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1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10점
사울 D. 알린스키 지음, 박순성.박지우 옮김/아르케


책읽기 20분 | 0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1 [ 원문보기]

사울 D. 알린스키(지음),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입문서>> , 아르케, 2016.


원제: Rules for Radicals: A Pragmatic Primer for Realistic Radicals (1971)


서문

민주정의 구성원들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제1원리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 중 일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공동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데 있다.”


행동주의적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근본적인 원칙들

–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부터 시작해 나간다…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체제 내부에서 일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 “의사소통은 청중의 경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의 가치관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 “정치적 혁명이 대중적 개혁이라는 지지 기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정치에서는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 “강력한 조직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지루하지만, 그것이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지난 주까지는 《복지국가의 정치학》를 읽었다. 유럽의 상황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사실 사회과학 책들은 통계 데이터라든가 이런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또는 출간된 지 조금 된 책들은 읽을 때 낡은 느낌이 있다. 실제로 낡은 점도 있다. 밀라노비치가 쓴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을 보면 《복지국가의 정치학》의 내용이 달라진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 책에 따르면 유럽은 인종적으로 균질하기 때문에 복지정책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는데, 밀라노비치의 책만 봐도 벌서 유럽에서 극우파 정당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을 통계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복지국가의 정치학》에서 나오는 얘기들도 원리적인 얘기만 취해야지 세세하게 오늘날 한국에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느낌을 준다.


이번 주부터 읽을 책 역시 사회과학 책인데, 이건 그런 느낌이 적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이다. 사울 알린스키의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현실 속에서 그것을 하나 하나 지리하고도 지리한 과정을 거쳐서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거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책이다. 


이 책이 많이 인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본래 나오기로는 1971년에 나왔고, 저자는 1972년에 사망했다. 한국에서 번역된 것은 2016년이다. 굉장히 오랜 후에 번역이 된 셈이다. 그래서 낡아도 이런 책이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낡은 책을 왜 읽는가. 여전히 볼만한 원리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자 한다. 저자인 사울 알린스키는 1909년 사람이니 지금부터 100년도 더 전 사람이다. 시카고 빈민가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한 때 오바마가 시카고 사람이다. 2016년 무렵에 이 책이 소개될 때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으로 소개되었다. 


사울 알린스키는 시카고에서 빈민대중운동을 시작했고, 1909년이기 때문에 살아온 시기가 대공항시대, 또 1950년 후반 미국 민권운동, 6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리고 60년대 말부터는 중산층 운동을 해왔다. 이 책 앞부분을 보면 추천사가 있는데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다. 추천사까지 책읽기20분에서 설명하는 것은 저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되어서 이 부분은 넘어간다. 오늘은 서문을 보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본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그리고 본인도 공감하고 있듯이 우리의 삶은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자유롭고 행복으로 가게 하는 것으로, 현재로서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체제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는 왕정과는 달리 말그대로 주권재민이기 때문에 주권자인 인민이 끊임없이 돌보고 보살피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가진 최대의 취약점이다. 35페이지를 보면 "인민은 민주주의적 이상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 중 일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공동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다. 


35 인민은 민주주의적 이상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 중 일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모든 사람이 공동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공동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제1원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 중 일부를 희생해야 한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존 로크식의 자유주의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일부를 희생해서 모든 사람이 공동 이익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이익이 전부다, 조금이라도 나의 이익을 건드리면 안된다 라고 말을 하면 민주주의는 유지되지 않는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은 날마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관심을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귀족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또는 독재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만들고, 익명 속에 빠져들게 하고 비인간화로 몰아넣는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점차 공권력에 의지하고, 경직화라는 상태가 시작된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하게 되면 무관심이 악화된다. 그래서 저자는 "내부의 적은 언제나 존재한다. 바로 이 내부의 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우 유해한 무기력증이며, 이는 우리의 삶과 미래를 그 어떤 핵무기보다도 더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이끌 자신의 힘에 대한 믿음의 소멸보다 더 암물하고 파괴적인 비극은 있을 수 없다."  이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무서운 힘이다. 


36 시민은 무관심에서부터 익명화로 그리고 비인간화로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 결과, 시민은 공권력에 의지하게 되며, 시민사회의 경직화라는 상태가 시작된다.


36 내부의 적은 언제나 존재한다. 바로 이 내부의 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우 유해한 무기력증이며, 이는 우리의 삶과 미래를 그 어떤 핵무기보다도 더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이끌 자신의 힘에 대한 믿음의 소멸보다 더 암물하고 파괴적인 비극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사울 알린스키는 그것의 대안으로 무엇을 내놓는가. 민주정이라고 하는 것은 공동 이익을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고, 그것을 예외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며 그것을 하려면 행동주의적 참여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저자는 '젊은 급진주의자'라고 부른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정치활동과 관련해서 상황이나 시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몇가지 중심개념을 먼저 파악하고, 구체적으로는 의사소통의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즉, "의사소통은 청중의 경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의 가치관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27 인간 사회의 정치 활동과 관련해서는 상황이나 시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몇 가지 중심 개념들이 존재한다.

 

27 의사소통은 청중의 경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타인의 가치관을 온전히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만 있었어도, 미국 국기에 대한 공격은 제외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28페이지를 보면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체제 내부에서 일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대체로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혁명을 외치는 사람들, 저자도 분명히 행동주의적인 참여민주주의를 혁명이라고 말한다. 체제를 전복시키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을 수사적 쓰레기라고 말한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정치적 혁명이 대중적 개혁이라는 지지기반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28 우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체제 내부에서 일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31 정치적 혁명이 대중적 개혁이라는 지지 기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정치에서는 불가능을 요구한는 것이다.


지루한 과정을 견뎌내고 체제 내부에서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것이 바로 급진주의자들을 규칙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서 자신의 정체성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바로 배제하는 것, 이것을 정체성 정치학이라고 한다. 정체성 정치학은 사실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를 한다고 하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체제 내부에서 대중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은 현실적으로 체제를 바꿔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출간된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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