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강의 | 08 파놉티콘 1


파놉티콘 : 제러미 벤담 - 10점
제러미 벤담 지음, 신건수 옮김/책세상


강유원, '인문고전강의' 

일시: 2013년 2월7일 – 12월 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 – 9시30분(총 40주)

장소: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 강의 목차

20131017 32강 파놉티콘(1)

20131024 33강 파놉티콘(2)



존 S. 메이저, 《평생독서계획》

프란시스코 바렐라, 《윤리적 노하우》



20131017 32강 파놉티콘(1)

modus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modus vivendi, 즉 삶의 방식. 여기서 modus는 굉장히 상 위에 있는 카테고리. 신석기 농업혁명 때문에 modus vivendi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인류의 역사 속에서 불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modus vivendi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modus라는 말이 가진 정확한 용어를 생각하면 된다. 지금 당장 우리 눈 앞에 놓여있다고 해서 커보인다고 해서 modus 차원의 변화까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벤담이라는 사람은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에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modus 차원의 변화가 산업혁명인데 그 산업혁명 위에 있는 사람이다.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책이 《파놉티콘》이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책. 열광할만한 책이다. 왜 중요한가. 《파놉티콘》는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보는 관점 자체가 근원적으로 바뀌었다. 테크놀로지와 인간간의 상호 작용. 그런 차원에서의 변화를 보여주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파놉티콘》을 읽을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근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추출해 내야하고, 그러한 근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기술 상의 변형을 봐야 한다. 단순한 전이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는 용어가 변형. transformation 이다


[들어가는 말]

7 우리는 우리 시대의 삶에 익숙해 있다.


이게 첫 문장이 과연 벤담의 《파놉티콘》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합당한가. 아니다. 첫 번째 문장이 《파놉티콘》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문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글을 계속 읽어간다. 글 못쓰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해제]

71 파놉티콘은 아마도 건축 분야 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건축 계획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게 해제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에서 "아닐까 싶다"고 쓴다. 그 다음 문단을 보자,


71 파놉티콘은 감옥 건축 계획이다.


이게 사실 첫 문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이렇게 써야 한다. 두번째 문장은 잘 써졌다. 한번씩 베껴서 써볼 것.


71 파놉티콘은 감옥 건축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벽한 감시를 통해 수감자를 교정하려는 목적만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 파놉티콘은 벤담이 일생 동안 연구하고 생각해 온 것, 즉 법률이나 구호 제도, 경찰 체계, 특히 교육과 노동, 경제 제도를 현실에서 구체화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이다. 벤담은 파놉티콘을 통해서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아가 그는 당대 사회를 완벽한 합리성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로 재배열하여, 마치 만유인력으로 우주를 재구성한 뉴턴처럼 자신의 신념에 따른 새로운 우주를 꿈꿨다.


벤담은 "감옥 건축 계획"이라는 씨앗에서 시작해서 "표준모델"이라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다시 "모든 사회 문제"라고 범위가 더 넓어진 후 "완벽한 합리성"아른 추상화에 들어가고, 마지막에는 "새로운 우주"로 끝났다. 출발을 보면 겉으로는 감옥 건축 계획으로 보이는데 사실은 여기에 놓여있는 원리는 합리성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가 밑바닥에 놓여있다는 것. 그런데 그것은 과학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기도 하다. 합리성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자본주의와 자연과학에 다 관철되어 있다. 벤담은 자연과학의 원리, 사회구성의 원리로서의 자본주의 모두 같은 원리로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합리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복리주의'가 되겠다. 여기서 합리성은 곧 공리주의를 말한다.


71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이 세계를 구체화하는 장치이자 사회 곳곳에 설치하게 될 기본 장치인 파놉티콘을 위해 벤담은 자신의 재산과 한창 때의 20년 이상을 희생했다.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라는 말은 합리성에 공리주의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벤담은 공리주의의 원리, 곧 합리성, 또는 계산가능성에 근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사태를 판단할 때 이렇게 한다.


이제 19페이지를 보자. 《파놉티콘》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짧은 글 안에 아주 함축적으로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잘 담고 있기 때문에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꼭 여러 차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이런 글을 볼 필요가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얼마나 구조적으로 잘 짜느냐에 있다.



