는 '대중'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대중은 20세기 이후의 사람들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므로, '인민'도 좋고 사실은 '시민'이 가장 적당한 말. 근대 시민의 기원이 되는 사람들이 popolo. 여기서 백성이 아닌 인민은 너무 범위가 너무 넓다. 시민이라는 단어가 잘 선택된 번역어. 시민은 기본적으로 상업자본주의시대의 시민들을 가리킨다. 그냥 절대왕정 시대의 군주의 신하가 아니다.
중세 피렌체라고 하는데는 교황이 힘을 쓴 곳. 이 지역에서 섬유·직물업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원래 다스리던 귀족들하고 섬유·직물 상인들이 점차 세력을 얻어서 대립을 하게 된다. 귀족득도 status가 만만치 않아서 뭔가 status가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만든 것이 길드. 상인 길드 연합체가 생긴다. 여기에 규모가 큰 길드들을 이끌어가는 가문이 메디치 가문이었다. 헌정사에서 '전하'라고 했는데 사실 귀족이 아니라 popolo 출신. 민중, 대중도 아닌 귀족들과 대립하면서 세력을 키워온 말 그대로 근대 시민의 맹아적인 형태를 띤 사람들. 이 사람들은 처음부터 길드라는 것을 통해서 자기네 계급적인 이해를 결집시켜왔다. 그러면 여기서 마키아벨리가 '백성의 성격을'이라 할 때 백성이라는 말에 대해서 왕의 신하인 예속민들을 생각하면 안되다. 피렌체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 전하, 이 작은 선물을 제가 드리고자 하는 뜻을 헤아리시어 부디 받아 주십시오. 만일 이 책을 부지런히 읽고 숙고하신다면 행운과 전하의 다른 자질이 약속해 주는 위대함에 전하께서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제 간절한 소원을 전하께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읽고 숙고하신다면", 즉, 간직하라는 것. "뜻을 헤아리시어" 여기서 뜻은 animo인데 이 단어는 희랍어 anima, 영어로 soul을 뜻한다. 그런데 anima에서 나오기는 했으나 animo는 희랍어로 튀모스 thymos, 정확하게는 '공격성'이라고 옮기는 게 좋다.
플라톤에서 보면 지혜와 요기와 절제를 덕(올바름)이다라고 하는데 용기가 있고 이 용기를 지혜가 잘 이끌어야 한다. 어디다 쓰느냐 즉 의사가 쓰면 환자를 살리고, 강도가 쓰면 죽이는 것, 이때 용기가 칼이다. 지혜가 용기와 절제를 잘 이끌어서 조화의 단계로 가면 올바른 것이 된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animo를 헤아리라고 했는데 '강한 힘'을 말하는 것. 이때 animo는 마키아벨리가 주는것이 아니라 군주가 있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게 일반적으로 《군주론》이 주장하는 바라고 여겨져 온 것. 약의 교사로서 마키아벨리. 군주는 일단 잔인해야 한다는 것. 앞에서 cognizione를 가지고 animo를 이끌어 가는 것. 헌정사에 드리는 것이 사실은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cognizione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animo까지 간직하면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간직하면 가진 자에게나 행복 fortuna가 깃든다고 말하는 것이다. fortuna가 본문에 계속 나오는데 fortuna는 여신이다
129 나는 격렬함이 신중함보다 낫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운은 여자이고 따라서 그녀를 당신의 통제하에 두고자 한다면 때려서라도 억지로 붙잡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차갑게 행동하는 사람보다 격렬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더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일이다. 행운의 여신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고로 항상 젊은이의 친구이다.
fortuna는 어떠한 사람에게 따르는가. animo를 갖춘 상태에서 cognizione를 가진 자. 본문으로 들어가면 개인이 아니라 나라에게는 무력을 가진 자, 즉 무장한 예언자를 말한다. 무장한 예언자는 cognizione 와 animo를 갖춘 자를 말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진정한 군주는 무장한 예언자. 무장이라는 것은 Gewalt. 예언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자. 역사적 통찰이 있어야 가능한 것. 그 예언을 실현할 수 있는 위력이 있어야 하는 것. 무장한 예언자. 헌정사 안에 사실은 《군주론》 내용 전체가 들어가 있다.
@ 그리고 만일 전하께서 높은 곳의 정점에서 어쩌다가 이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시면 제가 그동안 부당하게도 대단히 크고 지속적인 악운에 시달려 왔음을 아시게 되실 것입니다
가벼운 신세한탄으로 볼 수 있는 없다. 여기서 '악운'은 다양한 해석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깔끔하게 앞뒤를 설명하는 부분은 없다.
이제 1장을 보자.
1장 군주국의 종류와 그 획득 방식에 대하여
4 모든 국가(stato), 즉 주민에 대한 명령권(imperio)을 가져왔거나 갖고 있는 [영토적] 지배조직(dominio)은 공화국이거나 군주국이다.
국가와 지배조직을 동격으로 보느냐 아닌가에 따른 많은 논의가 있고 해석이 분분하다. 마키아벨리가 stato 단어를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state 개념으로 쓰고 있는 딱 한번. 나머지는 처지의 뜻으로 쓰인다. stato라고 하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state개념이 등장하는 오래된 문헌이다. 그런데 악을 가리치는 교사라고 보다는 근대 정치체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 국가는 주민이 있어야 하고, 주민에 대한 명령권이 있어야 한다는 말. 주민이 있다 라고 하는 것 안에 영토가 함축되어 있는 것. 막스베버로 가면 명령이라고 하는 것은 주권으로 번역된다. 그래서 주권, 주민, 영토 이 세가지가 국가의 구성요소. 세가지를 가지고 있으면 stato가 된다는 것.
이 세가지를 기본으로 해서 국가라고 하는 시스템을 인정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 된 것이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이다. 그래서 30년 전쟁이 중요한 것.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도 국제정치학적인 정치사상의 맥락에서 보면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잇다.
다시 차례를 보자.
01-11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군주국을 말하고 있다. 이중 6장 자신의 군대와 비르투로 획득한 새로운 군주국에 대하여. 6장이 중요하다
12-14장은 군대에 대한 부분 13장이 외국 원군, 혼성군 및 자국군에 대하여
15-23장이 군주가 어떻게 사람을 잘 다스릴 수 있겠는가. 19장이 경멸과 증오의 회피에 대하여
24-26장. 이탈리아 현실에 관한 분석. 특히 25장이 인간사에서 운은 얼마나 강력하고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가
먼저 6장을 보자.
30 여기에서 모든 무장한 예언가들은 승리했고 무장하지 않은 예언가들은 멸망했다는 점이 나타나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cognizione 와 animo를 결합하면 무장한 예언가.
아이자크 도이처가 쓴 트로츠키평전 1부가 바로 무장한 예언가이다. 또한 이탈리아가 낳은 마르크스주의자 그람시의 《새로운 군주》는 마키아벨리를 보고 쓴 것. 이탈리아 공산당은 무엇을 해야 하냐 무력과 설득력. 역사적 특정시기의 헤게모니를 쥐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그냥 마키아벨리리즘이라고 하는 정치학적인 맥락들을 무시할 수 없다. 설득력. 헤게모니. 그람시의 헤게모니도. 《군주론》을 철저하게 읽어야만 잘 분석해야만 마르크스주의의 성공과 실패도 분명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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