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8 포크를 생각하다 2


포크를 생각하다 - 10점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까치


책읽기 20분 | 포크를 생각하다 [ 원문보기]

서론

- 부엌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 개입되는 것들: 디자인, 응용공학, 사회경제적 요소들,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 이러한 것들이 종합되어 무의식적으로 지속되면 문명의 일부로 정착된다 —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 부엌 도구를 만드는 기술은 과학보다 오래되었다: “기술은 과학적 사고의 응용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기술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다.”


- 부엌 도구들의 발전과 개량의 역사는 음식을 먹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 요리 기술의 중요성은 부엌 도구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 “기술은 가능한 것들로 구현된 예술이다.” 다시 말해서 현실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도구만 살아남는다. “도구는 진화하는 사회적 맥락에 발맞추어 변화한다.” — 도구는 사회적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





포크를 생각하다》를 읽고 있다. 오늘은 서론을 촘촘하게 읽겠다. 이런 책들은 안에 온갖 종류의 정보들이 들어있다. 서론을 촘촘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을 샀는데 읽을 틈이 없다 하면 서론만이라도 꼼꼼하게 읽고 정리해두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다.


서론 처음에 나무 숟가락을 거론하는데 나무 숟가락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널리 쓰이는 요리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도구들도 곰곰이 들여다보면 온갖 종류의 요소들이 그 안에 개입되어 있다. 그래서 저자도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는 디자인과 응용공학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소들을 아우르는 수많은 결정이 투입되었고, 그런 요소들은 이후 우리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설계이다. 디자인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로 통용되어 쓰이지만 사실은 설계이다. 설계라는 것만큼 복잡한 말이 없다. 설계라는 것도 이미 여러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설계를 해서 그것을 구체적인 실물로 최소한 시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사회경제적인 요소들이 사소해 보이는 물건에도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우리에게는 나무 숟가락이라는 것이 가장 흔한 도구일지는 몰라도 나무가 없는 극지방에서는 만들 수 없다. 극지방에서는 아예 설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경제적인 요소라는 것이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설계와 응용공학, 사회경제적 요소들은 우리가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나무 숟가락이라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그리 세련된 물건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무 숟가락만한 것이 또 없다. 10페이지를 보면 "나무는 마모시키는 성질이 없어서 팬에 부드럽게 닿는다. 때문에 금속 표면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박박 긁어도 된다. 나무는 반응성이 없기 때문에 음식에 금속 맛이 남을까 걱정할 필요도, 산성 시트러스나 토마토와 닿았을 때 숟가락 표면이 변질될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열전도율이 낮아서 손이 델 걱정도 없다. 무서운 흉기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고 편안한 물건이다 보니 나무 숟가락을 사용하는 이유가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문명의 일부가 된다고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무의식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문명의 일부가 된다. 우리의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도구들은 사실은 사라지게 된다. 좋아보여도 편리하다고 하는 것, 무의식이라고 하는 것 안에 들어가게 된다.


9 그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는 디자인과 응용공학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소들을 아우르는 수많은 결정이 투입되었고, 그런 요소들은 이후 우리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10 나무는 마모시키는 성질이 없어서 팬에 부드럽게 닿는다. 때문에 금속 표면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없이 박박 긁어도 된다. 나무는 반응성이 없기 때문에 음식에 금속 맛이 남을까 걱정할 필요도, 산성 시트러스나 토마토와 닿았을 때 숟가락 표면이 변질될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요리할 때 참으로 많은 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떤 재료는 튀기고 어떤 재료는 끓이고, 이런 행동들이 우리가 늘 그래왔듯 해온 것이 문명의 요소들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문명의 요소로 자리잡은 것들은 그리 간단하게 생각하기 어렵다. 너무나 당연해서 이것에 문명이 개입되었을까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당연한 것들이 문명의 요소라고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부엌 도구들에서 "1913년에 셰필드 출신의 해리 브리얼리가 스테인리스스틸을 발명한 것은 총신을 개량하기 위해서였지만, 뜻밖에도 그는 세상의 식기를 개량"했고, "전자레인지를 만든 미국인 퍼시 스펜서는 원래 해군의 레이더를 연구했지만, 어쩌다 보니 새로운 요리법을 탄생시켰다." 많은 요리들은 전자레인지가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하고 있는 말 중에 중요한 말은 "기술은 과학적 사고의 응용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기술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것과 기술이라는 것을 거의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날에는 과학이 먼저이고, 과학에서 원리를 착안하면 기술을 구현한다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기술은 일상적 것이다. 그러다보니 발명가들도 예전에는 과학자가 아니었다. 이런 발명가들이 사실은 기술자인 것. 기술이 근원적이다 보니 현실에서 사용되지 않는 것들은 소멸된다.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어서 해명되고,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


10 우리가 나무 숟가락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11 우리는 요리할 때 참으로 많은 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12 1913년에 셰필드 출신의 해리 브리얼리가 스테인리스스틸을 발명한 것은 총신을 개량하기 위해서였지만, 뜻밖에도 그는 세상의 식기를 개량했다. 전자레인지를 만든 미국인 퍼시 스펜서는 원래 해군의 레이더를 연구했지만, 어쩌다 보니 새로운 요리법을 탄생시켰다.


12 기술은 과학적 사고의 응용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기술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다.