[파놉티콘―감시 시설, 특히 감옥에 대한 새로운 원리에 관한 논문]

19 만일 다수의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 수 있도록 그들을 에워쌀 수 있는, 그들의 행동과 [인적] 관계, 생활환경 전체를 확인하고 그 어느 것도 우리의 감시에서 벗어나거나 의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가 여러 주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유용하고 효력 있는 도구임에 틀림없다.


한 문장이다. 긴 문장이 나쁜 문장은 아니다. 첫 번째 "있는"에서 두 번째 "있는" 그리고 세 번째 "있는"으로 범위가 점점 촘촘해진다. "유용하고 효력 있는 도구"를 묶어서 말해보면 어떤 수단이 있는데 수단을 사용하면 '파악'하여 '이끌고', '어긋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


order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주문, 명령, 질서 세가지 뜻이 있다. 밑으로 갈수록 내재화되면서 힘은 강력해 진다. 벤담이 의도하는 것은 외면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이끌고 규율하면서도 동시에 되풀이 되어서 내면 속에 집어넣는 것. 물론 이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벤담은 도구를 이용한다는 것에 특징이 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인간사회에서 아주 오랫동안 되어왔다면 벤담은 사회제도로 만들기 위해서 아주 강력한 과학적 도구를 집어넣고 작동시키는 것이며, 이윤 동기를 붙이는 것이다.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라는 책이 있다. 한 번 읽어볼 것.


order가 가진 주문, 명령, 질서의 아이디어에다가 벤담은 강력한 도구인 사회적 제도까지를 포함하여 덧붙이고, 트리거로서 이윤동기를 부여하여 《파놉티콘》을 만들어 내는 것.  페이지를 넘겨보면 


20 중요성, 다양성, 어려움, 이것이 바로 이 원리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감옥에] 우선권이 있는 이유다. 같은 원리를 연속적으로 다른 시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가 요구한 까다로운 주의사항 중 몇 개만 없애면 될 것이다.


감옥에 우선권이 있는데 연속적으로 다른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즉 감옥이 가장 사태가 복잡한 곳이니까 감옥에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는 뜻이다. 그래서 벤담이 감옥을 잘 개혁하면 될 것으로 보았다.


20 감옥을 완전하게 개혁한다는 것은 죄수들이 바른 행동을 하도록 교화를 보장하고, 신체적·정신적 타락으로 오염된 건강과 청결, 질서, 근면을 확고하게 하며, 비용을 감소시키면서도 공공의 안전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바른 행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교화를 한다는 것은 교화자와 피교화자인 죄수들을 상대로 일어나는 것. 외부에 나타나는 행동이면서 두 사람이 하는 것. 그 단계를 넘어가면 건강을 스스로 챙길 것이고, 질서와 근면이라는 것은 죄수의 내면을 말한다. 점점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얘기. 그리고 공공의 안정이라는 사회적인 영역으로 넘어갔다. 문장 하나에 들어있는 차원이 3개이다. 교화자와 죄수의 관계, 죄수의 내면에 걸쳐있는 것. 사회공공영역. 이걸 묶어서 한 문장으로 썼다. 굉장히 탁월한 사람이다.


20 그리고 간단한 건축 아이디어로 이 모든 것을 이루려는 것이 바로 이 글의 목적이다.


이 모든 것은 앞서 말한 세 개의 차원을 말한다. 그 다음 문단을 보면 감옥이 어떠하고 그 동안 어떻게 이루어져왔는가를 설명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21페이를 보면 


21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어떻게 새로운 질서를 세우면서 타락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가?


문제 상황을 나열한 다음 질문이 두 개가 있다. 이 질문 두 개가 problem이다. question은 문제상황을 가리킬 때 쓰고 이 문제 상황을 집약한 하나의 질문이 problem이다.  문제상황을 나열한 후 이 모든 것을 집약한 추상적 질문을 통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벤담의 글쓰기 방식. "새로운 질서"라는 것은 앞에 기나긴 문제상황을 집약하는 것으로 이렇게 problem을 해놓고 나서 solution을 적은 것. question-problem-solution 을 염두할 것.


21 감독inspection: 여기, 질서를 세우고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원리로서 새로운 감시 방식이 있다. 이것은 감각보다는 상상을 자극하며 그 감시 테두리 안에서 항상 어디서든지 존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에게 수백 명의 사람을 맡긴다.


상상이라는 것이 인간의 정신 내면을 파고들다. 벤담이 의도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내면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고, 효율의 극대화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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