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3 -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 1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3 -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1부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 9

옮긴이 주 ·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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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노르뿌와 씨를 처음으로 만찬에 초대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의 어머니께서, 두 사람 모두 그 전직 대사의 관심을 끌 만한데, 꼬따르 교수는 여행 중이고, 스완과는 왕래를 완전히 끊어 유감이라고 하시자, 아버지께서 대꾸하시기를, 꼬따르처럼 저명한 학자인 훌륭한 손님은 어느 만찬에서건 결코 결례를 범하지 않는 반면, 지극히 하찮은 교분들을 지붕 위에 올라가 외쳐대며 과시하는 버릇을 가진 스완은, 노르뿌와 후작이 틀림없이 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빌려 ‘악취 풍긴다’라고 할, 일개 상스러운 허풍꾼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몹시 꼴불견이던 꼬따르의 됨됨이와, 사교계에 관련해서는 겸손과 삼감을 그 세련의 극치까지 이끌어 가던 스완을 아마 몇몇 사람들은 기억하리니, 내 아버지의 그러한 대꾸에 몇 마디 설명을 가함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스완에 대해서 말하자면, ‘아들 스완’에다 또한 죠키 클럽 회원 스완에다, 내 부모님의 옛 친구가 오데뜨의 남편이라는 새로운 성격 하나를(하지만 마지막이 아닐) 첨가하는 일이 닥쳤다. 그는 자신의 천품인 본능과 욕망과 근면성을 그 여인의 소박한 야심에 맞추어, 자신의 지난날 신분보다 훨씬 낮은, 하지만 자기와 함께 그것을 누릴 반려자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신분 하나를 애써 구축하였다. 그러더니 그가 그 속에서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자기 아내와 함께 새로운 사람들 가운데서(여전히 자기의 개인적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그리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원하지 않는 경우, 오데뜨를 그들에게 억지로 소개하지 않으면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었으니, 그 새로운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를, 나아가 자신이 그들과 어울리면서 느낄 수 있을 자부심을 측정하기 위하여, 결혼 전에 자기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던 가장 찬연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데뜨가 결혼 전에 교제하던 사람들을 비교의 기준으로 삼았을 것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세련되지 못한 공무원들이나, 몇몇 정부 부처가 개최하는 연례 무도회에 붙박이 치장물처럼 참석하는 흠절 많은 여인들과 교제하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비록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전에는 물론 아직까지도 트위크넘이나 버킹엄 궁으로부터 받은 초청장은 우아하게 감추는 그가, 어느 장관 비서실 차장의 아내가 스완 부인을 방문한 사실은 드러내 놓고 자랑하는 그의 말을 듣고 모두들 놀라곤 하였다. 사람들은 아마 그러한 현상이, 우아한 스완의 소박함 역시 허영의 더 세련된 형태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내 부모님의 옛 친구가, 마치 특정 부류 유대인들처럼, 가장 순진한 스노비즘과 가장 상스러운 행태로부터 가장 세련된 예절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종족이 경유한 연속적인 상태들을 차례대로 보여주었을 것이라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주된 이유는, 또한 인류 전반에 적용될 수도 있는 이유이거니와, 우리의 미덕들이라는 것 자체가, 자유롭게 부유하는,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우리의 뜻대로 어찌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는 사실에 있다. 우리가 어떠한 행위에 임하든 수반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덕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뇌리에서 그 행위들과 어찌나 밀접하게 연계되고 마는지, 우리가 혹시 전혀 다른 부류의 행위에 문득 임해야 하는 경우, 우리는 그 일을 불시에 당한 것처럼 느끼고, 그 행위가 바로 같은 미덕들의 실천을 내포할 수 있다는 사념조차 품지 못한다. 그 새로운 교분들에 열의를 다하고 그것들을 자랑스럽게 들먹이는 스완은, 생애의 끝자락에 이르러 혹시 요리나 원예에 손대기 시작하였을 경우, 자기들이 만든 요리나 가꾼 화단에 누가 찬사를 보내면 천진스러운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자기들의 예술적 걸작품에 대한 비판은 선선히 받아들이되 그 요리나 화단에 대한 비판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겸손하거나 관대한 몇몇 위대한 예술가들과 흡사했다. 혹은 자신이 그린 화폭 하나쯤은 선뜻 거저 주면서, 반면 도미노 게임에서는 겨우 40쑤 잃고도 역정을 내는 화가들과 흡사했다.