이런 부엌 도구를 만드는 기술은 음식과 음식을 만들고 먹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음식이야말로 인류의 보편조건이다. 저자의 아침식사는 커피, 토스트, 버터, 마멀레이드로 구성된다고 한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도 도구에 따라 변화해왔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1810년에 살았으니 물에 커피를 풀어 20분 끓인 뒤 아이징글라스에 여과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1990년대에는 프렌치 프레스를 썼는데 지금 21세기의 커피는 그라인더로 원두를 곱게 간 뒤, 다양한 도구들을 써서 플랫화이트를 만든다. 그 다음에 버터와 같은 것들도 오렌지쥬스도 마찬가지이다. 오렌지쥬스를 사다먹으면 쓴맛이 있는데 사실은 1970년대에 쓴 맛을 줄이는 리모닌 성분을 줄이는 기법을 개발하여 '쓴맛 제거' 특허를 4개나 받았던 여성 발명가 린다 브루스터가 있었다고 한다. 음식이라고 하는 것도 부엌 도구에 따라 달리 먹을 수 있고, 또 부엌 도구만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도 다르게 먹을 수 있다. 냄비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 1만년 전에는 냄비가 없었는데 이때는 끓여먹을 수가 없다. 치아가 몽땅 빠진 사람은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죽는 것. 씹기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런데 "토기가 발명되자, 선조들은 죽이나 수프처럼 씹지 않고 마셔도 될 만큼 걸쭉한 혼합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이가 하나도 없는 성인의 유골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가 하나도 없어도 더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냄비의 발명 때문이다. 이게 바로 사회경제적인 요소들이다. 여기에 보면 "한국 사람들은 돌솥이라는 뜨거운 돌냄비에 비빔밥을 담는다. 비빔밥은 밥과 잘게 썬 채소와 날달걀이나 달걀 프라이를 섞어 먹는 음식으로, 돌솥의 지글거리는 열 때문에 바닥에 깔린 밥이 바삭바삭 눌어붙는다." 이런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돌솥이라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중국의 웍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원래 땔감이 부족해서 생긴 방식이었다고 한다.


13 이 책은 부엌 도구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 음식을 먹는 방식, 음식에 대한 감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음식은 인류의 보편조건이다.


15 약 1만 년 전 냄비가 없었던 시절의 유골을 보면, 치아가 몽땅 빠진 사람이 성인기까지 살아 남은 예가 하나도 없었다. 씹기가 필수불가결한 기술이었다. 씹지 못하면 굶었다. 토기가 발명되자, 선조들은 죽이나 수프처럼 씹지 않고 마셔도 될 만큼 걸쭉한 혼합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이가 하나도 없는 성인의 유골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6 한국 사람들은 돌솥이라는 뜨거운 돌냄비에 비빔밥을 담는다. 비빔밥은 밥과 잘게 썬 채소와 날달걀이나 달걀 프라이를 섞어 먹는 음식으로, 돌솥의 지글거리는 열 때문에 바닥에 깔린 밥이 바삭바삭 눌어붙는다.


부엌 도구의 역사와 음식의 역사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는가를 덧붙이면 3박자가 마무리된다. 칼로리가 같더라도 어떻게 조리해서 먹느냐에 따라서 몸이 취하는 칼로리가 달라진다. "비단뱀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도 결과가 같았다. 덜 가공되어 더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은 소화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몸이 취하는 칼로리가 적어진다." 다시 말해서 "명시된 칼로리는 같더라도 익힌 사과 퓨레를 먹으면 아삭한 사과를 생으로 먹을 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칼로리라는 조악한 단위(영양학자 앳워터의 제안에 따라 19세기 말에 협의된 체계)로 영양 정보를 보여주는 식품 성분표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 사례는 요리 기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 음식의 질감이 체중 증가에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 결과였다. 비단뱀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도 결과가 같았다. 덜 가공되어 더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은 소화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몸이 취하는 칼로리가 적어진다. 명시된 칼로리는 같더라도 익힌 사과 퓨레를 먹으면 아삭한 사과를 생으로 먹을 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는 것이다.


20 킬로리라는 조악한 단위(영양학자 앳워터의 제안에 따라 19세기 말에 협의된 체계)로 영양 정보를 보여주는 식품 성분표는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 사례는 요리 기술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가지 또 재미있는 것은 요리사 얘기이다. "17세기까지 부잣집의 전문 요리사는 거의 예외 없이 남자였고, 그들은 찜통 같은 열기 때문에 홀딱 벗거나 속옷만 입은 채 일했다." 왜 그러는가. 일단 덥다. 여자는 긴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치마가 문제가 되지 않은 유제품실이나 식기실에서만 일했다." 다시 말해서 실내에 피운 취사용 불 때문에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에서 매년 150만 명이 질식사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과거 수백 년 동안 노출된 화덕은 제일가는 사망 원인이었다. 특히 여자들이 위험했다. 풍성한 치맛자락과 끌리는 소맷자락, 그리고 가마솥이 부글거리는 노출된 불꽃이라는 위태로운 조합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현대의 조리 기구들이 발명되면서 불의 위험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도구들은 사회적 맥락에 발맞추어서 변한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21 17세기까지 부잣집의 전문 요리사는 거의 예외 없이 남자였고, 그들은 찜통 같은 열기 때문에 홀딱 벗거나 속옷만 입은 채 일했다. 여자는 치마가 문제가 되지 않는 치마가 문제가 되지 않은 유제품실이나 식기실에서만 일했다.


21 실내에 피운 취사용 불 때문에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에서 매년 150만 명이 질식사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과거 수백 년 동안 노출된 화덕은 제일가는 사망 원인이었다. 특히 여자들이 위험했다. 풍성한 치맛자락과 끌리는 소맷자락, 그리고 가마솥이 부글거리는 노출된 불꽃이라는 위태로운 조합 때문이었다.


서론은 도구가 어떻게 우리 문명 속으로 스며들어서 우리 자신들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지속되는가. 그리고 이런 도구들로 인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떻게 바뀌는가. 음식을 만드는 기술 또한 어떻게 바뀌는가. 부엌 도구의 기술과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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