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20분 | 0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10점
사울 D. 알린스키 지음, 박순성.박지우 옮김/아르케


책읽기 20분 | 0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2 [ 원문보기]

사울 D. 알린스키(지음),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입문서>> , 아르케, 2016.


원제: Rules for Radicals: A Pragmatic Primer for Realistic Radicals (1971)


1. 지향

“인간이 그의 일상적 삶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그릇된 가정을 했다는 점에서 지나간 세기들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급진주의자들은 유연해야 하며, 유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들의 전술 때문에 스스로가 친 덫에 걸려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행동과 대응행동의 진행과정에 대해 충분히 민감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급진주의자들은 사건의 흐름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통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 급진주의자들은 교조주의를 경계해야만 한다. “독단적 교리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적이다.” 교조에 빠지면 “정치적 무감각과 기회상실”에 빠지게 된다.

* 급진주의자들은 정치적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불의와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위치한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세상은 순수한 천사의 세상이 아니라 간악한 책략의 세상이다.

* 급진주의자들은 사물의 양면성을 보아야 한다. 우리가 성취하기를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상태는 특정 행동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해정도이다.

* 자신의 이상을 단박에 실현하려는 ‘high-road’를 취해서는 안되며, “천천히 나아가는 길”(low-road)을 택해야만 한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을 읽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이 책의 서문을 읽었고, 오늘은 "지향"이라고 하는 챕터를 읽겠다. 이 책은 각각의 챕터에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들 모음이다. 어떤 이론적인 순서에 따라 서술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쭉 읽으면 된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가기 어렵다. 최소한이라도 인간관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면서 또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서 또는 자기 이기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어떤 부조리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그것도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일상을 폐기하면서까지 그것을 해낼 여유와 오지랖이 없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그런 것을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이겨낼 수 있는가가 고민이 될 때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지향이라는 챕터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인간이 그의 일상적 삶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그릇된 가정을 했다는 점에서 지나간 세기들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사울 알린스키의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분들에서 굉장히 산뜻하고도 훌륭한 통찰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벗어난 어떤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할 수 없다. 


64 인간이 그의 일상적 삶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그릇된 가정을 했다는 점에서 지나간 세기들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만큼 또는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만큼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헌신하지도 않고 그러다보면 인간에 대한 절망과 회의에 빠져서 오히려 처음에 출발했던 것이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나중에는 절망과 회의 때문에 인간에 대한 비애감, 또는 경멸감에 빠져들기 쉽다. 이런 것을 사울 알린스키는 통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딱 하나의 교훈은 '우리의 일상적 삶을 넘어서는 길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는가', 그리고 자신의 행복한 삶 또는 복지가 다른 사람들의 복지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생각만을 가지고도 사회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그의 일상적 삶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높은 도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그릇된 가정"은 의미가 있다. 그 아래를 보면 "가장 실용적인 삶이 도덕적인 삶이며 도덕적인 삶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인간은 이제 막 배우는 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64 가장 실용적인 삶이 도덕적인 삶이며 도덕적인 삶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인간은 이제 막 배우는 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런데 이런 도덕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려면 높은 길 또는 큰 길을 찾아서는 안되고, "천천히 나아가는 길이다"라고 번역이 되어 있는 원문은 low road이다. high road가 아닌 low road, 즉 우리가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도덕적인 삶, 즉 공동체의 삶, 모두가 다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우리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앞으로 와서 보면 저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대중운동의 역학에 대한 그리고 혁명에서의 행동과 대응행동의 순환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단계에 대한 몇 가지 일반적인 관찰, 가설 및 개념을 제시한다." 개인이 아니라 대중운동에서, 예를 들면 개인의 삶에서, 예를 들면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것을 적용할 수 있겠다. 그러면 대중운동을 하려면 무엇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인가. 교조주의, 독단적 교리, 어떤 경우에서든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을 지키지 위한 여러가지 유연함이 요구되는데 그런 것이 없으면 교조와 독단에 빠지기 쉽다. 


41 이 책에서 나는 대중운동의 역학에 대한 그리고 혁명에서의 행동과 대응행동의 순환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단계에 대한 몇 가지 일반적인 관찰, 가설 및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소위 급진주의자들 중 다수가 보여주는 정치적 무감각과 기회상실"라는 말을 쓴다. 교조에 빠지면 정치적 무감각과 기회상실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시카고에서 일어난 사건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런 까닭에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급진주의자들은 유연해야 하며, 유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들의 전술 때문에 스스로가 친 덫에 걸려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행동과 대응행동의 진행과정에 대해 충분히 민감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급진주의자들은 사건의 흐름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통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주 중요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급진주의자라고 하면, 아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이상으로 내걸고 일상을 송두리째 거기에 가져다가 쉴새 없는 긴장과 타격으로 뭔가를 해내는 사람을 급진주의자라고 하기 쉽다. 그러나 그런 열정은 오래가지 못한다. 일상이 파괴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저자가 급진주의자가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급진주의와 유연이라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자신의 이상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머나 먼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새겨두고 low road 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 모든 상황에서 과격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늘날 실패한 운동가들을 보면 운동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기보다는 운동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름답고 이뻐서 자신의 모습에 취해서 자의식 과잉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42 오늘날의 소위 급진주의자들 중 다수가 보여주는 정치적 무감각과 기회상실


45 급진주의자들은 유연해야 하며, 유동적인 정치적 상황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들의 전술 때문에 스스로가 친 덫에 걸려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길로 빠지지 않도록 행동과 대응행동의 진행과정에 대해 충분히 민감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급진주의자들은 사건의 흐름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통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려면 독단적 교류의 족쇄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사울 알린스키는 정치적 현실주의자라고 말한다. 정치적 현실주의는 세상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세상은 순수한 천사의 세상이 아니라 간악한 책략의 세상이다" 이거싱 바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고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은 선과 악이 갈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사물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결코 버리면 안된다. 즉, 사물의 양면성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모순의 개념을 받아들인다, 이원성에 비추어 바라본다고 이야기한다.


53 이 세상은 순수한 천사의 세상이 아니라 간악한 책략의 세상이다.


54 이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고, 당신의 출발점이다.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내가 움직이는 싫고 이런 것. 59페이지를 보면 열정치학이라는 말을 쓰는데 저자가 만들어 내놓은 개념인 것 같다. 냉소적인 상태를 불을 지펴서 갑자기 얼음을 녹일 수 없다. 우리 눈앞에 놓인 사태는 체념과 숙명과 이런 차가운 것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씩 거기에 불을 당기고 열을 가해서 활활 타오르게도 하고, 적당한 선에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자는 열 정치학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정치적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사물의 양면성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첫번째 챕터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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