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존 왕 ㅣ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14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5. 24.
존 왕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아침이슬 |
The Life and Death of King John
1막 1장
사생아: 동생, 잘 가게. 행운이 널 찾아가기를,
너는 합법적으로 태어났으니까.
(사생아만 남고 모두 퇴장)
명예는 쥐꼬리만큼 늘었지만,
토지는 엄청난 걸 잃었군.
뭐 어때, 이제 나는 어떤 하층 계급 여자라도 귀부인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데.
'평안하십니까, 리처드 경' — '그 놈 인사 한번 대견하구나' 이런거 좋잖아.
이름이 존인 놈도 내가 피터라고 불러 버리는 거야.
새로 명예를 얻은 사람은 사람들 이름 따위 잊어버리게 마련이니까.
너무도 존경스럽고 신분이 높은 분이라
일일이 이름을 기억하실 수 없다 이거지. 가령 외국 사신 어느 놈이
연회 중 이쑤시개 질을 하며 거들먹댄다 치자,
난 나의 기사님 위장을 실컷 채웠고 말야,
그때 난 그냥 영국인답게 혀로 이빨을 박박 문대면서 교리문답을 걸어버려요,
이빨 쑤시는 나라 놈 아무나 붙잡고 말이지. '나의 친애하는 경,'
그렇게 팔꿈치에 얼굴을 기대며 내가 시작하지,
'제가 소청이 있소만—'. 그게 교리 질문인 셈이지,
그러고 나면 교리 응답이 나오는 거야, ABC 초보독본처럼,
'오 경,' 교리 응답이 말해요,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얼마든지 시키십시오, 하명 기다립니다, 경.'
'아니올시다 경,' 교리 질문이 그렇게 말해 제가, 상냥하신 경, 분부를 받잡아야죠.'
그리고 그렇게, 교리 질문이 뭘 원하는 건지 교리 옹답이 가늠하기도전에,
텅 빈 아첨만 오가고,
알프스 산맥이 어떻네 아펜니노 산맥이 저떻네,
피레네 산맥과 포 강이 어떻네 하다 보면,
다음 연회 때가 되는 거고.
하지만 이건 숭배할만한 사교 모임이고,
나처럼 야심만만한 성격에 어울린다.
시대의 사생아에 불과한자나
궁정 알랑쇠 티가 안나는거겠지.
그래서 나는― 그런 맛을 풍기는 게 좋든 싫든,
그리고 복장과 문장,
외형과 외적 차림새뿐 아니라,
내적인 충동까지 — 건네겠다 이거지
달콤하고, 달콤하고, 달콤한 독약을 시대의 입맛에 맞게.
아첨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속지 않기 위해서 난 배울 참이야.
그래야 내 출세길이 수월해질 테니까.
2막 1장
사생아: 하, 장엄도 하겠구나! 네놈 영광이 높이 치솟겠어
그 대단한 왕들의 피를 불태우다니!
오, 이제 죽음이 그의 치명적인 턱 안감을 강철로 댔구나.
병사들의 칼이 그의 이빨이야, 독이빨이지,
그리고 이제 그가 항연을 벌인다, 인간의 살을 찢으며
해결되지 않은 왕들의 쟁투 속에서.
왜 왕의 군대들이 이리 명하게 서 있는 거지?
약탈의 명을 내리시오, 왕들이여! 다시 피비린 전장으로,
그대 똑같이 강한 지배자들, 불붙은 영혼들이여!
그런 다음 한쪽의 타도가 확실케 하라
다른 쪽의 평화를, 그때까지는, 돌격 찔러라, 그리고 죽여라!
3막 1장
존 왕: 지상의 직함을 가진 자 누가 심문을
하겠다 나설 수 있는가, 신성한 왕의 자유로운 숨결에?
그대가, 추기경, 고작 교황이라는,
너무도 하찮고, 가치 없고, 또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내세워 내게 대답을 강요하다니.
가서 그에게 그렇게 전하라, 그리고 잉글랜드 왕이 제 입으로 그러더라고
이 말도 덧붙이거라, 어떤 이탈리아 사제도
짐의 영토에서는 십일조 혹은 교회 재정을 걷지 못하리라.
짐이, 하나님 아래, 최고 수장이듯,
그렇게, 그분 아래서, 그 위대한 주권을,
짐이 지배하는 곳에서 짐이 홀로 유지하리라
필멸 인간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렇게 교황에게 전하라, 모든 존중을 거부하노라
그와 그가 찬탈한 권위에 대하여.
4막 3장
사생아: 가서 그를 두 팔에 안게.
내가 당황한 모양이군, 내 생각에, 그리고 길을 잃은 것 같아
험한 세상의 가시밭 한가운데서.
(휴버트가 아서를 양팔에 안는다)
자넨 잉글랜드 전체를 너무도 가뿐히 들어 올리는군!
한 조각 죽은 이 왕자에게서,
이 모든 영역의 생명권리, 그리고 진실이
달아났다, 하늘로, 그리고 잉글랜드는 이제 남아
그러니 추기경과 당신, 나, 그리고 다른 대신들이,
당신만 괜찮다면 오늘 오후 서둘러
이 일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것이오.
5막 7장
사생아: (몸을 일으키며) 오, 우리 오로지 필요한 슬픔만 시간에게 지불합시다,
시간은 이미 사전에 우리의 슬픔과 함께했으니까요,
우리 잉글랜드는 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정복자의 오만한 발 아래 짓밟히지 않을 것이오
잉글랜드가 먼저 자해의 빌미를 갖지 않는 한
이제 이 나라 귀족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니,
세계의 삼면이 무장을 하고 쳐들어와도,
우리는 그것을 물리칠 것이오. 그 어느 것도 우리를 한탄케 못하리라
잉글랜드가 잉글랜드에게 진실되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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